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 받아도 할 수 없어요. / 고우 스님
고우스님께서 기초선원 학인스님들에게 하신 강의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씀이라 적어 보았습니다.
< 금생에 확철대오를 못하면 헛일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니가 못 깨달을 바에야 선방 그만두고 토굴이나 하나 지어
그럭저럭 살고, 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금생에는 부처님과 인연이나 짓고 사는 게 안 낫겠나?" 라고
시님들끼리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건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나도 못 깨달았어요.
나도 못 깨달았거든요...
그러나 나는 못 깨달은 대로 주지 안 하고 다른 길 안 가고
이 길만을 가고 있다는 데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고,
다른 어떤 길을 간 것보다도 이 길을 간 것이
굉장히 선택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금생에 마치면 나도 부처님캉 똑같이 되는 것이고,
못 마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후회스럽지는 않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자부심, 편안함, 당당함,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길이 이 길이라는 걸 확신합니다.
세속에서의 가치관과 승문에서의 가치관은 다릅니다.
승문에 들어와 가치관도 안 바뀌고 정사도 못 가릴 바에는
차라리 안 들어오는 게 낫습니다.
부처님 법에 상처를 주고 왜곡시키는 일은
위대한 부처님의 유산을 말살시키는 일입니다.
이런 나쁜 흐름이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 현실이예요.
확철대오는 못해도 정사는 가려야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평생 외도는 안 됩니다.
이 가치관을 바꾸는 것도 엄청난 것입니다.
세상에 살면서 직업 안 가지고 사는 사람 있습니까?
다 생계수단으로 직업을 갖습니다.
그러나 시님만은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직업으로 할 생각이 있으면 시님을 그만 두십시오.
부처님법이 그렇습니다.
사실 지금 시님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분들이 사실 부처님 몸에 피를 내는 사람들입니다.
나도 그렇게 되지만은 않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아직 100%는 되지 않고
100%가 되려면 견성하고 확철대오 해야겠지만
그래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시님들은 내가 승가를 기탄없이 비판한다고
"시님, 그러시면 따돌림 받습니다." 하지만
따돌림 받아도 할 수 없어요.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