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일주일 있는 동안 숙소는 해변 근처에 두 군데를 잡았었는데 주변에 올레길이 있었다. 사전에 찾아 보았더니 ‘올레’
라는 말은 마을에서 집으로 연결된 길을 말하는 것으로, 제주도는 바람이 많기 때문에 바깥의 바람이 곧바로 집으로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길을 돌담으로 구부정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그 길을 올레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올레길의 시초는 언론인이지 시인인 서명숙씨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얻어서 2007.8월에 제주도에 처음 만
들어졌으며 그 후로 전국적으로 올레길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올레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숙소에서 보면 여명이 가시자 말자 올레길을 걷는 사람을 보게 된다. 주변 숙소에서 머물던 사람인가 하고 보면 등에 배낭을
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올레길을 출발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 혼자인 경우가 많고 그
중에서 여성분들이 남성들보다 많아 보인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왜 저 사람들은 새벽같이 올레길을 걸을까이다. 올레길을 만든 목적은 경치가 좋은 곧이나 걷
기가 좋은 곳을 선택해서 즐기면서 걸으라고 만들어진 길이다. 새벽같이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올레길을 걸어야만 하는 숙제
를 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올레길을 완주하기 위해서 고달픔을 감내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지는데 내 주관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경치를 즐기는 사람
들의 모습은 아니다.
올레길을 만든 사람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참고하여 만들었다고 하니 즐기면서 걷지 않고 순례길을 걷는 것처럼 걷는 사람들
은 올레길을 산타아고 순례길을 걷는 마음으로 걷는지도 모른다. 낮에도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대부분 즐
기는 모습이 아닌 것을 보아 그런 마음 곧 순례길을 걷는 마음으로 걷는가 보다.
왜 올레길을 순례길처럼 걸어야 하는가.....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들을 보면 내가 이 길을 완주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도 있고, 무념무상의 생각으로 걷
는 사람도 있으며, 얼굴에 근심을 가지고 걷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이 사람들에게 올레길은 의지를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고 명상을 하는 곳이기도 하며 자신을 치유하는 곳이기도 하는 셈이다.
나는 올레길이라고는 서울의 북한산 일부분을 걸어본 것밖에 없는데, 올레길을 일부러 걷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산책로나 등산
로 길이 겹치기 때문에 걸은 것일 뿐 올레길을 걷기 위해서 올레길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 의미는 올레길을 완주하기 위해서
올레길을 걷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겠지만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호남정맥 등을 완주하기 위해서 몇 년 동안 주말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등산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잘 아는 사람 중의 한 사람도 무릎에 무리를 해 가며 수년에 걸쳐서 완주를 한 사람이
있었는데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완주를 하느냐고....
백두대간을 완주하면 어디선가 완주증명서를 준다고 하는데 외순주에게 보여준다나... 물론 농담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몸 상하
고 수년 동안 천금 같은 주말을 희생해 가면서 완주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각자 가치관의 차이겠지만 완주함으로서 얻는 가치보다 시간과 몸의 희생의 가치가 더 크다는 생각이다.
2013년에 프랑스의 몽블랑 일주 트레킹을 간 적이 있었다. 몽블랑은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4,807)으로 프랑스와 이태
리 스위스 세 나라에 걸쳐져 있는데 일주 트레킹코스로도 유명하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즐겨 찾는 산이다.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코스의 길이가 160㎞로 일주를 하려면 최소한 10일은 걸려야 하는데 대부분 6일 정도 트레킹을 하고 나
머지 코스는 산악열차를 타고 일주를 하게 된다.
그때 우리를 가이드 했던 사람이 독일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 가이드를 하면서 우리들을 보면서 왜 일주트레킹을 하는지 이
해를 할 수 없다고 하였었다.
아까운 돈과 시간을 들여서 구태여 걸어서 트레킹을 해야 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몽블랑은 산악열차로 일주를 할 수도 있고, 가
장 높은 곳은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가 있으며 트레킹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경치좋은 곳에서 하면 되는 것이지 왜 미련
스럽게 고생을 하면서 같은 경치를 계속 보느냐는 것이다.
그때 7박8일에 경비가 400 여 만원으로 5일간 트레킹을 하고 나머지 구간은 산악열차를 탔었는데 가이드 말로는 그 돈과 그
시간이면 스위스의 융프라우부터 체르마트, 프랑스의 몽블랑 그리고 이태리의 돌로미테 등의 산을 경치좋은 곳에서 트레킹도
할 수 있고 중간중간에 도시 구경도 할 수 있는데 고생스럽게 일주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알려주는 것이 패키지로 유럽을 오지 말고 마음 맞는 세 가정 정도가 여행계획을 짜서 유럽에 있는 한국의 유학생이
나 한국의 현지인을 찾아서 일당을 주고 가이드 부탁을 하면 비용도 저렴하고 여유롭게 마음에 맞는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제발
그렇게 오라고 당부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종주(縱走)라는 이름이 주는 자부심 때문에 몽블랑일주 트레킹에 참여한 것이 오히려 부끄러워졌다. 그
시간과 돈이면 알프스를 북으로부터 남으로까지 다 볼 수 있는데.....
몽블랑일주트레킹을 하면 남에게 자랑하는 것 말고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본래 백두대간 종주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지만
몽블랑알주트레킹 이후에는 트레킹을 하기 위한 트레킹은 다시 하지 않게 되었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뚜벅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그들을 보면서 몽블랑일주트레킹을 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 유유자적(悠悠自適)으로 걷는 올레길은 권장할 만하지만 그 외의 목적으로 올레길을 걷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색(思索)을 하고 싶으면 조용한 곳에서 사색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서나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라
고 하더라도 조용한 곳에서 사색을 하고 인생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후배중에 산티에고 순례길을 간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왜 가는가를 물었더니 거기에서 뭔가를 깨달아 보고 싶다고
하길래 가능하면 가지 말라고 조언을 하였다. 자신이 찾는 그 무엇인가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으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며, 여기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라면 거기에 가더라도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목적이라면 가지 말라고 한 것이
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하기 전에 왜 그 일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을 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인생의 시간과 인생
의 비용을 절감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이야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중요한 일이라
면(설령 올레길을 완주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것을 하는 것에 대한 정당하고 합당한 이유를 발견하고 난 다음이어
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살아 있는) 궁극적인 목적은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어떤 행동이든 그 행동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현명한 사람일 것이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올레길을 걷든지 그것이 자신에게 행복을 주고 있거나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올레길을 걷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은 올레길을 걷는 것 이외에도 다른 방법으로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
문에 이 방법을 선택하는 동안 다른 방법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도 목표를 세워두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그 목표가 가치
가 있는 목표라면 모르겠지만그렇지 못하다면 아까운 시간이 낭비가 되고 만다.
예를 들면 마라톤 완주 100번 같은 목표나 70이 넘어서 몸짱을 만들겠다고 많은 시간을 몸만들기에 투자하는 것 같은 것들이
다.
그런 목표를 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해서 하겠지만, 인생의 황혼에서의 아까운 시간이 그렇게 낭비하
는 것은 가치 있는 목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날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것이나 전국에 있는 올레길을 다 걸어보는 것들이 가치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런 것을 목표로 삼기에
는 그리 가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통해서 깨달음이나 인생의 전환점을 얻으려고 하는 생각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
이다.
제주도 여행길에서 만났던 올레길 뚜벅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들은 무슨 사연으로 새벽같이 올레길을 걸을까를 생각하면서
쓴 글이다. 맞다 틀리다가 아닌 효율적인가 비효율적인가에 대한 것이니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고. 혹시라도 몽블랑 일주 트레킹을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산티에고 순례의 길을 가
려고 하는 사람들, 백두대간 종주를 하려는 사람이나 마라톤 완주 100회를 목표로 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첫댓글 저도 산을 좋아하지만
백두대간은 하고싶지않은 1인입니다
계절에 맞춰 좋은산을 가는것이 훨씬 더 행복하기 때문이죠~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종주니 횡주니 하는 거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사람마다 자기 멋에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이든 목표를 정해놓고, 설사 그 목표가 보편적인 견해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걸 완수하면서 얻는 보람이라 할까 희열이라 할까 그런 것도 있지 싶습니다.
더구나 걷기는 무리만 하지 않으면 건강을 다지거나 체크하는 것이기도 할 테고
풍광을 폭넓게 즐기는 것이기도 할 테고
어렵게 걸으면서 자신이 처한 슬픔을 잊는다거나 깊은 사색을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할 테고요.
조은글 에 공감 임니다 ^^
올레길도 순레길도 걸으면 건강에 도음 데게찌요 ~ 감사 함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