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나는 영국 영화들을 좋아한다.
특히 영국 대공황이 배경인 "풀몬티"나 "오, 그레이스"(이건 아닌가?)"레이닝 스톤""빌리엘리엇"같은 영화들을 보면,
영국인들의 기질이 원래 이렇게 낙천적이고 따스한걸까싶게끔
모든 영화들에서 종내 따스한 웃음과 훈훈한 감동을 맛볼수 있다,
뿐이랴,
영국에는 가이리치나 대니보일같은 쿨한 스타일리스트들도 있지 않은가?
그들의 잔잔한 로맨스코미디인 "네번의 장례식과,,,,"이나 "노팅힐""브랜단 앤 트루디""브리짓존스의 일기"에서도
영국 영화특유의 천박하지 않은 유머와 따스함을 느낄수있어서
나또한 그 영화들을 보면서 많이 웃었고,
또 억지스럽지 않은 해피엔딩에 유쾌해질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이 영화, "브리짓존스"에는 다른 영화에서와는 다른 어떤 기대가 있었다.
첫 오프닝 장면에서 술에 취해 혼자서 씩씩하게 노래를 불러제끼며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꿋꿋하게 견뎌내던 그 처참한 모습이 마치 나의, 아니 모든 노(?)처녀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듯해서,
가슴 찡할 정도로 아리면서도, 그러나 가슴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대는 기대가 들었다,.
"그래 이건 내 영화가 될것같은 느낌이 들어,
이건 다른 로맨스 코미디와는 달리 여자를 그린 영활거야,"
그 매력적인 오프닝씬이 주는 코끝찡한 감동이란,,,,,
그리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은 르네 젤위거라는 매력적인 배우의 열연에 힘있어
힘을 실어가는듯했고ㅡ,
보는내내 유쾌하게 난 브리짓존스가 될수있었다,
그러나 결론은 뭔가?
"능력있고 잘나가는 여자가
바람둥이에게 한때 맘을 뺏겼지만,
결국은 성실하고 착한 남자를 만나 진지한 사랑을 느끼고 행복하게 된다"
이건 헐리웃이 지금껏 수도 없이 반복했던 전형적인 공식이 아닌가?
오드리헵번이 "사브리나"에서 그랬듯이
멀리도 아닌 "썸원 라이크 유"에서 에슐리 쥬드가 그랬듯이
이건 괜히 가슴에 헛바람만 쑤셔놓은 셈이 된거다.
거창하게 목숨걸고 페미니즘을 외쳤던 "델마와 루이스"의 기백을 원했던것도 아니고,
"뮤리웰의 웨딩"에서의 마지막 엔딩에서 아바의 노래에 맞춰 씩씩하게 다시 먼길을 새로이 떠나는 뮤리엘에게 박수를 치고싶을정도의 감동을 바란것도 아니지만,
이건 너무 김새는거 아닌가?
뻔한 노처녀의 사랑찾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던거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꽝이라는 건 아니다, 충분히 유쾌한 작품이니까,,,)
다, 내가 기대를 많이한 탓이고,
영화의 홍보가 잘못된 탓이리라,.
그냥 유쾌한 로맨스 코미디라고, 예쁜 러브스토리라고 홍보를 했다면,
이런 배신감은 없었을것이다.
분명 그 영화의 홍보문구에는 독립여성의 자아찾기같은식의 비장함이 묻어있었다.
그래서 난 학원의 노처녀 선생님들을 죄다 끌고,
이건 우리 영화고, 우리 여자들의 심리를 잘 그려낸 유쾌한 페미니즘 영화라며 부추긴끝에
내게 돌아온 평은
"뭐야? 그냥 로맨스 코미디네..재미는 있다."뭐, 이런류였다.
그렇다,
그렇게 왠지 이 영화에서 허전함을 느끼는, 그 2%부족한 갈증을 느끼는 여성들을 위해 소개할 영화가
바로 독일 영화 "파니핑크"다.(와, 서론 한번 되게 길다,
이러니까 무슨 내가 거창한 페미니스트같군,,,,,)
이 영화는
"남자가 삶의 전부가 아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사랑받고 싶다면, 바로 자기 자신부터 사랑해야하며,
지금 이 순간, 가장 비참하다고 여겨지는 바로 이순간도 당신은 충분히 행복하다."라는 메세지를
더없이 환상적으로, 그리고 사랑스럽게 그려낸, 내가 뽑는 최고의 여성영화다,
하도 예전에 봐서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30대에 막들어선 노처녀다,.
남자는 없고, 되는일도 없고,일상은 단조로워서,삶에의 자신감도 점점 없어지고,
하는일이라곤 자기가 잘났다는 최면테이프를 쉴새없이 반복해 들으면서,
항상 자기 관을 짜가지고 집에다 두며 죽음까지를 생각하는 비관적이며 우울한 인간이다.
그런 그에게 신비스럽기 그지없는 점성술사인 흑인 '오르페우스"가 나타나고,
그녀에게 곧이어 멋진 남자가 나타날것이며, "23"이라는 숫자가 당신의 행운의 큐피트열쇠가 될거라고 알려준다,.
이제부터 그녀의 눈물겨운 남자찾기는 시작된다.
정말 눈물, 콧물 다빼는 그 황당하고 폭소스런 장면들,,
특히 헛다리집은 상대의 차에서 속옷바람으로 집까지 뛰어오던 그모습에선
그야말로 눈물젖은 박장대소가 터진다,.
결국 오르페우스는 파니핑크의 집으로 들어오고,
둘은 애정을 넘어 진실되게 서로의 존재를 사랑하게 되며,(이성이 아닌 인간으로써...)
(어느 평론가는 이 오르페우스가 결국은 파니핑크의 우울한 내면자체였다는 해석도 하던데,,,)
행복이란, 남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바로 그 마음자세에서 시작된다는 크나큰 깨달음을 안겨준뒤
오르페우스는 시작이 그랬듯이, 자기 할일을 마치고 환상적으로 하늘나라로 컴백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23이라는 숫자가 주는 행복감,
결국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할 준비가 된 자에게만 행복이, 그리고 사랑이 찾아온다는,
단순하지만, 극히 실현가능성이 어려운 주제를
감독은 에디뜨삐아프의 "장미빛 인생"에 실어, 너무나도 환상적이고 눈물나게 예쁜 방법으로 우리에게 말해준다.
마지막에 파니핑크가 그토록 끼고살던 관을 창밖으로 시원스레 내동댕이 치는 장면..
아, 이 어찌 감동이 아니랴,
내가 말귀 알아듣게된뒤로 수많은 영화를 봐왔지만,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이 영화처럼 가슴터지는 행복을 느꼈던 영화는 별로 없는듯하다.
(뭐, 감동, 재미, 긴장, 눈물,,,이런거 말고 행복지수로 따지자면 말이다,,,,)
어쨋거나 말이 길어졌지만,
외로운 분들,
그리고 자기 삶이 의미없다고 느끼시는 분들,
되는게 없어서 짜증난다고 느껴지는 분들에게 이 영화는 더없이 좋은 비타민제가 될거라고 믿는다.
아무리 비참하기로, 대낮에 남자에게 차이고(실은 혼자 북치고 장구친거지만,,,)속옷바람으로 거리를 활보할만큼 비참한 인생이 또 어디있으랴,
아무리 우울하다고 자기 관을 짜서 거기서 잠드는 사람이 또 어디있으랴,
음. 쓰다보니 나도 다시보고싶어지네.
지금 내 머리속에는 에디뜨 삐아프의 "장미빛 인생"이 흘러나오던 그 마법같은 장면들이,
심장이 터져버릴것같이 행복했어 눈물이 다나던 그 환상적인 장면들이 자꾸 떠오르면서
넌 행복해질거야, 강해질거야, 자꾸만 그런 주문을 걸고있는거같다 .
카페 게시글
☆ 30 살 의 향 기 ☆
Keiner liebht mich (맞나?? ㅡ.ㅡ 오래되서리...) 훌륭한 영홥니다...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오케이 좋은영화죠....(냉텅) 감사.
만년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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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2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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