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 최선을 다했을 때라야
바랄 수 있다 /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사업으로
번 돈의 25%만 내 것입니다. 40~50%는 세금으로 내고 25%는 남을 위해서 써야죠.”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세금 다 내고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금을 제대로 안 내려 편법을 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휠라코리아 지사장으로 있다 한국지사의 오너가 됐고,
2007년엔 휠라글로벌을 인수했다. 그 후 글로벌 넘버원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넘버원
골프화 브랜드 풋조이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 아쿠 쉬네트를 약 13억 달러에 인수했다. 글로벌 무대를 누비느라 그가 비행기로 이동한 거리는 700만 마일에
이른다.
중소기업을 창업해 수출을 해 보려는 후배들에게
어떤 팁을 주시겠습니까?
“처음부터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건 리스크가 커요. 기업에 들어가 남의 돈을 받으면서 트레이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의
회사에서 봉급 받아가며 경험을 쌓으라는 거죠.”
김성룡 동문이 어렵게 구했다는 윤 회장의 책 <내가 연봉 18억원을 받는 이유>를 꺼내 저자에게 사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1997년 간행된 책이다. 그는
20년 전 샐러리맨 시절 이미 연봉 18억 원을 받은 고액 연봉 소득자였다.
성공한 오너 사업가이기 전에 성공한 샐러리맨이셨습니다. 직장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성실해야 합니다. 회사
일을, 최선을 다해 내 일처럼 해야 돼요. 직장 생활을 오너나
윗사람을 위해 해주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또 정직해야 합니다. 공정하게 페어플레이를 해야 돼요. 이런 덕목은 사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에게서 들은 것들입니다. 한 마디로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겁니다. 정직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언젠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맙니다.”
거짓과 배신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정직은 최상의 방책인가요?
"배신이 난무할수록 성공하려면 정직하고 성실해야 합니다. 난 그렇게 믿어요. “
그렇게 산 결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으셨나요?
“난 보상 받았습니다.” 휠라글로벌을
인수할 당시 그는 각국 지사장에게서 종신(life time) 로열티 총액의 50%를 현재가치로 환산, 미리 받아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휠라 브랜드의 미래 가치를 현가로 전환한 발상의 전환이 그에게 글로벌 브랜드의 오너가 되는 행운을 안긴 것이다. ‘우리가 돈이 없지 전략이 없나’ 접근이라고 할까?
돈 없어도 전략으로 성공할 수 있어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도 따릅니다.
최선을 다했을 때라야 행운을 기대할 수 있죠. 한 마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최선을 다했다고 반드시 운이 따르는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건 말하자면 필요조건이죠.”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난 초등학교 시절 대통령이 되고 싶었습니다. 꿈이 하나일 수 없고, 대개 성장 과정에서 열댓 번 바뀝니다. 스스로 바꾸기도 하고 주변 환경 탓에 바뀌기도 하죠. 누구나 그렇게
상황에 적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윤 회장은 서울대 의대 입시에서 세 번 낙방했다. 당시 2차였던 한국외국어대 정외과에 진학했지만 1학년 때 무기정학을 맞았다. 서울고 동기가 시험시간에 그의 뒤에 앉아 컨닝을 하다 시험지를 맞바꾼 것이 적발됐다.
그 일로 서울 의대 세 번째 떨어졌을 때보다 더 낙담했다고 그는 말했다. 카추샤로
군 복무를 마친 후 복학을 하려 했지만 돈이 없어 등록기간을 넘겼다. 훗날 통일원 부총리를 지낸 김덕
교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등록을 했다.
나이 서른에 졸업장을 받고 외무고시 1차에 합격했지만 비전이 없다는
생각에 2차 시험을 포기……해운공사를 거쳐 J C 페니에 취직했다. 여기서 삼성전자 전자레인지 수출실적으로 이름
날렸고 신발 수출도 맡았는데, 이 경험이 바탕이 돼 나중에 신발 전문가가 된다.
좌절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Stay hungry(스티브 잡스가 한 이야기), Stay humble. 실패와 좌절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죠. 겸손하면
절대 자기 것을 잃지 않습니다. 내가 서울고 졸업하던 해 서울대 의대에 붙었다면 진짜 별 볼 일 없는
교만한 사람으로 남았을 거예요. 내 인생은 실패작이 됐을 가능성이 커요.”
그는 외시를 같이 봤던 여섯 살 아래 동학들 중 독일·이탈리아 대사가
나왔지만 다들 은퇴해 놀고 있다고 말했다. 새옹지마라고 할까?
어려운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해 보려는 후배들에게
어떤 노력과 시도를 하라고 권하시겠습니까?
“국내에서 미래의 기회를 찾기엔 늦었습니다. 이미 레드오션이에요. 그러나 밖으로 나가면 할 일이 많고 기회가
거의 무궁무진합니다. 노력을 기울여 얻은 기회가 진짜 자기 거예요. 거저
생기는 기회는 오래 머물지 않죠.”
해외에 나가려는 젊은 후배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합니까?
"기본적으로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를 해야 합니다. 자신이 진출하려는 나라의 언어를 익혀야죠. 스위스·네덜란드·벨기에 등 유럽의 작은 나라들이 국민소득 5만 달러가 넘는 건 이들 나라 국민이 3~4개 국어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근성이 있어야 돼요. 호랑이·사자 같은 포식자는 먹잇감을 물면 살점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입을 벌리지 않습니다. 나도 그런 근성이 상당히 있는 편이에요. “
윤 회장은 2012년 2월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그가 세 번 도전했지만 실패한 학교다.
두 번째 도전했을 땐 2지망으로 치의예과에 합격했지만 한 학기 다니고 그만뒀다. 폐암 투병 중 그의 손을 잡고 살려달라고 하신 생전의 아버지 같은 사람을 치료하는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날 축사를 그는 이렇게 맺었다. “진실성, 성실성 그리고 페어플레이 정신이야말로 모든 분야에서 무엇보다 우선하는 삶의 기본 원칙입니다.”
- 서울고
총동창회 월간뉴스레터 제2호(2017. 03. 09)의 <동문 고수와의 런치타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