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강제착륙 사건으로 궁지에 빠진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대통령은 러시아 흑해 휴양지 소치의 대통령 리조트 '보차로프 루체이' (Бочаров Ручей)에 와 1박 2일을 머물렀다. 28일 저녁 6시부터 시작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5시간을 넘겼고, 이튿날 흑해에 떠 있는 요트에서 점심을 함께 한 뒤 바다 물결을 가르는 돌고래떼를 구경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비공식 2차 정상회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조언을 듣고 흑해 바다에서 이른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그의 방러 성과는 변함없는 러시아의 지지를 확인하고 5억달러(약 5575억원)의 차관을 확보한 것. 또 유럽연합(EU) 측의 영공진입 금지 조치로 막힌 하늘길을 러시아쪽으로 더 많이 내기로 합의한 것 정도가 아닐까? 이를 위해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측에 약속한 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가 아들 니콜라이까지 동행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또 왜일까?
푸틴, 루카셴코 대통령, 소치 보트 여행에서 만났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9일 흑해에 떠 있는 자신의 요트로 루카셴코 대통령 부자를 초청해 대접했다. 내달 16일 제네바에서 첫 미러 정상회담을 앞둔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응 방향과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양국 통합에 관해 깊숙한 이야기를 나눌 타이밍이기도 했다.
5억달러 차관은 지난해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 당시 푸틴 대통령이 방러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약속한 15억 달러 중 10억 달러를 지원하고 남은 것. 러시아는 지난해 10월과 12월에 각각 5억 달러씩 지원한 바 있다. 여기에는 옛 소련권 6개국이 조성한 '유라시아안정·발전펀드'의 5억 달러도 포함돼 있다.
5억달러 규모의 대 벨라루스 2차 차관 합의/얀덱스 캡처
벨라루스는 내달 중에 마지막으로 5억 달러를 러시아측으로부터 받아 이번 사건과 신종 코로나 사태 등으로 예상되는 경제 위기를 타개할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 홈페이지와 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등을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의 1박 2일 소치 방문 모습을 화보로 전한다.
5시간 이상 진행된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루카셴코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다가오는 루카셴토 대통령 요트를 기다리는 푸틴 대통령
푸틴 대통령 요트로 건너온 루카셴코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고
루카셴코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이와도 인사 나누고/사진출처: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요트에서 루카센코 대통령 부자를 대접하는 푸틴 대통령/크렘린.ru
오찬을 마친 뒤 요트 간판으로 나간 두 정상/크렘린.ru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물살을 가르는 돌고래떼 구경도 하고
떠나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전송했다
푸틴 대통령의 조언으로 흑해 바다에 몸을 담군 루카셴코 대통령/사진출처:텔레그램 채널 pu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