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재계는 가족 간 소송과 갈등으로 시끄럽습니다.2대 혹은 3대에 걸쳐 이어온 경영권과 재산을 놓고 형제자매가, 혹은 부부가 법정 안팎에서 다투고 있습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주요 대기업 집단 중 창업자 이후 상속 과정에서 형제의 난을 겪지 않은 곳은 손꼽힐 정도다.창업자의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마다 갈등은 반복됐고 여론전도 치열했습니다.최근 들어 이러한 스캔들에 극적인 요소가 추가되었습니다.형제간 다툼에 펀드(PEF)가 끼어들면서 형제자매간 다툼도 증가했고 평가액이 조 단위인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인지를 놓고 다투는 이혼소송도 등장했습니다.
어느 쪽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공감도 할 수 없는 싸움입니다.그럼에도 고용이나 국내총생산(GDP)에 기여도가 큰 대기업의 미래가 걸렸다는 점에서 대중의 관심은 큽니다.특히 상장사 오너 일가가 주식 확보 경쟁이라도 벌이면 회사의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주가는 판을 치고 개인 주주는 피해를 봅니다.그래도 여러 대기업에서 몇 대째 이런 대립이 반복되기 때문에 여론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둔감한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그들의 전쟁을 보기 드물게 이국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그들 눈에는 해외 토픽인 셈이죠.지난 18일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LG그룹 오너 일가의 소송이 그렇다.자산 170조원의 국내 재계 4위 대기업에서 벌어진 상속재산 다툼의 내막이 전 세계에 중계됐습니다.오너인 구광모 회장과 구본무 선대회장(고인)의 배우자와 두 딸이 주고받은 대화까지 담긴 일화는 마치 소설이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됐습니다.기사에 인용된 세계적 투자자들의 싸늘한 평가와 '한국 경제를 지배하는 재벌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이 매체의 부속기사를 보고 쓴웃음을 지은 사람은 한둘일까요.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의 대기업은 이미 세계적 기업이다.치열한 경쟁에 대비해야 할 오너들을 대통령이 병풍처럼 나란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세상은 달라졌습니다.정권의 성공보다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더 바라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일부 대기업은 여전히 경영권 승계와 상속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걸쭉한 멜로드라마에 가까운 가십이 퍼지는 동안 창업자의 도전정신이나 선대회장의 유지는 국민의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이들만의 패밀리 스캔들이 되풀이되는 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최대주주 할증 적용시 상속재산의 60%)을 낮추자는 재계의 주장은 허공을 맴돌 것입니다.계속 이럴 텐데라는 보통 사람들의 예단은 충분히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