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잠깐 스마트폰을 보는데 이란이 우리나라 유조선을 나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사 몇개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 결국 까페에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적자면 이렇습니다.
이번 나포사건은 미국을 향한 시그널이자 우리를 향한 시그널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우리 국민의 신변이 이란에게 넘어간 것이므로 우리 국민의 신변이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다만, 이 최우선 사항이 해결된다면 그것을 넘어 우리가 그 이상을 성취해낼 수 있는 기회일수도 있다.
2021년 1월 5일 정오에서의 사건개요
만약 소말리아 해적에게 유조선이 접수당한 상황이었다면 그저 운없이 걸렸다고도 생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국민국가입니다. 그것도 미국을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핵까지 개발하는 근대국가이죠. 괜히 엄청나게 먼 나라의 우리나라 선박을 나포했을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사들을 보면서 이것은 시그널이다. 그것도 미국과 우리를 향한 시그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맥락으로 시그널을 보내는 걸까요?
이란의 미국을 향한 시그널, 지렛대로서의 대한민국
1) 메세지의 수위를 조절하고 의도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미국의 군함이나 상선대신 동맹국인 우리선박을 대신 건드렸다.
사실 이란은 이미 미 군함에 대해 소형 고속정을 이용해 불과 수미터까지 접근하는 방식으로 도발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특유의 '테러리스트와의 비협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20mm 부쉬마스터를 배에 더 다는식으로 응수했죠.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현재 적법한 선거에 의거한 정권교체시기입니다. 제가 만약 이란의 지도자라면 정권교체시기에도 충분히 '어그로'는 끌면서도 '선'을 넘지 않아 협상의 여지는 남겨놓는 그런 적절한 시그널을 보낼 겁니다.
저의 생각에는 미국 동맹국의 상선이 적절해보입니다. 그것도 '환경규제'라고 이유를 댄다면 상대방으로서는 토를 달기 좀 뭣하겠죠. 이유는 뻔하지만.
2) 우리나라는 마치 북한과 스웨덴의 관계처럼 이란이 외교적 고립속에서도 국제사회와의 상호작용하는 창구이자 지렛대가 되어왔기 때문에, 대화를 시작하는 것치곤 형식은 거칠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 스웨덴의 관계는 구글에 '북한 스웨덴'이라 쳐봐도 여러기사들이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2)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한가지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이란이 우리나라를 통해서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한 것입니다.
우리정부는 이미 2019년 우리나라 은행계좌(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동결되어있는 이란의 석유수출대금 70억달러 중에서 50만달러를 미국과 협의해, 이란이 우리나라를 거쳐서 코백스 퍼실리티(COVAX)를 통해서 코로나19 백신을 대신 구입하도록 조치한 적이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지금의 이란은 우리를 이용하여 미국을 움직이게 만들려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 상선을 나포했다는 이번 사건의 형식은 거칠지만, 이런 맥락을 잘 활용한다면 - 이란의 뜻대로 제재를 완화시키는 엔딩이건 미국의 뜻대로 이란의 이번 도발을 잘 마무리짓는 엔딩이건간에 - 우리의 국익을 관철시킬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가 이란의 미국을 향한 시그널의 전말입니다.
이란의 우리나라를 향한 시그널, 이에 대한 우리의 즉각조치
또 하나의 시그널은 미국의 이란 핵제재 이전의 교역관계를 복구하라는 우리를 향한 시그널입니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의 승인아래 달러대신 원화를 매개로 교역을 해왔으나, 2019년 미국이 이란중앙은행에 대한 제재수준을 국제테러지원조직으로 격상시키면서 한국도 미국의 제3자 제재를 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계좌에 들어있던 이란의 석유수출대금 70억달러(8조 4천억)을 동결하게 되었습니다.
이란은 제재로 신음하는 자국의 경제적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이 동결상태를 깨고 무역관계를 회복할 것을 원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정부의 외교안보진 특히 현존 현실주의 세계질서속에서의 우리나라를 중시하는 강경화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 이란의 이러한 의도는 관철될 가망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이미 여러가지 이벤트들을 통해 - 중국 열병식까지 따라갔던 박근혜와 달리 - 한미동맹을 최우선시한다는 확고한 시그널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한 고지에서 대화와 협상을 얻어내려는 이란과 달리, 청해부대를 사건발생 즉시 현장으로 급파하여 이란을 상대로 무력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정부의 무력대응은 성명문 발표나 입장표명보다 먼저 시행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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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고 끝맺을지는 결국 일이 모두 끝난 다음에야 알 수 있거나, 아예 보안처리되어 '풀려났다'를 뺀 나머지들은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사건은 두가지 입니다.
1) 우리 국민의 신변이 이란에게 넘어간 것이므로 우리 국민의 신변잉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2) 최우선 사항이 해결된다면 그것을 넘어 우리가 그 이상을 성취해낼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군과 외교안보라인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요...
첫댓글 이번 이란의 행동은 북한의 도발과 유사한 성질이라 생각합니다. 즉, 행위 자체는 딱히 놀라울 여지가 없을 지도요. cjs님이 쓰셨듯 고 안의 메세지가 중요하지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건, 이란의 나포보단 우리 정부의 대응인데, 대화 시도보단 군을 먼저 현장 근처에 보냈다는 것이지요. 더이상 대한민국과 인민들을 느그들 대화 주체의 장기말로 쓰는 게 아니라, 얘기하고프면 얌전하고 고상하게 주댕이로 하라는 식의 선언 같아 보입니다. 이전의 고립주의 기조에서 벗어나 국제정치 안에서 드디어 하나의 지역강국으로서, 롤-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해요.
그런데 사실상 항구에서 잡은게 아니라 해상나포라 군대 파견한게 아닐까 합니다. 상대가 군사행위를 했다면 똑같이 군사행위 를 해서 맞받아치는게 대응이 맞겠죠.
외교는 별도고.
군함 보낸 거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이란이 바라는대로 해줄 리가 없으니 미국 등에 업고 무한대치로 갈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중국이 한미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기에 만만해 보이면 안 될 겁니다
레이더 조준까지 하면 이란에서 뭐라고 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