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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반점의 짜장면과 군만두 |
한국전쟁을 전후로 제주에도 중국의 화교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화교 소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그 세력이 컸다. 대부분이 1960년대에 이르러 중국 식당을 개업하는데 그 선두에 아주반점이 있었다. 5·16 군사정변이 있었던 이듬해인 1962년 칠성로의 외진 골목 안에 식당을 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도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이 골목을 아직도 ‘아주반점 골목’이라 부를 정도이다. 1970년대 제주시내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하는 가족은 십중팔구 이곳에서 짜장면을 먹었고 ‘야끼만두’라고 불린 군만두가 고급 요리로 대접받던 시절이었다. 창업자인 ‘범씨’ 일가가 1980년대 초반 한국을 떠나면서 현재의 업주에게 넘어오기까지 두 사람의 화교가 이어받았다.
아주반점 |
현재의 업주는 1989년에 이곳을 인수했는데 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시지부장과 제주도지회장을 10년 이상 역임할 만큼 외식업에 애착이 많은 사람이다. 아주반점의 과거의 명성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부근에 있는 ‘개원반점’도 아주반점과 함께 중식의 계보를 잇는 또 하나의 중식당인데 하얀 국물의 삼선짬뽕으로 유명하다.
- 제주시 관덕로13길 4 / 064-722-5161
신 해바라기분식의 순두부찌개 |
요즘 칠성로를 찾는 소비자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청소년이다. 과거 1980년대에도 청소년이 거의 절반은 됐다. 아무래도 유행에 민감한 세대이니 당연할 것이다. 그들이 쇼핑 중에 당연한 듯 찾아가는 식당이 바로 해바라기 분식이었다. 합판으로 짠 작은 테이블에 학교 의자 같은 나무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안쪽 손님이 나갈라치면 식사 도중 일어나 길을 터주어야 했던 작은 식당이었다. 1979년에 ‘분식’집으로 문을 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대부분의 손님이 순두부찌개에 빠져들었다. 대부분의 분식집이 매끈매끈한 공장 순두부를 끓여주는데 이 집은 직접 만든 구수한 순두부를 끓였고 특히 칼칼한 양념은 강렬한 맛을 좋아하는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신 해바라기분식 |
원래 자리했던 곳에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맞은편의 현재 위치로 옮겨왔고 ‘해바라기 분식’에서 ‘신 해바라기식당’으로 상호가 살짝 바뀌었지만 순두부 맛은 여전하다. 창업자인 어머니가 10여 년 전 암으로 돌아가시고 딸이 이어받아 끓여내고 있다. 매운 정도를 확인하고 주문해야 한다. 보통 매운맛이 다른 집의 아주 매운 정도이고 순하게 달라고 하면 일반적인 순두부 맛볼 수 있다.
- 제주시 관덕로13길 13 / 064-757-3277
탑부평의 흑돼지 오삼겹과 목살 |
아주반점 골목에서 동쪽으로 한 블록 내려가면 관덕로 15길인데 이 길을 대동호텔 골목이라 한다. 이곳에서 바닷가 쪽으로 북진하다 보면 ‘흑돼지 거리’가 나온다. 사실 칠성로와 탑동의 중간쯤이다. 이곳에는 흑돼지로 유명한 식당들이 밀집해 있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특화 거리로 지정해준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터줏대감이 탑부평이다.
탑부평 |
1984년 제주 토박이인 창업자는 인천 부평이 고향인 아내와 탑동에서 장사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상호를 지었다. 당시 제주 사람들에게는 좀 생소했던 대패삼겹살로 인기를 끌었다. 이곳이 유명해지면서 조금 외진 곳인데도 다른 식당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지금은 유명한 식당 거리가 되었다. 현재는 딸 부부가 대를 이어 운영 중인데 커다란 솥뚜껑 불판이 이채롭다. 생고기만 취급하고 다양한 밑반찬과 후식 냉면을 무료로 제공한다.
- 제주시 관덕로15길 26 / 064-721-7869
글사진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