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4일 '우동 한그릇'이란 타이틀로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친구 이야기를 올렸다.
추석을 지나고 다시 한 번 찾아간다는 게 차일 피일 미루다가 며칠전에 다른 친구가
찾아갔더니 복부에 붙은 암덩어리 복부 밖으로 돌출했더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제 대학동기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민아무개가 동기생 카톡에 아래와 같은 문자를 올렸다.
박아무개 동기가 치료를 포기하고 집에서 독거해 오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온천장 인근 00요양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살아 생전에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기 위하여 오늘 단체 병문안 하고자 하오니 시간되시는 동기께서는 금일 오후 5시까지
온천장역 1번 출구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이번이 아마도 마지막 병문안이 아닌가 생각되오니 가급적 많이 참석해주시길...
지하철을 타고 온천장역으로 달려갔다. 여나무명은 안 오겠나 싶었는데 5시까지 모인 친구들은 6명이었고 한 명은 병원으로 바로
오겠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오고 있는 중이었다.
병원 로비에 들어가 보니 내부가 깨끗하고 넓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으로 찾아갔더니 얼굴이 핼쓱하여 처음엔 알아보지 못하였다.공동 병실이 나지 않아 1인실에 임시로 있다면서 반가워 했다.
며칠전에 친구와 교회교우 댓명이 재송동 삼익아파트로 찾아갔을 때에는 복부용종에서 피가 솟구쳐서 온 방바닥이 피칠갑이 됐더라고 하였다. 그런 것을 친구와 교우들이 깨끗하게 청소를 해 주어 고마웠다고 했다.
그 동안 부산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담당의사는 더 이상 치료할 게 없으니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라고 하더란다.
호스피스병동으로 가더라도 보호자가 한 명 있어야 하고 아니면 간병인이 한 명 있어야 된다고 하면서 그는 문안온 친구들보고
노후에 간병보험이라도 하나 들 들어 두는 게 좋겠더라고 충고까지 하는 것이었다.
며칠전에 여동생이 자기를 이 병원으로 입원시켰는데 같은 병원에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 그리고 오빠까지 3명이나 돌봐야 한다니
업보가 아니겠나 생각하고 있단다. 모친은 아흔이 넘어 치매라며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신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물도 마시지 못하고 아무 것도 못 먹어 힘이 없어 폰에 문자를 쳐 넣을 힘조차 없었다면서
여기 들어와서 링거를 맞고 나서부터는 기운을 차릴 수 있다고 한다.
병실에 너무 오래 있을 수가 없어서 손을 잡고 '기운을 내라'며 악수를 하고는 각자 성의껏 넣은 봉투를 전달하고 병원을 빠져 나왔다.
동기회 홍총이 이번달 25일로 예정된 동기회를 병문안으로 대체한다고 하였으므로 온천장 오리집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병문안 온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개인적인 일이 있다며 먼저 나간 안 아무개를 괘씸해 하였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그와 함께 어떤 사업을 추진해서 성과급을 받았는데 안 아무개가 3천만원을 받아 혼자 독식했다는 것이었다. 절반은 자기몫으로 돌려 주어야 되지 않나 했더니 '죽으면 천도제 지내주겠다' 하더라고.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다 죽어 가는 친구몫을 가로채고 또 천도제 운운 하는 것은 빨리 죽어라는 의미가 아닌가.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될 말이 있다. 입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내뱉으면 금수나 다름없다. 문병을 마치고 식사시 이야기를 들어 보니 다른 친구 돈도 빌려 가서 갚지 않은 모양이다.
보통 암환자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온 몸의 정기를 한 군데로 모아서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좋아지기도 하는 데
지금이 그런 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자주 접하는 친구에게 요즘 한참 유튜브에서 뜨고 있는 '펜벤다졸'이라도 한 번 써 보았는지 물어보니
시중에 품절이 돼서 구할 수가 없더라고 한다.
미국으로 이민간 친구는 '누가 알벤다졸(인간 구충제) 사다 줘라'고 카톡으로 문자를 올렸다.'두 알에 이천원 한다'고.
'유튜브에 이거 먹고 고친 사람 많다'고 적었다.
가족과 헤어진 내막은 잘 모르지만 돈,명예,건강 모두 다 잃고 암세포가 전신에 다 퍼진 상태에서
병상에 누워 고독하게 죽을 날만 기다리는 친구 입장을 생각하니 '인생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에는 수면제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입에 탁 털어넣고 죽어려고 하였으나 시기를 그만 놓쳐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위장암이 식도, 간, 십이지장, 폐로 전이 돼 이제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위암은 수술로 충분히 더 살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건강을 너무 과신한 탓에 속수무책이 되고 말았단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