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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프린세스] 07
S#1. 혜리 빌라 테라스 (밤)
6회 엔딩과 연결해서...
인우 : (역시 놀란 듯 혜리 보는)
혜리 : (핸드폰 귀에 댄 채 다가가는, 올려다보며) 왜, 왜 거기 있어요?
인우 : (어떻게 이런 일이? 기막힌 듯 허! 웃고) 우리 집이니까.
혜리 : 에? (놀라는, 이후 계속 핸드폰 귀에 댄 채 얘기)
인우 : (핸드폰 내리며 몸 쑥 내밀고) 근데 마검은 왜 거기 있어요? (하다 신기하다는) 이사한다더니, 여기로 온 거에요?
S#2. 인우 테라스 / 혜리 테라스
테라스에 서서 핸드폰하고 있는 인우.
혜리 : (말도 안돼) 서변 집 양재동이잖아요!
인우 : 일루 이사 온 지 일주일 됐어요. (하다) 핸드폰 좀 내리지?
혜리 : (여전히 핸드폰 댄 채 벙한 얼굴로 인우 보는)
인우 : (정신 차리라는) 핸드폰! 핸드폰!
혜리 : (둔하지만 이번엔 뭔가 단단히 이상하다) 잠깐, 잠깐 잠깐 잠깐 나 좀 봐요! (후다닥 안으로 들어가는)
S#3. 인우 빌라 (밤)
테라스에서 들어오는 인우, 성큼성큼 현관으로 간다. 아직 풀지 못한 이삿짐 박스들 몇 개 보인다.
S#4. 빌라 계단 (밤)
혜리, 자기 집 쪽에서 나와 후다닥 계단 오르는데 인우, 어느새 쪼르르 계단 내려 오고 있다.
급한 기세에 인우와 확 부딪힐 뻔 하고 어어- 뒤로 허우적거리는 혜리 잡아주는 인우.
인우 : 성질 급하기는!
혜리 : (급하다) 왜 이사했단 말 안했어요?
인우 : 당신 상태가 내 이사 얘기 전할 상태였던가?
혜리 : (의혹에) 혹시 나 쫓아서 이사 온 거 아니에요?
인우 : (타박하듯) 나한테 이 동네로 이사 온단 말 했어요?
혜리 : 윤선배 동네로 온다고 했잖아요.
인우 : (기막힌) 아- 당신의 윤선배가 이 동네 살아요? 근데, 이 동네 이 많은 집 중에 이 빌라로 이사 온다는 말, 나한테 했나?
혜리 : (멈칫, 그런 적은 없다) ...
인우 : (정색하는) 혹시 마검이 나 쫓아서 온 거 아닙니까?
혜리 : 에? (펄쩍) 말도 안돼! 내가 왜요?
인우 : 그럼 나는 왜요?
혜리 : 그거야 서변은...
인우 : 서변은 뭐? 한때 마혜리 좋아했으니까?
혜리 : (E) 한.. 때?... (보는)
인우 : (눈 커져) 뭐야, 아직도 내가 당신한테 미련 있는 줄 아는 거에요? 아니면 미련 가져주길?
혜리 : (인우 말에 말려서 약간 민망한) 누가 그렇대요? 그게 아니라, 나보고 자기 따라 온 거 아니냐고 그러니까..
(하다 분명한 이유 생각나는, 기 살아서) 나는, 윤선배 때문에 일루 이사 온 거잖아요!
인우 : (여지없이) 나는, 다른 남자 때문에 이사하는 여자한테는 관심 없어요!
혜리 : (대꾸할 말 없는) !
인우 : (진심으로 그럴 생각이다) 그러니까 친구해준다 그랬지.
혜리 : (할말은 없지만 미심쩍은) 그럼 이게 정말 우연이라는 거에요?
인우 : 아니?
혜리 : 아니죠! 아니죠?
인우 : 이 정도면 인연이죠!
혜리 : 에?
인우 : 악연이라고 하자니 그간의 정이 울고 말야, 어떡해요? 인연으로 해야지.
혜리 : (듣다보면 늘 정말 그런 거 같다. 갸웃하는)
인우 : (기막혀 죽겠다는) 아무래도 내 팔자가, 당신 뒤치다꺼리 하라는 팔잔가 봐. 아- 심란하다, 심란해... (고개 절레절레)
혜리 : (혼란스럽게 보는)
S#5. 혜리 빌라 / 혜리 집 거실 (밤)
갸웃하며 들어오는 혜리. 활짝 열린 베란다 문으로 바람 들어와 커튼 날리고 있다.
혜리 : 진짜 우연인가?... 내가 일루 이사 오는 거 누구한테도... 엄마 아빠 빼고 유나 밖에 모르는데?...
(하다 커튼 보는, 지레 놀라) 어머! (얼른 가서 문 닫고 잠그는, 커튼도 닫는데 핸드폰 울린다. 화들짝 놀라는) 엄마야!
(가서 핸드폰 집어 들면 ‘엄마’ 떠있다, 휴... 받는, 놀란 투정으로) 엄마아-
애자 : (자기 닮은 딸이다) 너 무섭지?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혜리 : (얼른) 뭐가 무서워? 하나도 안 무서워,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애자 : 평생 하루도 혼자서 안 자보고, 거기다 혼자선 절대 일어나지도 못 하는 애가
진짜 어쩔라구 혼자 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상태 : 그러니까 씨씨 티비 달아야 돼!
애자 : 무슨 딸 집에 씨씨 티비를 달아요?
상태(휠) : 못 일어나면 깨주고, 누가 드나드는지도 보고!
혜리 : (헉 놀라는)
S#6. 인우 빌라 (밤)
박스 들고 와서 적당한 곳에 탁 내려놓는 인우, 박스 열어 주섬주섬 짐 꺼내 정리한다.
S#7. 혜리 빌라 (밤)
낯선 곳에다 처음으로 혼자 자게 된 밤이라 쉽게 잠 못 드는 혜리,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멈칫한다.
위층에서 뭔가 움직이는 듯 덜컥 덜컥 소리 작게 들린다.
혜리 : 잠도 안자고 뭐하는 거야?... (위안 된다) 아는 사람 있으니까 들 무섭다... (눈 감는)
S#8. 혜리 빌라 외경 (다음날 아침)
S#9. 혜리 빌라
잠 설치다가 겨우 잠든 듯 엉망으로 널브러져 자고 있는 혜리, 현관벨 소리 들린다.
소리에 찌푸려지는 혜리 얼굴. 현관 벨 연이어 울리고 이어서 문도 쾅쾅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요란한 소리에 눈뜨는 혜리, 벌떡 일어나 앉는다. 또 현관벨 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 연이어 나면서
다급히 ‘마검사! 마혜리 검사!’ 심각하게 부르는 인우 목소리 들린다.
놀라서 현관으로 달려가는 혜리.
혜리 : 누구세요?... (보면 모니터에 인우 얼굴 보인다)
인우 : (뭐라고 말하는데 안 들린다)
혜리 : (인터폰 들려다가 도어첵 한 상태로 문 여는) 무슨 일이에요?
인우 : 일어 났어요?
혜리 : 무슨 일이냐구요?
인우 : 출근하라구요.
혜리 : 에?
인우 : (타박) 이유가 있어서 이 동네로 왔으면, 그 목적을 달성해야지!
혜리 : (무슨 소리야? 벙해서 보면)
인우 : (들고 있던 바나나 우유 하나 쓱 내밀며) 빨리 준비해야 윤검님 차 탑니다. 지금도 빠듯해요.
혜리 : ?... (헉!) 지금 몇 시에요?
S#10. 빌라 앞
출근 차림으로 잘 차려입고 급하게 뛰어 내려오는 혜리, 멈춰 선다.
윤검 집이 이쪽인가? 저쪽인가? 양쪽 번갈아 보다가 ‘저쪽이지?’ 하고 급히 뛰어간다.
테라스에 나와서 그런 혜리 보고 서있는 인우, 귀엽다는 듯 미소 띠고 본다.
S#11. 윤검 집 앞
출근 차림으로 서류 가방 들고 나오는 윤검, 차 리모컨 삑- 작동시키고 차로 오다가 놀라 멈춰 선다.
차 옆에서 기다리고 서있는 혜리.
혜리 : (윤검 보고 밝게 웃는) 안녕하세요? 선배님!
윤검 : (의아한) 마검이 이 시간에...
혜리 : 저 이사 왔어요, 이 동네루요. 그래서 선배님 차 좀 같이 타고 갈려구요.
윤검 : (뜻밖인 듯 보면) 차?
혜리 : (얼른 옆 좌석 문 열며) 타도 되죠?
윤검 : (안된다고 할 수도 없는) 어... (운전석에 타는)
혜리 : (막 엉덩이 디밀다가 멈칫) 아 참, 여긴 진검사님 자리죠?
윤검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보면)
혜리 : (뒷좌석으로 가서 타며) 카풀은 진선배가 먼저 했으니까 그 자리 뺏으면 안 되잖아요.
S#12. 진검 집 앞
기다리고 서있던 진검사, 다가오는 윤검 차 보고 살짝 미소 짓다가 뒷좌석에 보이는 혜리 보고 어? 하는데 윤검 차 와서 선다.
혜리 : (웃으며) 타세요! 선배님!
진검 : (영문 모르겠지만 굳어지는)
S#13. 도로 + 윤검 차 안
황당한 얼굴로 옆 좌석에 앉아있는 진검사. 뒷좌석 가운데 앉아서 윤검과 진검 번갈아 보면서 얘기하는 혜리.
진검 : 이사를 어디로 왔어?
혜리 : 쉬즈 빌라요. (윤검 보며) 어딘지 아세요?
윤검 : 글쎄.
혜리 : (얼른) 가까운데? 안 멀어요, (하는데)
진검 : 부모님이 이사하신 거야?
혜리 : 아뇨? 저희 집이 성북동이잖아요. 집 멀어서 야근하는 거 너무 힘들다구,
글쎄 엄마가 저도 몰래 집을 딱 구해놓으신 거 있죠? 여기가 중부지검에서 가깝잖아요.
진검 : 어... (믿기지 않는, 윤선배 때문이다. 윤검 보는)
윤검 : (약간 난처한, 시선 의식되지만 운전만) ...
혜리 : (몸 앞으로 해서 진검 가까이 보며) 근데 선배님, 가까이서 보니까 피부 진짜 좋다?
진검 : (뭐야? 갑자기? 당황해서 왼손으로 뺨 가리듯 대면)
혜리 : (진심이다) 눈도 참 이쁜데 그동안 안경 땜에 몰랐구나? 안경 쓰지 마세요? 안경 안 쓰면 진짜 이쁘겠어요.
(윤검 보며) 선배님 그쵸?
윤검 : (당황해 뭐라 말 못하는) 어? 어...
진검 : (민망) 왜 이래?...
혜리 : (다시 진검에게) 선배님, 안경 쓰지 마세요. 렌즈 끼고 머리 좀 기르세요? 여자는 머리가 반인데...
진검 : (당황해) 그만 해라, 어?
혜리 : (생각난) 근데 두 분은 매일 카풀하시는 거에요?
S#14. 검찰청 주차장
윤검 차에서 내리는 셋. 막 검찰청 향해 가던 이검, 셋 보고 뚝 멈춰 선다.
제일 먼저 내린 진검, 굳은 얼굴로 먼저 들어가 버리고
윤검은 뭔가 난처한 얼굴로 혜리는 해맑은 얼굴로 내려서 윤검 옆으로 탁 간다.
이검 : (황당한) 저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S#15. 혜리 검사실
출근해 있는 차계장과 정임. 혜리, 경쾌하게 들어온다.
혜리 : 좋은 아침이에요-
차, 정임 : (적당히 인사하고)
혜리 : (앉아서 탁상 다이어리 보며) 오늘은 드디어 머리 싸움해야 하는 피의자 조사 있는 날이죠?
차계 : 예, 황수자씨 지금 출입증 내줬습니다.
혜리 : 후... (하더니 벌떡 일어서는, 다시) 후... (단전 호흡하는)
차계 : (혜리가 왜 저러는지 모른다. 벙해서 보는)
[시간 경과]
추레한 옷차림에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앉아있는 황수자(50세),
대강 틀어 올린 머리에 큐빅 박힌 핀(명품, 모양 흔하지 않은 걸로, 흐트러진 머리 속에 있어 언뜻 보이는)으로 고정했다.
혜리 : (기록 보며 또박또박) 황수자씨, 지방에 싼값으로 전셋집을 구입해서 그걸 담보로 전세금액 이상의 대출을 받아서
갚지 않았고, 또 원래 전셋집을 구한 돈도 빚이었으니까, (얼굴 보며) 이중 사기네요.
황 : (정말 당황한 척) 저는 그냥 방 언니가 부탁해서 시키는 대로 한 거에요...
혜리 : 황수자씨 본인이 직접 경기도 가평 부동산에서 전세 계약했잖아요.
황 : 그게 방언니가 다 알아서 해준다고, 내 명의로 전세 계약만 해주면 돈을 준다고 해서요... (울먹) 아들 등록금 때문에...
혜리 : 아니 그 전세를 다시 김옥순씨한테 전세 주면서 대출에 보증서시고, 대출금 중 천 오백만원을 가져가셨잖아요.
황 : 아니에요? 전 방 언니가 이백만원 줘서 그거만 받았어요...
혜리 : 김옥순씨는 대출금 나눠 쓰기로 사전에 황수자씨하고 합의했다고 혐의 인정했는데요?
황 : 아니에요, 검사님... 전 그냥 아들 등록금이 필요해서... 시키는 대로 한거 밖에 없어요...
혜리 : 방 언니하고는 왜 연락이 안돼요?
황 : 일부러 끊어버린 거 같애요, 저한테 다 뒤집어 씌우고... (훌쩍 훌쩍하는)
차계장 : (다그치지도 않고 지나치게 친절한 혜리 뭔가 이상한 듯 보는)
[시간경과]
공손히 인사하고 나가는 황수자.
혜리, 지친 표정으로 멍하니 황수자 뒷모습 본다. 틀어 올린 머리 고정시킨 핀 보는 혜리.
차계장 : (이상해서 걱정스런) 검사님, 왜 그러세요?
혜리 : 네?
차계장 : 아니 피의자를 왜 그렇게 어려워하세요?
혜리 : 아 그거요... 혹시 이 피의자도 억울한 사람 아닌가 하다보니까...
아- 진짜 사람 마음에 대볼 수 있는 리트머스 종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차계장 : 그래서 황수자씨 어떻게 처분 하실려구요?
혜리 : 참고인 조사 하고 다시 부를 거에요. 기록도 다시 보고... (하다) 얼마나 형편이 어렵길래 이백만원 받을려고
명의를 빌려주고 보증을 섰나 집에 한번 가볼까봐요...
차계장 : (그런 생각하는 혜리 뜻밖인 듯 보는)
혜리 : (기록 보며 갸웃, 혼잣말) 수상하긴 분명 수상한데...
정임 : 검사님, 부장님이 오시랍니다.
혜리 : (부장님이? 보는)
S#16. 부장실
뜻밖인 듯 부장 쳐다보고 있는 혜리. 진검사, 옆에 서있다.
혜리 : 변사체 검시요?
부장 : 지금 진검사 나가니까 따라 나가.
혜리 : 변사체 검시면... 시체죠오?
부장 : 앞으로 혼자 나가야 할 때 대비해서, 진검사하는 거 눈 부릅뜨고 잘 봐.
S#17. 엘리베이터 안
검시하러 가기 위해서 나란히 서있는 혜리와 진검, 진검 수사관.
진검 : 여자, 이름 민정희, 26세고, 발견 장소가 신혼집이야, 5월에 결혼할 예정이었대.
혜리 : 어머...
진검 : 최초 발견자는 약혼자, 아침에 깨서 보니까 약혼녀가 사망해 있었대.
혜리 : 안됐다...
진검 : 평소 저혈압이 심해서 수회 쓰러진 적이 있다는 유족 진술에다 타살 혐의 발견 못해서,
저혈압 쇼크로 인한 단순 변사가 경찰 의견이야.
혜리 : (복습하는) 민정희, 26세, 지병으로 저혈압, 아침에 약혼자가 발견...
S#18. 병원 앞
들어가는 진검, 혜리, 진검방 수사관.
S#19. 병원 영안실 앞
복도 한쪽 의자에 슬픔에 잠긴 얼굴로 앉아있는 변사자 엄마와 자매, 남자친구 앉아있고
형사와 마주 서있는 진검, 혜리, 수사관.
진검 : 발견자가... (힐긋 남친 돌아보며) 저분인가요?
남친 :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있다)
형사 : 예, 약혼자랍니다.
혜리 : (안됐다는 듯 약혼자 보는)
진검 : (끄덕이는) 그럼 볼까요?
S#20. 병원 영안실
부검 테이블에 여자 시신(26세) 눕혀져 있고 흰 천으로 덮혀 있다.
형사 안내로 들어오는 진검과 혜리, 진검 수사관. 영안실 직원, 기다리고 있다.
(진검과 혜리의 수술 장갑 착용 시점은 현지에서 확인 후 해 주세요)
혜리 : (소독약 냄새부터 예사롭지 않은 듯 약간 킁킁거리는)
진검 : (다가가며, 예의 바르게) 민정희씨, 진정선 검삽니다. 제가 좀 보겠습니다.
혜리 : (그런 진검 뜻밖인 듯 보는)
직원 : (천 휙 들추면 시신 드러나는 설정. 혹은 천 들어서 막아주는 걸로)
혜리 : (동시에 찔끔해서 눈 감았다가 뜬다)
형사 : 자다가 사망한 상태라 외상이 전혀 없습니다.
진검 : (차분한 표정으로 전반적인 상태 살피는, 멍이나 긁힌 자국 있는지...) 뒤집어 주세요.
직원 : (사체 뒤집는 몸동작)
혜리 : (무섭지만 손으로 입 막고 보는)
진검 : (뒤쪽 다 본 듯) 됐습니다. 바로 눕혀 주세요.
혜리 : (그런 진검 멋있게 보인다) 오... (그 정도로 끝인 줄 아는데)
진검 : (본격 탐색 시작, 사체에 다가가는, 목에 졸린 흔적 있나 목 자세히 보고 머리 쪽 만진다.
뒷통수까지 샅샅이 만지고 살펴본다)
혜리 : (으... 인상 찌그러드는)
진검 : (이후 손톱 밑에 뭐있나 손도 들어서 자세히 보고 나서 목부터 팔까지 거의 주물럭 주물럭 수준으로 만지며 검시하는)
혜리 : (그런 모습 충격이다. 우욱... 슬슬 올라오는데)
진검 : (갈비뼈 부근에서 멈칫하는, 표정 딱 굳어지는)
혜리 : (왜 저래? 보는데)
진검 : (잠시 자세히 만져 보다가) 마검, 이리와 봐.
혜리 : (기겁해서) 네? 왜, 왜요?
진검 : (돌아보는, 낮지만 카리스마) 이리 와.
혜리 : (쭈뼛거리며 가는, 무서워서 진검 옆으로 바싹 붙어 서는데)
진검 : (혜리 손 탁 잡아서 시신 옆구리 쪽으로 가져가며) 여기 만져봐.
혜리 : (비명처럼) 싫어요- (손 빼서 부들부들 떠는)
진검 : (탁 보는) 조용히 못해?
혜리 : (일할 때 진검 카리스마에 눌려서 멈칫하는)
진검 : (낮지만 차분하고 절도 있게) 너 검사야. 어디서 열여덟 먹은 기집애처럼 파닥파닥이야?
혜리 : (죽을 맛으로 진검 보는)
진검 : 변사체 검시는 검사의 기본 업무 중 하나야. 검시 안하고 검사할 수 있을 거 같애? (만지라고 눈짓으로 탁 지시하는)
혜리 : (어쩔수 없이 이 악물고 떨리는 손 시신 향해 가는) 여기요?...
진검 : (혜리 손 탁 잡아서 갈비뼈 부분에 탁 대주는) 여기!
혜리 : (거의 울 듯 헉! 눈 질끈 감고 고개 빼다가 어떤 손 느낌에 표정 딱 멈춘다. 눈 동그랗게 뜨며) 여기 왜 갈비뼈가 없어요?
왜 쑥 들어가요?
진검 : (심각한) 갈비뼈 왕창 부러진 거 맞지?
S#21. 병원 앞
한쪽 쪼그리고 앉아서 웩웩 헛구역질하고 있는 혜리.
저만치 뒤에서 심각한 얼굴로 형사에게 뭔가 얘기하고 있는 진검 보인다. 타살 의혹 갖고 수사 지휘하는 분위기.
형사, 네 네하며 듣고 있다.
핏기 없어진 얼굴로 겨우 일어서는 혜리, 비칠비칠 돌아서는데
진검 : (다가온다) 따라 와.
혜리 : 어딜 또요?
S#22. 식당 (저녁)
거의 울기 직전 얼굴로 앉아있는 혜리.
보글보글 끓고 있는 전골냄비 휘휘 젓고 있는 진검, 곱창전골이다. 휘저을수록 곱창과 부속물들 드러난다.
고개 돌리며 욱! 하는 혜리.
혜리 : (참으며) 오늘 같은 날 꼭 이런 걸 먹어야 해요?
진검 : 이게 검사들 전통이야. 난 첫 검시 날 내장탕 먹었어.
혜리 : 내장?... (욱! 하는)
진검 : 아마 담력 키우라는 선배들 배려일 걸? 저런 검시야 약과지, 나중엔 부검도 봐야 하니까.
(하다 킥 웃는) 부검이 부검을 하네?
혜리 : (금새 신기해서 눈 동그래지는) 농담도 할줄 아세요?
진검 : (표정 수습하고 그릇에 뜨며) 검사가 변사체 검시를 하는 이유가 뭔 줄 알아? (그릇 주면)
혜리 : 알고 싶지 않은데요... (안 받으려는) 전 됐어요.
진검 : (혜리 앞에 탁 놓아주며) 혹시 못한 말이 있으면, (혜리 보며) 대신 해주라는 거야.
혜리 : 검사가 무당이에요? 죽은 사람 말을 대신하게...
진검 : (자기 그릇에 뜨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잖아. 죽은 사람은 말을 하지 못하니까,
혹시라도 억울한 죽음이 있게 하지 말라는 국민의 뜻인 거지.
혜리 : (민망함에 약간 찡그리며) 아우 선배님은요, 가끔 쫌 오글거리게 거창해요...
진검 : (당당한) 난 그래, 나한테 검사는 그래.
혜리 : 오글거리긴 하지만, 훌륭하긴 한 거 같애요. 아까 보니까.
진검 : 그렇지! 그래서 오늘도 타살 혐의 찾았잖아. 자연사로 묻힐 뻔한 아가씨가 못한 말을, 내가 대신 해준 거지.
(신났다) 아참, 그래서 죽은 자는 몸으로 말한다! 그러기도 해. (이후 먹는)
혜리 : (불쑥 생각난) 근데 선배님은, 죽은 사람 말은 알아들으시면서... 산사람 눈치는 좀 둔하신 거 같애요.
진검 : 무슨 말이야?
혜리 : (부어서 하소연하듯) 제가 윤선배님 좋아하는 거 아시면서, 어쩜 그렇게 출퇴근을 같이 하세요? 특히 퇴근요.
진검 : 뭐?
혜리 : 오죽하면 제가 이사를 왔겠어요?
진검 : (설마 했다가 확인하고 덜컥해서) 윤선배 때문에 이사 온 거지?
혜리 : 야근도 쫌 영향이 있긴 했는데요, (하다) 그니까 선배님이 좀 도와주세요.
진검 : (기막혀서 꿀꺽 삼키는)
혜리 : 퇴근 때 만이라도, (하는데)
진검 : (더 이상 안 눌려져서 터지는) 눈치는 니가 너 없어! 나도 윤선배 좋아해!
혜리 : (전혀 생각도 못한 말이라) 네?
진검 : (아차했다가 이미 늦었다) 윤세준 선배, 내가 먼저 좋아했다구.
혜리 : (놀라) 어... (하다) 그럼 두 분이 서로 좋아하시는 거에요?
진검 : (그렇다고 대답 못하는 처지다. 보다가 화내는 것처럼) 그건 아냐!...
S#23. 식당 앞 (저녁)
나오는 혜리와 진검. 진검, 뜻하지 않게 속마음 드러내고 죽을 지경이고 혜리도 약간 충격 받은 상태다.
진검 : (탁 돌아서며) 오늘 나한테 들은 얘기는 묻어라, 어?
혜리 : 제가 좀 생각해 봤는데요...
진검 : 뭘! 혜리 아까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요, (흉내내는) 윤선배, 내가 먼저 좋아했어! 이거요...
진검 : (놀려?) 야!
혜리 : (나름 진지하고 정색) 그랬던 선배님한테는 죄송하지만, 제가 양보는 못할 거 같애요.
진검 : 뭐?
혜리 : 저 정말 남이 좋아하는 남자 뺏는 년, 진짜 경멸하는데요, (아쉽고 속상한 듯) 아- 선배님 쫌 진작에 얘기하시지,
그랬음 제가 마음 접었을 텐데... 지금은 너무 늦었어요... 제 마음이 통제가 안 되는 상태에요.
진검 : (자기 감정 때문이 아닌, 큰일이다) 마검사, 윤선배에 대해 얼마나 안다구,
혜리 : (말 자르며) 대신, 카풀은 양보할께요. 그건 원래 선배님이 하던 거니까... 거기에 끼어드는 건 치사한 거 같애요.
적어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 면 안 되는 거니까요.
진검 : (당돌한데 꽁수는 없고 참 신기한 애다... 보는데)
혜리 : (둘이 마주 보기 무안하긴 하다. 얼결에 선의의 경쟁하자는 의미로) 파이팅!
진검 : 야! (밉지 않은, 돌아서며 혼잣말로) 꼴통...
혜리 : 어디 가세요?
진검 : (가며) 검찰청에! 당직하러 간다!
혜리 : (손 냄새 맡고 보지도 않는데 내밀며) 전 샤워하러 집에 가요! (돌아서는)
진검 : (가다가 돌아서는) 마검사!
혜리 : (돌아보면)
진검 : 깜빡 잊고 말 안할 뻔 했는데, 첫 검시 날 12시 전에 집에 들어가면 한 맺힌 혼이 따라간다는 징크스 있다.
혜리 : (기겁하는) 에? (했다가 얼른) 그런 게 어딨어요? (억지로 웃으며) 전 그런 거 안 믿어요.
진검 : 믿거나 말거나. (막 오는 택시 잡는)
혜리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찝찝한 얼굴로 보고 섰는데)
진검 : (문 열다가 돌아보며) 그 날 집을 알려주면 평생 같이 산다던데? (타는)
혜리 : (헉! 눈 커지는)
S#24. 혜리집 거실 + 거리 일각 (밤)
경악한 얼굴로 떨고 있는 애자.
애자 : 오지 마, 오지 마! 절대 오지 마!
혜리 : 엄만 그 말을 믿어?
애자 : 어, 믿어! 야! 엄마가 젤 무서워하는 게 니 아빠 담으로 귀신이야?
혜리 : (얼른) 엄마 나 사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래.
애자 : (얼른) 얘 난 사실은 너 걱정돼서 그래. 어제 집 나간 애가 벌써 그럼 습관 돼서 안돼, 끊어. (탁 끊는)
혜리 : 엄마!... (핸드폰 들여다보며) 와... 피도 눈물도 없구나... (퍼뜩 생각난, 핸드 폰으로 ‘멋진 윤세준’ 찾는다.
버튼 누르려다 멈칫하는)
[프래쉬 컷- ‘카풀은 양보할께요’ 하던 자신]
혜리 : (입맛 쓰게 포기하고 다시 검색하다 ‘친절한 인우씨’ 찾는다. 누를까 말까 망설이는)
S#25. 하정란 가게 앞 (밤)
안에서 집기 던지는 소리 등 들리는 하정란 가게.
인우, 저만치서 작가 차림새로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다.
S#26. 하정란 가게 (밤)
싸움난 뒤인 듯 집기 부서지고 난리난 가게 안.
고만철, 화난 듯 씩씩거리며 하정란 보고 있고 하정란, 역시 화난 눈으로 마주 보고 있다.
하정란 : 다했어? 더해? 더해요!
고만철 : 정란아, 내가 너 없이, (하는데)
하정란 : (뭔가 발로 팍 차고 집히는 대로 집어 던지는)
고만철 : (놀라 하정란 보는)
하정란 : (징그럽다는) 이제 그만하자, 제발! 그만하자구, 어? 당신은 양심도 없어? 나 좀 놔줘, (발 구르듯) 놔줘 나 쪼옴!
고만철 : (확 굳어지는) 야, 하정란...
하정란 : (돈 통으로 가서 있는 대로 만원 천원 지폐 다 집어 와서 고만철에게 팍 밀치듯 주는) 자! (돈들 떨어지기도 하고
고만철이 얼결에 잡기도 한다. 이어서 손에 낀 반지도 빼서 고만철 손 위에 덥썩 놓아주며) 다 가져가!
인우 : (들어오다 둘과 가게 안 상황 보고 깜짝 놀라는)
[시간 경과]
대강 가게 치워주고 있는 인우. 하정란, 한쪽 테이블에서 혼자서 소주 마시고 있다.
하정란 : 하지 말라니까? 작가쌤 왜 이렇게 사람 염치없게 만들어?
인우 : (타박하듯) 염치없기 싫으면 저 남자한테 벗어났어야죠.
하정란 : 이번엔 진짜 벗어났어, 더 이상 달라붙지 못할 거야.
인우 : (의미 있는) ...깨끗하게 돌아서주면 좋겠네.
하정란 : (소주 마시다 멈칫, 인우 보는)
S#27. 유나 매장 앞 (밤)
쇼핑도 안하고 한쪽 고객 의자에 앉아서
유나 : (다가오는) 너 오늘 왜 그래? 쇼핑도 안하고 아까부터 와서 그러구 있어?
혜리 : 니 퇴근 기다리는 거야. (시계 보는) 오늘 너 10시 퇴근이지? 우리 같이 스파 가자, 거기 24시간 하는데 있잖아.
유나 : 오늘 안 되는데? (난감한 듯 혜리 보는)
S#28. 유나 매장 앞 (밤)
퇴근 차림인 유나, 미안한 얼굴로 혜리 보고 있다. 혜리, 시무룩하고 난감해서 유나 보고 있다.
유나 : 미안해, 혜리야. 근데 어떡하냐? 오늘이 우리 커플 100일인데...
혜리 : (시계 보면 10시 20분이다. 밉지 않게 유나 한번 흘기고 유나 운동화 보는) 그거 벗어주고 가...
유나 : (? 보는)
S#29. 거리 + 인우 차 안 (밤)
작가 차림새로 운전하고 집으로 향하는 인우, 뒷좌석에 알람시계 박스 놓여있다.
(고성능 시계로 설정했음. 여러 버전의 녹음 기능 있어서 나중에 혜리가 몰랐던 인우의 녹음을 들을 수 있게
알람 버튼은 위에 있지만 뒤쪽이나 옆에 다른 스위치나 버튼 등 있는 복잡한 모양으로 구해주세요)
저만치 앞에서 짧은 치마에 유나 운동화 신고 경보하며 가고 있는 혜리 뒷모습.
튀는 모션에 무심히 시선 갔다 거두는 인우, 혜리 스쳐 지나가면서야 혜리 알아보고 놀란다.
자기도 모르게 저만치 앞에서 끽 급브레이크 밟는다. 사이드 밀러로 보면 분명 혜리다. 시계 보면 11시 34분이다.
오는 차량 없는 것 확인하고 후진 기어로 바꿔서 막 후진하다가 작가 차림새인 자기 모습 인식하고
다시 급브레이크 밟는 인우, 차가 덜컥한다.
경보하느라 땀난 듯 손수건으로 땀 찍어내다 저 앞에서 덜컥하는 차 보는 혜리, 뭐야...
인우 차인지 미처 확인 못하는데 순간 쌩 출발해서 멀어지는 인우 차.
혜리 : (관심 없다. 시계 보면 11시 35분이다) 오- 빨리 걷기 1시간 10분! 1시간 10분이면... 539칼로리! 야근 땜에 못했던 운동하고 이런 걸 꿩 먹고 알 먹는다고 하는 거지... (다시 경보로 씰룩실룩 가는)
S#30. 혜리 빌라 인근 (밤)
시간 맞추느라 경보 안하고 시계만 들여다보며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는 혜리, 저만치 빌라 보인다.
갑자기 혜리 뒤 옆 골목에서 감각 있는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쓱 나타나는 인우.
인우 : (이제야 혜리 처음 본 듯) 뭐하십니까?
혜리 : (돌아보는)
인우 : (경보 본지라) 달밤에 체조합니까?
혜리 : (모르고 인우 차림새 보며) 달밤에 체조는 서변이 하는데요?
인우 : (혜리 운동화 가리키며) 같이 집까지 뛰어볼까요?
혜리 : 아직 안돼요! (시계 보는, 12시 눈 커지는) 어? 12시 3분! 됐다!
인우 : (혜리 보면) 뭐가 안 되고 뭐가 또 되는데?
혜리 : (신나서 무용담 하듯) 있잖아요, 사실은 아까 변사체 검시 갔었는데, 진선배가 그러는 거에요,
12시 전에 집에 들어가면 원한 맺힌 혼이 따라 온다구.
인우 : 12시 전?
혜리 : (끄덕이며 안도의 웃음) 아- 그래서 여태 집에 못 오고 시간 때웠잖아요.
인우 : (모든 상황 이해되는, 순간 퍼뜩 뭔가 떠오르고)
혜리 : 절대 그런 걸 믿지는 않는데, 한번 집에 따라 들어오면 평생 안나간대요?
인우 : (바로) 바보, 귀신은 12시 넘어야 활동개시하지.
혜리 : (멈칫하는) 에?
인우 : 밤 12시 전에 집에 들어 왔어야 어디 사는지 모를 텐데, 아- 따라 왔겠다.
혜리 : (덜컥해서 인우 보는데)
인우 : 어? (혜리 옆보며) 따라 왔네!
혜리 : (헉 기겁하는) 네?
인우 : (혜리 옆 가리키며) 옆에 있잖아요.
혜리 : (옆 보지도 못하고 경악의 비명) 엄마야-
S#31. 혜리 빌라 (밤)
집안에 불 다 켜있고 이불 속에 웅크리고 앉아서 얼굴만 내놓고 있는 혜리,
누군가 이 집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쉴 새 없이 집 이쪽 저쪽 쳐다본다.
혜리 : (못 참겠다. 핸드폰 하는, 잠시)
인우(휠) : 왜요?
혜리 : 저기 혹시... 물 있어요?
인우(휠) : 물?
혜리 : 생수요, 목말라서 그러는데 생수 좀 갖다 줄래요?
인우(휠) : 테라스로 나와 봐요.
혜리 : (테라스? 벙하고)
S#32. 혜리 빌라 테라스 (밤)
영문 몰라서 나오는 혜리, 멈칫 선다. 위층 테라스에서 줄에 매달린 양동이 내려 오고 있다.
혜리, 이게 뭐야? 위쪽 쳐다보면 줄 내리고 있는 인우.
혜리 : (황당한) 뭐하는 거에요?
인우 : (위에서 웃으며) 이거 완전 편하네! 꺼내요, 얼른?
혜리 : (양동이 들여다보면 생수 들어있다. 이게 아닌데... 시무룩해서 보는)
S#33. 혜리 빌라 (밤)
침대에 누워서 무서움 참고 잠 청하고 있는 혜리, 몸 뒤척이는 순간
누군가 약간 틈 벌어진 커튼 사이로 누군가 서있는 듯 불룩해 보인다.
놀라 벌떡 일어나 앉는 혜리, 드레스 룸에도 시선 가고 휙 뒤돌아 주방 쪽도 본다.
혜리 : (얼른 핸드폰 집어서 바로 통화 버튼 누르면 직전에 통화했던 ‘친절한 인우씨’로 연결 된다)
인우(잠시, 휠) : 또 왜요?
[상상 컷]
혜리 : 혹시... 소화제 있어요?
인우(휠) : 어디 아파요?
혜리 : 속이 너무 안 좋아요, 체했나 봐요.
인우(휠) : 내가 내려갈 테니까 그대로 있어요.
[현재]
혜리 : 혹시... 소화제 있어요?
인우(휠) : 어디 아파요?
혜리 : (정말 아픈 척) 속이 너무 안 좋아요, 체했나 봐요.
S#34. 혜리 테라스 (밤)
양동이 들여다보는 혜리, 양동이 안 밑바닥에 물병 소화제야 알약 소화제 들어있다. 이게 아닌데...
위쪽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약들 꺼내드는데 꺼내자마자 양동이 위로 휙 끌어당기고 사라지는 인우.
난감하게 위 쳐다보는 혜리.
S#35. 인우 빌라 (밤)
피식 웃으며 들어오는 인우, 소파로 가서 앉는다. 탁자 위에 놓여있던 알람시계 집어 들고 녹음 하려고 ‘흠흠!’ 한다.
S#36. 혜리 빌라 혹은 인우 테라스 (밤)
누워서 눈감고 혼자 주문 외우고 있는 혜리.
혜리 : 괜찮아, 자자, 자자... (똑바로 눕는데)
인우(E) : 따라 왔네! 옆에 있잖아요.
혜리 : (눈 못뜨고 옆으로 돌아누우며 이불 뒤집어쓰는, 울듯) 엄마...
S#37. 혜리 테라스 (밤)
이불로 몸 감싼 채 씩씩대며 나오는 혜리.
혜리 : (위층 쳐다보며 열 받은) 야! 서인우!
인우 : (불쑥 고개 내밀며) 근데 참, 집에 못은 박았나?
혜리 : (멈칫하는)
S#38. 혜리 빌라 (밤)
드릴 들고 난처한 척 서있는 인우.
혜리, 드레스룸 쪽에서 크고 작은 액자 몇 개(혜리가 한번에 들 수 있을만한 무게) 낑낑거리며 들고 와서 소파 옆에 탁 놓는다.
혜리 : (끙 몸 일으키며) 그건 있으면서 못이 없어요?
인우 : 이사 와서 우리 집에 다 썼나 봐, 없드라구.
혜리 : (인우가 들어온 순간부터 안도감에 밀린 피로 올라왔다. 찢어지게 하품 나오고 또 나오는) 그럼 어떡하냐...
인우 : 못 걸 자리만 찍어놓고, 담에 와서 해줄 테니까 가서 있어요.
혜리 : (피곤해 죽겠지만) 그럼.. 뭐 시킬 거 있으면 불러요? (소파에 앉으며) 기다리고 있으께요.. (벌써 눈에 졸음 가득 찼다)
인우 : 오케이. (혜리 잠들라고 벽 살피는 척하며 주방 쪽으로 가는)
[시간 경과]
스탠드만 켜진 실내. 혜리, 소파에 누워 가는 코까지 골며 자고 있다.
벽에 못 박을 연필 자국 표시돼 있고 인우, 혜리 안 보이는 소파 등받이 뒤쪽에 등기대고 바닥에 앉아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계획을 실행하는데 한편 혜리가 맘에 걸리는 복잡한 심정인 인우...
S#39. 혜리 빌라 전경 (다음날, 아침)
S#40. 혜리 빌라
침대에 편히 잠들어 있는 혜리, 그 위로... 갑자기 버럭 버럭 야단치는 듯한 인우 목소리 들린다.
‘마혜리! 일어 나!!!.. 마혜리! 카풀 해야지!!!.. 마혜리! 윤검님 만나러 가야지!!!..’
계속 되는 야단치는 소리에 번쩍 눈뜨면 그대로 시선에 침대와 소파 중간 쯤 바닥에 인우가 놓아둔 알람시계 보인다.
일단 정신없이 달려와서 알람 정지 버튼 누르는 혜리, 후... 하면서 정신 차리고 '뭐야?...’알람 보는데...
인우 : (E, 시계에서) 보긴 뭘 봐요?
혜리 : (깜짝 놀라면)
인우 : (더 버럭, E) 얼른 씻어!
혜리 : (황당해서 시계 집으려다 또 무슨 말할까 얼른 손뗀다)
S#41. 아파트 일각
벽에 금도 가고 한 눈에 봐도 부실해 보이는 아파트. 한 동이나 두 동 정도로 작은 단지다.
한쪽에 은밀히 서서 아파트 바라보며 안전진단 전문가와 아파트 주민 대표와 얘기하고 있는 인우의 예리하고 냉정한 눈빛.
주민 대표, ‘입주한 지 6년 밖에 안됐는데 저렇게...’ 등 얘기하고.
S#42. 인우 사무실
제니와 마주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인우, 일 진행할 때 겉으로는 전혀 흔들리는 모습 보이지 않는다.
인우 : 나무 아파트면 시효도 괜찮고 일 진행하는데 문제없어.
제니 : 그럼 안전 진단 나오면 바로 진행해야겠네?
인우 : 그래야지.
제니 :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인우 : (끄덕이는, 표정 담담하다)
제니 : 결국 문제는... 마혜리지. 그걸 과연... 마혜리가 할 수 있을까?
인우 : (담담한) ...할 수 있게 해야지.
S#43. 일식집 실내
중정 뜰 정도 있는 고급 식당. 막 안으로 들어가던 마상태, 밖으로 나오던 김의원(과거 엮였던 공무원)과 마주친다.
거의 동시에 서로를 보고 멈칫하는 두 남자.
김의원 : 어이구 이게 누구야? 옛 친구를 이렇게 보는구만.
상태 : (보는, 반갑지 않은 얼굴이다. 굳어지는)
김의원 : 딸이 검사 됐다는 얘기는 들었네, 참 자네다운 선택이야.
상태 : (얼른 여유) 연락 한번 안 주시더니, 끈은 안 놓으셨나 봅니다.
김의원 : (짐짓) 내가 뒤 봐준 사람 지켜보는 거야 인지 상정이지.
상태 : (자기는 별 관심 없었다는) 3선 소식은 신문으로 봤습니다.
김의원 : (고까운) 그래? 나는 오며 가며 ST 아파트며 뭐며 직접 봤지. 아주 뿌듯해, 자네 그렇게 키운 보람 있고.
상태 : (웃지만 팽팽) 그러게요, 제가 그때 조금만 덜 컸더라면 선거자금 지원 못 해드렸을 텐데.
김의원 : (살짝 굳어지는)
상태 : (미소로 맞받아 보지만 기분은 안 좋다)
S#44. 혜리 검사실
배당 수레에서 기록들 혜리 책상 위에 올려주는 실무관.
혜리 : 고마워요... (일어나서 기록들 보며, 혼잣말) 배당 없을 땐 없어서 죽겠드니 꼬박 꼬박 오니까 이것도 죽겠네.
(기록 하나씩 간략한 사건 내용만 훑어보 며 옆으로 놓다가) 어? 금소리? (기록 하나 집어 들어 자세히 본다)
탈랜트 금소리 맞네?
차계장 : 왜요?
혜리 : 금소리 있잖아요, 지난 번에 최우상이 바람 핀 애나 때렸다가 폭행으로 고소당했었는데 이번엔 고소인이에요?
차계장 : 누구 고소했는데요?
혜리 : 악플러들요... (훑어보는)
차계장 : 요즘 인터넷 악플 고소 사건 심심찮게 들어와요. 연예인들도 이젠 안 참는다 이거죠.
혜리 : 이실무관, 이거 금소리 사건 피의자들, 소환 전화 좀 해주세요.
정임 : 네... (검사실 전화 울리자 받는다) 네 312호 검사실입니다... (잠시) 아, 안녕 하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검사님, 아버님 전화세요.
혜리 : (뜻밖인) 울 아빠요? 왜 사무실로 전활하셨지? (수화기 드는) 네, 마혜리 검삽니다.
상태(휠) : (하하 만족한) 아 그래, 마검사! 312호 검사실에 마혜리 검사님이로구나.
혜리 : 웬일이세요?... (잠시 놀라) 집이요?
S#45. 혜리 빌라 (저녁)
예리한 눈으로 집안 살피고 돌아다니는 상태. 혜리, 아버지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애자, 냉장고 안에 타파 통 많은데 또 채워 넣고 있다.
혜리 : 보안 걱정은 안 해도 된다니까요?
애자 : 먹는 게 걱정이지.
혜리 : (얼른 쪼르르 와서) 안 먹을 테니까 걱정 마.
애자 : (단속하듯) 아무 거나 먹지 말라구! 엄마가 갖다논거만 챙겨먹어.
상태 : 무섭진 않냐?
혜리 : 절대 안 무서워요.
애자 : 어떻게 안 무서울 수가 있어? (와서 작게) 어제 못 잤지?
혜리 : (멀쩡하다고 눈 까서 보여주는) 잘 잤네요.
상태 : 일 때문이라고 해서 독립시켜 준 거니까 처신 잘 해... 한번만 더 소문 잘못 나면 상류사회 혼처는 끝인 줄 알어.
혜리 : (일단) 네...
상태 : 특히! 집에 외간 남자 같은 거 들이면 절대 안 된다?
혜리 : 외간 남자는 절대 안 들여요!
S#46. 빌라 테라스 (저녁)
테라스 나와서 둘러보는 상태와 혜리.
혜리 : 진짜 여기는 우리 집 보다 좋은 거 같애요.
상태 : 뭐가 좋아? 너무 휑하니 뚫려서는... (위층 보며) 저 윗집은 누가 살아?
혜리 : (그런 거 물어볼 줄 몰랐다, 위층 보며) 아 저기요...
상태 : (덜컥 걱정에) 누가 사는 줄도 몰라?
혜리 : 알아요, (얼결에) 할아버지요!
상태 : 할아버지?
혜리 : 할아버지하고 신혼부부.. 신혼부부가, 할아버지 할머니 다 모시고 살아요. (미리) 결혼 안한 형제들도 같이 산대요.
상태 : 시끄럽겠네.
혜리 : (얼른) 제가 여길 거의 안 나와요.
상태 : (혼잣말처럼) 그래 뭐, 니가 나와 살아야 몇 달이나 살겠냐...
인우 : (어느 틈엔가 나타나는, 상태 본다. 복잡한 시선으로 보는) ...
S#47. 인우 빌라 (밤)
스탠드만 켜진 실내.
한쪽에 앉아서 낡은 축구화 상자 여는 인우, 상자는 세월만큼 낡았지만 한번도 신지 않은 초등학생용 작은 축구화 들어있다.
떨리는 손으로 축구화 꺼내든다.
겪었던 험난함과 세월로 인해 쉽게 흔들리는 모습 보이지 않는 그, 약간 물기 어려 축구화 본다.
S#48. 윤 검사실 (밤)
우현과 차계장을 포함 차출된 수사관들과 형사들 이십여 명, 윤 검사실 가득히 서있다.
혜리, 살짝 고개 디밀고 보고 있다.
윤검 : 참 오랜 만에... 이런 자리를 맞습니다. 그냥 예전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하겠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기꺼이 출동해 주는 수사관님들, 형사님들... 고맙습니다.
일행 : (적당히 미소 등 짓고)
윤검 : 부디 아무도 다치지 않고... (주먹 쥐어 파이팅 하며) 해냅시다!
모두 : (주먹 쥐며) 해냅시다!
혜리 : (윤검 보는) 멋있다...
S#49. 거리 + 윤검 차안 (밤)
긴장해서 앉아있는 윤검, 아련히 생각에 잠긴다.
S#50. 공장 앞 (밤)
어둠에 잠겨있는 공장 앞. 커튼으로 창문 가렸지만 그 틈으로 불빛 새나온다.
미등도 안 켜고 미끄러지듯 와서 서는 윤검 차. 차 안의 윤검과 우현, 말없이 공장 쳐다보며 잠복 시작한다.
S#51. 혜리 검사실 (밤)
초조함 잊으려고 기록 읽고 있는 혜리, 시계 본다. 11시 45분이다. 다시 기록 읽는다... 다시 시계 보면 11시 57분이다.
시간 되게 더디게 가는 느낌에 에이! 하고 다시 기록 읽는다.
S#52. 진검 집 빈이 방 (밤)
잠들어있는 빈 옆에 초조하게 앉아서 빈이 바라보고 있는 진검. 살짝 문 열고 들여다보고 있던 미옥, 조용히 문 닫는다.
S#53. 공장 앞 (밤)
어둠 속에서 공장으로 들어가는 김동석과 임은애 보인다... 그 위로...
윤검(E) : 까마귀 날아갔다.
차계(E) : 배 떨어진다...
뒤이어 각각의 자리에서 잠복하던 팀 대표들 목소리로... ‘배 떨어진다’ ‘배 떨어진다’ 출동에 대비한다는 준비 반응들 이어진다.
S#54. 공장 안 (밤)
제법 큰 공장 안. 공장 하나에서 명품 짝퉁 등급별로 만들고 있다.
짝퉁 담긴 큰 박스들 쌓여있고 큰 비닐봉지에 담긴 하급 제품들도 쌓여있다.
한쪽에 파티션으로 사무실 공간 구분되어 있고 그 안에 책상과 의자 정도 놓여있다.
미싱으로 제일 하급 가방들 박아내고 있는 미싱사들. 마크와 고리 등 달고 있는 직원들.
한쪽에 수작업으로 지오 베르니 제품(구두, 가방)과 거의 똑같은 특특에이급 만들고 있는 기술자들.
김동석, 오가며 관리하고 있고 임은애, 사무공간 안에서 장부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문 팍 박차고 뛰어 들어오는 차계장과 검거팀원들... 거의 동시에 우현과 검거 팀들, 뒷문으로 뛰어 들어 온다.
놀라서 작업 중단되고 어수선해지는데...
검거팀들 보자마자 잽싸게 의자 집어 들어 창문 깨는 김동석, 잡을 틈 없이 창문으로 도망쳐 나간다. 보이지 않는 윤검.
S#55. 공장 주변 (밤)
창문에서 이어지는 아주 좁은 샛골목으로 쏜살같이 뛰어오던 김동석,
갑자기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쓱 나타나는 윤검 형체에 놀라 멈춰 선다.
뛰어오던 기세로 갑자기 멈춰서 중심 잃는 김동석 팍 후려치는 윤검.
김동석, 휘청했다가 한대 치려는데
강하게 막아내며 이제는 그만 잡고 끝내고 싶은 마음처럼 짧지만 강하게 또 한대 치고 팔 잡아 뒤로 꺾는 윤검.
S#56. 공장 앞 (밤)
경광등 밝히며 서있는 경찰 차로 줄줄이 태워지는 짝퉁 관계자들.
압수한 가방과 신발, 지갑 등 짝퉁 물건들도 공장에서 들고 나와서 경찰차에 싣는경찰들...
윤검, 수갑 채운 김동석 끌고 온다.
S#57. 혜리 검사실 (새벽)
책상에 두 다리 올리고 가슴에 읽던 기록 읽고 깜빡 잠들어 있던 혜리,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퍼뜩 깬다.
시계 새벽 5시 38분 가리키고 있다.
S#58. 복도
웅성거리며 걸어오는 윤검, 차계장, 우현 등. 차계장과 우현은 윤 검사실로 들어가고 윤검은 부장실로 간다.
S#59. 부장실
밤새 기다린 듯 졸린 눈 연신 비비고 머리도 긁적이면서 윤검 보고 받고 있는 나부장.
윤검 : 김동석과 임은애 포함, 국내 판매총책과 기술자들, 해외 판매책 총 8명 검거하고 공장 직원들도 연행했습니다.
부장 : (끄덕이며) 압수는?
윤검 : 제조 보관 중이던 제품 전량 압수했고, 홍콩 일본과 거래했던 계약서하고 장부도 압수했습니다.
부장 : 수고했어, 애썼다. (의미 있는) 3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간다, 그쟈?
윤검 : (그건 아니다)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부장 : (윤검에게 의미 부여해 주려는) 짝퉁업계 신의 손이라는 김동석이 잡았으니 큰일한 거야.
3년 전에 300억에 이번까지 하면 얼마짜리야 그 자식!
윤검 : (대답 없는) ...
부장 : (얼른) 그럼 김동석이는 3년 전 워치게이트 건 까지 병합해서 처리하면 되겠구만.
윤검 : 예.
부장 : 그래 일단 주말이니까 가서 푹 쉬어, 쉬면서 김동석이... (의미 있는) 털어 버려.
윤검 : ...예...
S#60. 복도
부장실 앞쪽에서 서성이며 기다리는 혜리. 윤검, 나온다.
혜리 : 선배님, 선배님! 축하해요! 우리나라 짝퉁업계 신의 손, 김동석 검거! (모션까지 하며) 컹그레츄레이션...
윤검 : (황당한, 웃을 기분 아니다) 주말인데 이 시간엔 왜 나와 있어?
혜리 : 저 어제 안 들어갔는데요?
윤검 : (밤새 기다렸어? 놀라서 보는데)
혜리 : 제가 운전해 드릴려구요.
윤검 : (심각하게 혜리 보는)
S#61. 도로 + 윤검 차 안 (이른 아침)
주말 이른 시간이라 차 별로 없는 한적한 도로. 운전하는 윤검 옆에 앉아있는 혜리.
혜리 : 운전 제가 하께요. 선배님 피곤해서 안 되는데, 졸음운전 하다 사고 나요?
윤검 : 사고 안나.
혜리 : (자기가 해주고 싶은 마음에 뿌한 척) 사고 나서 제가 죽을까봐 그래요...
윤검 : (불쑥, 툭 던지듯, 감정 보이지 않게) 3년 전에 아내가 암으로 죽었어. (이후 에도 감정 드러내지 않고 무뚝뚝하게)
혜리 : (갑작스런 아내 얘기에 뚝 멈추는)
윤검 : 검사 일이 너무 좋아서 재밌어서, 특수부 강력부 돌면서 신나서 살았어. 검거 현장마다 나갔어.
혜리 : (관심 가득한 눈으로 듣는, 끄덕이는데)
윤검 : 그동안 아내는 위암 말기가 됐어.
혜리 : 어머...
윤검 : 저 혼자 위암 되고, 저 혼자 말기 됐어. 난 아무 것도 몰랐어.
혜리 : (심각해지는) ...
윤검 : (약간 흔들리는) 아내 임종을 못 봤어... 김동석 잡겠다고 나와 있었거든.
혜리 : (눈물 폭 나오는) 어떡해...
윤검 : (자기 스스로를 철저히 비난하는) 미친 놈이었지.
혜리 : (눈물 후두둑 떨어지는)
윤검 : (물기 어려) 내가 안 가면, 아내가 못 떠날 줄 알았어.
혜리 : (손으로 입 막고)
윤검 : 그랬는데 그 사람은 떠났고, 그래서 난 그 사람을 못 보냈어.
혜리 : (맘 아픈) 선배님...
윤검 : (복받치는 감정 꾹 누르며) 더 말하기 싫다, 결론. (냉정하게 처음으로 혜리 보는) 그래서 넌, 나하고 안 맞는 사람이고,
(다시 앞 보며) 난 니가 불편해.
혜리 : (분위기에 압도 돼서 겨우) 저는...
윤검 : (단호한) 날 불편하게 하지 마.
혜리 : (눈물 그렁해 윤검 보는)
윤검 :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운전하는데 눈에 핏발 서있다)
혜리 :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 숙이는)
S#62. 혜리 빌라 앞
길 와서 서는 윤검 차. 혜리, 내리면 바로 출발해서 가버린다.
혜리, 사라지는 차보며 눈물 후두둑 쏟아내는.
S#63. 혜리 빌라 내부계단
눈물 뚝뚝 흘리며 걸어 올라오는 혜리.
인우 5층(인우집)에서 4층 내려오는 계단 중간에 기대 서 있다.
인우 : (기막힌) 혹시 지금 우시는 겁니까?
혜리 : (인우 보는)
인우 : 밤새 기다리더니 못 만났나? 아님 설마 또 못 잡았대요? (정말 궁금한) 대체 왜 우는 건데!
혜리 : (메여서) 너무 멋있어서...
인우 : (상상 밖 말에 멈칫)
혜리 : (인우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 자기 감정 확인) 윤선배가 너무 멋있어서 자꾸 눈물이 나요...
(메여서) 아내가 죽은 지... 끅, 3년이 지났는데... (꺽꺽) 아직 못 잊었대요...
인우 : (황당한) 아내를 못 잊었다는데 뭐가 멋있다는 거야?
혜리 : 3년을 잊어주지 않는 남자, 너무 멋지잖아요- (울며) 나 어떡해...
인우 : (어처구니없는 듯 고개 옆으로 돌리며 하! 하는데 눈빛은 흔들린다)
S#64. 윤검 집
옷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침대나 소파에 앉아 아내 사진 보고 있는 윤검.
윤검(E) : 3년 전에 못 잡았던 김동석이 잡았는데... (회한에) 당신은 돌아올 수 없지...
S#65. 혜리 테라스 (오후 혹은 저녁)
야외 테이블 놓인 테라스.
한쪽에 카우치 소파(비스듬히 누울 수 있는)에 러그 덮고 맥없이 널브러져 누워서 가물거리고 있는 혜리,
밤샌 후유증에 실연 후유증 뒤섞여있는 상태.
위층에서 양동이 내려오고 있다.
혜리, 위 쳐다보면 사람은 안 보이고 무거워 보이는 양동이만 내려온다.
누워있는 혜리 눈높이에 와서 딱 멈추는 양동이... 안에 얼음 채워져 있고 갖가지 맥주 담겨있다.
혜리가 손만 뻗으면 맥주 꺼낼 수 있는 위치다.
혜리 : (시선에는 잡히지만 몽롱한 상태다. 뭐지... 눈으로만 생각하는데)
인우(소리) : 팔 떨어지겠다!
혜리 : (멈칫, 흐릿한 눈으로 위 올려다보면)
인우 : (낑낑 줄 당기며 나타나는) 마실 거요, 말 거요!
혜리 : (뚱) 언제 마신다 그랬나...
인우 : (갑자기 줄 탁 놓는, 양동이 혜리 바로 옆에 탁 떨어지며 얼음 등 튀고)
혜리 : 엄마야! (하며 놀라 벌떡 일어나 앉는)
인우 : (위에서 버럭) 못 봐주겠네! 아주 햇빛에 말라 비틀어져라! 이래서 건어물이 되는 거구나?
혜리 : (욱) 왜 화를 내고 그래요? 놀란 사람이 누군데!
인우 : (맞는 말이지만) 안 마실 거면 말을 해야지, 왜 팔 떨어지게 고생을 시켜!
혜리 : (잠시 보는)
인우 : (곧바로 받아 칠 줄 알았는데? 보는)
혜리 : 기분도 안 좋은데 혼자 마시라니까 그르죠...
인우 : (예상 밖 반응에 멈칫하는)
[시간 경과]
테이블에 바닥에 떨어진 양동이에서 꺼낸 캔맥주들 올려져 있고 거의 동시에 캔 따는 혜리와 인우,
바닥에 떨어졌던 맥주라 분수처럼 솟는다. 으악- 하며 놀라는 둘. 적당히 얼굴에 튀고 손은 흠뻑 젖는다.
인우 : 꼭 누구 같네, 잘못 건드리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혜리 :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요?
인우 : 아이고 반갑다, 이제 확실히 내가 아는 마혜리 같으십니다. (마시는)
혜리 : (황당한) 내가 뭘 어쨌다고 아까부터 그래요?
인우 : (농담 기 없는) 내가 아는 마혜리씨.
혜리 : (갑자기 진지한 반응에) 네?
인우 : (툭 던지듯) 윤세준하고 뭐하고 싶어요?
혜리 :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인우 : 만약 윤검사도 당신 좋다고 하면 어쩔 거냐구.
혜리 : 그럼 뭐... 서로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인우 : 그럼 전엔 왜 그랬어요? 윤검이 애 딸린 홀애빈 거 알자마자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이라고, 안 그랬나?
혜리 : 왜, 가 안되는 게 사랑이라면서요?
인우 : 그래서 윤세준을, (혜리 쳐다보며) 사랑하나?
혜리 : (멈칫하는)
인우 : (정색하고) 사랑해요?
혜리 : (머쓱하고 이상한) 그런 걸 왜 물어요?...
인우 : (툭) 정말 사랑하면 내가 도와 줄려고 그러지.
혜리 : (황당한) 서변이 뭘 도와줘요?
인우 : (약간 정색) 윤검사가 당신 사람 될 수 있게.
혜리 : (무슨 소리야?) 진짜요?
인우 : 그 전에 먼저... 내빼지 않고 책임질 자신 있는지 생각해 봐요.
혜리 : 책임질 자신?
인우 : 당신은 충동적이고 자기 감정 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고, 윤세준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잖아.
혜리 : (멈칫 보는)
인우 : 그런 윤검사 선택한 당신 감정. 당신 마음 받아들인 윤검사 감정, 그가 가진 상처와 상황들...
다 받아들일 자신 있는지 생각해보라구.
혜리 : (정색하고 하는 말에 그 말들 생각해 보는)
인우 : 책임질 수 없으면 여기서 관두고... 아니면 말해요. 도와줄테니까.
혜리 : (심각해지는)
S#66. 혜리 방 (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혜리, 인우로 인해 생각이 많아졌다...
S#67. 몽타주
- 윤 검사실. 구속복 입은 김동석 조사하고 있는 윤검.
- 복도. 혜리는 자기 검사실로 향하고 윤검은 자기 방에서 나오다가 마주치는 둘.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만 하고 가는 혜리.
윤검, 잠깐 멈칫했다가 간다. 혜리가 포기했구나 싶다. 그런 윤검 슬며시 돌아보는 혜리.
- 혜리 테라스. 테라스에서 스트레칭 정도하고 있는 혜리, 몸 틀다 보면 인우도 혜리 동작 따라서 하고 있다.
S#68. 혜리 검사실 (다른 날)
일부러 차가운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있는 혜리.
주눅 든 표정으로 차계장 따라서 들어오는 김은동(15세, 여), 김은동모(40세, 여) 박희지(25세, 여), 이혜경(48세, 여).
차계장 : 검사님, 금소리씨 악플 사건 피의자들 왔습니다.
혜리 : 네, 이쪽으로 오세요.
차계장 : (은동모 가리키며) 이분은 김은동 학생 보호자세요.
모 : 정말 죄송합니다...
혜리 : 우선 앉으세요.
[시간 경과]
혜리 : (기록 보며) 박희지씨, 김은동씨, 이혜경씨, 세 분은 탤런트 금소리씨 기사에 허위 사실을 악플로 달아서,
허위사실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됐어요.
죄명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입니다. 아시죠?
셋 : (기죽어) 네...
혜리 : 경찰 조사에서 금소리씨 기사마다 악성 댓글 달았던 사실 인정하셨는데, 사실인가요?
셋 : (죄스럽게 끄덕) 네...
혜리 : 김은동, (보는) 양은 악성 댓글 67회, 박희지 씨는 279회, 이혜경씨 196회... (댓글 핵심 내용 확인하는)
박희지씨, 임신설 출산설에 재벌 스폰서가 셋?
박희지 : 증권가 찌라시에서 본거 재미 삼아 쓴 거에요...
혜리 : 재미 삼아 쓴게 이렇게 많아요? 회사에서 일 안하고 금소리 기사에 댓글만 달았어요?
박희지 : (고개 떨구는)
혜리 : 김은동, 금소리가 고등학생 때면 넌 몇 살이야?
김은동 : (대답 못하는)
혜리 : 서너 살인데 금소리가 삥 뜯고 일진 짱하는 거 봤어? 너도 뜯길 뻔 했어?
최우상이 애나랑 바람핀 게 금소리 알콜 중독 때문이야?
모 : 죄송합니다 검사님. 얘가 하도 최우상을 좋아하더니 이런 실수까지 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혜리 : 이혜경씨는... 금소리가 남편이 바람 핀 여자하고 닮아서 화풀이로 악플을 다셨다고 진술하셨네요?
이혜경 : (고개 떨구는) 제가 어디다 제 화를 풀 데가 없어서요...
혜리 : 그래서 멀쩡한 처녀를 동거남이 있다고 하셨어요? 임자 있는 남자 뺏는 게 금소리 취미에요?
이혜경 : (울먹) 금소리만 보면 저 이혼 시킨 그 년 생각이 나서요...
혜리 : (단속하는 차원에서 야단치는) 금소리가 세 분한테 잘못한거 있어요? 왜 이 렇게 심한 말을 해요?
인터넷에 자기 얼굴 공개하고, 실명 공개하고 글 쓰게 해도 이따위로 댓글 올릴 자신들 있어요?
셋 : (잘못했습니다, 고개 떨구고 등...)
혜리 : 남들한테 욕먹는 게 얼마나 상천 줄 알아요? 내가 정말 경험해 봐서 아는데, 사람 하나 죽일 수도 있어요!
금소리씨 악성 댓글 때문에 우울증으로 병원 입원까지 한 기사 봤죠? 그러다 혹시라도 자살이라도 하면 어떡할 거에요!
셋 : (뜨끔해서 보는)
S#69. 휴게실
앞에 종이 몇 장씩 놓고 앉아있는 악플러들. 혜리, 냉정하게 지시하고 있다.
혜리 : 은동이는 반성문 쓰고, (모에게 좋게) 어머니는 따님이 다시는 이런 범행하지 않도록 지도하시겠다는 서약서 써주세요.
모 : 네...
혜리 : 박희지씨하고 이혜경씨는 이번 일에 대한 현재 생각을 진술서에 쓰세요.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읽어보고, 처분에 반영할 거에요.
S#70. 혜리 검사실
약간 차가운 얼굴로 앉아있는 혜리. 피의자들, 각각 쓴 것들 혜리에게 내민다.
혜리 : (받아들고 셋 보는, 이후는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수고하셨어요, 잘 읽어 보겠습니다.
모 : 검사님, 정말 선처 부탁드립니다.
혜리 : 너무 걱정 마세요, 아직 어린 학생이니까 선처 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거에요.
모 :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잘 가르치겠습니다...
혜리 : 은동아, 너도 다시는 엄마가 너 때문에 검찰청 경찰서 드나드시게 하면 안 된다?
은동 : 네...
혜리 : (박, 이, 둘 보며) 두 분도 이번 일을... 금소리씨가 왜 고소까지 하게 됐는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으셨으면 좋겠어요.
희지 : 선처 부탁드립니다...
혜경 : (심정 참담한 듯 시무룩하게 있는)
혜리 : (격려하는) 이혜경씨도 이제 그만 금소리 닮은 여자 잊어버리세요. (진심) 최우상 닮은 남자 만나면 되잖아요.
혜경 : (벙해서 보는)
혜리 : (진심으로) 과거를 놔줘야 미래가 오는 거에요.
[시간 경과]
나가는 피의자 일행 배웅하고 들어오는 차계장.
혜리 : (진술서 읽어보고 있는데)
차계장 : (돌아서며) 검사님, 어디서 그런 멋진 말은 배우셨어요?
혜리 : (웃으며) 아 그거요? (빼곡히 적힌 조사하면서 했던 대사들 적어놓은 다이어리 보이며)
이 검사님이 악플 사건 다뤄보셨다 그래서 미리 배워서 다 외운 거에요.
차계장 : 그럼 그 말도 이검사님이 하신 거에요? 과거를 놔줘야 미래가 온다?
혜리 : (멈칫하는) 아... 그거요...
[6회 54 씬에서... ‘과거를 놔줘야 그 자리에 미래가 오는 거야’ 하던 윤검]
혜리 : (현재, 뭉클해지는)
S#71. 인우 테라스
인우, 테라스 의자에 앉아서 고만철 최근 사진 몇 장과 고만철이 대표자로 되어있는 시행사 사업자 등록증 사본 등
고만철 관련 자료 보고 있는데... (살짝만 보이게)
혜리 : (아래층에서 소리) 어이! 이상한 변호사!
인우 : (? 몸 일으키면)
혜리 : (소리) 어이! 친절한 인우씨!
인우 : (일어나서 테라스로 가서 아래 내려다보면)
혜리 : (손에 슈퍼맨 1회 이용권 흔들고 있다) 이거요! (약간 간절한) 나 이거 한번 써보면 안될까?
인우 : (테라스에 몸 기대고 내려다보는) 그게 뭔데?
혜리 : (어린 아이가 허락 구하듯) 나 있잖아요, 윤선배하고 둘이서 밖에서 밥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요...
S#72. 인우 빌라 (다른 날)
아일랜드 테이블 위에 월남쌈 재료와 주먹밥 재료 다듬어지거나 준비돼 있고, 갖가지 요리 기구며 양념류들 죽 놓여있다.
놀라서 둘러보는 혜리.
혜리 : 어떻게 남자 집에 이런 게 다 있어요? 별거 별거 다 있네?
인우 : 어떻게 여자 집에 제대로 있는 게 없어요?
혜리 : (재료들 보며) 뭐 만드는 건데요?
인우 : 마검은 가볍게 먹어야 하니까 월남쌈, 윤검님은 든든하게 드셔야 하니까 영양 재료가 듬뿍 들어가는 주먹밥 되겠음다.
혜리 : (생각할수록 신기한) 근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인우 : (무슨 뜻인지 알지만 가볍게) 월남쌈과 주먹밥? (했다가 의미 있는) 먹는 거 만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없거든.
혜리 : 그게 아니라 어떻게 직접 음식해 줄 생각을 했냐구요?
인우 : 내가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혜리 보는) 윤검님하고 잘 되게, 말했잖아요.
혜리 : 서변이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잘 됐음 좋겠다.
인우 : (멈칫, 다시 요리하는) 슈퍼맨한테 신호는 잘 보냈고? 크립톤 행성에 전파 방해물질 없었나?
혜리 : (웃으며) 직접 갔다 왔는데요?
S#73. 윤검 집 앞 (회상)
우체통에 1회 이용권과 메모 적은 편지 봉투 넣고 돌아서는 혜리.
S#74. 인우 빌라 (현재)
먹기 좋게 하나씩 싸놓은 월남쌈 찬합에 넣고 있는 혜리. 인우, 주먹밥 만들고 있다.
혜리 : 남자가 어쩜 이렇게 요리를 잘하냐?
인우 : 혼자 살다보면 늘게 돼 있어요.
혜리 : (불쑥) 너무 고마운 거 같애요.
인우 : 같애요, 가 아니라 너무 고마워요.
혜리 : 너무 고마워요.
인우 : 이 은혜를 뭘로 갚죠?
혜리 : 맞다, 이 은혜를 뭘로 갚죠?
인우 : (냉큼) 나도 한 장 써줘요.
혜리 : 뭘요?
인우 : 원더우먼 이용권.
혜리 : 원더우먼 이용권?
인우 : 마검은 여자니까 원더우먼 합시다. 서인우가 필요할 때 딱 한번, 무조건 달려와 준다.
혜리 : (그 얘기였어? 보면)
인우 : 이 정도 해주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양심 있으면.
[시간경과]
식탁 한쪽에 서서 원더우먼 1회 이용권 쓰고 있는 혜리.
‘원더우먼 1회 이용권. 본인 마혜리는 서인우가 원할시 꼭 한번은 소원을 들어주겠음’ 써있는 종이 밑에
‘※ 단서 조항: 1. 검사 직분을 이용하는 부탁은 안 됨. 2. 새벽 2시 이후는 피부 숙면을 위해 안 됨’ 써있다.
혜리, 손지장 찍으려고 검지 들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인우 : (들여다보며) 단서 조항, 검사 직분을 이용하는 부탁은 안 됨.
혜리 : (옆에 놓인 파우치에서 립스틱 꺼내는)
인우 : (황당한) 새벽 2시 이후는 피부 숙면을 위해 안 됨?
혜리 : (검지에 립스틱 발라 꾹 누르는)
S#75. 윤검 집
윤검, 주방에서 저녁 준비하고 있고 빈, 탁자 위에 놓인 우편물들 사이에서 알록달록한 혜리 편지 봉투 빼든다.
내용물 열어보면 ‘슈퍼맨 이용권’위에 포스트 잇 붙여있다. 그 위에, ‘저녁 식사에 초대합니다. 일요일 저녁 8시, 장소는...’
메모와 함께 공원 약도와 혜리가 기다리고 있겠다는 장소 하트 표시 되어있다.
심각하게 들여다보는 빈.
S#76. 혜리 빌라 앞
혜리답지 않은 원피스 입고 피크닉 바구니와 러그 담긴 쇼핑백 정도 들고 가는 혜리.
인우, 배웅하듯 바라보고 서있다.
혜리 : (가다가 돌아보면)
인우 : (선선히 손 흔들다가 주먹 쥐고) 필승! 성공!
혜리 : (자기도 모를 느낌으로 멈칫하는, 혼잣말) 불쌍해 보이지?... (갸웃하는, 돌아서 가고)
S#77. 공원 (저녁)
나뭇잎 무성해서 그늘 만들어주는 쭉 뻗은 키 큰 나무 아래에 러그 깔려있고 큰 초 한 개에 불 밝혀있다.
설레는 표정으로 피크닉 바구니에서 음식과 과일 담긴 찬합들 꺼내고 있는 혜리.
S#78. 인우 빌라 테라스 (저녁)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월남쌈과 주먹밥 먹고 있는 제니. 인우, 티 안내고 먹고 있다.
제니 : 먹을 거 있다드니, 하다 남은 거 먹이는 거야?
인우 : 니 몫 계산해서 넉넉히 한거야!
제니 : 서인우가 여자 위해서 요리를 하다니.
인우 : 너한테도 밥 많이 해줬다?
제니 : (그런 의미 아니었다. 천연덕스럽게 먹으며) 나 여자였어?
인우 : (멈칫, 제니가 이정도로 눈치 챈 줄 몰랐다. 약간 예민) 그런 의미였어?
제니 : (말 돌리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서 요리해 준 적은 없었단 뜻이야.
인우 : (순간 멈칫했다가) 생기면 말해, 해주께.
제니 : (멈칫, 잠깐 아픈 눈길로 보는)
인우 : 내 베프를 위해 뭔들 못해 주겠냐?
제니 : 정말 마혜리가 윤세준하고 잘되길 바래?
인우 : (바로, 명쾌) 마혜리가 원한다면.
제니 : (보는)
인우 : 그 아이가 원하는 사랑은... (사랑만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어.
제니 : (이 정도일줄 몰랐다. 뜻밖인) 너... 진심으로 도와주는 거구나?
인우 : (담담하게 끄덕이며) 주어진 시간 동안 마혜리한테 해줄 수 있는 걸 해주고 싶어... (다짐하듯) 잘 해줄려구...
(아무렇지 않다는 듯 씩 웃는)
S#79. 윤검 집 (밤)
빈이와 저녁 먹고 있는 윤검, 아무 것도 모르고 빈이 챙기면서 먹는다.
뭔가 불편한 듯 아빠 한번 보고 한번 먹고 하는 빈.
윤검 : 빈아 왜? 맛없어?
빈 : 아니? 엄청 맛있어... (얼른 고개 숙이고 막 먹는)
S#80. 공원 (밤)
어두운 공원. 혜리, 어둠 속에 덩그러니 앉아서 무서움 참으며 윤검 기다리고 있다.
한참 전에 켜서 받침에 촛농 흘러내려있는 촛불 하나, 흔들리는 혜리 마음처럼 바람에 일렁인다.
S#81. 윤검 집 (밤)
잠자리에 든 빈 다독다독해주고 있는 윤검. 빈, 자야하는데 맘에 걸리는 게 있는 듯 자꾸 눈 부릅뜬다.
윤검 : 빈아, 졸린데 왜 잠을 안 자?
빈 : (감기는 눈 겨우 뜨며) 아빠...
윤검 : 응.
빈 : 엄마가.. 거짓말해도 그날 밤만 넘기지 않으면 괜찮은 거라 그랬지?
윤검 : 그랬어, 그렇게 너한테 전해 달랬어.
빈 : 그럼... 아직 (12시 5분 전 가리키는 시계 보며) 12시 안됐으니까 고백 할께요.
윤검 : (?) 아빠한테 거짓말한 거 있어?
빈 : 말 안 한 것도 거짓말이지?...
윤검 : (미소로) 무슨 말을 안 했는데?
빈 : (이불 속에 감춰둔 혜리의 편지봉투 꺼낸다)
S#82. 윤검 집 앞 (밤)
급한 걸음으로 나오던 윤검, 멈칫 선다. 집 앞에 피크닉 바구니 놓여있다.
혜리(E) : 저녁 식사에 초대합니다...
윤검 : (혜리가 왔다 갔다! 놀라는)
[6회 63씬에서]
혜리 : 아무 때나 제가 필요할 때 한번, 딱 한번, 무조건으로 달려와 달라구요.
윤검 : (현재, 지키려고 했던 약속인데... 마음 급해져 뛰어가는)
S#83. 혜리 빌라 앞 (밤)
계단 위쪽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인우, 저만치 어둠 속에서 지친 걸음으로 걸어오는 혜리 본다.
인우 : (뭔가 이상한) 뭐야, 왜 저 모양이야?
S#84. 혜리 빌라 앞 길 (밤)
혜리, 힘없이 걸어오는데 계단에 걸터 앉아있는 인우.
혜리 : (올라가다 인우 보고 멈칫 서는)
인우 : (걱정 담긴) 어떻게 된 거에요?
혜리 : (민망하고 창피하다)
인우 : (기색 이상하다. 일어서는)
혜리 : (갑자기 하하하 웃으며) 나 바람 맞았어요!
인우 : 뭐?
S#85. 빌라 일각 (밤)
기막힌 심정으로 혜리 쳐다보고 있는 인우.
인우 : 여태 기다렸단 말야?
혜리 : (시무룩) 나요, 이제나 저제나... 그 말이 어떤 마음인지 이제 알았어요.
인우 : (기막혀) 이제나 저제나? (그렇게 기다렸어?)
혜리 : 말이라는 게 되게 신기한거 있죠? 말로 알 때하고 내 마음이 알 때하고 되게 달라요?
인우 : (울컥 화나는) 참 장하십니다! 무려 네 시간 동안 남자 기다린 끝에, 이제나 저제나, 그 말이 어떤 마음인지 알았어요?
혜리 :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인우 : (속상한) 밥은! (빈 손 보고) 싸간 건 어쨌어요?
혜리 : ...윤선배 집 앞에 두고 왔어요.
인우 : (기막혀) 뭐?
혜리 : 그럼 먹는 걸 버려요?...
인우 : (타박) 당신 바람맞힌 사람이 당신이 두고 간 음식은 먹을까봐?
혜리 : (어? 했다가) 아까 너무 맛있길래, 그래도 음식인데 먹지 않을까요?
인우 : (미치겠다. 속 터져 못 견디겠는 한숨) 아우!... (하며 고개 돌리다 멈칫하는)
윤검 : (저만치서 뛰어오고 있다)
인우 : (순간 눈에 불 튀듯 윤검 보는, 짧은 순간 뭔가 스친다)
혜리 : (인우 시선 따라 고개 돌리려는데)
인우 : (한 손으로 혜리 얼굴 못 돌아가게 막아 자기 앞으로 돌리는)
혜리 : (짧은 순간의 일이라 벙해서 인우 보는데)
인우 : 지금부터 내가, 뭔가 할 겁니다.
혜리 : (영문 몰라) 뭐 할 건데요?
인우 : 우선 당신 안을 거고, (하며 혜리 확 안는)
혜리 : (졸지에 포옹당하고 어? 하는데)
인우 : 그리고... (포옹 풀며 혜리 얼굴 두 손으로 감싸는, 짧은 찰나 솔직한 그의 열망 담긴 시선으로 혜리 보는)
혜리 : (그 느낌에 어? 하는데)
인우 : (자기감정 눈에서 싹 지우는, 장난기 반짝이며) 이거! (하면서 확 끌어당겨 입맞춤하는)
갑자기 기습 키스 당하고 헉 놀라는 혜리. 동시에 둘의 키스 보고 놀라서 멈칫 서는 윤검.
셋 한 화면에 잡히면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