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이순우
메이 데이 메이 데이 외
아마 크리스마스에 떠났으리라 여행에서 돌아오는 기쁜 날이었으리라 살다 보면 말씀이 더러 현실이 되곤 했지 아기 예수를 대신해 죽은 수많은 베들레햄의 아기들처럼, 억울한 별이 되어 아기들은 떠나기도 했지 말씀이 더러 현실이 되곤 했지 내 안에서 오래오래 슬픔으로 무너졌지
오오 메이 데이 메이 데이 운명의 슬픈 둔덕이여 비극의 모래 언덕이여 순간에 별이 되는 끔찍한 삶이여 놀란 하늘과 기적이여 새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오늘도 허공을 가르고 잔인한 12월의 하늘 오늘도 푸른 생명의 행진은 시작되는데 당신과 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진실로 진실로 지금 어느 하늘 아래에서 돌이 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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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비밀
어제 콘서트에서 팔다 남은 응원봉
오늘 용산에서 팔고요
광화문에서는 내일 태극기를 팔지요
옛날엔 뉴스 끝에 일기예보를 봤는데
요즘엔 어디에 사람들이 파도처럼 몰렸는지
여론전을 펼치네요
이럴 땐 인파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산동네에 사는 게 득이라니 내 참
정치가 밥을 먹여주는 게 진짜라며
신이 난 노점상 박씨
시장 캐리어에 태극기와 응원봉이 형제처럼 뒤섞여
아우내 장터에 콘서트가 열리는 꿈, 꾸기도 하지요
지난 총선에선 누굴 찍었는지는 말을 안 하지요
서로서로 영업 비밀이니까요
이순우|2008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