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8월초가 되면 여름휴가만큼은 만사를 제처 두고 꼭 챙기곤 하는데 금년에도 계획한 스케줄에 따라 미리 정해 놓은 휴가지(休暇地)를 찾아가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잠시나마 세상사 내려놓고 맘껏 휴식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고 너무 좋았으며 아마도 오래도록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 틀림없다 하겠다.
기다리고 고대하던 휴가의 첫 번째 장소로 강릉을 택했는데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개통한 KTX를 이용해서 아내와 함께 단둘이 오래 만에 기차여행을 한 것도 즐거웠고 다녀와서 생각해보니 나름, 알차고 의미 있고 유익한 휴가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내인 이 권사가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집과 교회를 오가며 분주하게 생활하느라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지 못하다가 만사 제쳐두고 휴가를 떠나서인지 표정도 밝았고 모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부부가 함께 한가롭게 여행하는 묘미를 정말 어디에 비길 수 있을까 싶다.
강릉역에 도착하자마자 연계버스를 갈아타고 바다로 직행했는데 경포 해변 가를 가득 메운 비치파라솔과 붐비는 피서객들의 자유분방한 모습들이 정겹게 느껴졌으며 산에나 있을 법한 잘 생긴 소나무가 해변의 운치를 한껏 더해 주는데다 파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우리 부부를 기다리기나 한 듯, 반갑게 맞이하는 것만 같았다.
알맞게 자란 해송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산책로를 따라 바닷가를 거닐며 행락객들 속에 묻혀 함께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싱가포르의 자랑거리이자 상징이기도한 어느 호텔을 본 따서 지었다고 하는 <스카이베이경포호텔>의 전망 좋고 럭셔리한 스카이라운지를 찾아 들어가 분위기 있는 고급식당에서 다소 비싼 점심을 먹었던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바다와 맞닿은 호텔 옥상 위에 설치된 수영장도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손색이 없었고 엘리베이터 전면에 호텔을 홍보하는 영상이 이채로웠는데 축구감독으로 유명한 히딩크 ,북한의 김여정, 현송월 등, 외국의 명망 있는 지도자들 다녀갔다 해서 그들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고 강릉의 “랜드마크”로 손꼽힐 만큼 최첨단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 최근에 새로 지었다는 경포호텔의 수준을 가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점심식사 후, 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경포대를 걸어서 찾아갔는데 정자에 올라가 주변 경치를 감상하노라니 관동팔경 중에 하나라는 경포대의 빼어난 경관이 과연 듣던 소문 그대로이고 에어컨이 무색할 정도로 불어오는 자연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더위가 말끔히 씻기는 것은 물론, 일어서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머물렀던 것 같다.
경포대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순환버스를 이용해 강릉의 명소인 관광지 오죽헌을 단숨에 찾아갔다. 조선시대의 뛰어난 예술가이자 천재화가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이율곡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탐방하며 선현들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고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된 것도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이며 특별한 선물이 아닌가 싶다.
당시 최고의 석학이자 정치가인 율곡 이이(李珥)선생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곳곳을 돌아보는 내내 오랜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했고 기념관에 잘 보존되어 전시된 진품 고서화와 귀한 자료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유적지 곳곳을 꼼꼼히 둘러보다가 세계최초<모자화폐인물탄생지>란 표지판이 눈에 띄어 자세히 다가가보니 사임당과 아들 율곡이 현재 사용하는 5만원과 5천원권의 인물로 등재되고 있음을 크게 홍보하는 내용이었고 사임당이 꿈을 꾸고 율곡을 낳았다는 몽룡실(夢龍室)과 멋스럽고 풍미 있는 고택들을 비롯해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너무도 값지고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이처럼 잘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고 내심 기뻤다.
역사의 현장에 와 있다는 자긍심에 피곤도 잊고 우리의 옛것을 관람하는 재미가 고상하다 못해 뿌듯했으며 명인들의 탁월한 예술성에 도취해 무아지경에 빠져들지 않았나 싶다. 시대를 거슬러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오죽헌>에 흠뻑 매료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비록 당일 코스로 강릉을 다녀오긴 했으나 긴 여운이 남는 매우 뜻 깊은 여정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튼 날 두 번째로 찾아간 휴가처는 틈틈이 단골로 자주 찾는 곳이며 마석을 지나 자연휴양림이 울창한 축령산 가는 길목에 자리한 <수동기도원>으로 잔뜩 기대를 안고 찾아가긴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예상 밖의 놀라는 일이 발생해 그 허전함과 아쉬움을 솔직히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작년에도 휴가를 그곳에서 보냈기에 기도원이 없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뿐더러 그처럼 아름다운 성전들이 모두 훼파되고 철거되어있어 한마디로 황당했고 숲 속이 너무 고요하다 못해 적막강산 같았으며 몹시도 궁금하여 알아본즉 얼마 전, 기도원이 팔려서 전원주택이 들어설 거라는 주민들의 소식을 엿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숙소로 사용되던 선교관은 그대로 남아있어 하룻밤을 그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나에겐 가장 힘들었을 시절, 처음으로 찾았던 기도원이라 영적인 <벧엘>같은 장소이기도 하고 갑자기 멍하다 못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며 이번이 마지막이자 이제 다시 올수 없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허전하고 울컥해지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렇듯 세상은 변해도 변치 않는 주님의 사랑이 나의 삶의 목적이 되고 있기에 항상 주어지는 삶속에서 감사하면서 살고자 다짐하고 있으며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평안 주시기를 원하심을 믿기에 내게 주신 평안을 누림에 있어 모든 게 그저 고맙고 매순간 감사할 따름이다.
휴가라는 게 그렇듯, 마음만으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남들 쉴 때에 휴가를 갖는 것도 일단 형편과 사정이 허락되어야 가능함을 잘 알기에 지난 7월을 보내며 편안한 가운데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무시로 주님께 아뢰어 기도한 것을 주님이 응답해 주셨다고 믿는다.
나의 직업이 결코 만만치 않은 보험영업이라 가변성이 많고 전혀 예측불가능한데다 무에서 유를 찾는 일이라서 환경을 통해 항상 나의 한계를 보게 되고 그것이 오히려 겸손을 배우는 계기가 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하기에 날마다 어린 아이처럼 주님께 맡기고 은혜를 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재 나의 삶의 참 모습이라는 게 옳은 표현일 것 같다.
보험영업이 어렵다는 계절, 여름철에 예상 외로 지난 달, 회사에서 실적이 괜찮아서 휴가비 걱정 안하고 이처럼 맘껏 힐링하면서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림이 마땅하다 하겠다. 할렐루야!!
첫댓글 좋은 수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