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춤’으로 유인해 턱밑 물어 집게로 뜯어먹어
잡아먹혀도 뱃속에서 살아남아 뱉어내면 다시 공격
▶애벌레를 잡아먹으려다 외려 혀를 물린 두꺼비. 결국 이 벌레에게 잡아먹혔다.
두꺼비나 개구리 같은 양서류는 벌레가 접근하면 혀를 재빨리 내밀어 잡아먹는다.
곤충과 양서류가 오랜 진화과정에서 맺은 포식자-먹이의 관계이다.
그런데 이 관계가 역전돼 먹이가 포식자를 먹는 현상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스라엘에 사는 딱정벌레의 일종인 에포미스 속의 딱정벌레 2종은 애벌레일 때부터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큰 양서류를 잡아먹는다.
최근 질 위젠(이스라엘 텔아비브 대 동물학과) 등은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에포미스 딱정벌레가 양서류를 잡아먹는 전략을 실험실에서 상세히 밝혔다.
이들은 4년 전 이 딱정벌레의 독특한 습성을 처음 보고한 바 있다.
이 딱정벌레의 애벌레는 개구리를 만나면 더듬이를 활발하게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개구리가 다가올수록 이 움직임은 커진다.
맞춤한 먹이로 파악한 개구리가 혀를 내쏘는 것을 고개를 숙여 피한 애벌레는 가시가 달린
날카로운 집게로 개구리의 턱 밑을 붙들고 늘어진다.
▶에포미스 딱정벌레 애벌레의 가시 달린 집게. 개구리의 피부를 단단히 붙든다.
개구리는 발로 이 벌레를 떼어내려고 애쓰지만 애벌레는 처음엔 개구리의 체액을 빨아먹고 이어 집게로
고기를 잘라먹어 결국 뼈만 남겨 놓는다.
■ 에포미스 애벌레의 개구리 사냥 장면 유튜브 동영상
벌레의 '죽음의 춤'과 가시 달린 집게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420마리의 애벌레와 개구리를 넣고 관찰한 결과 100%의 공격 성공률을 보였다.
애벌레의 70%는 개구리를 유인하는 춤을 추었다.
춤은 유력한 포식 전략인 셈이다. 개구리는 움직이는 벌레를 본능적으로 공격한다.
실험에서 개구리 7마리는 벌레를 입에 넣는데 성공했지만 곧 뱉어냈다.
하지만 벌레는 개구리로부터 떨어지지 않아 결국 개구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애벌레를 2시간 동안이나 먹었다가 다시 게워낸 다음 축 늘어진 애벌레를 살펴보다가 되살아난
애벌레에게 잡아먹히는 개구리도 있었다.
■ 애벌레를 토해 낸 개구리가 잡아먹히는 동영상
■ 2시간 동안이나 뱃속에 넣었던 애벌레를 게워낸 뒤 잡아먹히는 개구리
에포미스 속의 딱정벌레에는 2종이 있으며 모두 양서류만을 먹이로 삼는다.
애벌레뿐 아니라 딱정벌레가 돼서도 개구리 등을 잡아먹는데, 개구리의 뒤로 접근해 등을 물어 마비시킨 뒤 먹는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동물계에서 작은 동물이 큰 동물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 딱정벌레의 행동은 극단적인 방어 형태로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또 양서류는 이 곤충의 공격을 피하는 법을 아직 습득하지 못했는데,
이는 양서류의 먹이인 수많은 벌레 가운데 에포미스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이 딱정벌레의 공격행동도 방어의 한 형태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어떻게 이런 행동으로 진화했는지는 수수께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