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54화 경항운하(京杭運河)-3 조 집사의 안색은 새하얗게 변했다. 소년의 목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보고는 흠칫 놀라더니 바로 손을 풀었다. 조 집사의 손에서 풀려난 소년은 선상 바닥에 엎드려서 거친 숨 소리를 냈다. "컥!, 컥!" 소년의 거친 숨소리는 멍하니 정신을 잃은 채 서 있던 조 집 사의 정신에 얼음물을 정수리부터 퍼붓는 효과를 가져왔다. 조 집사는 화들짝 놀라더니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군주님, 소인을 죽여주시옵소서." "컥! 컥! 조 집사..." "하명하소서." "컥!... 이제야 숨이 트이네..." "소인의 죄가 크옵니다. 감히 미천한 제가 옥체에 손을 댔으 니..." "괜찮아! 내가 용서해 줄게. 단 내 말을 들으면 말이야!" "무엇이옵니까?" "눈감아 줘. 내가 여기 있는 거 말이야." 조 집사는 군주라 불리는 소녀의 명령에 안색이 굳어졌다. 그러나 소녀의 명령은 지킬 수가 없는 명령이었기에 조 집사 의 안색은 무섭게 굳어져 버렸다. "아니 됩니다." "흥! 조 집사. 죽고 싶은 게냐! 황실의 군주를 욕보인 죄가 얼 마나 큰 지 알텐데. 본 군주 스스로 용서를 하는 조건으로 내 린 명을 어길 생각이더냐." "차라리 저를 죽여주시옵소서. 제가 군주님을 뵈옵는데 어찌 주인께 고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이까!" "네 생명보다 그게 더 중요하단 말이더냐!" 조 집사의 충성스런 태도에 기꺼운 마음이 들은 군주의 목소 리에는 어느 정도 노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군주는 자 신이 이곳에 있는 것을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군주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조 집사에게 압력을 가하기로 했 다. 조 집사가 잡은 손자국이 찍힌 목을 내밀며 독하게 내뱉 었다. "보아라! 내 목에 찍힌 손자국이 누구 짓이더냐? 그런데도 본 군주가 그 죄를 사하고 대신 내린 약한 명조차 따를 수가 없 다는 것이냐? 진정 네가 죽고 싶은 것이냐?" "그런 대죄를 범했다면 당연히 죽어야 하지요. 안 그렇습니 까? 유영 군주님." "헉!" 군주의 정체는 소명왕부의 천금인 유영군주였다. 그리고 유 영군주의 말이 끝나자 바로 말을 이은 인물은 자은 선생이었 다. 자은 선생이 유령처럼 나타나 말을 하자 유영군주의 안 색은 하얗게 탈색돼 버렸다. "자은 선생님..." "군주님, 여기에 왜 계신 것입니까? 그리고 지금 하고 계신 복장은 무엇입니까?" "저... 그것이..." "명왕 전하께서는 군주님이 여기에 계신 것을 알고 있사옵니 까?" 유영군주는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숙였다. 자은 선생은 유 문의 거두일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학문사부로 유영군주에게 는 매우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녀는 자은 선생을 이길 방도 가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백기를 들고 말았다. "자은 선생님, 그건 아니에요..." "그럼 무단으로 가출을 하신 것입니까?" "네..." "어허! 총명하신 군주님께서 왜 이런 무도한 행동을 하셨습니 까?" 유영군주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은 선생은 고개 숙인 유영군주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바닥에 엎 드려 있는 조 집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 집사의 굳은 얼 굴은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 자은 선생은 유영군주에게 질문 을 던졌다. "조 집사의 죄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 집사의 죄요? 아 그건 내가 한 잘못이 있으니 서로 상쇄 해 없던 것으로 하겠어요." "감사합니다. 군주님. 조 집사의 성격으로 용서가 없었다면 스스로 그 죄를 물을 사람입니다. 군주님께서 직접 조 집사에 게 그 죄를 사한다고 말해 주십시요." "알았습니다. 조 집사." "네 군주님." "그대가 내 몸에 손을 댔으니 그 죄는 죽음으로 해결한 대죄 이다. 그러나 그대가 죄를 짓게 만든 것은 본 군주의 잘못으 로 인해 생긴 일이니 그 죄를 물을 수가 없느니라. 고로 본 군주는 그대의 죄를 친히 사하겠노라." "고맙습니다. 군주님.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조 집사는 유영군주에게 절을 하며 고마움을 말하면서 안도 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죄로 몰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조 집사의 문제가 무난하게 해결되자 자은 선생은 유영군주를 일단 밖으로 모시기로 했다. "군주님, 일단 이 곳에서 나가시지요." "네! 그럼 어디로 가라는 것이죠?" "제 여식에게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지요. 앞장 서 주시겠습니까. 자은 선생님." "알겠습니다." 자은 선생이 유영군주를 모시고 창고에서 나가자 조 집사는 자리에 주저앉아 제대로 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소명왕부에 계셔야 할 분이 왜 이런 곳에 숨어 계신 것인가... 정말 죽었다가 살아난 기분이군.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는지 옷이 다 적었군." 조 집사는 식은땀으로 젖어버린 자신의 상의를 만지작거리다 가 다시 독백했다. "한순간에 몸무게가 한 스무 근은 줄어든 것 같군... 아직 진 정되지 않는군. 아무래도 술을 마셔야 진정되겠어. 그런데 석 무사님은 지금 배 멀미로 쓰러져 있는데 누구랑 마셔야 하 나... 그렇지 악 소협과 함께 마셔야겠군. 날아간 이십 근을 보충할 푸짐한 안주를 준비해야겠군." 조 집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에서 나갔다. 그의 발길은 어느새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황보영은 척금방이 준비한 다연에서 나온 오로차를 즐기면서 어느 정도 기력이 회복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부 친이 웬 지저분한 소년을 데리고 자신에게 오자 무슨일인가 궁금해졌다. 황보영과 척금방, 갈씨 자매는 자은 선생이 오 기 전에 양탄자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아버님." "그래 내가 그만 방해를 했구나." "아니에요. 아버님." "내가 온 것은 네게 부탁할 일이 있어 왔단다." "말씀하세요. 아버님." 자은 선생은 유영군주에게 시선을 돌리며 황보영에게 말했다. "이분을 알겠느냐?" "이분이요?" 황보영은 거지꼴을 하고 있는 소년에게 존칭을 하는 아버지 가 이상했다. 부친인 자은 선생을 한 번 보고는 멍하니 유 영군주에게 시선을 돌린 황보영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유영군주님." "보영 언니..." "이게 어떻게 된 것이에요?" 황보영은 부친인 자은 선생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물었다. "유영군주께서 남장을 하시고 밀항을 하셨다." "네!... 군주님. 정말인가요?" "네, 보영 언니." "세상에... 그럼 가출을 감행하신 건가요?" 황보영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한 유영군주는 우물거리다 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후우~..." 황보영은 유영군주의 돌출행동이 너무나 어이가 없는지 한숨 을 내쉬었다. 그녀의 행동은 그야말로 큰 사단을 일으킬 내 용이었던 것이다. 황보영은 고개를 흔들다가 유영군주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유영군주님. 저를 따라 오세요." "왜요? 언니." "옷을 갈아 입으셔 야죠. 그리고 목욕물을 준비할테니 목욕도 하세요." "알았어요." "음식이나 옷, 세안이 불편했을 터인데 어떻게 참으셨나요?" "처음에는 괴롭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익숙해지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군요." 황보영은 유영군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고는 자 신의 선실로 모셨다. 황보영의 시비들은 유영군주가 자신들 상관의 방에 들어가자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욕물을 데우고 옷을 준비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얼마 후 유영군주 는 두 시비의 도움으로 거지 소년의 모습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품위가 있는 고귀한 미소녀로 둔갑했다. 유영군주 가 옷을 새로 갖추어 입는 동안 척금방은 자신이 사용하는 선실에 가벼운 다과를 준비했다. 네 여인은 유영군주가 오길 기다리며 척금방의 선실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유영군주의 황당한 등장에 어이가 없 는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차만 홀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유 영군주가 들어오자 척금방은 그녀를 상석에 앉히고는 질문을 했다. "군주님, 도대체 무슨 마음을 먹었기에 가출을 감행하셨어 요?" "그건..." "말씀해 보세요. 군주님." 유영군주가 척금방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우물거리자 황보 영이 부드러운 어조로 재차 물었다. 그러자 유영군주는 더 이상 질문을 피할 수가 없었는지 가냘픈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사실은 언니들이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까 더 이상 참을 수 가 없었어요." "그럼 저희들을 쫓아 오신 건가요?" "그렇기도 하지만 난 더 이상 좁은 왕부에 만 있는 것이 너 무 답답했어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분별이 없는 행동이에요." "알고 있어요. 보영 언니." "지금쯤이면 소주가 발칵 뒤집어져 있겠군요." "금방 언니 말대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세상에... 군주님. 군주님 덕분에 소주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 을 텐데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말을 하세요." "죄송해요. 보영 언니." 유영군주가 황보영과 척금방에게 따끔한 충고를 듣고 있는 동안 갈운지는 먼 산을 바라보는 듯이 고개를 돌려 선실의 천장을 보고 있었다. 갈운영이 유영군주의 철없는 행동을 보고 갈운지가 저지른 가출 사건이 생각나 그녀를 매섭게 노 려보았기 때문이다. 황보영과 척금방이 부드럽지만 냉정하 게 유영군주의 잘못을 논하는 동안 갈운지는 언니인 갈운영 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척신명은 유영군주가 밀항했다는 보고를 듣고는 어이가 없었 다.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하던 그는 자은 선생 이 방문하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척신명은 자 신의 선실에 들어온 자은 선생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자은 선생님." "척 대인도 유영군주님이 밀항하신 일을 알고 계시오." "네, 지금 보고 받았습니다." "알고 있다니 말하기 쉽겠구려." "자은 선생님께서는 이일을 어떻게 처리하시려는지요?" "가장 먼저 할 일은 소명왕부에 유영군주께서 무사히 계시다 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그럼..." "그렇소. 일정이 다소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배를 멈춰야 하오." "후우~ 자은 선생님이 말씀이 옳으니 그 뜻을 따르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선착장이 어디에 있소?" "지금 대운하의 중상단을 타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낙양에 도 착합니다." "낙양이라... 잘됐군요." "그럼 내일 낙양에 도착하면 배를 세우겠습니다. 어차피 물품 도 보급을 받아야할 때도 됐습니다." 척신명이 낙양에 배를 세운다는 결정을 내리자 자은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자은 선생은 척신명의 씁쓸한 고 소(苦笑)를 보지 못했다. 척신명이 북경에 가는 이유는 아 주 특별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그것은 시간을 다투는 화급한 일이었다. 또한 그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척신명은 엄청난 양의 금화를 상선에 준비했기에 북경까지 가면서 선 착장을 들르지 않도록 철저하게 물품을 구비해 놓았었다. 그러나 유영군주의 밀항으로 생각지도 않은 낙양에 배를 멈 춰야하는 데다가 언제까지 머물러 있어야 할지 모르니 척신 명이 고소를 짓는 것은 당연하기도 했다. 요마 모용혜는 장강수로연맹이 자랑하는 쾌속선 비익선에 몸 을 실었다. 비영의 재빠른 행동 때문인지 아니면 취마의 능 력이 뛰어난 덕분인지 모르지만 장강수로연맹에서도 애지중 지하는 쾌속선인 비익선은 모용혜에게 도착했다. 그런데 유선형으로 만들어진 비익선은 날개가 달려 있어 바람을 타 면 그 속도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쾌속선이었지만 타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었다. 비익선 자체가 소형 선박으로 배 를 모는 수부인 네 사람을 제외하고 단 여덟 명이 탑승할 수 가 있었다. 그런데 취마 포정이 모용혜를 만나기 위해 비익 선을 타고 와 일곱 명만이 탑승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모 용혜와 등곡, 악중악, 강천리, 비영, 구직, 구류방주 연적심이 비익선을 타기로 했다. 취마 포정은 모용혜가 비익선을 타 자 호리병에 든 술을 마시면서 그녀를 반겼다. "어서 오너라. 혜매." "오랜만이에요. 둘째 오라버니." "껄껄껄, 그렇구나." "네, 오라버니와 못 만난지 벌써 여섯 달이나 됐지요."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렀단 말이냐?" "그럼요. 역시 오라버니는 술에 취해 세상을 바라보니까 시간 이 흐르는 것을 모르는군요." "껄껄걸. 혜매의 말대로 나는 술과 벗하니 시간가는 줄 모르 고 사는구나. 그런데 무엇 때문에 비익선이 필요한 것이냐?" "누구를 쫓아야 하는데 필요해서지요." "오호! 그럼 올해는 네가 이 오라비에게 국수를 먹게 해주는 경사가 있겠느냐?" "깔깔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먼저 만나야지요." "그런 일이라면 내가 나에게 비익선을 끌고 와달라는 무례도 용서할 수가 있지." "네! 저는 장강수로연맹에서 가장 빠른 배는 부탁했지만 오라 버니까지 같이 오시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취마의 게슴츠레한 두 눈이 동그라지더니 왕방울처럼 커졌고 붉게 물든 딸기코는 더욱 붉어졌다. "엥! 그게 무슨 소리냐? 난 비영에게 그렇게 보고 받았는 데..." "비영!" 모용혜와 포정은 일제히 비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비영은 두 사람의 강렬한 시선에도 무심한 모습이었다. 모 용혜는 비영의 무심한 대응과 보고내용을 마음대로 바꾼 월 권행위에 격심한 분노를 느꼈다. "비영! 네가 감히 상관이 내린 명령을 마음대로 조작을 해. 네가 죽고 싶은 것이냐." "됐다. 비영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라버니..." "우리는 비영의 능력을 여러 번이나 목격했지 않느냐.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알았어요. 오라버니." "뭐 어쨌든 덕분에 너를 만나게 됐지 않았느냐." "호호호, 저 만이 아니랍니다." "무슨 소리냐?" "셋째 오라버니가 다섯째 오라버니와 여섯째 오라버니를 대 동해서 제가 가려는 지점에 가고 있어요." "뭐라고! 셋째와 다섯째, 여섯째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술이 확 깨는지 취마 포정의 얼굴이 삽시간에 변해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기에 세 아우가 동시에 움직 이느냐." "한 남자를 만나러 가는 것이에요." "누구냐? 도대체 누구기에 강남 흑도의 지배자인 팔마당의 여덟 거두 중에 네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느냐?" "악삼이라는 무공이 강한 공자이지요." "악삼?" 포정은 처음 듣는 이름에 매우 당혹한 표정이 되었다. 포정 은 악삼이라는 이름을 전혀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러나 네 아우가 동시에 움직이고 비영이 자신마저 움직이게 만든 것을 보았을 땐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모용혜는 포정의 취한 눈이 떼구르 굴러가는 것을 보고는 무 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포정에게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오라버니. 악삼은 이제 겨우 약관(弱冠)을 벗어난 햇병아리에요." "그런데 네 아우가 한꺼번에 움직인단 말이냐? 이 사실을 온 마 대형은 알고 있는 것이냐?" "큰 오라버니는 모르세요. 그리고 셋째 오라버니가 움직인 것 은 제가 잔영대를 움직여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데 둘째 오라버니까지 움직일지는 몰랐... 설마! 비영." 모용혜는 포정에게 설명하다가 잔마와 곡마, 소마가 한꺼번에 움직인 이유가 비영에게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영이 취마에게 잘못된 보고를 했듯이 잔마에게도 잘못된 보고를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용혜가 자신을 부 르자 비영은 무심히 고개만 끄덕였다. 포정과 모용혜는 비 영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좋아! 네 행동이 이번에 잘못된 것이라면 네 생명을 내 놓아 야 할거다." "됐다. 덕분에 아우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만 넘어가자꾸 나." "알았어요. 오라버니." 악중악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은 비영이 저지른 거짓보고에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비영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무 사히 넘어가자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비영이 저지른 행동 과 비슷한 행위를 자신들 방파에서 벌어졌다면 즉결 처분이 나 향당(香堂)을 열어 그 죄를 묻는게 당연했다. 그런데도 비영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방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들은 팔마당이 소속원들을 얼 마나 혹독하게 다루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비영에게 내려진 은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악중 악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은 비영이 팔마당 내에서 아주 특별 한 존재임을 느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입 밖으 로 내뱉지 않았다. 비익선이 소형이었기에 모두 한자리에 앉아 있어 말을 꺼내기 힘들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 가 가진 생각이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인물들이 아니었 던 것이다. 그들 모두는 서로가 현재는 아군이지만 나중에 는 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 신의 눈에 비추는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인 적으로 결론을 내 리고 있었다. 장강수로연맹에서 나온 네 수부들은 여덟 사람이 모두 자리 에 착석하자 비익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익선을 천천히 수로의 중앙에 몰고 가서 위치를 잡으면 바로 날개를 펴 바 람을 타고 고속으로 날아갈 예정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선 착장에 한 사람이 달려오며 구류방주를 부르는 바람에 그들 의 출발은 잠시 지연되고 말았다. "방주님. 방주님." "연 방주, 당신을 부르는구려." "아...네." 연적심은 자신을 찾는 수하를 처 죽이고 싶었다. 비익선 이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초를 뿌리자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모용혜가 자신에게 싸늘한 어조로 대한 것이다. 연 적심은 자신의 부하를 무섭게 노려보고는 비익선에서 선착장 으로 날아갔다. [쉬익.] 거의 삼 장 정도의 거리를 가볍게 날아간 연적심은 부하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런데 부하는 자신을 노려보 는 이유조차 모르는지 멀뚱멀뚱 연적심을 바라보기만 했다. 연적심은 고개를 흔들고는 부하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냐?" 연적심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묻어 있었다. "낙양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낙양에서!" "네, 여기 있습니다." 연적심은 부하의 손에 들려 있는 첩지를 거의 뺏었다할 정도 로 거칠게 가져갔다. 첩지를 펼쳐 본 연적심의 안색은 급박 하게 변해 버렸다. 연적심은 부하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없 이 바로 비익선으로 몸을 날렸다. "무슨 일이죠? 연 방주." "낙양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무슨 내용인데 그러는 것이죠?" "운문상회의 상선이 낙양에 닻을 내렸다는 겁니다." "뭐라고요! 첩지를 줘 봐요." "여기 있습니다. 팔 당주님." 모용혜는 연적심이 전해준 첩지를 펼쳐 읽어 내리기 시작했 다. [방주님 친전. 낙양지부의 관철동입니다. 운문상회의 상단이 타고 있던 상선 두 척이 낙양에 멈추었습니다. 그런데 낙양에 잠시 들른 것 이 아니라 제법 오랫동안 낙양에 있게 된다는 정보를 입수해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운문상단의 상선 수부 한 명을 매 수했습니다. 그 수부를 통해 알아낸 내용으로는 언제까지 낙 양에 있게 되는지는 모른다고 것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낙양 에 멈춘 이유는 수부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부 의 말로는 원래 낙양에 돛을 내릴 계획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분명히 알지 못하는 중대한 변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추후 로 알아내는 정보가 있으면 급보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방주님께 영원한 충성을...] 첩지를 다 읽은 모용혜는 교소를 터트렸다. "호호호." "무슨 일이냐?" "아... 즐겁고 재미난 일이에요. 둘째 오라버니." 모용혜는 첩지를 포정에게 넘겼다. 포정은 첩지를 다 읽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는 호리병에 든 술을 마시기 시작 했다. 모용혜는 연적심에게 시선을 돌렸다. "연 방주." "말씀하십시오. 팔 당주님." "그대는 잔마 삼 형에게 낙양에서 만나자고 연락을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연적심에게 용무가 끝난 모용혜는 호리병에 든 술을 통째로 마시고 있는 취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둘째 오라버니..." "......" "낙양이에요. 이번만큼은 가셔야해요." "허허허..." "이것은 하늘이 내린 인연이에요. 이번에는 필히 가셔서 그 질긴 악연을 잘라야해요." 연거푸 술을 들이키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취마의 눈빛 은 복잡하져 갔다. 그리고 취마의 행동을 바라보는 모용혜 의 눈가에 맑은 물기가 생겨났다. 모용혜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강가로 시선을 돌렸다. 그 런데 모용혜의 눈가에 퍼진 물기는 잠시 후 한 방울의 눈물 이 되었다. 모용혜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진주같이 영롱하게 빛을 내며 수면에 떨어졌다. 수면은 떨어진 한 방 울의 눈물이 무수한 동심원을 만들어 내면서 강물 속으로 사 라져 버렸다. 모용혜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수부에게 명 령을 내렸다. "목적지는 낙양이다. 어서 가자." "네 알겠습니다." 비익선은 천천히 운하의 중간으로 움직였다. 운하의 중심부 에 도달한 비익선은 세 개의 거대한 돛을 펼치더니 양익에 날개 같이 생긴 돛대를 수평으로 펼쳤다. 비익선은 서서히 바람의 영향을 받아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돼서 번개 처럼 나아가기 시작했다. 비익선은 속도가 오르기 시작하자 수면에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면으로 부상할수록 비익선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마침내 그 속도는 바람과 진 배없어졌다. 동이각주는 잠시간 활동을 접으라는 간자가 또 다시 비밀서 한을 보내오자 짜증이 났다. 간자가 제멋대로 명령을 무시 하고 비밀서한을 보내왔으니 동이각주의 짜증은 너무나 당연 했다. 총사인 장 소군이 일부로 간자의 활동에 제약을 건 것 은 간자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간세의 정체 가 들통나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내린 명령이었다. 그 런데 북풍각에 침투한 간자가 명령을 무시하고 업무를 재개 한 것이다. 동이각주는 짜증스런 표정으로 비밀서한을 펼쳤 다. 그런데 비밀서한에 쓰여진 암호를 하나하나 풀어 가는 동안 동이각주의 안색은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니 이럴수가..." 비밀서한에 적힌 정보는 놀라운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리 고 그 정보의 가치를 동이각주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동 이각주는 암호를 모두 풀어 문서로 만들어 내자 급박한 표정 을 지우지 못하고 바로 장 소군에게 달려갔다. 장 소군은 조용히 칠현금을 키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이각주가 급한 얼굴로 달려오자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장 소군 앞에 선 동이각주는 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동이각주가 총사를 뵙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나요?" "휴식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급한 소식이 들어와서 무례를 저지르게 됐습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소식이기에 선우 각주가 이렇게 급한 표정을 짓는 건가요?" "이것을 보십시오." 동이각주는 암호를 풀어낸 문서를 장 소군에게 넘겼다. 문 서를 바라보는 장 소군의 안색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장 소 군은 문서를 다 읽자 바로 동이 각주를 바라보았다. "이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문서에 쓰여진 데로 악삼은 낙양에 도착했습니 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그럼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잔마 도지광이 곡마 섭청과 소마 부사와 함께 낙양에 가고 있다는 내용이 신빙성이 있냐는 것이에요. 그리고 요마 모용 혜가 장강수로연맹의 비익선을 이용해 악중악과 등곡, 강천리 등과 함께 낙양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 건가요?" "맞습니다. 현재 팔마당의 잔영대가 움직이는 것을 저희 동이 각에서 포착한 상태입니다. 이 정보의 신용도는 매우 높습니 다." "호호호, 하늘이 우리 동해방을 돕는구나." 장 소군은 문서의 내용을 다시 읽으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웃 음을 터트렸다. 장 소군의 눈동자에는 교활하면서도 섬뜩한 눈빛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뇌리는 수많은 모략과 계책이 춤추기 시작했다. 동이각주는 장 소군의 웃음 속에서 칼날 같은 살의가 점점이 묻어 나오는 것을 느껴 자신도 모르게 전신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
첫댓글 즐감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디.
즐독 ㄳ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
즐독이랍니다
즐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