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캐릭터 뽀로로.
발달심리 전공자의 눈으로 바라본
뽀로로의 인기 비결부터 아쉬운 점까지. 길이가 다소 길지만, 찬찬히 읽어보시면
부모로서 혹은 어른으로서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발달심리의 렌즈로 들여다본 <뽀롱뽀롱 뽀로로>
• 국민캐릭터 '뽀로로'의 마력 A to Z
• '뽀로로'에게 바란다...
국민캐릭터 뽀통령 '우는 아이 뽀로로 틀어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뽀통령'의 위력은 대단하다.
결혼식, 지하철, 식당에서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 앞에
<뽀로로>를 대령하면 바로 시선고정, 정지 화면이요,
집에 손님이 있는데
아직 아이가 잘 시간이 아닐 때도 무척 유용하다.
나도 눈앞에서 목격한 적이 여러 번이다.
120여 개 수출국 중 하나인
네덜란드도 사정은 비슷한 모양이다.
<뽀로로>의 네덜란드 홈페이지에는 '딸이 늘 기다린다',
'아들이 밥을 먹다 만다',
'어린이 교육에 좋은 정말 훌륭한 시리즈다' 등등
부모들의 열성적인 증언이 쏟아진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20여 개 국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는
<뽀로로>의 마력은 도대체 뭘까.
콘텐츠 비즈니스가 아닌 발달심리의 렌즈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주변에 아이를 둔 분들께 의견을 물었다.
귀여운 친구들 뽀로로 캐릭터를 처음 개발할 때 디자인 방향을
'대여섯 살 정도의 귀엽고 천진난만한 꼬마 펭귄'
으로 잡았다고 한다.
작은 키, 큰 머리, 동그란 얼굴, 짧은 팔다리. 크롱,
에디, 루피, 패티, 포비 등
뽀로로의 친구들도 공유하는 신체적 특징이다.
아주 잘 봐줘야 2등신이라고 할만한 체형과 외모에는
사실 자연의 섭리가 뒷받침하는 '마력'
의 비밀 이 녹아있다.
동물행동학의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포유류 새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은
성인(성체)으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느끼게 하여
안전을 확보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 했다는 것.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존재에게 끌리는 심리를 갖고 있다.
아이들도 자기랑 비슷한 모습을 한 뽀로로와 친구들을
'귀엽다' 여기고 친근감을 느끼면서 동화되는 것이 아닐까?
한 부모는 "아이들이 동물에 많은 호기심을 갖는데,
특히 귀여운 뽀로로의 캐릭터들이
'말하는 동물'이라는 점이 아이들의 호감 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까만 머리 갈색 눈만 보다가 다른 색의 머리카락과
눈을 지닌 외국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신
기해서 눈을 못 떼다가 졸졸졸 따라다니게 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눈 덮인 뽀로로 동네 출처 : 뽀로로 극장판 <눈요정 마을 대모험> 스틸컷
<뽀로로>는 눈 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 연예인은 "아이들이 그 추운 데서 부모도 없이
밥다운 밥도 못 먹고 고생을 해서 참 불쌍하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조금 비현실적이긴 해도 오히려
실제적인 맥락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정말 그런 곳에 동물 친구들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
는 환상을 심어주기 때문.
이처럼 모두에게 낯선 환경을 택하니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가능해진다.
<뽀로로> 시리즈 중에 뽀로로와 친구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는 '대모험' 시리즈가 있는데,
" 집 밖에만 나오면 대모험이라 여기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포착한 것 같다"
는 한 부모의 의견이 있었다.
뽀로로를 통해서 신나는 '대모험'을 간접 체험할 수
있으니 아이들의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는 설명.
<뽀로로>에서는 남극에 사는 펭귄과 북극에 사는 곰,
눈밭에 사는 여우와 강가에 사는 비버, 그리고
일찌감치 멸종한 공룡이 모두 친구가 되어 지낸다.
애초에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만큼,
세계적인 미국 유아교육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Sesame Street)>의 인형(Muppets)처럼,
인종 같은 특징이 드러날 필요가 없는
동물 캐릭터를 채택함으로써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가 탄생 한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네
<뽀롱뽀롱 뽀로로>에서 가장 돋보이면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 이다.
인터뷰에 응한 여러 부모가
이 부분만큼은 모두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재미를 더하기 위해
평면적인 캐릭터를 다소 과장되게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뽀로로는 일상적이지 않은 환경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사실적인 성격과 행동을 다양하게 그린다.
엔딩 타이틀곡 가사에 드러난 각 캐릭터의 성격을 보면,
꼬마 펭귄 뽀로로는 밝은 성격의 '개구쟁이'고, 아기 공룡 크롱은 말을 잘 못하는 '장난꾸러기'다. 소녀 펭귄 패티는 운동을 좋아하는 '발랄하고' 성숙한 친구이며, 꼬마 여우 에디는 '영리한' 발명왕으로 잘난 척하다가 사고 칠 때가 많다. 소심하고 '수줍은' 비버 소녀 루피는 친구들을 배려하고 격려한다. '우람한' 꼬마 백곰 포비는 친구들 부탁을 잘 들어주는 맏형 유형이다. 출처 : <뽀롱뽀롱 뽀로로> 시즌6 공식 홈페이지 위와 같이 실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만날 법 한
사실적인 성격 유형이 다양하게 반영 되어 있다.
<뽀로로> 에피소드들은 보통 누군가의 이기적이거나
무분별한 행동, 거짓말, 질투, 욕심, 혹은 단순한 장난기
때문에 곤경에 빠지거나 다른 친구의 기분이 상하고,
그 행동의 결과가 스스로에게 되돌아오면서
잘못을 깨닫게 되는 구조를 따른다.
식탐 많고 엉뚱하고 공주병이 있기도 한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에 친근감과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6개월 된 아기도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싫어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대화를 나눈 부모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지적한 점이,
뽀로로와 친구들이 못된 짓을 할 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악하다기보다는 아이들이
실제로 행할 수 있는 정도의 미성숙한 수준 이고,
또 그것을 양심에 비춰 해결하려고 노력하려는
착한 마음을 아이들도 좋아한다는 것 이다.
캐릭터에 자신을 대입하며 감정과 욕구를 조절하고,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아이들이
진심으로 이해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자신 혹은 주변 친구들과 겹치는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보며 'OO랑 비슷하네',
'나만 그런 게 아니네' 하고 공감할 것이다.
마치 어른들이 무릎을 치며
<미생>을 본 것처럼 말이다.
친구랑 얘기하듯 이전 글에서도 언급된 바 있듯이,
TV 속 목소리 중에 주의가 분산돼 있던
아이들의 눈길을 끌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어린아이의 목소리 다.
그래서 교육적으로 중요한 내용은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뽀로로와 친구들은 각자 외모와 성격에 어울리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몰입하기 좋다.
시작과 중간에 나오는 상황 설명은
성인 남성의 내레이션으로 처리되고,
나머지는 모두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전달된다.
물론 애니메이션이라 비현실적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흥분하거나 짜증 내거나 눈치 보며 둘러대는 등
대화 내용과 화법도 어린아이들의 실제 모습과
비슷한 편이다.
아이들은 '어린아이의 목소리 = 아이들을 위한 내용',
'어른 남자 목소리 = 어른들을 위한 내용' 으로
짝지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간혹 에피소드 마지막 부분에
성인 남성의 내레이션으로 원인과 결과를 정리하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교훈을 말해주는데,
내레이션 대신 캐릭터 간 대화로 풀어내는 편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 재미있어 <세서미 스트리트>가 보여주는
'바람직한 행동의 본보기를 제공하는 모델링과 반복,
그리고 유머를 활용한 접근 방식'은
교육적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재미있어야 아이들이 계속 집중한다는 걸 간파했다.
'아이들을 집중시킬 수만 있다면
뭔가를 가르칠 수 있다'
는 획기적인 깨달음을 얻으면서
TV가 아이들에게 유해하다고만 여긴
당시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출처 : Play Fun Games for Kids - Sesame Street <뽀로로>는 과욕, 이기심, 자존심, 질투가 부른
행동과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전개 시킨다.
다수의 부모들이 언급한 것이,
"아이들은 별 것 아닌 슬랩스틱 같은 유머나
큰 악의가 없는 장난, 친구들끼리
말장난하는 것도 재미있어한다"고.
"나는 천하무적이다"하는 말에 뽀로로가
"나는 천하대왕무적이다"라고 답하는
뭐 이런 데서 말이다.
또 페이스(pace)와 얼굴 표정 도 돋보인다.
유머에서 페이스(pace)는
내용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뽀로로>에는 페이스를 잘 살린
재치 있는 대목들이 많이 보인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귀엽고 재미난데
아이들 눈에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뽀로로 속에 스며든 성적 고정관념 캐나다 출신의 심리학자 반두라(Albert Bandura)는
유명한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을 세웠다.
사람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주변의 사람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모방하면서 학습한다는 것.
아이들이 폭력적인 TV를 본 후 성별 불문하고
어떻게 공격성을 학습하는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로 세상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이들의 혼을 쏙 빼는 마성의 <뽀로로>도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띄게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성역할 문제 다.
뽀로로, 크롱, 에디, 포비 등 다수의 남자 캐릭터 사이에
루피만 '유일한' 여자 캐릭터 로 끼어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다른 캐릭터와 동등하게 다뤄지지 않는
'특별한 주변성'이 부각된다.
출처 : <뽀롱뽀롱 뽀로로> 캐릭터 소개 - 루피 루피는 요리를 좋아하고 친구들을 살뜰히 챙기는
전형적인 여성의 역할 을 보여주는데,
겁이 많고 수줍음을 타는 성격의 소유자인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나중에 운동을 좋아하는
활달한 여자 캐릭터 패티가 추가되지만,
이 두 여자 캐릭터의 정체성은 외모, 요리 실력, 친절함,
배려심, (남자)친구들 사이에서의 인기 경쟁 이상의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
뭔가를 잘 만들고 고치는
과학·공학적 재능을 가진 남자 캐릭터 에디와
포비와 그 전형성이 대조 된다.
합리성과 자제력이 부족한 어린아이들은 성별과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공격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여자아이들은
'얌전해야 한다, 상냥해야 한다, 차분해야 한다,
배려해야 한다' 따위의 성적 고정관념 때문에
남자아이들처럼 신체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
그 결과, 여자아이들은 성적 고정관념으로 억눌린
공격성을 험담, 질투처럼 관계 속에서 해소하려는
성향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자기감정을 억제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위축되거나 우울해지는 심리적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으니
'참하고 얌전한 딸내미'의 굴레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것 이 필요하다.
뽀로로에게 바란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비영리기구 CTW
(Children's Television Workshop,
2001년 Sesame Workshop으로 개명)를 설립하고,
산학협력 방식의 연구를 통해 1969년 처음 방송된 이래
끊임없이 콘텐츠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뽀로로>는 사회정서학습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narrative) 중심으로, 아이들이 스스로를 대입할만한
귀여운 캐릭터와 환상적인 배경, 그리고 즐거운 유머를
통해 친구 관계, 갈등 해소, 감정 조절, 자제력,
습관을 교육하는 훌륭한 시리즈다.
비록 상업적인 애니메이션이지만
수익과 시장 크기만으로 세계를 제패하려고 하지 말고,
<세서미 스트리트>가 저소득층 아이들의
조기교육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재정 독립성 확보 수단으로 수익사업을 벌였듯이,
본질에 집중해서 수십 년 장수하는
전설의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본 콘텐츠는 PUBLY에 올라온 오영주 교육자의
카페 게시글
감화감동 이야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캐릭터 뽀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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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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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뽀로로, 뽀로로...
국민캐릭터 뽀로로와 같은 캐릭터 개발도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전에 제로나인캐릭터사는 아직 존재하고 있는건가요?
사전을 찾아보았답니다..
한국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방송용 창작 3D애니메이션. | 2003년 11월 EBS에서 첫 방송을 시작, 현재 뽀롱뽀롱 뽀로로 시즌5가 방송되고 있다. ‘둘리’ 이후 가장 성공한 국산 캐릭터로 약 42개국에 수출됐고 수백종의 캐릭터 상품이 있다...
봐도 봐도 정감이 가는 그런 캐릭터... 우리도!
뽀로로를 개발한 팀~
재주도 재주이고 참 잘 했지요, 여러모로~~!!
뽀통령이란 단어가 생소하지만요,
전세계에서 호평받는 우리나라 캐릭터상품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