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하락해도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은 당분간 변하지 않는다 / 7/9(일) / 동양경제 온라인
다시 진행되고 있는 엔저 현상은 멈출 수 있을까. 달러-엔 환율은 3월 24일 한때 1달러=130엔 아래로 떨어졌으나 이후 엔화 가치가 하락해 6월 말 한때 1달러==145엔대에 이를 때까지 하락했다. 최근에는 재무당국의 외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엔화로 따지면 최근 2개월여 만에 약 10% 하락한 셈이다.
■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움직이는 조건은?
그동안 유로-달러로 보면 1유로=1.08~1.10달러 범위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역시 '달러 강세'라기보다는 '엔화 약세' 측면이 강하다. 일본 측의 엔저 요인으로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정책 수정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클 것이다.
왜 단기간에 엔화 가치가 다시 하락했을까. 올봄 춘투임금 인상률은 약 3.6%로 1990년대 전반 이래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필자는 이러한 대폭적인 임금인상이 상정된다는 이유로 일본은행이 이번 여름까지 YCC(일드 커브 컨트롤, 장단기 금리 조작) 수정 등 금융정책 정상화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에다 총재를 비롯한 일본은행 관계자의 발언을 근거로 하면, 최근 2023년에 있어서의 기업에 의한 임금 인상은, 2022년까지의 식료품 등의 가격상승에 대한 「소득보전의 의미가 크다」라고 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내년 2024년까지 비슷한 임금인상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임금인상을 상태화시킨다는 의미에서 기업행동의 변용이며 이것이 일본은행의 기조적인 2% 인플레이션의 한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로렌스 서머스 교수의 평처럼 '벤 버냉키'(전 FRB 이사장,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2008년 이후 금융완화를 철저히 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일 수도 모른다.
향후 일본은행의 7월 말 전망 보고서에서 제시되는 2023년도 CPI 코어(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 전망은 2%대 중반 전후로 상향 조정될 것이다. 이것은, 4월 이후의 인플레율의 상승으로 거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포인트는 내년 2024년도 CPI 코어의 상정이다. 현시점의 예상은 2%이다. 만약 이것이 「2%대 초반으로 상향 조정되고 하향 리스크가 낮다」라고 판단되면, 일본은행은 「기조적인 2% 인플레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오는 7월 말 YCC 수정 등 정책 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
■ 일본은행 정책 변경 조건 달성 장벽 높아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50% 정도는 있을 것 같아 필자에게 있어서 고민이지만, 현시점에서 메인 시나리오로 삼을 만한 자신은 없다. 왜냐하면 2년 연속으로 일본 기업이 명확하게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가 1% 이상의 경제성장이 계속되고 수급 갭 개선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 만일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기업의 임금인상도 올해만으로 그친다.
일본 경제의 최대 하방 리스크는,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경제 환경의 악화일 것이다. 2000년 이후 해외경제의 실속을 계기로 일본은행의 긴축정책이 좌절되고 그때마다 디플레이션으로 되돌아가는 경험을 거듭해 왔다.
만약 우에다 총재가 "이번 탈디플레이션 완수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2024년 해외 경제 리스크가 좀 더 보이고 나서야 정책 수정을 시작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YCC 수정을 포함한 정책 판단은 7월 27~28일 다음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아니라 가을철 혹은 연말까지 늦춰질 가능성이 약간 높아 보인다.
그런데 작년에도 그랬지만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언론에서 고물가와 결부돼 비판적으로 다뤄졌고 최근에도 그런 기사가 산견되기 시작했다.「경제의 장기 정체나 경쟁력 저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엔저가 일어나고 있다」 등의 논조도 있지만 대체로 빗나간 견해일 것이다. 2022년 이후의 적당한 엔저는 일본 경제의 경제 정상화를 촉진하는 순풍으로 필자는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최근 일본 경제의 안정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서 보듯 그동안 엔화 가치는 일본 경제 전체를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TOPIX(도쿄증권 주가지수)를 S&P500 지수로 나눈 '미일 상대주가'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상승하는 연동이 이어지고 있어 통화 약세가 가져올 기업 실적 개선이 일본 경제를 성장시키는 효과가 클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올해는 방일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인바운드 소비가 부활하고 있어 엔화 약세의 혜택이 지방경제로 확산되기 쉬운 상황이다.
5월 이후 일본주가 미국 유럽주보다 상승률에서 앞서 헤이세이 버블 붕괴 후 최고치인 33년 만에 큰 폭으로 오른 데에는 여러 요인이 꼽힌다. 실제로는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일본은행의 정책이 경제성장과 기업실적 개선을 뒷받침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 엔화 약세 멈추는 것은 올가을인가?
그렇다면 최근 엔화 약세는 향후 일본은행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까. 확실히 환율은 일본은행 정책 판단의 한 변수는 된다. 다만 일본은행 집행부는 과거 엔화 강세에 대응해 금융완화를 했을 때 경제가 불안정해진 1980년대의 교훈 등을 볼 때 단기적인 통화변동에 금융정책이 좌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재차 진행되고 있는 엔저에 따라 일본은행이 금융정책 수정을 앞당길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엔화 약세에 대한 대응으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정당국의 환율 개입이 예상된다. 다만 고유가 등과 엔화 약세가 동시에 일어나던 2022년과 달리 2023년에는 유가가 진정되고 있다. 또 최근 엔화 약세는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여 통화정책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적당한 엔화 약세로 해석되지 않을까.
필자는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만일 향후 1달러=150엔을 넘어 투기적으로 엔저가 진행되면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적 대응으로서 환율 개입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다만 환율 개입만으로는 달러-엔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속도를 늦추는 효과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FRB의 금리인상 중단이나 일본은행의 완화정책 수정 중 하나가 없으면 엔화 약세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가을에 걸쳐 FRB의 금리 인상 기대가 진정됨으로써 엔저 달러 강세가 멈춘다」가 필자의 메인 시나리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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