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가족 22-31, 어떻게 말하지?
일 년을 마무리하는 시기,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며 전담 직원과 입주자 사이 일부 변경을 의논했다.
개인적으로 기쁜 소식이 전제되었지만,
어쩐지 끝내 시원섭섭한 소식은 내년부터 이보성 씨를 돕는 직원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신입 직원 여러 명이 입사하며 조직 개편이 예고되었지만,
막상 이렇게 겪게 되니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월평빌라 사회사업가로 일하며 전담으로 지원하는 입주자가 변경된 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삼 개월 정도 지원하던 배종호 아저씨와
사 년을 울고 웃으며 함께하던 이보성 씨가 같은 정도의 마음의 무게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돕는 직원이 바뀐다고 이보성 씨 일상과 삶이 멈추거나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이보성 씨는 여전히 당신 삶을 살 테고, 누구든 그의 삶에서 그가 주인 되도록 열심을 다해 도울 뿐이다.
때로는 다른 사회사업가가 도와서 더 잘 되거나 수월한 경우도 있을 테고,
새로운 시선으로 이보성 씨 강점을 헤아려 거드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려 마음먹는다.
이보성 씨를 지원하는 사 년, 누구에게 부끄럽지 않게 사회사업가로 열과 성을 다했고, 후회 없다고,
이보성 씨 강점에 힘입어 신나게 일했고 덕분에 좋게 이루어진 일이 많다고 굳게 믿는다.
‘어떻게 말하지?’
내 생각과 결심은 스스로 정리하고 다잡으면 그만인데, 당사자에게 소식을 전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심을 다해야 할까?
아니면 경쾌하고 부담 없이 웃으며 전해야 할까?
이보성 씨 드럼학원에 동행했던 며칠 전, 운전하는 내내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마냥 진지한 것보다는 들을 만한 준비가 되었을 때,
그럴 만한 상황일 때를 잘 살펴 전하면 깊이 전달되는 이보성 씨를 고려해 슬쩍 전해 보았다.
물론 이후에 정식으로 마주 앉아 다시 말할 생각이 있었다.
“보성 씨, 보성 씨.”
“네? 왜요? 뭔데요?”
“지금 보성 씨 일을 제가 돕고 있잖아요. 저요. 정진호 선생님이요.”
“네, 정진호! ‘안녕하세요? 정진호입니다’ 이렇게 인사하는 거다? 알았나? 맞아요.”
“맞아요, 정진호. 지금은 12월이고요. 일 년 중 마지막 달이고, 다음 달은 새해, 내년이에요.”
“아, 그래요? 아니, 왜요?”
“시간이 지나니까요. 그런데 내년이 되면 이보성 씨를 돕는 직원이 바뀔 것 같아요.”
“네? 뭐라고요? 안 되겠네, 이거. 무슨 말인데요?”
“내년에는 다른 선생님이 이보성 씨를 돕는다고요.
집안일부터 드럼학원 가고, 마라톤 가고, 명절에 인사드리고 하는 거…,
보성 씨가 하는 데 필요한 일 있으면 같이 하고, 하자고 말하는 걸
정진호 선생님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이 한다고요.”
잠시 침묵. 실제 시간은 몇 초 지나지 않았지만, 중요한 이야기와 맞닿은 정적이니 긴장이 흐른다.
이보성 입을 뗀다.
“네!”
생각했던 답은 아닌데….
아…, 뭐 좋지. 괜찮지.
경쾌하다.
“알겠다는 말이에요?”
“네! 알겠다고요.”
“아…, 끝이에요?”
“끝입니다. 쌤, 저거 뭔데요? 공사? 굴삭기?”
이보성 씨가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린다.
오히려 좋은 건가 싶다.
영영 볼 수 없는 것도 아니니 산뜻하게 마지막을 맞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누가 없으면 안 되고, 계속 있어야 하거나 필요하지 않으니
그동안 이보성 씨가 자기 일에 주인으로 당신 역할 잘 감당하며 지낸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디요, 어디? 맞네요, 공사. 건물 짓는 것 같은데 지금은 사람이 없네요. 멈춰 있어요.
보성 씨, 아무튼 한번 생각해 봐요. 알겠죠? 올해 끝나기 전에 우리 맛있는 것 먹으면서 다시 이야기해요.
제가 다시 천천히 말해 줄게요. 보성 씨도 잘 알아야 하니까요.”
“네!”
그리고 오늘, 이보성 씨가 아버지와 직접 통화하도록 도왔다.
시간을 맞추느라 아버지가 두 번이나 다시 걸어야 했다.
여느 때처럼 일상적인 대화, 평범한 주제가 오갔고, 부자 사이 통화가 끝나고 전화를 넘겨받았을 때,
이 일이 떠올라 아버지에게 말씀드릴까 하다가 좋은 때를 살피자고 마음먹으며 말하지 않았다.
통화를 마치고 다시 숙제가 돌아온다.
잘 마무리하고 싶은데, 의미 있게 인사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하지?
2022년 12월 10일 토요일, 정진호
어떤 감정일지 기분일지 미루어 짐작합니다. 만감이 교차하겠네요. 이보성 씨의 삶이 여전하기를 빕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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