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부실시공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해 건설업체가 벌점을 부과받는 경우에 합산벌점을 반영하는 제도 도입이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해당 업체의 아파트 선분양 제한 등 타격이 예상된다. 분양 시점이 조정되면 시행사와 시공사뿐 아니라 재건축 조합에도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되므로 벌점 부과를 막기 위한 건설업계 전반의 사전 대비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24일 법무법인 율촌은 '합산벌점 제도의 파급효과 분석' 뉴스레터를 통해 합산벌점 부과 제도의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벌점 부과에 대한 면밀한 사전·사후대응 방안 등 건설업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합산벌점 제도는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건설업체는 2021년 상반기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 받은 반기 벌점의 총합을 2로 나눈 값을 기준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종전에는 해당 반기에 부과받은 벌점의 총합을 점검 대상이 된 현장 수로 나누어 평균 벌점을 산정한 뒤 최근 2년간 평균벌점의 합계를 둘로 나눈 '누계 평균벌점'을 기준으로 벌점 제도를 운영해 왔으나, 2020년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합산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장을 많이 보유한 대형 건설업체일수록 합산벌점 제도의 영향력이 강해진다. 부과 벌점을 현장 수로 나누지 않아 집계되는 벌점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벌점이 쌓이면 관급공사 등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시 감점될 수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경우 벌점이 많으면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시행사와 시공사에 부과된 부실벌점의 정도에 따라 입주자모집 시기를 늦추도록 정하고 있다.
이 중 '선분양 제한'이 건설업계에 가장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의 경우 벌점이 3점 이상에서 5점 미만이면 전체 동의 지상층 기준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가 완료돼야 입주자 모집이 가능하다.
5~7점이면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가 완료된 후, 7~10점이면 골조공사가 모두 끝난 후에 각각 분양이 가능하다. 10점 이상이면 준공 후 절차인 사용검사를 마쳐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어 사실상 완공 후 분양이 된다.
현재 벌점 구간 3~5점에 상당수의 건설업체가 집중돼 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견중소 건설업체의 경우 사업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분양 시점이 늦어지면 일반분양 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이 늘어나 조합 역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우선 제도를 시행한 후 건설 현장과 주택 공급 상황 등을 지켜보고 추후 벌점 경감방안, 불이익기준의 조정 등과 같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선분양 제한을 통한 타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건설업계의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주봉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건설업체가 벌점부과 사유를 사전에 확인해 벌점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거나 신뢰보호비례의 원칙 등 행정법의 일반원칙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면 이의신청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