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아파트 콘크리트 숲 사이에도
오월의 싱그러움이 천지로 널려 있다.
출근은 아니지만 일단 사무실에 나가는 봐야하는 우스운 직장 논리 때문에
어제 마신 막걸리 냄새를 뒤로 하고 서둘러 집을 나서는 내게도
오월은 너무 풋풋하게 자기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미인대회처럼.
다들 마음껏 즐기시라.
오늘의 오월은 이제 우리 인생에서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눈에도 넣고 가슴으로도 호흡하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 하나 할까?
TV의 주말연속극을 즐겨 보시는지?
SBS의 “하늘이시여”와 그 뒤 바로 이어서 “사랑과 야망”이
토,일요일 밤에 방송되고 있는데
나는 예약녹화를 해서라도 이 두 연속극은 한 회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하늘”은 이제 끝날 때가 다 되었는데
뭐...그리 할 얘기는 없고
“사랑”은 할 얘깃거리가 좀 있다.
이 연속극은 아마도 80년대 처음 방송했던 것을
지금 리메이크해서 방송하는 것 같은데
80년대에 방송했던 것은 본 일이 없다.
그러니까 지금 방송하는 연속극의 내용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다는 말이지.
극중의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이다.
그 시대를 흐느적거리면서 살아온 우리같은 인생들에게
아련한 옛추억을 일깨우는 장면들이 심심찮게 나오는데
이 연속극은 그런 중년들의 옛 향수를 타겟으로 노렸던 것 같다.
극의 내용 전개가 조금은 작위적이고 황당한 내용들이다...싶지만
그런대로 흥미가 있어 토,일요일 밤을 늘 기다리게 된다.
이 연속극은 여러 종류의 사랑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준다.
지독한 채무에 시달리면서도
한마디 말도 없이 그 중압감을 혼자 감내하다 돌연 길에서 객사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엄청난 냉정함으로 가슴 속에서만 지키다 결국 혼자가 되는 어머니...
그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고 받았던 사랑,
언뜻 불량 청년으로 보이는 태수와
그를 죽자 사자 따라 다니는 정자와의 사랑,
태수와 과수원집 딸 인환과의 사랑,
인환의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
미자 아버지와 파주댁과의 사랑,
병원집 딸 세미의 태준에 대한 짝사랑,
홍조의 미자에 대한 사랑,
사람의 정이란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는 건지 알 수 없는 거지만
그 정의 흐름이 묘하듯 정의 갈래를 많게도 엮어 놓았다.
그 중
태준과 미자의 사랑 이야기가
현재 드라마 전개의 주된 부분을 이루고 있다.
태준과 미자는 현재 그 둘의 결혼을 가로막는
어머니의 반대와 엄청난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시절, 나는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 그런 투쟁을 했던가?
앞으로의 극 전개는 물론 작가의 손에 달렸고
어떤 방향으로 귀결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맞아! ... 남,녀간의 사랑이란 저런 거야!!
...하는 새삼스런 생각으로 작가의 스토리 전개에 무릎을 치고 있다.
그 때, 나는 어떻게 했던가...하고 70년대의 나를 그 연속극에 대입시켜 보면서.
연속극에 몰입되어 있는 나...
첫댓글 유치하긴 우리들 살아가는 너무나, 너무나 인간적인 얘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