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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봉 오르면서 조망, 멀리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는 상주 노음산(?)
첩첩 바위산의
바위보다 하얗도다
가을의 바람
石山の石とり白し秋の風
――― 마츠오 바쇼
▶ 산행일시 : 2014년 10월 18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0명(영희언니,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신가이버, 산소리, 해마, 해피, 승연,
대장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18분
▶ 산행거리 : 도상 13.6㎞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5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00 – 버리미기재, 산행시작
09 : 30 – 전망하기 좋은 너럭바위
09 : 40 – 백두대간 길 진입
10 : 04 – 장성봉(長城峰, △916.3m)
10 : 25 – 852m봉, ┤자 막장봉 갈림길
10 : 35 – 막장봉(幕場峰, 887m)
10 : 35 – 다시 852m봉
11 : 10 – 827m봉, 휴식
11 : 57 - 787m봉 가기 전 안부, 점심(43분 소요)
13 : 12 – 821m봉, ┤자 악희봉 갈림길
13 : 20 – 악희봉(樂喜峰, 악휘봉 845m)
13 : 45 – 다시 821m봉
14 : 40 – 은티재(오봉정재), ┫자 갈림길 안부
15 : 05 – 683m봉
15 : 10 – 호리골재, ┫자 갈림길 안부, 묘
15 : 28 – 석문
15 : 42 – 마당바위
15 : 48 – 구왕봉(九王峰, 879m)
16 : 35 – 지름티재, ┤자 갈림길 안부
17 : 18 – 은티마을, 산행종료
1. 희양산, 구왕봉 내리면서
▶ 장성봉(長城峰, △916.3m)
이번 주말이 올가을 단풍시즌의 절정이라고 했다. 수일 전부터 동서울터미널에서 설악산 가는
버스차편은 동이 났다.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도 막히지나 않을까 은근히 맘 졸였는데
상습 정체구간인 병목은 짧고 불안한 중에도 버스 잘 달린다.
버리미기재. 버리기미재로 잘못 읽고 잘못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보리나 지어먹던 궁벽한 곳
이라는 의미의 ‘보리먹이재’가 변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틀릴 염려가 줄어든다. 등산로 출
입을 대야산 쪽만이 아니라 장성봉 쪽도 막는다. 고갯마루 초소의 속리산국립공원 관리공단직
원이 우리 차가 지나가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통과! 머뭇거리지 않고 고갯마루를 넘는다. 가은 방면으로 450m 정도 내려간 임도 갈림길에
서 멈춘다. 마치 여기가 지정 들머리인 것처럼 장성봉 등산로 안내판이 있다. “산 이름이 그렇
듯 거대한 만리장성의 일부를 보는 듯한 장성봉은 북쪽으로부터 남진하는 백두대간이 희양산
(999m)에서 서쪽으로 꺾였다가 악희봉(843m)을 솟구친 후 다시 직각으로 꺾여 남쪽으로 대
야산(931m)으로 치닫다가 악희봉과 대야산의 중간쯤에 이르러 우뚝 솟아 있다.”
오는 중 차안에서 진작 산행채비를 갖추었다. 신속히 차에서 내리고 임도 잠깐 따르다 스틱 고
쳐 잡고 산속으로 들어간다. 인적은 희미하다. 금방 사면은 가팔라지고 슬랩 나와 손맛 보련하
고 직등한다. 언뜻 뒤돌아보니 뇌정산 자락이며 올망졸망한 가은 뭇 산들의 운해 드리운 모습
이 별유천지로 보인다. 좀 더 올라가면 또 다른 비경이려니 갑자기 발걸음이 바빠진다.
모처럼 콤팩트 카메라를 장만하여 찍사대열에 합류한 대간거사 님은 경치가 내가 가서 찍어주
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뭇 느긋하다. 한편 맞는 말이다. 하나님도 모른다는 주식가
격의 변동이지만 주식은 항상 살 때라고 말하지 않던가. 아무러한 경치라도 순간순간 고유의
묘미를 간직하고 있을 터!
슬랩 올라 너른 전망바위 위다. 여느 때보다 이른 시간이지만-겨우 30분 진행하였다-산첩첩
펼쳐지는 가경을 땀 훔칠 새 없이 둘러보고 나서 눈 안주하여 탁주 입산주 거푸 들이킨다. 장
성봉 오르기는 남릉 주등로보다는 오늘 우리가 오르는 남동릉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둔
덕산과 뇌정산, 원통산, 애기암봉 등을 자세히 살필 수 있고, 영강(潁江) 물안개가 발원일 운해
를 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둔덕산 너머가 궁금하다. 내 고도 어서 높이고자 서두른다. 봉마다 암봉이고 암봉마다 경
점이다. 다 들린다. 둔덕산 너머가 점점 다도해다. 버리미기재에서 오는 백두대간 길과 만나고
등로는 탄탄대로다. 나뭇가지 사이로 희양산의 미끈한 남벽 기웃거리다 한차례 바짝 오르면 Y
자 애기암봉 갈림길이 있는 905m봉이다.
평탄한 길 북서진한다. 곧 장성봉 정상이다. 가을햇살 따가운 공터에 조그만 정상 표지석과 삼
각점이 있다. 삼각점은 ╋자 방향표시만 알아볼 수 있고 등급과 지명 등은 마멸되어 판독불능
이다.
2. 장성봉 오르면서 조망
3. 장성봉 오르면서 조망, 산골 마을은 가은
4. 장성봉 오르면서 조망, 산골 마을은 가은
5. 앞 산릉은 둔덕산 능선
6. 백두대간 대야산
7. 희양산
8. 애기암봉
9. 둔덕산 너머, 오른쪽이 상주 노은산
10. 가운데는 시루봉, 그 왼쪽은 칠보산, 그 왼쪽은 군자산
▶ 막장봉(幕場峰, 887m), 악희봉(樂喜峰, 악휘봉, 845m)
장성봉 지난 백두대간 길에서 막장봉은 마루금 벗어난 옆구리봉(캐이 님의 버전이다)이어서
아마 우리 일행은 들리지 않을 거라 예단하고 나 먼저 다니러간다. 만추인 877m봉 넘고 약간
내렸다가 그 추동 살리면 ┤자 갈림길인 소나무숲 우거진 852m봉이다. 막장봉은 여기서 왼쪽
으로 300m쯤 가야 한다. 나지막한 봉우리 완만하게 올랐다가 바위 슬랩 살금살금 트래버스
하여 넘고, ┣자 갈림길 안부 지나 가파른 슬랩을 밧줄 잡고 오른다.
오른쪽 시묘살이계곡 건너 시루봉, 칠보산, 군자산, 그 너머 다도해 전망하며 오른다. 막장봉.
돌무더기 위에 조그만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막장봉이라는 산 이름은 이 산의 정상부로 이어
지는 시묘살이계곡이 협곡을 이뤄 광산의 갱도처럼 생겼는데, 그 마지막에 있는 봉우리라 해
서 붙여졌다고 한다.
다시 백두대간 길 852m봉에 이르고 사면 누비는 일행과 만난다. 길 좋다. 봉봉 숱하게 오르내
리지만 그다지 큰 굴곡은 없다. 악희봉까지 이럴 것. 바윗길 올라 나무 그늘진 827m봉에서 긴
휴식한다. 후미(대간거사 님과 해마 님) 오기 기다리다, 더덕 씨를 말리려나 그들더러 그만 오
시라 목청 높여 불러주고 한껏 서행한다.
사실 그들은 대알바 중이었다. 해마 님이 앞서 냅다 줄달음하고 대간거사 님이 뒤따랐다. 해마
님은 대간거사 님이 뒤따라오니 막장봉 갈림길에서 백두대간 길을 벗어난 줄 모르고 의심하지
않고 막 갔다. 대간거사 님은 해마 님이 길을 어련히 알아서 가는 줄 알고 뒤따랐다. 막장봉 넘
고 통천문 지나고 바위전시장도 지났더랬다.
북진해야 할 텐데 목에 건 나침반을 들여다보니 서진하고 있더란다. 메아리 님의 연호를 뒤쪽
에서 들었지만 메아리의 반사로 여겼단다. 깊은 산속에서는 연호가 메아리 반사하여 바른 방
향을 가늠하기 어렵기는 하다. 그때서야 지도 보고 잘못 진행하고 있는 줄을 깨닫고 황급히 뒤
돌아섰으니 일행을 따라잡으려면 몇 곱절은 더 힘이 들 것.
우리 악우애 각별하여 787m봉 오르기 전 야트막한 안부에서 점심밥 배 쓸어가며 먹으면서 그
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어느 덧 라면이 맛 나는 계절이다. 승연 님은 오뎅 라면 끓이고, 신가이
버 님은 불닭볶음면에다 짜파게티를 일대일로 섞었다. 산중 별미다. 그렇지만 아직 오지 않은
두 사람을 생각하니 목이 멘다. 이따금 불러주며 먹는다.
악희봉도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350m 벗어난 옆구리봉이다. 악희봉 다니러 갈 사람들 먼저 출
발한다. 악희봉 일구느라 785m봉을 뚝뚝 떨어졌다가 완만하고 길게 오르면 왼쪽으로 악희봉
가는 ┤자 갈림길인 821m봉이다. 악희봉 오가는 등산객들이 많다. 악희봉의 명물인 선바위
알현하고 슬랩 오른다. 악희봉 정상은 천지의 중앙인 것처럼 사방 조망이 좋다.
11. 왼쪽은 남군자산
12. 생강나무
13. 등로 주변의 단풍나무
14. 칠보산
15. 악희봉 선바위
16. 앞은 마분봉(馬糞峰, 776m), 멀리 슬랩 보이는 산은 조령산
17. 왼쪽부터 해피, 한계령, 승연
18. 멀리는 속리산 산군
19. 앞쪽이 장성봉, 그 오른쪽으로 쭉 내려와 막장봉, 장성봉 뒤로 대야산이 보인다. 그 뒤로가
속리산 산군
20. 가운데가 칠보산 그 오른쪽 뒤는 군자산
▶ 구왕봉(九王峰, 879m), 은티마을
천지 조망하여 악희봉을 흐뭇하게 내리고 다시 백두대간 갈림길인 821m봉이다. 대간거사 님
과 해마 님, 일행들이 쉬고 있다. 표정관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지만 그새 반갑다. 이런 날도
있다. 대간거사 님의 발걸음이 퍽 둔해졌다. 왼쪽 발은 충청북도, 오른쪽 발은 경상북도 땅을
밟는다. 왼쪽은 급사면, 오른쪽은 완사면이다. 하늘 가린 숲속길이다. 그늘에 들면 서늘하여
걷기 딱 알맞다.
722m봉 내리는 길은 전망하기 좋은 대슬랩이 세 차례 나온다. 듬직한 구왕봉과 희양산을 바
라보며 내린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인 은티재(오봉정재)다. 이제부터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매우 심하다. 대접 엎어놓은 모양으로 둥그스름한 683m봉을 갈지자 무수히 그리며 오
른다. 규칙적인 스텝이 중요하다. 발걸음을 들숨날숨에 맞춘다.
오를 때 막 가고 내리는 걸음으로 가쁜 숨 고르며 쉰다. ┤자 갈림길 안부. 호리골재다. 왼쪽은
은티마을로 곧장 간다. 이정표에 ‘구왕봉 50분’이다. 구왕봉은 네 피치로 오른다. 첫 피치, 제
법 실한 새끼 봉우리가 있었다. 바윗길 트래버스 하여 내린다. 둘째 피치, 가파른 오르막 끝 튼
튼한 석문까지다. 셋째 피치, 사면 돌다가 햇낙엽 쌓여 미끄러운 골짜기 오르고 능선마루 잡아
노송 그늘진 마당바위까지다. 그냥 가기 아깝다.
넷째 피치, 넙데데한 능선 잠깐 오른다. 이윽고 구왕봉 정상. 오석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호리
골재에서 38분 걸렸다. 나 역시 욕심이 없지 않았지만 먼저 구왕봉에 오른 신가이버 님과 해
마 님이 내쳐 희양산을 가려는 것을 지금 거기 올라가버리면 다음 백두대간 구간 잇기가 애매
해진다고 하여 말린다. 배낭 털어 먹고 마신다.
구왕봉 정상에서 건너편 희양산은 나뭇가지 베일에 가려 감질나게 보인다. 구왕봉 내리면서
바라보는 희양산이 그야말로 장관이고 대관이다. 장엄하다. 구왕봉 내리는 가파른 바윗길에
밧줄을 매달아 덜한 재미를 바위 턱에 올라 건너편 희양산의 하얀 남벽을 바라보는 즐거움으
로 벌충한다. 가을의 바람이 바위보다 하얗다는 바쇼의 느낌을 알 것 같다.
지름티재. 한때 살벌한 전장이었던 이곳이 지금은 평화의 공원으로 변했다. 희양산을 오르려
는 등산객들은 봉암사 중들과 참 어지간히 다투었다. 봉암사에서는 등산객들의 지름티재 접근
을 막으려고 생나무가지를 바리게이트로 쌓아놓고 지키기까지 했다. 청정도량인 봉암사에서
중들의 참선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희양산 정상에서 어쩌다 야호 하고 소리 지르면
봉암사까지 들리는 모양이었다.
등산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름지기 선승이 도를 닦는다던가, 수행한다던가 하
는 일은 중생들 북적이는 시장 통에서도 가능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며 봉암사 중들과 숨바꼭
질하여 이 지름티재를 통과했다. 옛날 일이다. 목책 설치하고 그 너머에 초소가 있다.
은티마을 가는 길. 3.1㎞다. 산 그늘진 그러나 고즈넉하고 환한 만추의 길이다. 산길이 끝나면
과수원에는 사과가 탐스럽고 밭두렁에는 노란 산국이 수놓은 농로를 걸을 것이다.
21. 앞에서부터 은티재에서 오르는 683m봉, 구왕봉, 희양산
22. 구왕봉과 희양산
23. 오른쪽 앞은 원통봉, 그 오른쪽 뒤는 둔덕산
24. 은티재, 목책은 봉암사에서 넘어오지 못하도록 설치하였다
25. 구왕봉에서, 오른쪽부터 해마, 신가이버, 메아리 대장 …(영희언니 촬영)
26. 희양산
27. 희양산 남벽 일부
28. 구왕봉 내리면서 남쪽 조망
29. 구왕봉 내리면서 남쪽 조망
30.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 가는 길, 영희언니
첫댓글 물안개 피어오르는 산등성이들
마치 태고의 순수함과 고요함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산들 감사합니다.
石山の石より白し秋の風
-松尾芭蕉-
( いしやまの ,いしよりすずし, あきのかぜ)
那谷(나타)寺의 돌이 근처 石山寺의 돌보다 더 하얗고 쓸쓸하지만, 그때 때마침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그것보다 더 하얗고 쓸쓸하다.
구왕봉에서 희양산이 아까우셨죠^^ 더 없이 좋은 날씨속에 거시기도 솔솔히 건지면서거운 하루였습니다
거기도 거시기가 있었나보네요, 휴, 거시기 본지가 언젠지.......
막장봉 갈림길에서 821봉까지 3시간을 넘게 헤어진 대간거사님 해마님을 만나셨네요.
참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이게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지칠줄 모르는 해마님 참 보기 좋고,기진맥진한 총대장님도 정말 사랑합니다.
우리님들도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넘 좋고,우리 영이언니도 홧팅!!
멋진 산행! 힘찬하루였네요!
알바는 절대 아니고 안보이는 곳에서 해병대식 군기잡기로
해마를 절라게 패댄 것이 아닐까여? 때리다 기진맥진으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