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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달콤한 나의 도시>의 오은수(최강희)는 보기보다 영리한 여자다. 일곱 살이나 어린 연하남과 잘생기기까지 한 청년 CEO, 십년지기 친구의 변함없는 사랑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건 단지 그녀가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이 여우 같은 여자는 스타일로 만나는 사람에 따라 스타일을 바꿀 줄 알고, 스타일을 통해 자기 의사를 말할 줄 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오은수 스타일의 핵심, 역사상 그 어느 스타일 북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옷 입기 방법, ‘쉬워 보이게 입는 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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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아가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추고 나니, 이번엔 또 오은수 스타일 때문에 세상이 난리다. ‘오은수 스타일 엿보기’ 라는 주제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10만 블로거들이 대체 무엇으로 자신의 블로그를 업데이트 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인정한다. 오은수 스타일, 확실히 새롭다. 심지어 ‘미묘한 변신’의 측면에서 보자면 오은수는 오승아 보다도 한 수 위다. 모름지기 멋쟁이란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옷차림을 할 줄 알아야 하는 법. 오은수는 자기가 처한 상황, 자기가 만나는 남자에 따라 미묘하게 제 스타일을 바꿀 줄 아는, 근래 보기 드문 여주인공이다. 대표적으로 1회. 옛 애인의 결혼식 날, 알고 지내던 남자의 연락을 받고 술집으로 가면서 오은수가 무얼 입었나 보자. 그녀의 선택은 꽃무늬 원피스에 선홍색 카디건, 베이지색 레깅스였다. 참고로, 그날 낮에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에게 별 관심 없는 이들이라면 이 옷차림을 ‘여성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한 옷’쯤으로 생각했겠지만 그건 충분치 못한 해석이다. 이 옷의 이면에는 여성적인 느낌 외에 좀더 복잡 미묘한 분위기가 담겨 있다. 치마의 통은 지나치게 넓고, 허리나 어디 한곳 몸에 밀착되는 부분이 없다. 길이는 짧고 통은 넓어서 어린애가 어른의 블라우스를 입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허리케인이라도 한번 불어오면 그대로 ‘쏘옥’ 하고 몸을 탈출할 것만 같다. 남자의 손이라고 예외가 있으랴. 성능 좋은 자동문처럼 손만 대도 스르르 벗겨질 것 같다. 워낙 품이 넓어서 굳이 벗길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이날 은수가 여성스럽게 차려 입는답시고 샤넬 풍의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었다고 가정해보자. 일곱 살이나 어린 청년이 그녀를 넘볼 수 있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왜? 그런 ‘누님’들은 너무 우아하고 도도해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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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에서도 그녀의 옷차림은 다르지 않았다. 태오와 자고 일어나 부모님 집으로 가던 날, 은수는 화이트 풀스커트에 슬리브리스 티셔츠, 카디건으로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한편으로, 슬리브리스와 카디건 사이로 미묘하게 어깨를 드러냄으로써 ‘나 별로 어려운 여자 아냐’를 표현해냈다. 그러나 태오와의 동거 생활이 시작된 이후 오은수의 패션은 확실히 초반보다 정돈되고 평범해졌다. 그건 연하남이 그녀의 삶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하는 하나의 증거이자, ‘잡아 놓은 물고기에겐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속설의 실천이기도 하다.
한편, 기본적으로 오은수는 빈티지 원피스를 기반으로 한 레이어드 룩(일명 ‘헬렐레’ 룩)을 즐기지만 일터에서는 조금 더 직선적이고 갖춰 입은 듯한 스타일로 변화한다. 티셔츠 위에는 보이시한 베스트가 더해지고, 굴곡 없는 빈티지 드레스는 빳빳한 셔츠 원피스로 대체된다. 청바지와 티셔츠, 재킷으로 활동적인 ‘직장인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다 청년 CEO를 만날 땐? 태오를 만날 때의 소녀적이고 로맨틱한 의상을 고수하되 거기에 허리띠를 추가한다(한결 정돈되어 보인다). 그리고 하이힐(대체로 어린 남자들보다 30대 이상의 남자들이 하이힐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을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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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일곱 살 연하남과 연애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 그리고 알아야 할 것.
1. 꽃무늬 원피스를 산다. 벨트가 달려 있다면 뜯어 버린다.
2. 카디건을 산다. 원피스와 어울리는 듯 하지만 지나치게 잘 어울리지는 않는 컬러를 고르는 것이 관건. 너무 어울리면 똑똑해 보여서 연하남들에게 경계심을 심어줄 수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아, 뭔가 핀트가 안 맞는 옷차림이군’ 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3. 세상에 차고도 넘치는 저질 포르노들의 교육 덕택에 우리는 하이힐과 더불어 남자들로 하여금 성적 환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오브제 하나를 더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바로 스타킹. 스타킹을 적극 활용한다. 단, 너무 단정해 보일 수 있는 검은색이나 너무 대놓고 야해서 오히려 환상을 불러 일으킬 수 없는 피시넷 스타킹은 금물. 베이지색 정도가 적당하다.
4. 양말은 안 신는다. 상대방이 벗기기 귀찮아할 수도 있으므로. 스타킹의 일종이되 발을 가리지 않는 레깅스, 강추!
5. 횡단보도에 서 있거나, 연하남이 ATM 기기에서 돈을 찾는 걸 기다릴 땐 다리를 안짱 다리 모양으로 하고 있을 것. 나이와 무관하게 수줍고 연약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음.
6. 손톱을 짧게 자르고, 쇼킹 오렌지나 핫 핑크 등의 네일 컬러를 바르면 적어도 손 하나만은 <틴 보그>에 나오는 10대 소녀들과 엇비슷하게 만들 수 있으니 시도해 볼 것.
첫댓글 나름 깊은 의도가 있는 의상이었군요..; 암 생각없이 보면서 참 편해보인다 싶은 옷차림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