빨간명찰의 기원

미국해병대의 칼라문화가 우리 나라에 상륙한 시기는 6.25전쟁 때였고, 그 색깔문화가 우리나라에서 직수입하여 명찰과 군기 등을 새로이 제작하고 부대의 간판을 비롯한 각종 표지물을 그 색깔 일변도로 제작하기 시작했던 시기는 휴전 직후부터서였다. 6.25전쟁 때 한국 해병들이 미국 해병들과 제일 먼저 교류를 했던 것은 제주도에서 편성된 3개 대대의 병력이 9월 6일 진해로부터 부산항 부두에 상륙 집결하여 수일 간 동래에 있는 육군사격장에서 미 해병5연대 하사관들의 사선 통제와 지도 하에 몇 발씩 실탄 사격을 한 바로 그 시기였다. 그 시기로부터 약 1개월 전에 미 해병5연대와 김성은 부대가 진동리에서 미 25사단에 배속되어 킨 특수임무부대의 반격작전에 참가한 일이 있었으나 그 때는 서로 부여받은 임무가 달랐고, 또 직접 배속된 관계가 아니었으므로 직접적인 교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동래 사격장에서 미 해병대의 하사관들을 대면했던 우리 해병들 중에는 USMC 하사관들이 입고 있던 전투복 윗저고리 왼쪽 가슴 부위에 검정색으로 찍혀있는 USMC란 글자와 (그 밑에 찍혀있는) 독수리와 지구와 닻으로 조립된 미 해병대의 마크에 시선이 못박힌 사람들이 많았고, 장교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USMC들이 입고 있는 전투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러한 이야기는 USMC 전투복에 그 어떤 매력을 느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이야기가 되겠는데 마침내 그 매력은 남의 것을 모방하려는 모방심리를 충동하여 우리 해병들에게 공급된 미 육군 전투복의 윗저고리와 휠자켓 왼쪽에 X자형 총대와 그 중앙 부위 아래쪽에 앵카가 그려진 마크를 미해병대의 전투복 마크와 같이 철형으로 제작하여 검은색 잉크로 찍어서 대원들에게 입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 X자형 총대와 앵카가 그려진 그 마크는 49년 8월 하순경 1개 대대의 전투부대를 진주로 파견할 때(덕산 비행장에서) 신현준 사령관이 전투부대의 표지(標識)로 그린 마크였다. (51년 가을철에 제정이 된 현재의 마크도 USMC의 마크를 모방해서 고안한 것으로 규명되고 있으며, 현재의 마크가 제정되자 사령부 군수국에서는 그것을 철형으로 제작하여 새로이 공급하는 전투복과 휠자켓 왼쪽 가슴 부위에 검정색 잉크로 찍어서 공급했다). 따라서 우리 해병들은 부지 부식간에 혈맹의 전우가 된 미 해병대의 명칭(USMC라는 약칭)을 모방하여 KMC 라는 우리 해병대의 약칭을 만듬과 동시에 미 해병대의 군복 표지문화와 팔각모를 직수입했고, 미해병대의 마크를 모방해서 우리 해병대의 마크를 고안했을 뿐 아니라 휴전이 된 후 부대정비가 이루어지는 단계에 도달하자 전쟁기간 중 시선을 확 끌어 당기고 있던 그 USMC의 칼라문화를 직수입하여 전시에는 갖지 못하고 있던 노랑색과 빨간색 페인트를 확보하여 부대 간판과 교장과 훈련장의 표시물들은 그 두 색깔로 장식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그 두가지 색깔로 명찰을 제작하여 모든 장병들이 달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