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 무심이면 치매가 아닌가? / 대원 큰스님
일상생활 속에서 오매불망 간절히 자기를 돌이켜 보고
무엇인가 참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섬광이 번쩍 하는 걸 볼 수가 있다.
그때 '아하' 하는 자기 깨달음이 있다. 그런 깨달음이 중요한 것이지,
그거 없이 생각으로 사량을 해가지고 '이런 거다'
이렇게 아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리 뭘 보고 안다 해도 그런 건 전부 망상이다.
중생이 어리석어서 말을 잘못 알아듣고,
'무념(無念) 무심(無心) 무억(無憶)으로
모든 생각과 기억이 없어지면 치매가 아닌가?' 하는데
그게 아니다.
일체 기억하는 망념이 없어졌지만,
티끌만한 것도 모자람 없이 확연히 다 기억을 하고 알고,
또한 무한한 것을 환히 다 분별하고 판단할 줄 안다.
번쩍하고 깨달은 사람만이 그러한데,
깨닫지 못하고 자꾸 뭘 익히고 배우고 생각해가지고
이런 거라고 알았다고 담아놓고 이러면,
그건 썩은 고주박이나 녹슨 칼과 같아서 아무데도 못 쓰는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형식으로 하지 말고 지극히 해봐야 한다.
법문을 들어도 언하에 바로 척 깨달으면
동시에 일체 중생의 모든 잡된 생각을 다 잊어버리고 없어진다.
그것이 무념(無念) 무심(無心) 무억(無憶)이다.
출처: 학림사 오등선원 지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