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다- 그렇게 생각한 건 이때까지도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지금껏 풀어놓은 말의 구석구석에서, 보통이 아닌 ‘각오’ 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녀를 여기까지 내달리게 한 것인가. 그 배후에 숨어있는 사정에 전혀 흥미가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이다.
그래도 도망치면 안돼. 외면하면 안돼. 특별히 아이가 있다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날 정면으로 대치할 수 없었던 아내의 시선. 여기서도 나는 외면해버릴 것인가? “부디 저를 구해 주세요” 매달리는 듯한 눈동자를 정면으로 받아들인 나는-
그녀와 만난 것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동시에 내가 정자 제공을 한 것도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후 부부 몇 커플과 만나봤지만 요시코처럼 ‘이 사람이라면’하고 느껴지는 상대와는 만날 수 없었고 업무가 쌓이거나 어떻거나 하는 중에 자연히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신기한 것은 그 정도의 ‘결의’를 가지고 있었을 터인데도 그 이후 일체 ‘다시 제공해 주시길 부탁해요’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던 것. 최초에 바로 성공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고 임신한 것을 알기까지는 정기적・지속적 제공을 계속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