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36
고정현
[땜질을 하며]
돈은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일까? 가격 대비 질과 양이 좋으면 잘 쓰는 것이지만, 그것이 말 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긴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만족이라는 표현은
자족이라는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멋 보다는 편안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은 비단 나 뿐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일에는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그러기에 이렇게 또
한편의 글을 쓰게 되었으니 이정도면 큰 손해는 아니라는 판단 속에서 이 글을 쓴다.
겨울에 편하게 신을 신발이 필요해서 장날 시장의 좌판에서 1,4000원에 한 켤레를 샀다. 끈이 없
어서 좋았고, 편하기도 했고 가격도 싸기에 선 듯 구입한 것이다. 물론 이 전에도 그 매점에서
1만원으로 신을 샀는데, 모양도 좋고, 편해서 외출할 때도 신고 다니는 경험이 있어서 더욱 믿고
산 것인데,
얼마 전 차를 세워두고 내려 조금 걷는데 신발 바닥이 조금 끌리는 기분이 든다. 신발 바닥을 보
니 밑창이 어느 정도 떨어져서 흔들거리는 것이다. 당황이 처음 다가오더니 그 다음에는 황당
하다는 생각과 함께 속아 산 물건이라는 판단이 내 속에 화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우선 급한 대
로 마침 차에 있던 급속 접착제로 붙이고 발바닥에 힘을 주고 걸었다. 다행히 바닥이라서 창은
붙었고 지금도 그대로 신고 다니고 있다.
며칠 후 신 바닥을 다시 보니 조금 덜 붙은 곳이 벌어져 있다. 그래도 다른 곳이 붙어서인지 크
게 나쁘게 보이지 않는데, 문득 어릴 적 장날이면 장터 한 쪽에 자리 잡고 땜질 하던 할아버지가
기억났다. 무엇이든지 땜질로 재사용이 가능한 것은 다 때워주던 할아버지, 그 노인의 입에서
뿜어 나오던 담배 연기가.......
양은그릇은 납땜으로, 주전자의 구멍 난 곳도 납땜으로, 물이 새는 솥도 납땜으로, 그래서 할아
버지 곁에는 숯불이 놓여있었고 달고나를 녹이는 것 같은 작은 종지에는 납이 녹아서 흐물거리
고 있었는데, 고무신도 때워 주셨다. 장화도, 어떤 친구의 고무신은 찢어진 곳을 하얀 실로 꿰매
신고 다니다가 장날에 할아버지의 손에 들려지면 못 쓰는 자전거 타이어의 한 쪽을 자르고 그곳
을 뻬빠라고 하는 것으로 문대어 까칠하게 한 후 그곳에 접착제를 바르고 붙여 주었다.
덧댄다는 말이 있다. 부러지거나 찢어지거나 금이 간 것을 버릴 수는 없어서 그곳에 다른 것으로
덧대어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그렇게 함으로서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함부
로 버리지 않고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고자 하는, 물론 그 시절에는 그렇게 해서라도 작은 것 하
나라도 아껴야 하는 시절이기도 했지만,
내가 쓴 글 중에 ‘자투리’라는 글이 있는데, 아마 그 글을 쓰게 된 것이 바로 ‘자투리’를 허투루 보
지 않는 그 시절 어른들의 삶에서 본 지혜 때문일 것이다. 하긴 나는 그 ‘자투리’라는 것을 삶의
많은 부분에 응용해서 ‘외출 후 동전 모으기(이제는 카드가 대세지만), 대중교통 이용할 때 책
읽기(지금은 신문이지만), 등 적지 않은 효과를 보았고, 지금은 일종의 습관이 되어버린 것을 보면
삶의 지혜는 과학의 발전이나 생활의 편리함 보다는 무엇인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것이라는 생각
을 하게 된다.
*여행은 1. 시간 있을 때 떠나라. 2.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3.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
면 만 원으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