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못가면 개근거지라 그래요.. 무리해서 외제차 구입.. 한국인이 아이 안 낳는 이유라니
올 들어 3분기(7~9월)까지 태어난 신생아 수는 17만 명대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이대로라면 올 4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이에 부부가 자녀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저출산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청년 세대의 무자녀 부부들은 어떤 이유로 자녀 출산을 꺼리는 걸까요?
보건복지부는 12월 7일 저녁 'AZITORY'(서울 서초구)에서 저출산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첫 번째 '패밀리 스토밍'의 장을 마련했습니다.이날 행사에는 앞으로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거나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청년세대 부부가 참여해 출산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이들이 말한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 분위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참가자는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갈 수 없다고 깔보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개근거지란 2019년 말부터 맘카페 등에서 확산된 단어로 학교를 거르지 않고 개근하는 학생은 교외체험학습 등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다는 어려운 자녀의 상징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올해 초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다시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녀끼리 가정의 재력까지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를 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다른 참가자는 "차에 태우고 학교에 갔을 때 아이가 열등감을 느낄까 봐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로 바꾸겠다는 부모님들이 있다니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긴 근로시간 등 열악한 보육환경을 출산하지 않는 이유로 꼽은 사람도 있었습니다.아이를 돌봐줄 수 없겠지만 아이가 나를 원망할까 봐 걱정입니다.이 과정에서 위탁보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맞벌이의 경우 아이를 맡길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것입니다.한 참가자는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라도 하려면 아이를 어디에도 맡길 수 없다며 어깨를 숙입니다.
복지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이 같은 무자녀 부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태세입니다.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사회적 배경은 무엇인지, 어떤 경험과 고민을 통과함으로써 이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인구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며 "전문가 및 청년들과 계속 대화하고 개선이 필요한 항목은 관계부처와 함께 정책화함으로써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1분기) 누적 출생아 수는 17만7000명으로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1~3분기 기준 출생아 수는 1981년 65만7000명을 기록했지만 이후 급감해 2002년 30만명대로 진입했습니다.2017년에는 27만8000명까지 줄었습니다.지난해 19만3000명으로 마침내 20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는 이보다 1만6000명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도 더 떨어질 전망입니다.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이미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0.6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대형 외신들은 흑사병 발발 이후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빠른 속도로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