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휘 의미나 용법의 문제는 항상 사전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먼저 사전을 봅니다. 관련된 부분만 발췌합니다.
가다
[Ⅱ]「보조동사」
((주로 동사 뒤에서 ‘-어 가다’ 구성으로 쓰여))
- 말하는 이, 또는 말하는 이가 정하는 어떤 기준점에서 멀어지면서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가 계속 진행됨을 나타내는 말.
¶ 책을 다 읽어 간다./방이 식어 가는데 불 좀 올려라./하는 일은 잘돼 가나?/좀 쉬어 가며 일해라. /날이 더워서 꽃이 시들어 간다./경제가 회복되어 간다.
오다
[Ⅱ]「보조동사」
((주로 동사 뒤에서 ‘-어 오다’ 구성으로 쓰여))
-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가 말하는 이 또는 말하는 이가 정하는 기준점으로 가까워지면서 계속 진행됨을 나타내는 말.
¶ 날이 밝아 온다./그는 이 직장에서 30년간이나 일해 왔다./그는 지금까지 아픔을 잘 견뎌 왔다.
이렇게 보조동사로서 '가다'와 '오다'의 뜻풀이가 돼 있는데
간단히 보면 '가다'는 '멀어지는 진행', '오다'는 '가까워지는 진행'이고
그 방향은 '말하는 이' 또는 '말하는 이가 정하는 기준점'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30년 동안 일해 온 직원'에서 '일해 간'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듭니다.
'가다'와 '오다'가 쓰인 용법을 통해 그 의미를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1.'가다'는 멀어짐, '오다'는 '가까워짐'
(본용언의 뜻과 가장 유사함)
①점점 더 멀어져 간다.
②적들이 쏟아져 온다.
2.'가다'는 '심리적인 멀어짐', '소멸, 퇴색'
'오다'는 '심리적인 가까워짐', '생성, 탄생'
①날이 어두워 간다. 사진이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방이 식어 가는데, 불 좀 올려라.
②날이 밝아 온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어.
*밤을 기다려 활동하는 박쥐가 말을 한다면 정반대로 써야 할 듯.
3.'가다'는 일시적인 일, 끝이 정해진 일, 일의 완료에 초점
'오다'는 비일시적인 일, 끝이 정해지지 않은 일, 일의 과정에 초점
①책을 다 읽어 간다. 하는 일은 잘 돼 가?
②아픔을 잘 견뎌 왔다. 30년간 여기서 일해 왔다.
4.'1-3'의 의미를 포함하지 않는 일반적인 진행은 '가다'를 씀.
좀 쉬어 가며 일해라. 경제가 회복되어 간다.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리셨는지요?
확인 겸 아래 문제들, 위의 의미들과 연관시켜 풀어보세요.
문제
1.음식을 맵게만 먹어 ( ) 철수는 기어이 위염이 결려서, 지금 어머니가 해주신 죽을 다 먹어 ( 다).
2.전화 한 통이 걸려 ( 다). 기어들어 ( 는) 목소리로 '임대 정수기 기한 다 돼 ( )시죠? 하고 내게 물어 ( 다).
3.약을 먹어 ( ) 지 일주일, 열도 내려 ( 고) 붓기도 점점 빠져 ( 다).
첫댓글 가끔 궁금해 질때가 있어요. 이 선배님은 이런 걸 본인의 뇌(국어학에 특화된 소중한 뇌)에서 꺼내서 술술 써 내려가시는 건지... 아니면 선배님만 보는 알짜배기 책이 있는 건지...
그냥 똑똑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고...
그래서 저는 이 분을 "천재"라고 부릅니다. 가끔 후배님들 고민 해결해 주시는 거 보면 "천사"라고 불러야 할 것 같고..
이래저래 하늘에서 오신 분이란 건가 ㅡ,.ㅡ ㅎㅎㅎ 선배님, 만수무강하세욥!
공감 백배!! <그냥 똑똑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고> 요부분 혹 심의에 걸리지 않으려나? 여기서 심의란? ㅎㅎㅎ
음..수 많은 책과 논문으로 다져진 아주 훌륭한 지식이지요...그 지식을 책으로 만들어서 내게 팔면 좋으련만...ㅎㅎ
그런데 궁금증이 울 우진 샘이 왜 음악을 업으로 이번 기회에 국어로 전향하시면 평생 걱정 없으실텐데...ㅎㅎ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 주시다니..정말 감사합니다^^ 아래 문제도 꼭 풀어 보겠습니다
위의 댓글에 완전 공감입니다. 박우진 선생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