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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용문석굴(龍門石窟)-1
악삼과 석진, 조 집사는 낙양에 도착해서 보낸 칠일 동안 특
별히 한 일이 없었다. 그나마 조 집사는 자은 선생을 만나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선교장의 하인들을 단속한다고 돌
아다니기라도 했지만 석진은 아예 술 동아리를 껴안고 술 주
정을 하는 것을 제외하곤 아예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그
나마 일이라도 찾아다니는 조 집사와 기회는 이때 다라며 호
위무사인지 호주무사(護酒武士)인지 구별이 안가는 석진의 대
조적인 모습에 악삼은 고개를 흔들었다. 특히 시도 때도 없
이 찾아와 술을 마시자며 치근덕대는 석진에게 질려가던 악
삼은 낙양 지부에 갔다가 돌아온 조 집사가 너무나 고마워
보였을 정도였다. 조 집사는 석진이 악삼에게 달라붙어 있
자 술을 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석진의 얼굴에 미소
가 가득해 있으면서 무엇을 권할 때 악삼은 안색이 곤혹해
지는 것을 며칠 동안 목격했으니 그 사정이 어떤 것인지 당
연히 아는 것이다. 조 집사는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말했다.
"또 술판을 벌이자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그럼 우리가 뭘 하겠는가?"
"오늘은 자중하셔야 합니다. 석진 무사님."
"엥... 뭔 소리인가? 돈형."
"내일 아침에 아가씨들이 유영군주와 함께 용문석굴을 관람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것과 내가 마시는 술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
"당연히 있습니다. 내일 가는 길에 보표로 석진 무사님이 가
십니다."
"뭐라고!"
석진의 눈이 왕방울처럼 변해 튀어나올 정도였다.
"왜 그리 놀라십니까? 일을 하셔야 지요. 여지까지 놀고 마시
면 됐지 않습니까?"
"여보게 돈형."
"말씀하십시오."
"내 하나만 묻겠네. 갑자기 내가 보표를 해야 하는 일에 자네
가 연관되었나?"
"무슨 말씀입니까?"
조 집사는 석진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며 오히려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조 집사의 표정이 석진에게는 능청
스런 표정으로 보였다. 석진은 살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는
조 집사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알기론 말이야. 분명히 아가씨들이 백마사(白馬寺)을
관람했네. 물론 보표 따위는 없었지. 그런데 내일은 용문석굴
에 갈 것이니 보표를 하라. 그것도 하필이면 자네가 낙양 지
부에 갔다 온 다음에 말인가?"
"무슨 말씀입니까? 저야 위에서 내린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일개 집사에 불과합니다."
"집사이지만 일개 집사는 아니지 않는가?"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석진 무사님은 저를 과대평가(過大評
價)하십니다."
"좋아, 좋아. 일단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다음에 미루
기로 하자고. 일단 내가 오늘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된 직접적
인 원인인 보표가 된 일을 따지는 것이 먼저이니까."
"어허... 석진 무사님, 제가 무슨..."
"아니지. 여기엔 음모가 있네."
"점점 더하십니다. 음모론을 말씀하다니요. 도대체 무슨 근거
로 음모를 논하십니까!"
"근거라면 있지."
"근거가 있다고요?"
석진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자 조 집사
의 이마에 한 방울 땀이 흘러내렸다.
"이보게 돈형. 나에게 어제 아가씨들이 놀러 간 백마사에 대
해 설명해 주게."
"네!... 그런데 갑자기 왜 백마사를 논하십니까?"
"어허! 내 말대로 하라니까!"
"백마사는 중원에서 첫 번째 만들어진 사찰로 낙양에서 동쪽
으로 삼십 삼 리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천축에서 온 섭마등
과 축법란, 두 고승이 백마에 불경을 싣고 온 것이 유래가 되
어 백마사라는 이름을 가졌고 대불전에는 유명한 대철종이
있고 대웅전에는 원대(元代)에 조각된 십팔나한상이 유명..."
"잠깐!"
"네!... 왜 그러십니까? 석진 무사님."
석진은 조 집사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그리고는 조 집사
에게 기묘한 웃음을 지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보게 돈형, 이번엔 용문석굴의 위치를 말해보게."
"용문석굴은 낙양에서 남쪽 방향으로 삼십 삼 리 떨어져..."
"그게 증거이네."
"무슨 말씀입니까?"
"무슨 말이냐고? 어허... 이보게 백마사나 용문석굴이나 그 위
치는 방향만 다르지 거리는 비슷하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갑
자기 보표가 생겼겠는가? 무엇인가 이상한 일이 아닌가?"
"그거야... 백마사에 비해 용문석굴이 위험지역이라..."
"웃기는 소리! 용문석굴은 백마사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
는 위락지역이란 것을 내가 모르는 줄 아는가! 그런데 그런
놀이터나 다름없는 곳에 가는데 보표! 그것도 내가!"
"하지만 명령은 내려왔습니다. 석진 무사님."
"명이야 따르지. 그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나 나는 진실
을 알고 싶네."
"진실은 알려져 있는 그대로입니다."
"어이, 돈형."
석진의 눈매가 좁혀 지더니 날카로운 빛을 뿜어냈다. 그러
나 조 집사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태연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경청하고 있던 악삼이 갑자기 끼어들
면서 문제가 이상하게 변해갔다.
"조 집사님."
"말씀하시지요. 악 소협."
악삼은 여러 날을 같이 지내면서 술을 마시며 친분을 쌓았
는데도 누구에게나 존칭을 사용하는 조 집사의 직업적 사고
체계에 질려 그만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악삼은 조 집사
가 자신을 편하게 부를 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보다 더 올
래 사귀었고 돈형이라는 별명마저 부르는 석진에게도 딱딱하
게 대하는 것을 생각하고는 타고난 천성인지 직업적 의무감
인지 모르지만 조 집사의 한결같은 태도에 일종의 경이감을
느꼈다. 악삼은 내일 움직일 인원에 대해 조 집사에게 물었
다.
"용문석굴에 가는 사람은 모두 몇 사람입니까?"
"유영군주님과 보영 아가씨, 금방 아가씨, 쌍둥이 자매분 들
과 낙양 지부대인의 고명따님인 양혜선 아가씨도 같이 간다
고 합니다."
"그럼 보표로는 석진 선배 혼자입니까?"
"그렇습니다."
"불안하군요."
"동감입니다. 악 소협."
"뭐야!"
석진은 악삼과 조 집사의 대화를 듣다가 그만 노기가 치솟았
다. 두 사람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치솟는 노기
는 식을 줄을 몰랐다. 그러나 조 집사나 악삼은 석진의 행
동을 보고도 아무런 대꾸도 없이 '어느 집 개가 짓느냐' 라는
듯이 바라보고는 다시 대화를 재개했다.
"역시 아가씨들만 있는 곳에 석진 선배처럼 삼류건달로 보이
는 인물이 있다가는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조 집사님도 제 생각과 일치하는군요. 그래서 말입니다."
"말씀하시지요. 악 소협."
"내일 용문석굴에 갈 때 조 집사님도 같이 가주시지요."
"네에!"
"엥! 그건 좋다. 좋아. 역시 삼 아우답군. 우핫하하."
악삼이 낸 의견은 조 집사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고 그 모
습을 본 석진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조 집사는 손수건
을 꺼내 땀을 닦으며 악삼에게 말했다.
"악 소협,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슨 말이라뇨? 내일 용문석굴에 가는 일행 중에 제 동행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들의 안전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제가..."
"그만큼 조 집사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암 그렇고 말고 자네가 간다면 이 건달보다는 훨씬 났지."
조 집사는 악삼에게 자신이 용문석굴에 갈 필요가 없음을 역
설하려 했지만 의견을 제시하기도 전에 석진이 끼어 들면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조 집사는 용문석굴에 가는
일에 빠지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자신과 석진을 보며 희
미한 미소를 짓는 악삼을 용서할 수는 없었다.
"악 소협."
"말씀하십시오. 조 집사님."
"저는 보영 아가씨를 철저히 지킬 것입니다. 그리고 석진 무
사님은 금방 아가씨를 지키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 두 사
람은 유영군주님까지 호위를 봐야 합니다."
"그래서요?"
"한마디로 우리 두 사람만으로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호위해
야 할 분이 세분을 제외하고도 갈씨 두분 아가씨와 지부 대
인의 양씨 아가씨까지..."
"훗, 그만 돌리시고 말씀하시죠."
"어험, 같이 갑시다."
"용문석굴에 말입니까?"
"네."
"그러니까 여자들 호위나 하라..."
"해야지. 나도 하는데."
석진이 중간에 끼어 들자 악삼의 안색은 어두워지고 조 집사
의 얼굴엔 꽃이 피었다. 더 이상 말을 꺼내봐야 손해라는
것을 악삼은 깨우쳤다. 악삼은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이 내일
용문석굴에 지낼 계획과 물품에 대해 말하는 것을 조용히 경
청만 했다.
이소는 표행을 마치고 돌아온 부친에게 달려갔다. 비록 부친
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양천주가에서 폭행 당한 원한을 갚
는 방법이 아버지인 이장도외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
나 이소는 자신이 당한 사건 내용만 이야기하고는 밖으로 나
올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이질적이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빛나던 눈빛이 야수나 다름없어 보
였기에 겁을 먹고 나와 버렸다. 이소는 표행에 참가한 다
른 표두에게 달려가 아버지가 왜 그러는지 물어보았다. 그
런데 그 표두는 표행이 낙양에 거의 도착했을 때 국주가 갑
자기 사라져서 다음 날 나타났는데 심한 격전을 벌이고 나타
났다고 전했다. 특히 표두가 한 말 중에 이소에게 충격을
준 것은 금도가 두 동강 났다는 이야기였다. 금도표국에서
부친인 이장도가 사용하는 금도는 단순한 병기가 아니었다.
금도표국의 명예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소는 부친에게 느꼈
던 이질감을 단순하게 생각해 버렸다. 또한 이소는 부친에
게 신경을 쓰기엔 더 중요한 일이 생겼기에 모든 것을 잊어
먹었다. 낙양지부에서 온 양진의 편지에 이소의 가슴을 들
뜨게 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 내일 용문석굴에 양 소저가 간단 말이지."
이소는 양혜선을 만나게 된다는 기쁨에 젖었다. 이소는 낙
양사공자 중에 다른 두 사람에게 연락을 보내 관림(關林)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기로 했다. 또한 이 사실을 양진에게도
알려 양혜선이 용문석굴에 갈 때 관림에 들르도록 부탁하기
로 했다.
아침이 되자 식사를 마친 황보영과 유영군주는 용문석굴로
가기 위해 서둘렀다. 다행히 척금방과 갈운영, 갈운지도 합
세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들은 준비한 물품
을 들고 관사의 정문을 나섰다. 잠시 후 정문 밖에서 기다
리던 그들을 향해 사두마차가 다가왔다. 마차에는 지부대인
의 자녀인 양씨 남매가 타고 있었다. 특히 양진은 갑자기
동생이 용문석굴에 간다고 하자 아무 생각 없이 세 친구들에
게 이 사실을 알려 모임을 만들었다. 낙양사공자 중에 하나
인 이소가 자기 여동생에 대해 몸이 달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양진은 호기를 놓칠 수가 없었다. 이소가 양혜선 앞에
서 바보가 되는 모습이 양진에게는 너무나 통쾌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두마차를 준비하고 용문석굴에 갈 준비를 하자 양
진은 의아함이 들었다. 사두마차는 관용마차였고 단순한 나
들이를 위해 부친이 내줄 리가 없었기에 양진은 시간이 갈수
록 의혹이 깊어졌다. 그런데 마차가 후원에 있는 관사로
가자 양진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후원에 중요한 인물이
머무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었던 양진은 일이 예
상외로 흐르자 당황했다. 양진은 후원 관사에 유영군주가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단지 고매해 보이는
유학자이자 부친의 친구라는 자은 선생만 있는 줄 알고 있었
다. 양진이 볼이 부어 있자 양혜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오라버니. 무슨 심통이 그리 났소?"
"당연하지 않느냐! 꽃 같은 너를 본적도 없는 늙은이가 용문
석굴을 구경한다는데 보내다니... 아버지도 제정신은 아니구
나."
"아니! 오라버니 그 무슨 망발이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 하시구려. 그리고 자은 선생님은 아버지의 학우이거늘
그런 상스런 말을 한단 말이에요."
"흥, 그게 아니면 왜 사두마차가 후원에 있는 관사에 가느
냐?"
"그거야 관사에 머물고 계시는 분이 용문석굴을 관람하신다
하니 가는 거지요."
"그것 봐라. 늙다리가 놀러 간다는데 너를 대동시키는 것이
우습지 않느냐?"
"어휴~, 오라버니 제발 부탁이니 그런 말이랑 꺼내지도 마
소."
"흥!"
양진은 사두마차가 후원 관사의 정문에 가까워 질수록 심통
이 났다. 그런데 창가로 보인 후원 관사의 정문에 눈이 부
실 정도로 미모를 가진 다섯 아가씨가 서 있자 양진은 너무
나 놀라 자리에서 일어서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양혜선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거리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어서 앉아요. 오라버니."
"응... 응, 알았다. 그런데..."
"알아요. 내가 설명해 드리죠. 오늘 용문석굴에 갈 사람들은
저 다섯 아가씨들이에요. 자은 선생님은 아버지와 바둑을 두
신다고 하셨어요."
"그럼 저 아가씨들은 누구냐?"
"저기 가장 나이가 어린 분은 황제 폐하의 조카이신 유영군
주님이세요. 절대로 조심하시고 실례되는 행동을 하지 마세
요. 알았죠, 오라버니."
"헉! 폐 폐하의..."
"그래요. 그리고 저기 백의를 입은 언니가 자은 선생님의 고
명따님으로 성은 황이고 이름은 보영이에요. 그리고 저 녹의
를 입은 소저가 나랑 동갑으로 운문상회의 척금방이고 남은
두 쌍둥이 언니들은 갈운영, 갈운지라는 이름말고는 자세히
몰라요. 하지만 느껴지는 기세로 보건 데 절대로 일반 여염집
규수가 아니니 조심하세요."
"아 알았다."
마차가 정문에 도착하자 양씨 남매는 바로 내려와 유영군주
에게 인사했다. 유영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씨 남매의
인사를 받고는 바로 마차에 탑승했다. 사두마차에 모두 탑
승하자 양진은 마지막으로 올라갔다. 여섯 아가씨들이 모여
있는 마차 안은 마치 꽃밭과 같았다. 양진은 낙양에서 여동
생인 양혜선과 버금가는 미모의 여인조차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마차 안에 있는 다섯 여인은 모두가 양혜선을 능가할
정도로 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양진의 마음은 타오르는 화
산에 몸을 던진 기분이었다. 그런데 낙양 시내를 벗어난
마차가 잠시 멈추어 서자 양진의 기분은 지옥 밑바닥까지 추
락해 버렸다. 마차가 선 이유는 간단했다. 세 남자가 마
차 앞을 가로막고 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남자가 양천
주가에서 만났던 술 취한 불한당에 술 주정하는 멧돼지 그리
고 자신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를 터트리던 야비
한 기생오라비였기에 양진의 마음은 빙산에 직격당한 모닥불
처럼 얼어 버렸다. 그런데 양진의 귀에 술 주정뱅이 멧돼
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영 아가씨, 조 집사입니다.
"무슨 일인가요?"
"호위에 석진 무사님과 악 소협이 따라 갈 겁니다."
"악 소협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두 사람과 행동을 같이 하
게 됐습니다."
"잘 됐군요. 그럼 부탁할께요."
"알겠습니다. 보영 아가씨."
조 집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양진은 양천주가에서 당한 원
한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리가 자리인 이상 노기
를 누른 양진은 일단 세 남자에 대한 정체를 파악하기로 했
다.
"조 집사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조 집사는 제가 살고 있는 선교장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지
요."
"아~, 그러십니까!"
양진은 황보영의 황홀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에 취해 조
집사에 대한 원한마저 뒤흔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양진은
남자란 원한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마음을 굳게 다지면서 남은 두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기로 했
다.
"그런데 다른 두 분은 누군지 알 수 있겠습니까?"
"두 사람 중에 나이가 있는 사람은 석진이라고 하며 우리 상
회의 호위무사입니다."
"젊은 분은 악씨 성을 가진 협객이에요."
양진의 질문을 들은 척금방과 갈운지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그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악삼에 대한 이야기가 좀 미
진했지만 젊은 놈이 그리 대단하겠느냐는 생각을 한 양진은
쉽게 넘어갔다. 양진은 석진과 조 집사에 대해 알아 낸 것
만으로도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
지가 양진의 첫 번째 고민이었고 두 번째는 마차에 있는 다
섯 여인을 어떻게 자기가 소유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 시작
했다. 사실 양진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후자였다.
양진은 유영군주를 유혹해 부마가 되고 남은 네 여인을 첩
으로 삼았으며 좋겠다는 망상에 빠져 버렸다. 마차는 계획
대로 관림을 지나치지 않았다. 그런데 마차가 관림을 향하
자 유영군주가 갑자기 제동을 걸어 버렸다.
"잠깐!"
"무슨 일이시옵니까? 유영 군주님."
"여기는 용문석굴이 아닌 거 같은데 왜 여길 가는 것이지?"
"여기는 관제묘(關帝廟)입니다. 흔히 관림이라고 하는 곳이지
요."
"아~, 여기가 관운장의 수급이 묻힌 곳이야!"
"네, 그렇습니다. 군주님."
유영군주에게 양혜선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여기가 그 유명한 관림이군.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용
문석굴이야! 왜 이 관림에 온 것이지."
"관림은 용문석굴에 가는 방향에 있사옵니다. 그래서 용문석
굴에 들르기 전에..."
"됐어. 본 군주는 용문석굴에 가고 싶지. 관림은 아니야. 그리
고 관림이 용문석굴로 가는 길 중간에 있다해도 용문석굴을
먼저 보고 나서 돌아가는 길에 갈 것인지 생각해도 늦지는
않아. 어서 용문석굴부터 가자."
"알겠사옵니다. 군주님."
유영군주는 양혜선의 말을 중간에 자르면서 가던 길을 선회
했다. 관림의 입구까지 도착했던 사두마차는 바로 머리를
돌려 용문석굴로 향했다. 황보영은 유영군주가 심통을 부
리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만 보았다. 유영군주는 황보영의 시선을 느끼
자 고개를 돌려 창 밖의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세요."
"무슨 말이에요. 보영 언니."
"여행을 더 하고 싶으신 마음은 잘 알아요. 그리고 내일 소명
왕부에서 사람들이 온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어떻게... 아! 자은 선생님이 말씀하셨군요."
"네, 군주님."
유영군주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풀이 죽을 필요는 없어요. 내일 왕부에서 누가 오던
당당하게 행동하세요."
"하지만..."
"그리고 양 동생에게 하듯이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해서는
안돼요."
"알았어요."
"그래요. 군주님, 기분을 풀고 용문석굴 구경이나 마음껏 하
자고요. 알았죠."
"네, 언니."
유영군주와 황보영이 이야기를 나누자 잠시간 굳어 있던 마
차 안의 분위기는 부드럽게 풀렸다. 물론 양혜선의 마음에
는 앙금이 깊게 내려 앉았지만....
이소와 석종우, 장번은 사두마차가 왔다가 사라진 것도 모르
고 하염없이 관림에서 양혜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멍청하게 양혜선을 기다리고 있는 관림 주변에는 무
려 100여명에 달하는 인물이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은 양혜
선이 아니라 악삼을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지
휘하는 세 인물이 한 여인의 방문을 받지 않았다면 그들도
이소를 비롯한 낙양삼공자와 함께 바람을 맞은 것도 모르고
악삼을 학수고대(鶴首苦待) 하고 있었을 것이다. 100여명
의 인원은 강남 흑도의 지배자인 팔마당에서 최정예로 불리
며 최강의 무투파로 불리는 잔영대 소속의 무사들이었고 세
지휘자는 잔마 도지광과 곡마 섭청, 소마 부사였다. 그리고
정보가 늦은 그들에게 소식을 전해준 여인은 요마 모용혜였
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감사...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