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의 반응이 뜨겁다. 벨로스터 N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달랐다. 국내 최초의 핫 해치이자, 현대의 고성능 브랜드 N의 국내 데뷔 작품이기도 하다.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국내는 유럽과 달리 고성능 모델의 수요가 메말라 있었고, 유럽 시장에선 이미 쟁쟁한 경쟁 모델로 드글거렸다. 그러나 벨로스터 N은 보란 듯이 성공했다. 단순히 판매량을 떠나 N의 상징적인 역할과 역동적인 개성을 누구보다 잘 살렸다는 점이 유효했다.
주목할 점은 벨로스터 N이 오직 수동변속기를 달고 나온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동변속기는 거의 멸종된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은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벨로스터의 판매량을 앞질렀다. 물론 인기 비결이 온전히 수동변속기 때문은 아니다. 벨로스터 N의 강력한 출력과 예리한 코너링을 선사하는 LSD,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팡팡 터지는 배기 사운드가 자동차 마니아를 자극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수동변속기가 훌륭한 상품성에 오점을 남긴 것이 아니라 순기능을 했다는 점이다.
불편한 기술은 사라지고 편리한 기술이 정착하는 흐름은 당연한 이치다. 최근 자동변속기는 편리한 데다가 효율도 좋지만 수동변속기는 조작의 재미 말고는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벨로스터 N의 수동변속기는 왜 인기가 많은 걸까?
우선, 벨로스터 N은 평범한 수동변속기 대신 고성능 모델에 잘 어울리는 맞춤형 기어 레버를 달았다. 묵직하지만 짧은 스트로크에 맞춰 절도있게 들어가며 짜릿한 조작감에서 현대 N 기술진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평범한 수동변속기가 아니라 N에 특화된 수동변속기인 셈이다. 또한, 엔진 회전수 보정 기능도 한몫한다. 그동안 수동변속기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환경에서, 수동변속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운전자는 얼마 없었다. 하지만 이 기능 하나면 운전 고수의 다운 시프트를 완벽하게 따라 하며, 까다로운 힐앤토 기술마저 손쉽게 재현할 수 있다. 서킷에서는 더욱 유용하다. 감속할 때 복잡한 변속 과정을 알아서 척척 해결할 테니, 운전자는 온전히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수동변속기는 역동적인 N 브랜드의 감성과도 꽤 잘 어울린다. 단순히 쉽고 편하게 즐기는 운전이 아니라, 운전자가 직접 개입하고 경험하는 운전은 수동변속기의 변속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운전에 남다른 흥미가 있는 마니아에게 수동변속기는 특권이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조차 그들에겐 즐거움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운전 방법, 비범한 고성능 해치백, 수동변속기의 조합은 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꼭 벨로스터 N이 아니라 타고난 운전 재미를 자랑하는 토요타 86 역시 마찬가지다. 토요타 86은 중고차 시장에서 수동변속기 모델이 인기가 높으며 실제로 더 비싼 가격에 팔린다.
기술적으로 보나 기능적으로 보나 수동변속기의 시대는 한참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시장이나 유럽 시장에선 수동변속기 모델을 제공한다. 특히 고성능 모델이나 운전 재미를 강조한 핫 해치와 수동변속기는 변함없이 짝을 이룬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를 자처하는 포르쉐조차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없다. 다이내믹을 외치는 브랜드라고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벨로스터 N을 통해 수동변속기는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다. 이 기회에 많은 운전 마니아들이 변속의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며, 트랙데이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공유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동변속기를 사랑하는 마니아로서 벨로스터 N이 너무나 반갑다. 보다 많은 사람들(특히 이제 갓 운전면허를 취득한 젊은 세대)이 운전의 재미를 경험해보길 바라며, 앞으로 현대 N의 행보도 주목할 것이다. 만약 수동변속기가 다시 주목받는다면, 포르쉐 911 수동변속기 모델을 시승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