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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맛폰이 띵동 소리를 내며 문자를 전했습니다.
<일어나 보니 나 홀로 집에 남았네요. 이 추운 겨울에 부양해 주어 감사해요. ♥♥>
아침밥 먹고 필자와 아이가 학교간 후 일어나 보니 쓸쓸했던 가 봅니다.
요즘 아내가 많이 힘들어 할 시기입니다.
조그만 실수로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못하고 쉬게 되어 생활정보지 끼고 궁리하느라 말은 하지 않아도 많은 갈등을 하는 모양입니다.
<별 말씀을... 마음 고생 그만하고 그냥 편하게 살아요. 건강한 것에 감사합시다.>
“지금 어디세요?”
“퇴근 중인데 갑천에서 가고 있어요.”
“오늘은 걷지 말고 그냥 집으로 오세요. 추운데.”
“그래요. 집으로 곧장 가지.”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사일하랴 등산하랴 바쁘게 돌아다녀 운동량이 많지만 요즘은 낮이 짧아 퇴근할 때 두어 정거장 전에서 내려 걸어서 집에 옵니다. 생활스포츠라며 걷기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몸이 퇴화할 거라는 초조감 때문이지요. 작년에는 마스크 쓰고 새벽을 달렸는데 그게 보통 결심으로 힘들더군요.
“당신이 좋아하는 물미역과 양미리 요리 준비할게요.”
“그래요. 감사해요.”
“여보 친구 만나 차 좀 마시고 올게요.”
아내가 해준 맛있는 저녁을 물리고 함께 성경 열 장 읽고는 외출해야 한답니다. 이 밤 중에.
“어떤 친군데?”
“박 원장님이 원주에 오셨대요.”
그 분은 사회복지일 하시는 분입니다. 아내가 6년 전 시각장애인 협회에서 일할 때부터 만난 분으로 오십이 넘은 나이에 대학원까지 다닐 정도로 열심인 분입니다. 사람들에게 후덕한 인심을 베푸는 것은 물론입니다.
“나도 데려가요.”
“안돼요. 남친 만나러 가는데 당신이 왜 끼어들어요.”
“당신이 바람필까 두려운 걸. 후훗.”
벌써 늙었나? 아내는 남편을 두고 만나야 할 남친이 있답니다. 남편에게서 구하지 못한 것을 남친에게서 얻는 모양입니다. 아내가 가까이 지내는 친구는 어릴 적 여자 동창을 제외하고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같은 여자들은 말을 옮기거나 하여 말조심을 해야 하는데 남친들은 그런 게 없다나요.
“그대신 오래 있지 말기요.”
“알았어요.”
두어 시간 후에 아내가 들어왔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는 부부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며칠 전 제주 구경한 이야기 좀 해봐요.”
지난 주에 부녀회에서 제주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었습니다. 나이 든 분들이 많아 아내 혼자 가기 싫어하는 것 같아 장모님과 함께 다녀오게 했습니다. 꽤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던 아내이기에 좋은 기회라 여기고 교회행사에 보내드렸지요.
“좋은 구경 많이 했지요. 그보다도 연세드신 분들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들을 밤새 이야기하며 울고 웃다가 서로 안아주고 했지요. 그 중 샛별 어머니의 남편은 당신과 비슷하더군요. 눈치없이 돈 빌려주고 약삭빠른 사람들에게 당한 걸 보면 말이에요.”
으윽 아파라. 약점을 찔렸습니다.
사실 필자가 마음씨가 좋아서인지 멍청해서인지 이용을 많이 당하며 사는 편입니다. 그 피해를 받은 필자보다도 뒷감당하느라 노심초사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샛별 어머니는 아직도 시어머니에게 이년 저년 소리를 들으며 산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보기에 그 샛별 어머니는 70이 가까운 것 같던데.”
“그럼요. 우리 부녀회에서 공주지요. 다른 분들에게 칭찬도 잘 하지만 반대로 칭찬을 들으면 얼마나 좋아하시는데요.”
“칠십이 가까운 데 년 소리를 듣고 사니 어쩜 좋아.”
“그러게 말이에요. 시어머니가 금년 100살이라고 하네요.”
“모진 고생을 당했으니 그 노인네가 돌아가실 때도 되었고만.”
“아뇨. 얼마나 정정하신데요. 집에서 1키로나 되는 길을 걸어서 버스 타고 읍에서 친구분들과 시장거리를 다니며 장을 보신다던데요.”
“우와. 대단한 노인인 걸.”
“늙으면 아이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며느리가 보고 있으면 지팡이를 짚고 가시다가도 누가 안 보면 경사진 길을 그냥 올라가신대요.”
“정말 대단하시네. 얼마나 건강관리를 잘했으면 그렇게 정정하실까.”
“아들부부가 굶긴다고 방에다 밥솥 들여놓고 직접 밥해 드신대요. 평소에는 며느리를 구박해도 다른 손님이 오시면 안 그런 척하면서 자랑을 하신대요.”
“그 분이 어서 시집살이를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도 어머니 때문에 힘들었던 거 알아요?”
으윽. 아내도 시어머니에게 그런 게 있었나 봅니다. 시집살이를 한번도 안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필자를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이기에 완벽하게도 좋았던 감정만 갖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성토대상이 되어 씁쓸했지만 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엄마에게 우리 마누라가 받은 상처가 뭐였을까?”
“우리 인제 살 때 고생많이 했잖아요. 어쩌다 시댁에 가면 어머니의 차별이 괴로웠어요.”
“그런 일이 있었나?”
“마른 고추를 줄 때 형님네는 사돈댁에 갈 것까지 좋은 걸로 바리바리 싸 주면서 우리에겐 희나리 같은 걸 주었죠. 또 콩도 찌끄러기 같은 것을 주어 집에서 골라보니 반 이상 버려야 했던 것, 들기름을 줄 때도 가득 준 게 아니라 먹다 남은 찌꺼기를 받고 얼마나 서러웠는데요. 당신 자존심 상할까 봐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내가 얼마나 울었게요.”
“맞아. 엄마가 우리에게 좀 인색했어.”
“그러고 아버지에게도 섭한 마음이 있었어요. 지금은 많이 누그러졌지만요. 조금만 아프면 병원에 입원하시던 일 말이에요. 자식들이 힘들어 쩔쩔매는 것을 알면 그런 눈치는 있어야 하는데 아버지 스스로 병원에 가셨잖아요.”
“안 가신다는 것을 내가 가시라고 했지.”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변명을 해봤습니다.
“아니에요. 아버지는 직접 가셨어요. 친정 엄마는 아무리 아파도 병원가는 것을 싫어한 대신 시아버지는 안 그러셨어요. 조금만 불편해도 병원 가셨잖아요.”
“그건 인정해요. 폐가 나빠 약을 달고 살았지. 나중에는 노환에다 폐질환 때문에 돌아가셨거든. 소화제도 많이 드셨고.”
그것 뿐 아니라 몸에 좋은 약재를 경동시장에서 구해서 끓여드시던 일, 길가다 지나가는 뱀을 집어다 탕을 해 드시던 일 등 당신 몸에 좋은 것은 몸소 하셨던 분입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둘째 아들을 든든하게 생각하셨던 터였을 것입니다.
“일하시는 것만 봐도 그래요. 시부모님은 해가 떠야 일하기 시작하여 점심먹고 한 잠 자고 일하시고 해가 떨어지면 쉬셨잖아요. 그런데 친정 엄마는 하루에 서너 시간 자고 나면 나머지는 오직 일만 하고 살아왔잖아요. 사는 방식이 너무 달라서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친정 엄마는 자식에게 뭘 자꾸 주려고 하셨는데, 시부모님들은 자꾸 아끼셨어요. 거기다 차남이라는 이유로 차별도 심했구요.”
유구무언이 되었습니다.
아내가 그동안 받은 상처들을 이야기들에 추임새를 해 주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여러 가지 서러웠던 일들을 털어놓던 아내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습니다.
역시 부부간이든 친구간이든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는 자수성가형에 속합니다.
사귄 지 두달 만에 필자가 처가에 들어가 살다가 결혼했는데 부모님께 한푼 받지 않고 결혼하여 아이들 키우고 잘 살고 있으니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자랑스럽습니다.
가장 힘들어했던 시기가 결혼 후부터 10년 정도 셋방살이를 전전했습니다. 이사를 여덟 번이나 했으니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한 아내가 보배롭습니다. 오늘의 필자를 든든하게 지켜 준 튼튼한 담장이 되었습니다.
이젠 작은 집 두 채를 샀으니 남부럽지 않게 사는 편입니다.
부부가 건강만 잘 챙긴다면 노후의 생활도 웬만큼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젊은 시절,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아끼며 짠순이로 열심히 살아 준 아내가 고마워 이뻐 보입니다.
요즘 아내가 아파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집에서 쉬고 있으니 그전의 힘들었던 감정들이 살아나는 모양입니다.
그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취미를 접고서라도 인생의 남은 기간을 부부생활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자녀가 아니고 아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제 할 일 하러 떠나고 나면 집에는 부부만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마흔 아홉 살 마지막 달에 깨닫게 되네요.
한 마디를 했습니다.
"이제 당신하고 재미있게 살아야겠어.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서 합시다.
우선 여행을 자주 가고, 맛나는 것도 자주 먹고, 보고 싶은 영화도 열심히 보자구요. 아이들 일정이 째인다면 애들은 떼 버리자구요. 아니 우리 둘만의 시간을 자주 가집시다."
* 아내를, 친구를, 동료를 행복하게 하라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원하다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행복하게 하면 된다. 내가 그를 축복해 주면, 그 축복은 다시 내게 되돌아온다. 내가 그에게 물질을 베풀면 물질이 되돌아오고, 그에게 화를 내면 화가 되돌아온다. 내게 그에게 보낸 존경은 다시 나에 대한 존경으로 돌아오며 격려와 위로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의 절반은 행복하게 살자 / 주선용 저 / 라이온북스)
첫댓글 힘내요.그리고 두분은 좋은일들로 가득한 미래가 다 보장될겁니다.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살았으니까요
서정남님 감사합니다.
한결같이 지켜주셔서 감사드리며 행복한 연말 맞으시기 바랍니다.
자녀들이 부모 둥지를 떠나고 나면
그때는 정말 쓸쓸합니다
그 심정 이해합니다.
큰 녀석이 3학년이라 설 때 온다고 하는데 어제는 큰 딸 보고 싶다네요.
애비보다 에미 마음이 더 쓸쓸한 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