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주차브레이크 등이 들어온다. 아무래도 뒷 브레이크 쪽에 무슨 이상이 있나보다. 라이닝이
다 됐던지.. 아 다 될 때도 됐다. 7년을 탔으니.. 브레이크 유압장치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싶어
거래처 다녀오는 틈을 타서 공업사에 차를 맡겼다. 오후 햇살 창창히 쏟아지는데 차를 찾기까지
두시간.. 간만에 그냥 광합성을 하며 다리품이나 팔아볼까? 헌데 극장이 보인다.
꽃피는 봄이오면
10분후 상영 시작이다.
Deal!
오락실에 들러 철권 두판.. 고삐리 녀석에게 무참히 두판 깨지고... 유 윈!! 외쳐주곤 나왔다.
나쁜 놈 한판도 안 져주다니... 앉은 자리에 풀도 안날 놈... 흘겨주려고 했는데.. 내 인상을 감안해서
참기로 했다.. 괜히 애 울면 골치니까... -_-;; 가뜩이나 머리도 깍두기 스타일로 깎았는데..
팝콘을 살까? 아니다 별로 땡기는 것이 없다. 물을 좀 마셨으면 싶은데 식수대가 안 보인다.
에이 그냥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극장, 그리고 대기 시간 동안 흘러나오는 New Age스타일의 음악...
자리를 찾아 앉으려는데 난감하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이 다섯...
히히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았다.
드디어 촌스런 지역 광고가 시작한다. 아 저 울리는 목소리의 여주인공... 뭐 나도 촌놈이지만....
그래 할 말 없다 뭐.
예고편 시작한다. 귀신이 산다. 흐흐 예고편 만큼은 웃긴데.. 그리고 김기덕의 최근 영화 빈집...
참 특이한 소재를 참 잘 찾아서 영화를 참 잘만든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술 한잔 하면 밤새
이야기 나눌 수 있을만한 사람이다. 철학적으로 상당히 잘 다듬어진 사람같다. 특히 이 세상에
고립된 인간에 대해서 연구가 많은 사람 같다. 맞다. 우리는 주변의 시선이라는 것에 둘러 쌓여
고립 되어 살아간다.
영화관이 좋은 것은 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 또한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화면만 보인다.
나는 자유다.
영화가 시작했다.
최민식, 윤여정의 걸쭉한 연기.. 하 라면은 또 어찌나 맛나게 먹는지.. 근데 너무 여러번 후후 분다.
뜨거울 때 입천장 뎌가믄서 먹는 맛도 좋은데... 캬 쌔주 참 맛깔스럽게 마신다. 한잔 땡기는데...
간만에 혼자 영화관도 왔는데... 혼자 쏘주 한잔 해 볼까? 어쩌면 어떤 눈삔 처자나.. 아님 우주우주
급한 처자가 찜할지도.... ㅋㅋㅋ
영화는 참 맛깔스러웠다. 화면도 참 좋았다. 사진에 관심이 있어 화면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굉장히 세련된 각도가 많았다. 다만 편집이 부자연 스러운 부분이 좀 있었다.... 영화관 측에서
짤라먹은 것일까?
자연스레 웃기고, 자연스레 감동시킨다. 최민식 참 노력파답다. 서울의 달이란 드라마에서...
한석규, 최민식, 채시라... 그중에 최민식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 서울의 달...
삽입곡들 참 좋았는데..
제목 참 절묘하게 지었다. 꽃이 피는 계절 봄... 그 봄이 오면.... 봄.... 계절의 이름에는 순환의
뜻이 담겨져 있다. The Change, 쭝국말로 易 ... 그 변화.. 철학적으로도 깊게 음미할 여지를
관객에게 떠 넘겨준 것이 참 고마웠다. 자기 맘대로 결론을 지어버리는 식의 서양영화에는 이제
질려버렸다. 질식할 것 같다. 하지만 숨구멍을 넉넉하게 준 이 영화... 참으로 편안했다.
그 거대한 순환의 한 순간, 한 패턴, 한 절기에 꽃은 핀다. 절대 핀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하지만 그 꽃은 진다. 그리고 잎사귀 무성하여 열매를 맺고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또 다시 꽃이 핀다. 마음이 편하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듯 사뿐사뿐 풀어 놓았다.
그럼에도 고개는 끄떡여진다.
아무래도 혼자 소주 한잔 할 생각은 접어야겠다... 엄니랑 가서 밥먹어야지... 하고 극장을 나서니
해는 어느새 서산에 노루꽁지만큼의 자투리를 남기고는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다.
꼴까닥 넘어가는 해를 뒤로하니 그림자가 길다랗게 앞선다. 라이닝에 유압실린더까지 교체!!
비용 8만원... 갑자기 적자노선을 걷게 생겼다. 까지꺼 내 애만데.. 앞으로 10년은 더 타야한디..
주자!! 이왕 늦은거 사무실에 전화하니 별 일 없단다.. 바로 집으로 퇴근...
엄니는 된장찌게 보글보글 끓여놓고 기다리신단다. 앗싸 조쿠나..
첫댓글 알타리님 그냥 오래간만인것 같네요^^ 재밌어요..글좀 많이 올려주세용 사진도요..^^
해는 어느새 서산에 노루꽁지만큼의 자투리를 남기고 숨을 할딱 거리고 있었다. 꼴까닥 넘어가는 해를 뒤로하니 그림자가 길다랗게 앞선다. 엄니는 된장찌게 보글 보글 끓여놓고 기다리신다....기다리신다...보글보글..
흐흐 요새 뭐가 그리 정신이 없는지 원..... // 처언싸님 그 문장이 마음에 드세요?? : )
다 좋아요, 그렇게 표현한 부분이 끌렸어요, 내용은 다 좋았어요.
나두 그 된장찌게 먹고싶다 보글보글...^^
가을 극복하기도 힘든데... 봄 생각은 나중에 할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