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시간으로 여기는 새벽6시.
마지막 보고서를 멜로 날리고
(계산해보니 하루평균 수면시간이 4시간이 안되더이다.)
지금부터 남은 18시간에 뭘할까 고민중입니다. (짧은행복)
저녁시간부터는 또 현지지사부장님1+동행부장님1과
저녁을 같이 먹어야하는 까닭에(제가 쫄병이죠!)
My only time은 대략 12시간정도죠?
그것도 업체가 스케줄을 어겨서 출장이 하루연기된 덕분이랍니다.
(원래 스케줄은 오늘새벽 1시 비행기였음)
그래도 공치려 가자는걸 회유와 협박과 애원으로 해방되긴 했는데,
이번엔 말도 안통하는 스페인 운전기사 세뇰OO을 대동하라네요.
분명히 관광을 시킬텐데, 관광도 하고싶긴 하지만.
어차피 얼마없는 시간으로 PERU를 봐야한다면
전 주저없이 사람을 만나는걸 선택하고싶어요.
사실은 그저께 낮에 일하다 잠깐 짬이 났는데,
잽싸게 도망쳐서 2시간을 알차게 보냈죠.
택시를 탈까하다가
그냥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하고
거리를 배회했죠.
근데 지나가던 귀엽게 생긴 버스차장 오빠가 손짓을 하는거예요.
어서와서 타라고.
낼름 탔죠?
찌그러진 미니버스도 즐겁고,
뭐라 떠드는 사람들도 즐겁고. 하하하!
시간대중을 해보고,
적당히가다 내려서 상가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죠.
근데 여기는 상가가 다 새창살로 되어있고 경비가 심하네요.
아마도 치안이 나쁜게 아니라 빈부격차가 심한탓일거예요.
마음이 조금 그랬어요.
뭐 어쨌든 다시 즐겁게.
쇼핑센터가 큰게 보이길래 들어가
은귀걸이 세개를 샀는데,
목도리도 예쁜거 많았어요.
못 샀어요. 왜 못샀게요?
맙소사!
계산대에서 계산하는데 그 아까운시간이 20분이 넘게 걸렸어요.
카드를 줬는데 여기저기 끌고다니는 꼴이 안되겠다싶어
현금을 줬는데도(물건사는 사람 - 나혼자)... 엉엉엉
맘씨좋은 언니가 계속 웃으면서 떠들어대는데(스페니쉬)
화를 낼수도 없고, 목도리는 계산시간이 무서워서 포기했어요. 우아앙~~
갑자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흘려버리서 조금 당황.
사무실로 돌아가려고 내린반대편으로 건너가
(횡단보도 게의치않는사람 많아서 동행해 줬음)
택시를 타려다 버스가 지나가길래
아저씨! 저 좀 00데려가세요!
애원담긴 눈빛으로 짧은멘트를 날렸더니
복스럽게 생긴 총각이 뭐라뭐라하며 택시를 타래요.
(희안하게 스페니쉬를 전혀모르는데 그냥 가끔말을 알아듣겠데요.)
OK! 일단 복스런총각은 통과시키고,
다음 아담한 차장총각한테 다시 대쉬.
미니버스안에 있던 얼국허연 멀대총각이 대강 근처간다고 타라대요.
"뭐라뭐라"
OK! 업체주소가 적힌 명함을 낼름 건네줬줘.
아담총각 멀대총각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더니,
몇정거장 가서 왼쪽으로 3블럭 걸어가래요.
이번에도 영어는 LEFT뿐이었서요.
내가 이렇게 뛰어난 언어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어요.
미니버스에서 내릴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리는 문 바로 옆자리에 애기를 안은 인디오엄마가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아담총각이 문을 여닫다가 애기손가락이
아주 살짝 끼는 사고가 생겼어요.
아기가(3~4살가량) 많이 다치진 않았어도 아프고 놀랬는지
많이 우는데, 저는 이상하게 인디오엄마가 더 맘 아팠어요.
애기를 다치게한 버스차장(아담총각)한테 화도 못내고
애기만 안고 달래대요.(얼굴표정이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아담총각이 특별히 잘못한것도 아니고, 애기 엄마한테 뭐라
한것도 아니데, 그냥 맘이 그래서 제 자리에 앉히라고 일어서는데
내 뒷자리 아저씨가 얼른 애기엄마를 데려다 앉히데요.
애기가 흑흑 흐느껴서,
뭐라도 좀 줬음 좋겠는데 백을 뒤져도
사탕 비스무래한것도 없네요.
해준것도 없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떠들면서 아담총각이 절 잡아끄내요?
OK! 나 내리라고?
바로 알아듣고 내려서 가라는 방향으로 좀 걷다보니(길이 걷기 좋아요).
저기 눈에 익은 건물이 보이네요.
전 PEPU거리가 다 이렇게 정비가 잘되고 산책하기 좋은줄알았는데,
한국으로 치자면 이곳이 강남한복판 제일 부촌이래요. 인디오가 안보였어요.
갑자기 길치인 본성이 들어나며 똑같이 생긴 빌딩셋중
좌, 중, 우 어데가 내가 갈곳인지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하네요.
거리에서 구두닦는 아이에게 구두닦던
얼국크고 시커먼스 총각
"너 어디가니?"
무서워서 못들은척.
더 큰소리로 2차확인.
그냥 구두나 닦지 안그래도 건물이 어던지 정신사나운데.
"내가 길 알거든! 그냥 하던거 마저 하세요"
3차 확인들어오는 시커먼스 총각
마지못해 말했더니 우리가 정담을 나누던 바로 앞건물이란다.
갑자기 조금 미안해서 땡큐를 쎄게 말해주고,
사무실로 뜄다. 부장이 날 줄일려고 한다.
날 걱정한건 알겠는데
가끔은 내주변사람(특히 우리신랑)들이
나를 띨하게 보는거같은 착각이든다.
나의 착각이 맞을것이다.
나름 나 인정받은 커리어우먼이다.
근데 도대체 가끔(수시로) 왜 이런착각이 드는걸까?
정말 긴 두시간이었다.
사람이 익숙치않은 환경에서는 이리도 오감이 예민해지는걸까?
남미는 내게 익숙치않은 그러나 대단히 매력적인 장소가 될것같은 예감이든다.
두시간이 그랬는데,
열두시간은 어떤 느낌일까?
운전사 세뇰00과 동행하지 않고 떨어질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지금시간 7시 30분.
아침먹으면서 궁리해봐야겠다.
첫댓글ㅍㅎㅎㅎ 재미있네요..겁도 없으시고..동행자도 없이 보호자도 없이 말도 안통하면서 기냥 차에 훌렁훌렁 타시고.. 페루에 특히 여행자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던뎅..하튼 제가 생각했던 인상과는 영 딴판이신것 같습니다..다음 모임때 즐건 얘기 부탁드립니다..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푸하하하하 저도 그런 경험 하고픈 생각이!!! 호기심 많은 아줌마이다보니......하지만 그러다가 납치라도 당하시면 어쩌시려고? 조심하시라우요. 낯선 곳에서 12시간 기대되네요. 페루 엄청 비행시간 많고 한 번에는 못 가는 곳이라던데 가는데 힘드시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네요.
첫댓글 ㅍㅎㅎㅎ 재미있네요..겁도 없으시고..동행자도 없이 보호자도 없이 말도 안통하면서 기냥 차에 훌렁훌렁 타시고.. 페루에 특히 여행자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던뎅..하튼 제가 생각했던 인상과는 영 딴판이신것 같습니다..다음 모임때 즐건 얘기 부탁드립니다..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출장갔다온 뒤라 조금 바쁘네요 시간 되는데로 다시 글올릴께요.
푸하하하하 저도 그런 경험 하고픈 생각이!!! 호기심 많은 아줌마이다보니......하지만 그러다가 납치라도 당하시면 어쩌시려고? 조심하시라우요. 낯선 곳에서 12시간 기대되네요. 페루 엄청 비행시간 많고 한 번에는 못 가는 곳이라던데 가는데 힘드시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네요.
오는 비행기에서 결국 몸살났습니다.
^^ 언니 미모면...부장님이 걱정할만 하죠....ㅋㅋㅋ...
알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흥미진진했던거 같습니다. 벌써 과거형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