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벌레야 배추벌레야
그렇게 다 먹어치우면
난 뭘 먹고 살라고
배추벌레야 조금만 남겨다오 ~
금년에는 유난히 배추벌레와 벼룩잎벌레가 극성을 부립니다.
비싼 망사를 사서 나비가 들어가지 못하게 면사포처럼 씌워주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언제 들어갔는지 배추벌레가 알을 까놓아
김장배추와 양배추, 브로콜리 잎을 사정없이 갉아먹어치우고 있습니다.
거기에 벼룩잎벌레까지 가세를 하여
김장배추잎을 갉아먹어 벌구멍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망사를 씌워놓은 배추를 이렇게 벌레가 극성을 부리기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금년에는 날씨가 워낙 더워서 그럴까요?
생각 같아서는 독한 농약을 확~ 뿌려서 모조리 잡아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허기만 농약을 치려면 굳이 애써가면서 텃밭농사를 짓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시장에서 사먹으면 될입니다.
나는 궁리끝에 나무젓가락에 물엿을 묻혀 벼룩잎벌레를 잡고
베추벌레는 일일이 손으로 잡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망사를 걷워내고 엎디어
배추벌레 잡기에 총력을 기우리고 있습니다.
배추벌레는 손으로 잡고
벼룩잎벌레는 물엿묻은 나무젓가락으로 잡아내는데
녹두만한 벼룩잎벌레가 나무젓가락에
자석처럼 붙어나옵니다.
잡아낸 벌레들은 물을 반쯤 부은 패트병에 집어 넣었습니다.
패트병에 들어간 벌레들이 살겠다고 몸부림을 칩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물먹은 벌레들이 그만 숨이 막혀 압사를 하고 맙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벌레들이 참 불쌍하기도 합니다.
벌레들도 먹고 살겠다고 바둥거리는데
이렇게 잔인하게 죽여도 되는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배추벌레에 손을 대면 둥그렇게 또아리를 틀고 죽은 듯이 움추립니다.
벼룩잎벌레는 벌구멍이 난 배추잎 앞뒤를 오가며 숨바꼭질을 하다가
닿으면 벌렁누워 죽는 시늉을 합니다.
살겠다고 바둥거리는 녀석들의 모습이 애석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살생중죄 금일참회~
아침저녁으로 잡은 잡은 배추벌레가 수십마리에 달하고
벼룩벌레는 수백마리에 달합니다.
허지만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또 어디선가
벌레들이 몰려와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한포기도 건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배추벌레야 벼룩잎벌레야
조금만 남겨다오
그래서 함께 먹고 살자꾸나.
배추벼룩벌레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