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베르세르크전’ ‘영 애니멀 메모리얼호(영 애니멀 2021년 18호)’ ‘베르세르크 단행본 제41권’ 등으로 보내주신 여러분의 메시지를 최대한 많이 읽어보았습니다. 메시지 하나하나, 그리고SNS에 남겨주신 글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베르세르크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으셨고 베르세르크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는지 마음으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메시지를 읽을 미우라 겐타로 선생님 본인이 안 계신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미우라 겐타로 선생님은 생전에 절친인 만화가 모리 고지 선생님에게 “베르세르크”의 스토리와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또 스튜디오 스탭들에게도 담당 편집자에게도 이야기했었습니다. 이것은 유언처럼 남기고 간 것이 아니라 이런 걸 그리면 다들 깜짝 놀랄까, 이런 캐릭터는 어떨까, 이 전개는 재미있을까, 등등… 만화가로서 당연한 일상의 대화였습니다. 이러한 일상은 사반세기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미우라 선생님과 함께 한 저희들의 머리와 마음에는 미우라 선생님의 생각이 쌓여 있습니다. 미우라 선생님이 그린 구상 메모와 캐릭터 디자인도 발견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것을 팬분들. 그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내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지금 저희가 모은 마지막 에피소드, 마지막 한 컷까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재개함에 있어 저희 제작진들은 기본 방침을 정했습니다. ‘미우라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이것이 바로 제작진들이 명심한 것입니다. 콘티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우라 선생님이 그리려고 하셨던 원고를 저희가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미우라 선생님이 이야기하셨던 내용에서 절대 이탈하지 않게 만화를 구성해 가려고 합니다. 미우라 선생님과의 대화나 원고 제작을 통해서 우리 안에 뿌리내린 ‘미우라 겐타로’를 진정성 있게 엮어나가고자 합니다. 이 제작 체제야말로 미우라 선생님이 생각한 “베르세르크”를 서툴더라도 가능한 한 충실하게 여러분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다음 호부터 ‘판타지아편/요정도의 장’ 마지막까지 우선 6화분을 게재합니다. 그 후에는 새로운 편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재개 후 크레딧은 ‘원작·미우라 겐타로 만화·스튜디오 가가(STUDIO GAGA) 감수·모리 고지’로 하고, 단행본 넘버링도 계승합니다.
옛 이야기지만 1990년에 발행된 “베르세르크”의 첫 권은 초판 28,000부로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히트작이 된 것은 아니고, 당시에는 아는 사람만이 아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열렬한 팬들의 마음을 잡고 놓치지 않았던 것은 작가의 ‘더 엄청난 만화를 그리고 말 것이다!’라는 마음이 팬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작가 본인의 범상치 않은 노력과 몇몇 행운 덕분에 대히트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제1권을 읽은 사람은 전 세계에서 200만 명에 이릅니다. 그리고 많은 팬들의 마음에 강한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미우라 선생님의 마음을 여러분께서 실제 생활이나 일을 하시는 데 살려주시고 계시는 것을 미우라 선생님 본인도 분명 매우 좋아하실 것입니다. 이러한 작품과의 관계가 앞으로의 “베르세르크” 에서도 이어진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메시지를 보내주신 팬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 말없이 조용히 작품을 생각해 주시는 많은 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존재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6월 영 애니멀 편집부
지금부터 약 30년 전, ‘콘티 상의를 하고 싶은데’라며 미우라가 저를 불렀습니다. 늘 있던 일이라 노는 김에 그의 일터에 갔더니 평소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미우라가 “식(蝕)을 해야 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고생 좀 하겠네)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1주일이나 붙잡힐 줄이야…. 바로 그때 베르세르크의 스토리는 마지막 회까지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이후 거의 변경 없이 그때 완성된 줄거리대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나 큰 에피소드 때마다 미우라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희들은 학창 시절부터 계속 같이 상의하면서 만화를 그려왔습니다.
촉이 좋은 분들은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베르세르크의 최종회까지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베르세르크라는 위대한 작품은 천재 미우라 겐타로이기에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큰 책임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생전 미우라는 ‘최종회까지의 스토리는 모리짱말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책임이 무겁습니다. 인터뷰라도 해서 팬들을 향해 말하면 될까? 아니면 일러스트를 넣은 글이라도 올려 달라고 할까…. 하지만 그것으로는 미우라가 제게 말한 정경, 가츠나 그리피스의 대사를 다 전할 수 없는데…. 마침 고민하고 있는데 연락이 왔습니다.
‘절필된 원고를 스탭들이 끝까지 그린다고 하니 봐줬으면 한다’ 그 회의 뒤쪽 몇 장은 완성되지 않았고 캐릭터를 넣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저는 내심 기대를 하지 않고 원고를 보았습니다. ――필사적인 힘이란 때로 사람을 기적처럼 향상시킵니다. 그곳에는 정말 베르세르크의 완성 원고가 있었습니다. “모리 선생님, 저희들에게 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미우라가 자랑하는 제자들은 솔직하게 제게 말했습니다. 미우라와 저의 은사인 시마다 이사도 ‘한다고 하면 회사는 온 힘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해 주셨습니다. 여기서 도망가면 미우라가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얘기했는데 안 해줄 거야!!” 알았어. 제대로 할게.
여러분께 사전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대한 상세히 내용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미우라가 제게 말한 에피소드만 하겠습니다. 살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는 에피소드도 안 하겠습니다. 미우라가 제게 했던 대사, 스토리만 하겠습니다. 당연히 완전한 형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우라가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를 거의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우라의 제자들의 솜씨는 진짜입니다! 훌륭한 작가입니다. 미우라가 없는 베르세르크에 불평불만이 있으시겠지만 부디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원작자가 유명을 달리 했으니 작가와 같은 세밀하고 그로테스크한 정밀 화풍을 100프로 보기 어렵겠지만, 출판사에서 밝혔듯이 그의 문하 작가들이 생전 지시했던 대로 그리고 이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우라 작가의 친구인 코지씨가 베르세르크의 전개와 최종결말을 작가로부터 직접 들었고 오랫동안 서로 의논해왔던 사이라 감수를 철저히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렇게 결말을 내지 않고 끝내면 뭔가 너무 아쉬워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첫댓글 이미 30여년전에 친구에게 최종화의 이야기를 해두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었군요. 작년 이맘때쯤 부고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https://news.v.daum.net/v/20220607172613934
근데 베르세르크의 가장 큰 난관은..화풍아닐까 싶네요 그 강렬한 그림체 다시 이어갈 어시들이 작업에 얼마나 참여해 줄런지
원작자가 유명을 달리 했으니 작가와 같은 세밀하고 그로테스크한 정밀 화풍을 100프로 보기 어렵겠지만, 출판사에서 밝혔듯이 그의 문하 작가들이 생전 지시했던 대로 그리고 이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우라 작가의 친구인 코지씨가 베르세르크의 전개와 최종결말을 작가로부터 직접 들었고 오랫동안 서로 의논해왔던 사이라 감수를 철저히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렇게 결말을 내지 않고 끝내면 뭔가 너무 아쉬워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