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가족 22-30, 어디 다녀오시는 길에
“아버님, 안녕하세요?”
“네, 지금 통화 괜찮습니까? 어디십니까?”
일요일 오후, 이보성 씨 아버지와 통화한다.
평소 전화를 걸면 어딘지 묻고,
근무 중이 아니면 시간을 배려해 나중에 다시 걸거나 간단히 말씀하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이번에도 안부 전화겠거니 생각하며 근무 중이라고 알린다.
그런데 돌아온 아버지의 답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조금 이따가 보성이를 잠깐 만나러 가려고 하는데요.”
“아! 네, 아버님. 좋습니다. 지금이요?”
“어디 갔다가 지나가는 길에 잠깐 만날 수 있을까 해서요. 저녁이라도 같이 먹으면 좋겠는데…. 괜찮지요?”
“그럼요, 아버님. 언제든 좋습니다. 보성 씨가 좋아하겠네요. 이따 오시면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금방 도착할 겁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고 소식하는 건 사회사업가로서 마땅히 거들 일이고,
대단한 일, 특별한 일보다 이렇게 평범하고 소박한 이유라면 더욱 반가운 일이니,
계획에 없던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다만, 이보성 씨가 꾸준히 관리하는 증상으로 상처를 입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그 일이 염려되어 아들 걱정에 일부러 다녀가시려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아들 생각하는 아버지라면 그 또한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며 이보성 씨 준비를 돕는다.
“방금 막 1층에 왔습니다.”
금방 도착하겠다던 아버지 말씀 그대로 정말 금방 도착했다.
곧 내려갈 테니 잠깐만 기다려 주실 수 있는지 여쭈자
아버지가 천천히 와도 된다며 현관에서 기다리겠다고 대답한다.
이보성 씨 외투 챙기는 손길이 바빠진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왔어요?”
이보성 씨가 한 번에 몇 계단씩 내려가며 아버지를 찾는다.
이번에도 실내화 신은 채로 곧장 출발하려는 이보성 씨를 말리느라 애를 쓴다.
운동화로 갈아 신은 이보성 씨는 얼른 아버지 차에 탄 지 오래고, 현관에서 아버지와 잠깐 대화한다.
치료한 상처가 잘 아물고 있으며, 아시는 대로 조만간 대학병원 진료가 예약되어 있다고 알린다.
달라진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일을 하는 중에도 소리만 들려도 얼른 살피게 된다고,
그래도 이보성 씨 일상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고 여전히 그동안과 같이 살게 도울 뿐이라고 설명한다.
아버지는 그동안 통화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잘 알겠다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로 말을 줄인다.
애써 감춘 아버지의 걱정과 염려를 읽는다.
저녁때가 지나서 이보성 씨가 부모님과 외식하고 돌아왔다.
아버지가 트렁크에서 이것저것 꺼내는데, 짐이 가득하다.
“과자랑 두유는 보성이랑 마트에서 같이 산 거고요. 이거 김은 집에서 가지고 온 거고….
아무튼간에 잘 좀 부탁합니다. 고생이 많습니다. 들어가시고요.”
지나는 길에 들른 거라 했는데, 아들 주려고 집에서부터 챙겨 온 김이 있다.
이보성 씨 도우며 잘 챙기겠다고, 자주 연락드리겠다고 인사하며 이보성 씨가 부모님 배웅하는 데 함께한다.
‘이보성 씨 아버지, 어머니와 잘 다녀왔습니다.
본가에서 가지고 온 것과 마트에서 같이 산 것 챙겨 주셔서 이보성 씨 집에 정리했습니다.
출발하실 때까지 부모님 잘 배웅했고, 연락드리기로 했습니다.’ 월평빌라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네, 아버님!”
“이제 막 집에 도착했습니다. 보성이 괜찮던가요?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던데….”
“그러게요, 아버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부모님 뵈어서 좋았는데, 금방 헤어지니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잘 감당하니 감사하네요.
보성 씨 지원하면서 저는 그럴 때 참 좋더라고요.
보성 씨도 어른이니 아쉽고 슬픈 감정을 꾹 참고 감당하려고 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배웅하는 보성 씨 모습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래도 괜찮았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보성이 잘 좀 부탁드립니다.”
아버지가 혹은 이보성 씨가 서로를 불쑥 찾는 일이 잦아지면 좋겠다.
이보성 씨가 자기 생각 자기 뜻 당당히 표현하면 좋겠고, 때로는 자기감정 자기표현 꾹 참고 감당하면 좋겠다.
오늘처럼, 꼭 오늘과 같이.
2022년 11월 20일 일요일, 정진호
‘불쑥 찾는 일이 잦아지면 좋겠다.’ 동감입니다. 신아름
지극히 평범해지는 것이 진보이고 발전이라 했습니다. ‘어디 갔다가 지나가는 길에…, 저녁이라도 같이 먹으면 좋겠는데….’ 아…,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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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성, 가족 22-13, 한약 ② 원장님이 서울에
이보성, 가족 22-14, 한약 ③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이보성, 가족 22-15, 아무튼간에 몸 건강하고
이보성, 가족 22-16,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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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성, 가족 22-18, 본가 ② 잘 보내고 와요
이보성, 가족 22-19, 본가 ③ 부모님께 손 흔들고
이보성, 가족 22-20, 본가 ④ 여름휴가 전에 보성이랑
이보성, 가족 22-21, 본가 ⑤ 집에 다 있습니다
이보성, 가족 22-22, 본가 ⑥ 맛있는 것 많이 먹고요
이보성, 가족 22-23, 본가 ⑦ 창원 갔다 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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