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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 무마' 직권남용 혐의, 원래 재판부는 무죄 심증
검사와 '사전면담'을 한 특감반원 증인의 신뢰도 문제
후임 재판부 뒤집거나 무시…이례적 '소수의견' 낭독
정경심 재판서도 증거능력, 공주대 인턴 정반대 결론
임정엽 재판부 "정경심 돈은 대여 아닌 투자" 튀는 판단
법조기자들과 검찰에 유린당하는 재판과 사법부 현실
지금까지 법조기자들의 일치된 검찰 편향 보도, 재판부 공격 보도로 인해 조국 부부의 재판부가 바뀌고 또 바뀐 과정을 돌아봤다. 그러면 그런 수차에 걸친 재판부 교체가 판결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특감반원과 민정수석의 ‘직권’에 대한 판단
김미리 부장판사가 재판장이던 2020년 10월에 법정에서 판-검-변 3자 사이에 논의했던 대로 직권남용 사건에 대해 별도 판결을 내렸다면 어떤 결론이 나왔을지를 추정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 직권남용 혐의 기소의 단초가 된 특감반 사태 직후 특감반 쇄신에 나섰다. (MBC 뉴스)
법리적으로 조국 전 장관에게 제기된 직권남용 혐의의 가장 핵심 쟁점은, 감찰의 종료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의 문제다. 감찰을 종료할 직권이 특감반원에게 있다면 그 직권을 침해한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직권남용의 혐의가 성립될 여지가 상당하고, 반면 그런 직권이 특감반원이 아닌 민정수석에게 있다면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될 수가 없다. 직권을 가진 민정수석이 자신의 고유 직권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김미리 재판장의 잠정적 판단은 첫번째 공판에서부터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특감반장 이인걸의 증인 신문 과정에서 이인걸이 특감반의 감찰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이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에게 있다고 답변하자, 김미리 재판장이 다음과 같이 검사 측에 의견을 물었던 것이다.
재판장 : 검사님, (특감반) 업무가 이렇게 이뤄진 것 같아요. 관련 규정도 미비하고. 검사 : 아닙니다. (고유권한이 있는) 검사도 결재는 받습니다. 재판장 : 그거랑 다르죠.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검사 :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 2항에 대해 재판장님이 판단을 하시면 됩니다. 재판장 : 하하하, 알겠습니다. 판단이 필요하면 공부를 하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후 검사의 이견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직권이 있는 검사도 결재는 받는다’라고 했지만, 검사의 대표적인 직권인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은 헌법과 검찰청법 등에 따라 검찰총장이나 지검장, 고검장 등에게 있는 것이 아닌 각각의 ‘검사’에게 부여된 권한이다. 따라서 검찰총장과 지검장 등의 지휘권과 별개로 개별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는 것을 법률적으로 막을 수 없고, 그런 경우에 검찰총장이 검사의 기소 혹은 불기소 권한을 막으려 한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 검찰이 조국 전 장관에게 적용하려 한 ‘직권남용’이 성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의해 직권이 명시된 검사와 달리 특감반원은 그런 명시 규정이 없다. 그 점이 김미리 재판장의 지적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명시적 규정 없이 단지 대통령비서실과 민정수석실의 관행에 따라 업무가 진행된 특감반의 직권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소극적이어야만 하는 게 당연하다.
특감반원의 직권을 인정하려면 그것이 문서화된 규정에 준하는 수준, 즉 ‘관습법’ 수준이어야 했다. 하지만 재판 첫 증인이자 특감반원들을 직접 지휘했던 당시 특감반장마저 감찰 종료는 민정수석의 권한이라 했으니, 이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선 더 따져볼 것도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김미리 재판장은 이 지점에서 이미 해당 쟁점에 대한 ‘심증’이 섰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사와 사전면담을 한 특감반원 증인의 신뢰도 문제
물론 위 첫 공판 이후로 이런 재판장의 ‘심증’을 뒤집을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다음 공판이었던 2020년 6월 5일에 관련 증언을 하기 위해 특감반원들이 법정에 출석했기 때문이다. 이들 감찰반원들의 증언 내용이 직권 문제에 대한 재판장의 심증을 바꿀 여지도 일정부분 있었다.
그런데 이날 검사 측이 치명적인 잘못을 범했다. 검사 측이 공판 전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특감반원들을 법원 내 ‘검사실’에서 사전에 만난 것이다.
법원 내에 ‘검사실’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생소한 일일 것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왔던 것으로, 바로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있는 서울 법원종합청사 서관 12층에 서울중앙지검 공판부가 들어가 있었다. 이곳에는 공판부 부장검사를 비롯해 20여 명의 검찰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공간도 414㎡(125평)이나 되었다. 법원은 2019년부터 이 검사실 퇴거를 요구했지만 이에 검찰은 계속 불응하며 버텨왔다. 그러다 2021년 12월엔 법원 측이 검사실 통로에 출입 제한 조치를 하고 법원 노조가 재판 중립성을 해칠 우려를 제기하는 대자보까지 붙이며 강력하게 퇴거를 종용했었다. 이에 검찰 측은 “민원인들의 불편”을 핑계 삼아 버티면서 “강제적 조치가 있을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하겠다”라고 신경전을 넘은 실력행사까지 예고했다. ☞ 법원, 청사 내 검찰 공판부에 `26일까지 퇴거` 요청 검찰은 그렇게 버티다가 2022년 7월에야 해당 검사실을 철거했다. ☞ 법원·검찰 33년 불편한 동거 마침표…檢공판부, 7월 法청사서 퇴거 |
김미리 재판장은 6월 5일의 2차 공판에서 이를 1차적으로 문제를 삼았고, 이어진 6월 19일 3차 공판에서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검사의 ‘증인 회유’로 보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2회에서 소개했듯이, 이런 재판장의 문제 제기는 그 1년 후 실제 김학의 대법원 선고에서 현실화 되었다. 대법원이 검사의 증인 사전 면담으로 인해 해당 증인 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함으로써 2심의 김학의 유죄 판결을 파기환송 한 것이다. 김미리 재판장의 문제 제기가 매우 적절하고 정확했다는 점이 사후 확인된 셈이다.
김미리 재판장의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제지’가 판결 과정에서 해당 특감반원들의 증언 내용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결과로 이어졌을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검사의 반론도 강경한 어조로 일축했던 것으로 보아, 적어도 해당 증인들의 증언 신빙성을 상당히 낮게 보았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김미리 재판부의 판단을 정반대로 뒤집은 마성영 재판부의 유죄 판결
이렇게 김미리 재판장은 특감반원들에겐 감찰 계속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직권이 없었고, 그것은 민정수석의 권한이라는 쪽으로 심증이 선 상태였다. 더욱이 검찰의 잘못으로 특감반원들의 증언까지 신뢰도가 크게 실추된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사법제도가 채택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의 원리에 따라, 법관은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판결을 내리게 된다. 다시 말해, 판사가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의 상반된 증인, 증거들 중에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어 판결을 내릴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판사의 심증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미리 재판장이 이렇게 특감반원의 직권과 그 증언에 대해 제기했던 문제들은, 후임 마성영 재판부가 내린 판결에서 정반대로 뒤집어졌다. 특감반원들에게 감찰 관련의 독립적인 직권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은 특감반원들의 증언에 과하게 신빙성을 부여한 결과였다. 재판부 교체 이후 판결을 담당하게 된 후임 재판부는 특감반원들이 법정에서 주장한 관행에 무게중심을 두었고, 정확하게 그 결과로 직권남용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김학의 파기환송 판례로 당연히 재부각되었어야 했던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문제도 무시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크게 유감스러운 것은, 이 직권남용 혐의 심리는 김미리 재판장 시절에 모두 마무리 되었고 후임 재판부는 전임 재판장이 진행한 심리의 결과를 서류 검토만으로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직접 심리를 한 전임 김미리 재판장의 심증이 공판조서에 기록되어 있는데도, 후임 재판부는 자체 심리 없이 간단한 갱신 절차만 거치고는 유의미한 판단을 내놨던 전임 재판부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1회에서 다뤘던 ‘소수의견’의 문제를 다시 짚어보자. 이 혐의 유죄 판단을 내린 재판부가 1년 전 대등재판부로 변경된 탓에, 설사 재판장의 의견이라 해도 판결에는 1/3밖에 반영되지 못한다. 또한 대등재판부인 탓에, 판사들 사이의 의견이 2:1로 갈리고 판결 시점까지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되면 결국엔 다수결로 결론을 냈을 것은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대법원이 아닌 하급심이어서 합의 과정에서 갈라져 생긴 소수의견은 원칙적으로 공개 없이 폐기될 대상이다. 그런데도 조국 전 장관의 1심 판결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특감반의 직권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라는 사실상의 ‘소수의견’이 선고에서 낭독된 것이다.
이 소수의견은 판결문에는 거론되지 않았다. 선고 주문 낭독에서만 언급된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 3인의 부장판사들 중 다른 사람이 아닌, 선고를 낭독한 마성영 재판장 자신의 의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견’을 판결문에 기재하는 것조차 합의가 되지 않았는데도 재판장이 소수의견의 존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재판부 교체가 직권남용 판결의 향배를 뒤집었다
이렇게 마성영 재판장의 판단이 특감반원에겐 감찰의 직권이 없다는 쪽의 소수의견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판부 내 다른 두 구성원인 김정곤, 장용범 판사가 유죄라는 다수의견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지난해 2월에 김상연 부장판사가 돌연 교체된 사실을 상기할 수밖에 없다.
1회를 보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이 김상연 부장판사의 교체는 재판부 기피신청이라는 검찰의 극단적 반발 이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졌다. 재판부가 2021년 12월 24일 공판에서 강사휴게실 PC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검사 측이 바로 다음 공판(2022. 1.14.)에서 재판부 기피신청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 검찰, ‘동양대 PC’ 증거 배제한 조국 재판부 기피신청
그런데 이 재판부 기피신청 이후로 해당 재판이 전면 중지된 후 한 달만에, 기피신청에 대한 첫 결과조차 나오기 전의 시점에 재판부에 합류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김상연 부장판사가 병가를 이유로 교체된 것이다. 게다가 이는 전임 김미리 재판장의 병가 처리에 이어 10개월 만에 다시 병가 휴직이 나온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더욱이, 이 지난해의 김상연 판사 교체 사유에 대해, 누군가가 법조기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닌 소문을 퍼뜨리고 대다수 법조기자들이 일제히 기사화 하도록 만들었다. 하나같이 김상연 판사가 강사휴게실 PC의 증거능력 관련으로 재판부와 갈등을 빚다가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사유에 대해 함구하던 김상연 판사가 스스로 언론 보도들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히기까지 할 정도였다.
“포털에 똑 같은 내용의 기사가 떠요. 언론사 매체 이름은 다 다른데 제목 똑같고”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
이런 동시다발적 헛소문 언론 보도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증거능력 부인 결정으로 코너에 몰려 있었던 검찰뿐이다. 그래서 더욱 김상연 판사의 교체도 외압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정경심 재판에서도 역시 정반대의 결론
재판부 교체로 인해 판단이 정반대로 뒤집어진 것은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의 고성 항의 퍼포먼스로 교체를 당한 송인권 재판장은, 2019년 12월 10일에 있었던 공판준비기일에서 ‘기소후 증거수집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은 최근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정 교수 측이 다툴 수 있는 문제라고 선언했고 ☞ “대법 “기소 후 검찰이 받은 진술, 증거로 못 쓴다” 정경심 재판 영향 끼치나” “공소 제기 이후 강제수사를 통해 얻은 증거는 효력이 없다”라는 형소법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또 송인권 재판장은 공주대 인턴 관련 혐의와 관련해 “우리 헌법상 학문의 자유의 하나로 대학 자율권이 보장”된다며 “재판부 입장에서는 대학 자체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 정경심 재판부 "검사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 안 하나?" 그런데, 검사 측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하게도 그 당일 오후에 공주대가 조민 씨의 인턴 활동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연구윤리위 결론이 나왔다고 밝힌 것이다. ☞ 공주대 "조국 전 장관 딸 인턴 활동 문제 없다 결론"
따라서 송인권 재판장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적어도 입시 관련 혐의들 중 공주대 인턴증명서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또한 이런 스탠스로 보아 다른 입시 관련 혐의들도 더 적극적인 판단을 내렸을 개연성이 상당했다.
더욱이 이날 송인권 재판장은 검사 측의 증거 복사가 계속 지연되는 것을 지적하며, “이렇게 늦어지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 청구 여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피고인인 정경심 교수 측이 보석을 요청하기도 전이었다. 그만큼 피고인의 방어권을 중요하게 봤던 것이다. 이 역시 후임 임정엽 재판부의 스탠스와 완전히 상반된 것이었다.
“민사에선 대여로 본다”
송 부장판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0년 2월 자신의 전보 발령이 난 직후의 공판에서도 “민사재판에서 투자냐 대여냐를 다툴 때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을 지급했다면 일반적으로 대여로 본다. 그렇지 않다면 검찰은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내달라”며 검사 측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 "정경심 그 돈, 민사선 대여로 봐" 떠날 재판장 이례적 한마디
정경심 교수가 조범동에게 빌려준 5억+5억 원이 대여금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에 검사 측은 “민사 판례를 분석 중”이라며 허둥댔는데, 해당 사안에 대한 민사 판례들의 입장은 송인권 재판장의 지적대로 논란의 여지 없이 명확하기 때문에 확인하고 말 것도 없었다.
‘민사에선 대여로 본다’, 중앙일보는 송 재판장의 이 판단까지도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
그런데 이 대여냐 투자냐의 쟁점에 대해서도 후임 임정엽 재판부는 일반적 상식과 정립된 판례를 무시하고 ‘투자'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무수히 흘렸던 ‘정경심 코링크 실소유설’ 관련으로 검찰의 면을 세워준 것이다.
하지만 같은 사건에 대해 임정엽 재판부보다 먼저 나온 소병석 재판부의 조범동 1심 판결에서는 명확하게 대여라고 판단했다. ☞ 조범동 1심 재판부 “정경심 건넨 돈은 투자 아닌 대여금” 즉 임정엽 재판부는 송인권과 소병석 두 재판장의 판단을 거스르고 ‘튀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한편, 송 부장판사는 2019년 9월에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는데, 송인권 재판장은 검찰이 주장한 ‘통정매매’에 대해 그렇게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 결과에서 송 부장판사의 경제사건에 대한 스탠스가 드러나는데, 증거로 뒷받침 되지 않는 검사의 심증은 무시하는 것이다.
후임 임정엽 재판부가 정경심 교수가 기소된 여러 건의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들에 대해 엄격한 증명이 아닌 검사의 심증을 추인하는 방식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던 것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법조기자들의 공격 대신 기대를 받은 임정엽 재판장
여기서, 임정엽 재판부가 법조기자들의 공격 혹은 견제 보도를 단 한번도 받지 않았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검찰의 무리한 행위에 연이어 제동을 걸었던 송인권, 김미리 부장판사는 언론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고, 김미리 재판장의 뒤를 이은 마성영 재판장 역시도 재판장 결정 직후 나온 조선일보의 경고성 보도를 접해야만 했다.
그런데 조국 부부의 재판을 담당한 총 4개의 1심 재판부들 중 유일하게 임정엽 재판부는 이런 공격적, 적대적 보도의 대상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도리어 정경심 교수 1심 판결 이후 타 법원으로 전출되자 편파적인 인사 이동을 당했다는 편들기 보도까지 나왔었다.
그 힌트는, 2020년 11월에 불거졌던 ‘판사사찰’ 문건에 있다. 앞서 4회에서 대검에서 작성한 판사사찰 문건의 1페이지에 첫번째로 거론된 판사가 `바로 김미리 판사였다고 설명했는데, 이 문건에서 세번째로 거론된 판사들이 바로 임정엽 재판부의 세 구성원,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판사였다.
(이 문건에서 나열한 재판부들 중 두번째 재판부는 유재수 재판을 담당하고 있던 손주철 판사였고, 세번째가 임정엽 재판부였다. 이어서 8페이지에는 조범동 재판을 담당한 소병석 판사도 있다. 즉 ‘조국 사태’와 관련된 모든 재판부가 이 판사사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윤석열 검찰의 판사사찰 문건 2페이지. 아래쪽 절반이 임정엽 재판부 판사들이다. (오마이뉴스)
이 판사사찰 문건 두번째 페이지에서 아래쪽 절반이 임정엽 재판부 판사들이다. 위 문건 사진에선 이름이 가려져 있지만, 문건에 기재된 과거 판결 이력으로부터 쉽게 확인되는 판사들의 이름은 위에서부터 차례로 김선희, 임정엽, 권성수다. (김선희 판사가 재판장으로 잘못 기재된 것은 이 문건의 작성 시점이 2020년 2월 26일로서, 새로 구성되는 이 대등재판부의 재판장이 결정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정엽 판사에 대한 내용에서 주요 판결로 “세월호 이준석 선장 징역 36년” 등이 기재된 이후 ‘세평’ 부분에서,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 문건 작성일로부터 바로 며칠 후인 2020년 3월 2일의 사무분담 발표에서 바로 이 임정엽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결정되었다. 이날, 법조기자들은 김미리, 마성영 판사가 재판장으로 결정되었던 날과 달리 임정엽 재판장에 대해선 ‘세월호 1심 심리한 임정엽 부장판사’라는 호평 뉘앙스의 제목들을 달았다. 또다시 이번에도 법조기자들의 보도들은 제목까지 동일 혹은 매우 유사했다.
☞ 정경심 재판장, 세월호 1심 심리한 임정엽 부장판사
☞ 바뀐 '정경심 재판부'…세월호참사 중형 선고한 판사가 재판장
☞ '세월호 1심' 심리한 임정엽 부장판사, 정경심 재판장 맡는다
☞ 정경심 새 재판장에 임정엽···세월호 선장엔 징역 36년 선고
☞ 세월호 1심 맡았던 임정엽 부장판사가 정경심 사건 맡는다
검찰의 판사사찰 문건에서조차 대놓고 “주관이 뚜렷하지 않고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시쳇말로 ‘귀가 얇다’라고 평가해놓은 임정엽 재판장을, 법조기자들이 굳이 송인권, 김미리 판사에게 했던 것처럼 공격이나 견제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귀 얇은 사람은 유죄 심증만 부추기는 보도들로 심증을 몰아가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판사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법조기자들, 그들을 움직이는 검찰
지금까지 5회에 걸쳐 살펴본 바와 같이, 법조기자들이 주도한 언론 보도가 조국 부부의 재판부 판사들을 장기말처럼 바꿔치운 결과가 됐고, 다시 그 결과로 조국 부부가 무더기로 기소된 혐의들 상당수가 유죄가 나왔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은 철저히 무시되고 ‘언론 보도의 요구대로’라는 변칙이 판결로 구현된 것이다.
왜 유독 조국 부부의 재판에서 법조기자들은 검사들에게 불리한 판사들을 공격하는가. 그것은 진실의 중립적 목격자, 관찰자여야 할 법조기자들이 재판의 이해관계 당사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검사들이 기소 전 피의사실을 유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임에도, 법조기자들은 그런 범죄 행위의 결과물인 피의사실 정보를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 기사로 씀으로써, 친분 관계를 넘어 해당 재판에 대해 검찰과 이해관계의 ‘한 배’를 타게 된다.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
법조기자들이 제대로 된 팩트체크, 크로스체크 없이 검사의 피의사실 정보만을 추종해 붙여넣기 식으로 기사화 했던 혐의가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이 나올 경우, 상당한 팩트체크를 거친 보도와 달리 기자들이 적지 않은 손해배상, 명예훼손 등의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손해배상에까지 가지 않더라도 기존에 검찰로부터 받아썼던 기사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무차별 ‘카더라’ 보도를 내놓은 당사자가 뒤늦게 결과에 책임을 지고 싶을까. 이런 이유로 무책임한 검찰발 묻지마 보도를 쏟아낸 법조기자들로서는 자신들의 검찰 편향 보도의 방향대로 재판의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동기’가 생기게 된다. 이런 동기에 검찰이 내놓은 재판 보도 가이드라인은 강력한 동력이 된다. 아니 검찰의 필요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과도하게까지 검찰 편을 드는 극편향 보도도 보인다.
같은 이유로, 조국 부부 재판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는 검사 측의 주장만 기사화 하고 피고인 측의 반대증거나 항변은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은 것처럼 보도에서 지워버리는 보도 편향이 비일비재 했다.
검찰이 법조기자들을 앞세워 ‘언론플레이’로 법원과 재판부를 압박하는 데에는 또다른 구조적 요인도 있다. 검찰이 처음으로 법원보다 우위에 서게 됐던 ‘사법농단’ 수사 이후로, 검찰이 법원을 상대로 한 언론 압박에 별 거리낌이 없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조국사태 재판부가 거듭 또 거듭 교체된 끝에 결국 검찰에 유리한 재판부가 판결을 맡아 진실을 외면한 유죄 판결들을 내리게 된 데에는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
지금의 법원을 압박하는 최대의 ‘외압’은 정권이 아닌 법조 언론과 그 뒤의 검찰이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3대 축 중의 하나인 사법부는 이렇게 엄중한 법정의 재판이 법조기자들과 검찰에 유린당하는 현실을 이대로 모른 체 할 것인가. 법관으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이 있어야 할 자리를 법조기자들과 검찰에 대한 두려움이 대신하도록 무력하게 방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