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선교장(宣敎莊)-1
"설향운위!"
"네, 정자에 손님을 모셔 놓고 차를 대접하며 자신의 정원을
자랑하는 거죠."
의문의 여인은 갈운지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설명해
주었다.
"일종의 사치이군요."
"네, 그래요. 그런데 소저의 방명(芳名)은 어떻게 되시나요?"
"설마... 제 이름을 모르신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죠?"
"당연히 모르죠. 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의문의 여인은 악삼 일행에게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갈운지는 고개를 돌려 악삼과 갈운영을 향해 어떻게 된 일
인지 설명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그런
데 악삼과 갈운영은 갈운지의 무언의 압력이 긷든 시선을 무
시하고 오직 의문의 여인이 짓고 있는 표정만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갈운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는 두 사람에게 짜증이
나서 왜 그러느냐고 따지려 했다. 그러나 갈운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갈운영이 의문의 여인에게 자기 소개를 하기 시
작했다.
"저의 성은 갈이고 이름은 운영입니다. 아가씨는 어떻게 되시
죠."
"아... 갈 아가씨. 제 성은 황이고 이름은 보영입니다."
"이름이 매우 미려하군요."
"갈 아가씨 역시 마찬가지네요. 그런데 다른 분들의 성함은
어찌 되는지 알고 싶군요."
황보영은 악삼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갈운지는 황
보영이 악삼에게 향한 시선이 매우 못마땅해 눈살을 찌푸렸
다. 그러나 악삼은 황보영의 그윽한 시선이나 갈운지의
짜증 섞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악삼의 머리 속에
는 자신들을 이 정원에 이끌게 만든 인물들이 꾸미는 음모가
무엇인가 고민하는데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황보영이 자신들을 정말 모른다는 가정 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갈운영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서있는 악삼을 대신해 황보영에게 나서기로 마
음먹었다. 황보영과 갈운지의 시선이 악삼에게 꽂힌 채 미
묘한 긴장감을 만든 것도 원인이지만 일종의 불법침입을 한
주제에 무례마저 저지르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 애는 제 쌍둥이 동생으로 운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분
의 성은 악이고 이름은 삼입니다."
갈운영은 갈운지와 악삼의 이름을 황보영에게 소개했다. 그
러자 황보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악삼에게 질문했다.
"악 협객께서는 무슨 일로 선교장의 담을 넘으셨는지요?"
악삼은 황보영이 자신에게 월담을 한 저의가 무엇이냐고 묻
자 대답하기가 난처했다. 황보영의 안색이나 어투로 봐서는
자신들을 이 곳으로 유도한 매복자들과 어떠한 연계성도 보
이지가 않았기에 악삼은 고민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황보영
이 자신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자 악삼은 한숨
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 장원의 이름이 선교장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선교장을 월담해 들어온 것은 우리를 쫓고있는 인물
들의 수작에 놀아났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군요?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시겠습
니까?"
"저희가 무례하게 불법침입을 했으니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그러나 그전에 제가 한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무엇이 궁금하신 건가요?
"선교장은 무엇입니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혹시 소주에 처음 오신 분들인
가요?"
"그렇습니다."
"호호호, 그렇군요. 선교장은 저의 집입니다. 하지만 소주에서
는 상당히 유명한 곳이지요."
"무엇으로 유명한 것입니까?"
"소녀의 부친이 이 장원에서 많은 후학들에게 학문을 가르치
기 때문에 제법 유명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가씨 부친의 함자를 알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성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성은 황, 자는 자은..."
"자은 황철!"
황보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갈운영은 놀라 외쳤다. 그러
자 황보영은 갈운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악
삼과 갈운지는 갈운영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실수를..."
"도대체 뭔 소리야? 언니."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보영 아가씨."
갈운지는 언니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언니인 갈운영
에게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갈운영은 동
생의 말에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이 황보영에게 자신이 저지
른 결례에 대해 사과했다.
"아닙니다. 운영 아가씨."
"고맙습니다. 제 결례를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
다."
"도대체... 언니 무슨 일이야?"
갈운지는 갈운영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갈운영은 황
보영이 자신이 저지른 무례를 용서하는 뜻을 비추고 나서야
갈운지와 악삼에게 시선을 돌렸다.
"운지야, 자은 선생님을 모르는 거니?"
"자은 선생님?"
"호오~, 그럼 악 소협도 모르시나요?"
"처음 듣는 이름이오."
"그런가요..."
"자은 선생님이 어떤 분이기에 그러는 것이오?"
"자은 선생님은 무인이 아니에요. 그러나 웬만한 강호의 인물
들은 선생님을 잘 알고 있어요."
"무인은 아닌데 강호의 인사들이 잘 알고 지낸다?"
"네, 자은 선생님은 뛰어난 인품을 지니신 학사이세요. 한림
원 시강(侍講)에 재직하고 계실 때 환관들의 전횡을 상소했다
가 파직당하자 고향인 소주로 내려와 학문을 닦거나 후학양
성에 힘쓰고 계시죠. 그리고 현재 강남 문인들의 정신적 지주
이시죠."
"운영 아가씨 칭찬이 너무 과하세요."
"아닙니다. 강호인들 조차 자은 선생님의 호방함과 인품, 강
직함을 존경하고 있어요. 난 운지나 악 소협이 자은 선생님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황망해요."
악삼은 갈운영의 은근한 꾸지람이 섞인 말에 한숨을 내쉬었
다.
"갈 소저 나는 15년 동안 무공만 익혔오. 물론 5년 동안은 사
부님 덕분에 어느 정도 학문을 익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실
용학문이었소. 또한 특별하게 학계의 인사들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없었소."
갈운영은 악삼의 변명아닌 변명에 그만 자신이 실수를 했다
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
려고 했다. 그런데 갈운지가 언니의 처사에 불만을 느껴 황
보영에게 가시가 돋친 말을 꺼내버렸다.
"한림원 시강의 봉록이 얼마이기에 이런 장원을 소유할 수가
있죠? 과연 뛰어난 인품을 가지셨다면 이런 정원을 가진 장
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군요?"
황보영의 안색은 단번에 얼음같이 싸늘해졌다.
"아버님은 아무런 재산이 없답니다. 선교장을 비롯한 모든 자
산은 돌아가신 외조부께서 남겨주신 재산입니다. 외조부께서
는 대규모의 차 농원을 운영해 많은 재산을 모으셨는데 어머
니가 무남독녀라 유산으로 모두 받으셨답니다. 덕분에 부친께
서는 학문증진과 후학양성에만 신경을 쓰실 수가 있게 되셨
지요."
"보영 아가씨 제 동생의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아닙니다. 제가 그만 성급하게 행동했습니다."
황보영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갈운영은 갈운지를 대신해
사과했다. 그러자 황보영은 자신도 설명을 하면서 말속에
가시를 깔았다는 것을 느끼고는 갈운영에게 자신의 성급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악삼은 말없이 황보영의 태도를 관찰하
다가 문제가 생각 외로 복잡해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아무
리 생각해보아도 황보영의 태도에서는 특별한 점을 찾을 수
가 없었다. 또한 그녀는 무공이라곤 단 한가지도 익히지 않
은 여염집 규수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황 소저는 무공도 익히지 않은 상태다. 또한 이 집의 주인은
유명하긴 해도 일개 문인에 불과해. 그렇다면 그들이 왜 이
곳으로 우리를 유인했을까? 그리고 그자들은 누구일까?'
악삼의 머릿속은 난마처럼 얽혀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자와 연결된 구름다리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리자 악삼은 경
악하고 말았다. 구름같은 물안개를 제치고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뚱뚱한 한 인물은 정자에 도착했다. 그는 정자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황보영에게 고개를 수그렸다. 황보영은
그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에요? 조 집사."
"아가씨,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손님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소명왕부의 부영군주님과 운문 상회의 척
아가씨께서 아가씨를 뵙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리로 모시세요. 조 집사."
"알겠습니다."
큰 키에 건장한 몸집을 가진 조 집사의 외모는 멧돼지를 방
불케 했다. 그러나 그런 몸집인데 비해 발걸음은 가볍기 그
지없어 보였다. 황보영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구름다리를 향
하는 조 집사의 발걸음은 놀라울 정도로 경쾌해 보였다. 그
리고 악삼의 눈은 조 집사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황
보영은 그런 악삼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는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
"악 협객은 조 집사를 왜 그리 유심히 처다 보셨나요?"
"아... 별일은 아닙니다만..."
"별일이 아닌 것 같아 보여서 그런 것입니다."
황보영은 악삼의 대답을 기다렸다. 악삼은 깊은 한숨을 내
쉬고는 황보영을 직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가씨, 조 집사가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조 집사가 무공을 익혔다고요?"
"예, 그것도 대단한 경지에 올라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저는 조 집사가 무공을 익혔다는 말은 금시초
문입니다."
황보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악삼은 선교장에 특별한
비밀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갈운지는 악삼
이 조 집사를 높게 평하자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언니인 갈운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언니, 악 가가의 말이 맞는 건가요?"
"그래, 조 집사는 나보다 고수다."
"뭐라고요!"
갈운지는 누구보다 갈운영이 지닌 무력을 자세히 알고 있었
다. 그렇기 때문에 갈운영의 확신에 경악하고 만 것이다.
"그자는 나와 비슷한 계열의 무공을 익힌 것 같더구나."
"그럼 그자도 칠대금지..."
"운지야!"
"헙!"
갈운영의 눈동자에서 새파란 청광이 쏟아져 나왔고 갈운지는
놀라서 하던 말을 중간에 끊어버렸다. 갈운지는 언니의 눈
을 피해 고개를 수그렸다. 갈운영이 익힌 무학이 무엇인지
는 누구에게도 비밀인 것으로 강호에서 알려지면 추살을 면
치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악삼은 갈운지의 입에서 나오
다 만 칠대금지라는 단어를 듣고는 갈운영이 익힌 무예가 무
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갈 소저가 익힌 무공이 강호칠대금지무공 중에 하나인가 보
군. 그러고 보니 나는 벌써 칠대금지무공 중에 흑성장과 혈지
도를 목격했으니 두 가지나 본 셈이군. 그런데 갈 소저가 익
힌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조 집사가 익힌 것은 무엇이지?'
악삼은 강호칠대금지무공을 익히면 나타나는 특징을 생각했
다. 그러나 사부인 악풍이 유달리 다른 무공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악삼이 아는 내용은 그리 많지가 않았
다. 또한 칠대금지무공도 지하미로를 통과할 때 주워 들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확신을 찾을 수는 없
었다. 악삼이 칠대금지무공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
에 구름다리를 통해 여러 사람의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악삼은 생각을 접고 구름다리로 시선을 옮겼다. 짙은 물안
개를 헤치고 다섯 사람이 나타나자 악삼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말았다.
'이럴수가... 분명히 발자국 소리는 다섯 사람이다. 그런데 여
섯 명이라니...'
악삼은 발자국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 인물을 찾았다. 그는
조 집사 뒤를 따라온 시비로 보이는 두 여인과 같이 걸어오
고 있었다. 악삼의 시선은 조 집사와 다과상을 들고오는 두
시비와 같이 걸어오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강인한 인상의
장년인에게 모여졌다. 그러나 갈운영과 갈운지, 황보영은
조 집사 앞에 걸음을 하고 있는 두 여인에게 관심이 모여졌
다. 그들은 하나같이 인세에서 보기 힘든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황보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여인 중에 나이가 어
려 보이는 여인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황가의 여식이 유영군주 마마를 뵙습니다."
"보영 언니, 오랜만에 놀러왔어요."
"잘 오셨습니다. 이리로 오세요."
황보영은 유영군주를 상석에 모셨다. 그리고 나서야 다른 여
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여인은 황보영이 자신을 바라보
자 부드러운 미소를 던지며 고개를 숙였다.
"보영 언니, 소녀가 오랜만에 인사를 드려요."
"응, 정말 오랜만이구나. 금방 아우."
"그런데 선객이 있었군요."
"그래,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분들이야."
"그럼 인사를 나누어 야죠."
"그래요, 보영 언니. 나도 저 두 사람이 너무나 궁금해요. 외
모가 똑같아서 너무나 신기해요."
두 여인의 대화에 유영군주가 끼어 들었다. 세 여인이 다정
하게 나누는 담소는 화폭의 그림과 같았았고, 세 송이 꽃이
자태를 뽐내는 것과 같아 뭇 남성들이라면 이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세 남자는 여인
들이 내뿜는 아름다움에는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아
니 신경을 쓰고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상황이었
다. 악삼이 조 집사와 30대 장년인에게 은근히 투기를 흘
러 내고 있어 칙칙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런데 황보영이 세 남자에게 갑자기 시선을 돌리며 던진 한마
디가 긴장감을 날려버렸다.
"여자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자리를 피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그리 하겠습니다."
30대 장년인과 조 집사는 황보영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바로
대답을 하고는 구름다리로 나가버렸다. 그러나 악삼은 황보
영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갈씨 자매에게 시선을 돌렸다.
갈운영은 악삼이 자신들 자매에게 시선을 돌리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시고 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세요."
"알았소."
악삼은 갈운영에게 대답하고는 조 집사와 30대 장년인의 뒤
를 따라 정자에서 벗어났다. 구름다리를 벗어난 30대 장년
인과 조 집사는 악삼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악삼이
나오자 조 집사를 본관으로 가려는지 몸을 돌렸고, 30대 장년
인은 그것을 보자 기괴한 미소를 던지더니 말을 걸었다.
"이보게 돈형(豚兄)."
"왜 그러십니까? 석진 무사님."
"이 친구는 또 딱딱하게 나오는군."
"저를 잡은 이유나 말씀하십시오."
"정말, 농담이 안 통하는 친구라니까."
"특별히 하실 말씀이 없으면 저는 본관에 가보겠습니다. 장주
님과 운문 상회의 회주님이 담소를 나누고 계시니 언제 제가
필요할지 모르니 빨리 가봐야 합니다."
"나도 회주님이 자네가 하늘처럼 모시는 황 학사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을 알고 있네. 그러나 내게 이 친구를 소개는
해주고 가야하지 않겠나."
"저도 이분은 모릅니다."
"엥! 그게 무슨 소리인가?"
"문을 통해 오신 분이 아니고 담을 넘어 오신 분이니 제가
알 도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석진은 조 집사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조 집사의 말대로 면
눈앞에 있는 악삼은 불법침입자가 아닌가. 그런데 마치 손님
인양 대하고 있으니 너무도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석진은
악삼에게 시선을 옮기고 말했다.
"돈형이 말대로 자네는 선교장에 무단 침입을 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당당하구먼."
"위험을 피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가... 어차피 이렇게 됐으니 우리 인사나 나누세."
"그렇게 하지요. 저는 악삼입니다."
"내 성은 석이네. 이름은 진이지. 운문상회의 상단을 보호하
는 삼류무사일세."
"허! 언제부터 접지보(接地步)와 무종행(無 行)을 사용하는
고수가 삼류로 분류된 것입니까? 참으로 궁금하군요."
"알고 있었나?"
석진은 악삼에게 능청스런 미소를 던졌다.
"공령문의 운신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희한하군."
"무엇이 말입니까?"
"접지보와 무종행은 공령문에서도 비전이네. 이 두 가지 무학
은 강호에서 아는 인물이 없는데 자네가 알고 있으니 이상하
지 않는가?"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세상에는 비밀이란 없는 법이지
요. 나는 석진 선배의 정체가 더 궁금합니다."
"내 정체야 운문상회의 호위무사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오늘
은 운문상회의 천금인 척금방(戚錦芳)아가씨의 보표로 왔지만
나는 운문상회의 호위무사일 뿐이네."
"접지보와 무종행을 사용한다면 공령문의 중요인물이라는 이
야기입니다. 그러나 도둑의 조종인 공령문의 중요인물이 일개
상회의 호위무사일리는 없으니 더욱 이상한 것이 아닙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나야 사부께 배운 것을 사용할 뿐이지.
하지만 그러는 자네는 공령문의 비기인 두 가지 무공에 대해
서 잘 알고 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닌가?"
"저도 사부에게 들었을 뿐입니다."
석진은 악삼을 바라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고 말았다.
"쩝, 어째 말로는 자네를 당하지 못할 것 같네. 그만 하고 우
리 술이나 한 잔 나누세."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되나?"
"스물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제 나이를 물어 보신 겁니까?"
"스물 하나라... 자네 하는 모양새가 최소한 10년은 강호에서
굴러먹은 놈 같아서 물어본 걸세."
"저는 강호 초출입니다."
"그런가... 내 나이는 서른 넷일세. 헛되이 나이만 먹었지. 그
리고 저 친구는 내가 돈형이라고 놀리고 있지만 이름은 조찬
이고 나이는 스물 일곱이네."
석진이 조 집사에 대해 설명하자 악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석진이 갑자기 자신을 소개하자 조 집사는 어이가 없
었다.
"석 무사님, 갑자기 저를 끌어들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야 있지. 내가 이 친구랑 술을 마시고 싶은데 내게 돈이
있겠는가. 스물 일곱의 나이에 이 큰 선교장의 살림을 책임지
고 있는 자네에게 기댈 방법밖에 없지 않겠는가."
"후우~, 알겠습니다. 제가 주안상을 준비하겠습니다."
"고마우이, 돈형."
석진은 조 집사에게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조 집
사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악삼은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
람을 바라보다가 물안개가 걷히자 정자로 시선을 옮겼다.
정자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다섯 여인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
다. 아름다운 정원과 정자에 어울리는 여인들의 모임은 겉
보기에는 화기애애하게 보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즐감하였습니다.
즐독입니다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