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장관회의 주재하는 최상목 부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국회에 ‘내년 환율 급락 가능성’을 보고하고도, 내년 예산안에서 환율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운용 규모를 올해보다 65조원 적게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외평기금 24조원을 세수펑크 대응재원으로 당겨쓴 영향이 컸다. 정부의 환율 대응 관련 진단과 처방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는 올해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자 이번에는 ‘다른 기금 돌려막기’를 검토하고 있다. 작년처럼 외평기금도 대거 끌어 쓸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이 때문에 국유재산관리기금이나 방사선폐기물관리기금 등 여러 기금의 여유 재원을 당겨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금운용의 적정성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높아져”
9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안’을 보면, 기재부는 국회에 “2025년은 환율 상승뿐만 아니라 환율 하락의 양방향 위험에 대해 균형 있게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기재부는 “특히 주요국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하고 지정학 긴장도 해소될 경우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5년의 경우 주요국 금리 등 정책전환과 미국 대선 등 정치전환의 변곡점이고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환율 급변동 시 해외투자자·수출입 기업 등 경제주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급격한 환율 하락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외평기금 원화 재원을 건전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내년도 외평기금 운용규모를 올해보다 64조8000억원 줄어든 140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기존 외평기금에서 거의 1/3을 날린 셈이다. 외평기금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락을 막기 위한 기금으로 ‘외환시장 방파제’로 불린다. 이 기금으로 환율이 급락하면 달러를 사들이고,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를 팔아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한다.
◆ 외평기금 규모 줄인 배경은
정부가 외평기금 운용규모를 줄인 직접적 이유는 지난해 세수펑크를 메우는 데 당겨 쓰면서 기금 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기재부는 외평기금 규모를 줄여도 환율 대응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외평기금의 공자기금에 대한 조기 상환이 없기 때문에 외평기금 운용규모도 그만큼 줄었다”며 “외평기금이 올해 비정상적으로 200조원까지 올라갔다가 내년부터 예년 수준인 130조~140조원으로 돌아온 것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외환시장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스스로 내년도 외환시장의 불안을 예고해놓고, 거꾸로 외평기금을 줄인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18일 당시 세수가 본예산 전망치보다 59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의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잉여금 4조원 △외평기금 등 24조원 △재정안정화기금 23조원(지방교부금 재원 보전용) △불용액 8조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정부가 올해 세수 결손치를 정확히 얼마로 추계해 공식화할지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이나, 30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파악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대로 가면 32조원 세수 펑크 예상이 되는 것이 맞느냐’는 한 의원의 질의에 “이대로 가면 그렇다”고 대답했다. 8·9월 법인세 ‘중간 예납’분이 적극적으로 징수되면 이보다 결손치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결국 올해도 10조원~30조원대 규모의 세수결손을 메꿔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 올해 세수결손 어디서 메울까
최근까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만큼, 지난해 세수 결손 대응책처럼 정부 내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잉여금 활용과 불용, 그리고 여타 기금 여유 재원 활용 등 크게 세 가지다.하지만 세계잉여금은 올해는 활용할 수가 없다.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전년도에 ‘쓰고 남은 돈’이다.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세계잉여금 규모는 총 2조7000억원이다. 그 중 사용처가 명확히 정해져 있는 특별회계분이 2조6000억원이고 나머지 364억원이 일반회계분이다. 세수 결손에 대응하려면 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을 써야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전액(364억원)이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육교부금으로 처리되고, 나머지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상환, 세입이입 등 항목에 배정된 돈은 ‘0원’이다.
남은 카드는 ‘불용’과 각종 기금 등을 활용한 ‘내부 거래’다. 불용은 당초 예산안을 통해 짜두었던 사업들을 일부 집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돈을 아끼는 것이다. 내부 거래는 정부 내 68개에 달하는 기금의 예산상 운용 계획을 20~30% 내에서 자체 변경해 여유 재원을 일반회계로 전용해 쓰는 방식이다.
◆ “국회 예산심의권 침해” 비판도
정부 관계자는 “작년처럼 올해에도 외평기금을 대거 끌어서 쓸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예산서상 여유가 있는 기금들을 추려 각 기금을 관할하는 개별법상 내부거래가 가능한 것인지, 중장기적인 기금 운용 상황을 고려했을 때 활용이 적절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요 지출 규모 대비 여유자금 비율이 높은 기금으로는 국유재산관리기금(1.35배)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군인복지기금(1.20배) △남북협력기금(7.09배)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489.94배)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20.85배) △산업기술진흥및사업화촉진기금(1.00배) △자동차사고피해지원기금(1.67배)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1.64배) 등이 규모가 큰 편이다. 이밖에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기금 수입이 넉넉했던 전력산업기반기금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정부의 이같은 세수결손 대처에 대해 야당은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하는 편법회계”라고 비판하고 있어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첫댓글 이러다 진심 imf보다 더 큰거 터질까봐 겁나요;;...
진짜 누구는 돈 펑펑쓰고 다니는데 그 뒤 채우느라 국가는 망해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