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동네 노인정에
검은색 세단차를 타고 한 중년 부부가 찾아 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45여년전에 김부잣집에서 깔때미 하던 진수 입니다
그제서야 노인정 사람들은 그를 알아 봤습니다
깔때미 진수-- 그 진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다섯 형제를 키우기에
벅차 열한살 누이는 서울로 애기담살이로 보내지고
열여섯살 형은 읍내 중국집 배달로 보내고
진수-- 그는 김부잣 집에 열세살 국민하교 졸업하고
깔때미로 들어 갔습니다
그뒤 진수네 식구 모두 서을로 이사를 해서 마을을 떠났습니다
그당시 서울로 많은 사람들이 떠나던 시절이었지요
누이가 서울에서 터잡고 살자고 지하방 얻어 이사했습니다
검은 세단을 타고 고향 찾은
열여섯살때 고향 떠난 진수 금년나이 환갑나이
중년 나이 막바지 입니다
그날 노인정에 푸짐한 잔치가 벌어 졌습니다
흘러간 옛노래에
그리운 시절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지요
인생 사는 맛이 바로 이거 아닙니까?
진수 아저씨 눈에 감격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시절 깔대미는
사랑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상머슴 중머슴 깔대미
상머슴 일년 노임 쌀 석섬~닷섬<6가마니~10가마니>
중머슴 일년 노임 쌀 보통 두섬<4가마니>
깔대미 일년 노임 쌀 두가마니
깔대미 아시죠 소 먹이 풀 베오고 집안 청소 잔심부름
사랑방에서 상머슴 중머슴 심부름도 도맡아 했었지요
고생 고생한 진수씨 군대에가서 장기 지원 했거던요
군대 생활이 깔대미 생활에 비하면 진수씨에게는 천국이었지요
그래서 장기 복무 지원을 했답니다
지금 군 입대가 두렵다는 젊은이들 고생을 안한 탓이라고
진수씨는 육군 대령으로 예편을 했답니다
"세상 아주 좋아졌지요 옛날 우리는 매도 많이 맞고 살았는데
부모에게 말 안듣는다고 얻어 맞고 동네 큰 형들에게서 두들겨맞고'
학교 선생님에게 손바닥 회초리 맞고 윗학년 선배라고 때리고
군대에서 상급자에게 얻어 터지고 경찰서 순경에게 불려가면 맞고
남편이 마누라 줘 팬것도 보통이었는데--
지금 세상 구타가 없어 졌으니 - - 그 시절 많이 맞고 살았지요
이제 인생 사는 맛이 옛 날 하고 많이 달라 졌지요
한마디로 옛 시절에 비하면 지옥이 천당 된거라니까요
술한잔을 기분좋게 마신 진수씨 목소리 떨립니다
고향 어린시절 그리움 반가움 때문일 겁니다
깔때미= 소먹이 풀을 베오는 부잣집 작은머슴을 말함
애기담살이=부잣집 아이 돌봐주는 아이
부잣집 일도우며 살던 아이
(깔대미나 애기담살이)
지금도 그 시절을 살아온 어르신
하신 말씀은
아무 자원도 없는 우리나라 언제 그 지독한 가난이 또다시 올수도 있으니
정신차려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