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려산(752m) 하면 이제 웬만한 산꾼은 다 안다. 하지만 10여 년 전에는 이름조차 생소했다.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정맥꾼들의 입소문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산줄기 이어타기는 신드롬이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끝낸 산꾼들이 정맥을 찾아 산하를 휘젓고 다닐 때였다. 낙남정맥 무학산군에 속한 광려산 역시 꾼들의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다. 산행기가 잇따라 출간되고 또 많은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졌다. 그 내용들을 종합하면 이런 것이었다. "무학산 뒤에도 저런 멋진 산이 있었나."
이번주 산&산은 그 '멋진 산'을 찾았다. 산은 경남 마산시 내서읍과 진북면 경계선상에 우뚝하다. 능선이 부드럽고 군데군데 빚어놓은 암봉이 괜찮다. 정상에서의 조망도 시원하고 기슭에 둥지를 턴 고찰의 정취도 은은하다. 특히 남해바다로 펼쳐진 파노라마는 진경이다. 진동만은 물론 진해만과 그 너머 가덕도 앞바다까지 하나의 눈길로 담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멋지다고 할 수 없다. 넋을 빼놓을 만한 또다른 매력이 있어야 한다. 광려산은 그 매력을 진달래가 대신했다. 흔한 말로 진달래 명산인 셈이다. 아련한 봄날 진달래 바다에 빠져 그 사이로 난 꽃길을 걸으면 꿈결이 따로 없다.
다만 그런 산을 한겨울인 지금에 소개하는 것은 다음의 사연이 있다. 내서읍은 10여 년 전만해도 인구 2만명 남짓의 조그만 소도시였다. 지금은 인구 7만5천명의 거대 신도시로 탈바꿈했다. 한마디로 상전벽해다. 이 바람에 등산인구도 늘었고 지역 산인 광려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정보는 빈약했고 마땅히 문의할 곳도 없었다. 이번 기획은 내서읍민의 이러한 바람에 부응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다만 부산지역의 독자들도 고려해 원점회귀 코스도 덧붙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지랑이 노릇한 3월말~4월초 다시 찾기 바란다. 얼레지 군락도 여간 아니라는 소문이다.
답사경로는 다음과 같이 꾸몄다. 내서읍민이 활용할 삼계리 코스는 내서읍 신감리 신목마을을 들머리로 해서 취수장~대산(726m)~광려산(752m)~삿갓봉(723m)~감투봉(투구봉·725m)~704봉~과수원을 거쳐 삼계리 삼계마을회관으로 내려 서는 것으로 했다.
원점회귀는 감투봉에서 무명봉(685m)을 거쳐 통천문~무덤군~(신감리 중마을)도로 순이다. 삼계리 코스는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원점회귀 코스는 4시간쯤 걸린다. 물론 휴식을 포함하면 1시간 혹은 1시간30분을 더 추가해야 한다.
등로는 두 코스 모두 비교적 편안한 능선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다. 다면 원점회귀의 경우 몇 군데 희미한 부분이 있어 길찾기에 주의하면 된다.
내서읍에서 시내버스를 타거나 승용차를 이용한 경우 신목마을 종점에서 내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병풍을 펼쳐놓은 듯 산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정류소 옆 표지석 왼쪽 마을길로 들어서면 산행이 시작된다. 곧 마을회관이 나오고 T자형 갈림길을 만난다. 산행 들머리는 이곳에서 왼쪽 아랫길로 연결된다. 곧 다리를 건너고 시멘트 포장로(농로 수준)를 따라 오른쪽으로 반원을 그리듯 올라가면 그 끝에 취수용 작은 건물을 만난다. 산길은 이 건물 직전(10m 앞)의 왼쪽 산자락으로 열려있다. 버스종점에서 산행 들머리까지 6분 소요.
산길을 찾았다면 이제부터 외길인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대산으로 오르는 가장 빠른 능선길이다. 대신 된비알로 오르기 때문에 단내를 각오해야 한다. 임도까지 14분,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능선을 이어가면 50분쯤 걸려 대산 고스락에 닿는다.
대산에 오르면 진행 방향 정면(남쪽)으로 진동만의 크고 작은 섬들이 무수하고 그 왼쪽으로 준공을 눈앞에 둔 마창대교도 푸른 물결 위로 그 웅자를 드러낸다. 행운이 따른다면 진행 방향 오른쪽(북서쪽)으로 신기루 같은 하늘금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지리산이다. 취재 당일은 흰눈을 덮어쓰고 있는 모습이어서 장관이었다. 행운이 겹친다면 산행이 진행될수록 더욱 뚜렷하고 다양한 모습의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다(곳곳의 모습은 인터넷 산&산 사진 참조).
광려산은 대산서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연결된다. 길은 이제부터 낙남정맥 마루금을 따르면 된다. 높낮이가 크게 없는 무난한 길이지만 몇몇의 암봉이 가로 막기도 한다. 이런 때는 모두 오른쪽으로 우회해 돌아가면 된다. 특히 이 구간은 광려산 최고의 매력 포인트인 진달래 군락지다. 북사면을 보면 온통 진달래 밭이다. 등로도 곳곳에서 진달래 터널을 이루고 있다. 광려산까지 60분 소요.
광려산은 지리를 향한 정맥의 그리움이 절절함으로 드러나는 봉우리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지리 조망은 또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맑은 날씨가 아니면 볼 수 없어 잊지 말라는 뜻인 듯 여항산 바로 뒤로 열린다. 여항산은 진행 방향 약간 왼쪽의 검은 바위봉이다. 지리는 주릉 대부분이 드러난 모습이다.
삿갓봉은 광려산에서 진행 방향 직진으로 12분쯤 거리에 있는 723봉이다. 현재 이 봉우리는 국립지리원 지형도를 따르면 아직도 광려산 정상으로 표기돼 있다. 삿갓봉이라는 이름 자체도 뚜렷한 근거 없이 쓰이고 있는 상태. 어쨌든 낙남정맥 분기점으로 중요한 포인트다. 이 봉우리에서 진행 방향 왼쪽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길이 한치로 내려서는 정맥길이고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내려서는 길이 상투봉쪽이다. 이정표가 있어 참고한다. 감투봉 가는 길은 크게 떨어질 것 같으나 실제로 걸어보면 의외로 순하고 평탄하다. 등성마루 중간 중간 오른쪽으로 광산사로 내려서는 뚜렷한 길이 있어 여의치 않으면 탈출로로 활용하면 된다. 감투봉까지 48분 소요.
키작은 산죽을 외투인 양 두르고 있는 감투봉은 원점회귀 코스와 삼계리 방향 코스가 나눠지는 분기점이다. 진행 방향 왼쪽으로는 삼계리로 가고 오른쪽으로는 무명봉으로 해서 신감리 중마을로 간다. 삼계리 방향은 길도 뚜렷하고 곳곳에 이정표도 있어 길 잇기가 어렵지 않지만 무명봉 방향은 개척코스나 다름없어 무심코 지나쳤다간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삼계리 방향은 704봉 갈림길에서 직진 방향의 능선을 타면 이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과수원을 거쳐 삼계마을회관에 닿을 수 있다. 감투봉에서 1시간 소요.
산&산 팀은 인적이 드문 원점회귀 코스를 따랐다. 진행 방향 오른쪽이다. 그 쪽을 쳐다보면 마창대교와 그 너머 장복산, 웅산, 그리고 가덕도가 일렬 종대로 들어온다. 하산 방향타로 삼을만 하다. 상투봉에서 부드러운 능선길로 6분쯤 가면 조망도 거의 없는 무명봉(690m)에 닿게 되는데 그 직전에 갈림길을 만난다. 진행 방향 오른쪽 아래로 떨어지는 길이다. 개념도에는 그 길을 표시해 놓았지만 천길 벼랑을 끼고 내려가는 계곡길이라 선뜻 권하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왼쪽의 오름길을 택하길 바란다. 갈림길에서 무명봉 정상까지는 10m 거리다.
무명봉에서 통천문은 진행 방향 정면이다. 1분쯤 걸어가면 집채 만 한 바위 2개가 마주 서 있는데 그 사이를 한 사람 정도가 나다닐 수 있다. 통천문을 통과하면 등로는 2분쯤 가다 쏟아질 듯한 경사도를 만난다. 등로는 여기서 능선을 따르지 못하고 왼쪽으로 조금 우회해서 아래로 내려선다. 그렇게 하는 것은 이 지점에 바위 벼랑이 있기 때문인데 진행 방향에서 볼 때 그런 바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왼쪽으로 몇 발짝 옮겨 아래로 살짝 내려서서 계곡으로 향하다가 다시 오른쪽 능선 방향으로 가면 곧 전망대로 연결되는 능선에 닿게 된다. 주의할 점은 계곡으로 살짝 내려섰을 때 왼쪽의 지능선으로 가선 안 된다는 점이다. 우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2분이 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이번 산행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이후 등로는 대체로 대산을 정면으로 보고 내려선다. 급경사로 내려와 만나는 전망대까지 11분, 산판길 합류점까지 10분, 다시 작은 운동장 크기의 무덤지대까지 6분이 더 소요된다.
작은 운동장 크기의 무덤지대에서 중마을 도로로 내려서는 길도 약간 희미하다. 그래서 일부 구간은 개척하다시피해 길을 만들었다. 우선 운동장 크기의 무덤지대에서 진행 방향 정면 끝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이 길은 폐무덤 사이를 지나 곧 아래쪽 무덤군으로 연결된다. 이후 이 무덤 아래쪽 오른쪽으로 가면 다시 아래로 내려서는 길이 있는데 이곳이 희미한 부분이다. 내려서서 아래로 곧장 가지말고 사선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나간다 생각하고 진행하면 된다. 희미한 부분은 30m도 채 되지 않고 리본도 촘촘히 붙여놓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이후 농로 수준의 산판길을 만나면 산행 출발지인 신목마을 방향으로 간다는 생각으로 따라가면 중마을 도로로 내려선다. 운동장 크기 무덤에서 도로까지 10분 소요.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 찾아가는 길
이번 코스는 자가 승용차나 대중교통편 이용 모두가 가능하다. 우선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국도(도로)를 타고 마산시 내서IC로 빠진다. 단 내서IC는 북창원쪽이 아닌 동마산쪽으로 가야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동마산요금소를 거쳐야 한다.
이때 요금을 내고 다시 고속도로를 타는데 내서요금소에서 현금으로 한번 더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 동마산요금소에서 영수증을 챙겨 가지 않으면 이 구간 도로 이용료 900원을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 물론 영수증이 있으면 6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내서IC로 빠져나오면 곧바로 4거리다. 이 4거리를 직진으로 통과한다. 그러면 곧 T자형 3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왼쪽의 동신아파트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이정표의 마산 방면이다. 다시 300m쯤 가면 정면으로 고가도로가 보인다. 고가도로에 닿기 전 4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광려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5번 도로로 진입한다. 이제 그 도로를 따라 5분쯤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3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한다. 이후 10분쯤 더 올라가면 감천을 지나 신목마을에 닿는다. 참고로 산행 기점과 종점은 1㎞쯤 떨어져 있다.
대중교통편은 환승하는 불편이 있지만 그런 대로 연결해 갈 수 있다. 일단 마산으로 가서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마산으로 가는 버스는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7~8분 간격으로 있다. 요금은 3천300원. 마산에 닿으면 시내버스를 두 번 타야 산행 들머리인 신감리 신목마을로 진입할 수 있다. 우선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정류소에서 창원 방면이 아닌 경남대 방면 버스를 타 석전4거리 부근의 경남은행 본점이나 우체국에서 내린다. 터미널에서 석전4거리로 가는 시내버스는 100번 ,101번, 103번, 104번 등 많다.
여기서 신목마을로 가는 52번 버스를 탈 수 있다. 정류소는 석전4거리 육교다. 신목까지 30분쯤 걸린다. 마이비카드일 경우 부산 사람도 사용이 가능하다. 현금은 1천원. 내서읍민의 경우 공단 방면이 아니면 어느 정류소에서도 52번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는 2시간에 한 대꼴로 다닌다. 진용성 기자
[산&산] 마산 광려산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