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 후 교회에서 누군가로부터 성탄 선물로 샴푸를 받았다. 이게 뭐지? 깜놀 선물이었다. 많고 많은 선물 중에 샴푸를 골라서 내게 주신 그분의 깊은 뜻을 어찌 알리오마는 갑자기 스쳐 가는 생각이 들어 꼭 잡아두었다.
첫째, 샴푸를 담은 포장 상자가 인상적이었다. Just As I Am. 찬송가 한 구절이다. “내 모습 이대로 주여 받아 주시옵소서.” 있는 그대로 있으라. 자신을 포장하지 말라는 뜻이다. 근데 상표가 이율배반적이다. 있는 그대로라면서 왜 샴푸를 사용하라는 거냐? 게다가 이 샴푸를 사용하면 머리카락 손실을 예방한다고 선전한다(Anti Hair Loss Care). 더욱이 이 샴푸는 신성모독적 언사를 남발한다. 왜? 자기를 소개하면서 “나는 샴푸다!”(I Am Shampoo)라고 하기 때문이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당시 권위적 종교인들 –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 – 의 도발적 비난과 음모에 시달린 결정적 이유는 예수께서 자기를 구약의 하나님과 동일시 했다는 신성모독 죄를 뒤집어 씌우려 했기 때문이었다. 예수는 종종 자기를 소개할 때 “나는 ~이다”(I am~)라는 뜻의 헬라어 “에고 에이미”(εγω ειμι)를 사용하셨는데, 이것은 구약에서 하나님께서 자기를 소개할 때 사용했던 히브리어 용어(야웨 יהוה, 나는 ~이다)와 기본적으로 같다. 달리 말해 오늘 받은 샴푸는 매우 교만하게 제1계명을 선포한다. “내 앞에 다른 샴푸를 두지 말라!” 허허, 듣고 보니 참 참람(僭濫)하도다!
둘째, 오늘 내게 샴푸를 주신 분의 깊은 뜻은 “목사님, 머리카락 빠지는 것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마세요.”라는 위로의 말을 샴푸 선물로 대신한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해 쪼금은 스트레스가 있긴 했다. 그래서 나의 믿음 없음을 자책하며 집에 돌아와 성경을 펼쳤다. 열어보니 마태 10장 30절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두셨다!” 아멘. 아멘. 근데 머리카락을 세어두시기만 하시고 두발(頭髮)이 손실되지 않도록 보호는 하시는지 의문이 들었다. 매일 낱낱이 세시다 보면 머리숱이 가늘어지고 머리카락 숫자도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아실 텐데. 그래서 좀 서운했다. 근데 잠시 후에 알게 되었다. 아하, 하나님은 세시고 적어만 두신다는 비밀을 알게 되었다! 내가 오늘 배운 교훈은 머리카락 숫자는 하나님께 맡기고 머리카락 손실은 교만한 샴푸에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하나님은 우리 머리카락을 세신다고 했지 탈모를 방지해 주신다고는 안하셨다는 사실을. 그러니 탈모방지는 과학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결론: 신앙과 과학은 상호보완적이지 결코 원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웃으며 배우게 된다.
첫댓글 ㅎㅎㅎ저도 웃으며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