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17이 [불여우와 너구리의 야망 그리고 변수인 하수구 쥐] 라는 제목으로 파이오니아 카페에 올라왔다.
불여우는 암호랑이가 죽으면 암호랑이가 누리던 권력을 자신이 모두 누릴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그리고 너구리는 서낭당 공사에서 크게 한 탕 해먹을 욕심에 부풀어 있다.
의금부에 소환장을 받은 불여우는 하수구 쥐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릴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검은 곰과 족제비 그리고 하수구 쥐는 의금부 조사에서 어떻게 자백을 하였을 것인지?
최 종 근
옛날 이야기 17 – 불여우와 너구리의 야망 그리고 변수인 하수구 쥐
불여우는 오늘도 청평산 위의 궁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저 늙은 호랑이가 빨리 죽어야, 내가 들어 앉을텐데.’ 불여우는 입맛만 쩝쩝 다셨다.
‘그래 지금까지 잘 참아왔는데 조금만 더 참지 뭐.’ 불여우는 암호랑이의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었다.
청평산에는 희대의 요물 두 마리 짐승이 살고 있다.
한 마리는 구미호 불여우요,
다른 한 마리는 개새끼 너구리다!
요즘 두 마리 요물은 겁나게 바쁘게 살고 있다.
4월에 있을 청평 서낭당 개관식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낭당 개관식에 참여하려는 동물들은 모두 2100 만 냥을 기부해야 한다.
안 하는 동물들은 모두 숙청할 생각이었다.
너구리는 입이 째질 것 같았다.
4월의 행사만 생각하면 너무 좋아 잠이 안 온다.
‘이번에 확실하게 한탕 크게 해 먹는 거야!’
그동안 하수구 쥐 밑에서 행사를 통해 어떻게 해 먹는지를 잘 보아왔다.
너구리는 지금까지 하수구 쥐에 짬짜미 하던 회사들을 모두 잘라버리고, 너구리에게 뒷돈을 약속하는 업자들로 전부 바꿀 생각이었다.
너구리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꿈속에서 살고 있었다.
불여우는 예복이라는 미명 아래 허접 한 옷과 가짜 보석을 준비하고 있었다.
행사에 참가하는 동물에게 강매하기 위해서다.
구리반지를 금반지라 속이고, 크리스탈 반지를 다이아반지라고 속여 그동안 잘해 먹었었다.
그런데 어느때부터 인가?
구리반지와 크리스탈 반지의 비밀을 알고 떠들고 다니는 동물이 있다고 한다.
불여우는 너구리를 보내 뒤처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겁 없는 동물새끼들. 내가 구리반지를 금반지라 하면, 그대로 믿을 것이지. 감히 진실 규명을 하겠다고?’
불여우는 이번에 그녀에게 의심을 갖는 자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지, 모든 동물에게 똑똑하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암호랑이가 기도에 Holy Mother Fucker를 넣으라고 하신다.
이건 갑자기 무슨 황당한 소리?
불여우는 갑자기 두통이 생기는 것 같았다.
저능아 너구리 놈은 암호랑이에게 어감이 너무 좋다고 부랄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저 븅신 새끼!”
불여우는 한숨이 나왔다.
가끔 암호랑이의 뻘 짓에 당황하고는 했지만, 이번 뻘 짓은 역대급이었다.
Holy Mother Fucker가 뭔가?
Holy Mother Fox가 훨씬 어감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Holy Mother Fox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얼마나 듣기 좋고, 말하기 자연스러운가!
혀가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굴러가지 않는가?
요즘 불여우에게 근심이 하나 생겼다.
의금부에서 소환장이 날아든 것이었다.
의금부로 불려간 검은 곰, 하수구 쥐, 그리고 쪽제비가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전부 전가할까 걱정이 되었다.
아마 틀림없이 그럴 것이었다.
불여우는 모든 책임 전가를 암호랑이에게 돌릴 생각이었다.
충분히 오래 사셨으니 아직도 전도가 창창한 불여우가 건재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그러나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하수구 쥐였다.
하수구 쥐가 청평산에 머물 때
암호랑이와 불여우의 대화를 모두 녹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불여우는 알고 있었다.
‘설마 하수구 쥐가 녹취록을 까지는 않겠지? 지도 같이 해쳐 먹었는데, 설마 같이 죽자 하겠어?’
불여우는 오늘도 희망 가득한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