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일 사순 제3 주일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Failure is a part of life. If you don’t fail, you don’t learn. If you don’t learn, you will never change. (실패는 삶의 한 부분입니다. 만일 당신이 실패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배울 수 없습니다. 당신이 배울 수 없다면 당신은 결코 바뀔 수 없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제 삶에도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실패와 좌절은 제 삶의 새로운 변곡점이 되곤 했습니다.
33년 전에 저는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처음 본당으로 가서 보좌신부로 지내는 중에 ‘유행성 출혈열’에 걸렸습니다. 중환자실에 있었고, 당시 교구장이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병원엘 찾아 왔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병원에서 입원하고, 퇴원할 때까지 잠시도 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있었기에 저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생사의 기로에서 저는 하느님의 크신 은총으로 살아났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덤’으로 주어진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늘 감사합니다. 그러기에 늘 새롭습니다. 30년 전에 주교님께서는 제게 미국에서 사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준비를 하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그래야 했습니다. 저는 매일 송별식을 한다고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입니다. 주교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제가 술을 가까이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주교님께서는 미국으로 가는 것을 취소하였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술을 가까이 한다는 것을 주교님께 전한 사람에 대해서 원망의 마음도 생겼습니다. 돌아보면 주교님의 따끔한 질책이 제게는 좋은 약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뒤로 술에 대한 절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술자리가 있어도 10시 전에는 사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산보하고, 책을 읽으니 하루가 즐거웠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나를 변화 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습관을 하나 가지면, 그 습관이 나를 변화 시켜주는 것을 알았습니다. 25년 전에 주교님께서는 제게 적성성당으로 갈 수 있는지 저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저는 주교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따르겠다고 하였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제 손을 꼭 잡고 본당신부로 잘 지내라고 격려하였습니다. 적성성당은 땅은 넓었지만 교우들의 수는 적었습니다. 평일미사에 나오는 교우는 10명 미만이었습니다. 주일 미사에 나오는 교우도 100명 미만이었습니다. 당연히 주일헌금도 적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3년을 지냈습니다. 33년에 3년이니 그리 긴 시간은 아닙니다. 저는 그곳에서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고, 농산물 직거래도 하였고, 서울에서 오는 학생들의 농촌봉사 활동도 받았습니다. 차가 없어서 성당에 못 나오는 분들을 위해서 차량 봉사단을 만들었습니다. 4대의 봉고차가 교우들의 집으로 가서 모셔왔습니다. 여름에는 전 신자들과 함께 바닷가로 여름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서울에 큰 본당에 있는 동창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과 함께 지내는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혈압도 있었는데 적성성당에 있으면서 모두 좋아졌습니다. 저의 건강을 위해서 배려해 주신 주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정화’를 하십니다. 성전은 눈에 보이는 건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마음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주님의 성체를 모시는 신앙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바로 주님께서 머무시는 감실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매일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야 합니다. 사순시기는 바로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은혜로운 회개의 때입니다.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