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19]高峯先生7절,偶題[우제]
偶題(우제) - - 기대승(奇大升, 1549~1572)
庭前小草 挾風薰 정전소초 협풍훈
殘夢初醒 午酒醺 잔몽초성 오주훈
深院落花 春晝永 심원낙화 춘주영
隔簾蜂蝶 晩紛紛 격렴봉접 만분분
뜰 앞에 작은 풀이 바람결에 향기로워
설핏 든 잠에서 막 깨어 낮술에 취해보네
그윽한 정원에 꽃 떨어지는 봄날은 길어
주렴 너머로 벌과 나비 늦도록 바삐 나네.
挾= 낄 협.
薰= 향풀 훈. 향기로울 훈, 훈할 훈.
동자(同字)蘍 약자(略字)薫
殘= 해칠 잔(다른 표현: 잔인할 잔, 남을 잔) 속자(俗字)残.
醒= 깰 성 . 별이름 정.
醺= 취할 훈.술 취할 훈).
晝=낮 주. 속자(俗字)昼.
隔= 사이 뜰 격.
簾= 발 렴.
隔簾격렴= 주렴 밖.
蜂蝶봉접= 벌과 나비를 아울러 이르는 말.
紛= 어지러울 분 .
고봉 기대승은 16세기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로 스물여섯 살이나 많은
당시 대학자였던 퇴계 이황 선생과 13년에 걸쳐 편지로 논했던 사단칠정 논변,
이기 논쟁(이기이원론과 이기일원론)으로 유명합니다.
광주(당시에는 전라도 나주) 광산 출신으로 지금은 광산구 월봉서원에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습니다.
이 시의 정확한 제작 연도는 알 수 없으나 홍문관수찬과 병조좌랑 등
관직에서 한창 바쁘게 활동하던 삼십대 후반쯤에 지은 시로 추정됩니다.
제목 '우제(우연히 짓다)'는 우작(偶作)과 함께 한시에 자주 등장하는 제목입니다.
무제 쯤으로 해석해도 된다 합니다. 의도적으로 지은 시가 아니라
봄날의 향기에 취해서 감흥이 일어나 문득 지은 시라는 의미입니다.
고봉집 제1권 / [시(詩)]高峯先生文集卷第一
偶題
庭前小草挾風薰。殘夢初醒午酒醺。
深院落花春晝求。隔簾蜂蝶晩紛紛。
우연히 쓰다〔偶題〕
뜰 앞에 작은 풀 훈풍을 만났으니 / 庭前小草挾風薰
쇠잔한 꿈 깨자 낮술에 취하였네 / 殘夢初醒午酒醺
깊은 정원에 꽃 지고 봄날은 긴데 / 深院落花春晝永
발 밖에 벌과 나비 늦도록 분분하네 / 隔簾蜂蝶晩紛紛
ⓒ 한국고전번역원 | 성백효 (역) |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