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대표팀이 2회 연속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결과는 쾌거가 맞는데 글쎄...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가득하다. 운빨이라고 폄하해도 둘러댈 변명이 딱히 보이질 않는다. 지동원, 손흥민, 남태희 등이 빠지며 전력 누수가 많아 대학 선발팀에 가까운 팀이 대회에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가득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이번 글에서는 예선 마지막 경기 콜롬비아전에 대한 리뷰를 다뤄보려 한다. 앞서 밝혔듯 개운한 맛이 떨어지는 만큼 쓴소리가 주를 이룬다. 노동건 골키퍼의 실수로 인한 실점으로 경기에 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 면에서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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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정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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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중 김영욱 최성근 백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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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제 민상기 장현수 임창우
노동건
골 : 무리엘(전37)
교체 : 임창우↔김진수(후6) 정승용↔문상윤(후26) 최성근↔윤일록(후33)
1. 실망스러웠던 공격 전개, 대체 무엇을 노렸던 것인가.
이광종호가 풀어간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특히 공격 전개 과정은 무엇을 노린 것인지 알기 힘들 정도였다. 대패를 피해 조 3위 수성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에 나섰다는 변명도 솔직히 수긍하기 힘들다.
가장 먼저 상대의 볼을 뺏어낸 수비, 수비형 미드필드 지점에서 시작된 공격 전개 작업부터가 아쉬웠다. 이 진영에서 볼을 잡았을 때 택할 수 있는 공격 전개는 크게 3가지다. 좌우 측면에 포진된 김경중-백성동을 보고 벌려주거나 중앙에 처져 있는 정승용을 활용하거나 최전방 이용재를 보고 직접 깊숙이 넣어주는 정도다. 이 3가지 패턴을 적절히 구사해야 상대 골문까지 가는 과정이 수월한데 이광종호는 롱패스를 이용해 이용재 루트만을 주야장천, 지조 있게 파고들었다.
오늘 경기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
볼을 빼앗는 지점부터 공격 시작이라고 했다.
문제는 여기 있다. 이용재의 신장이 엄청나게 큰 게 아니라 포스트 플레이의 주효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도 헤딩 경합에서 볼을 따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간혹 공중볼을 따낸다고 해도 주위는 노란색 유니폼의 콜롬비아 선수들로 가득했다. 헤딩 경합을 피해 수비 뒷공간으로 패스를 넣어주어도 문제는 매한가지였다. 주로 측면에서 볼을 잡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경우에도 중앙에는 쇄도하는 빨간색은 안 보이고 노란색 유니폼만 득실댔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전방으로 공을 뻥뻥 내지르니 이용재가 볼을 잡는 빈도가 떨어졌고 볼을 잡는다고 해도 공격의 역할을 부여받은 다른 선수들이 함께 가담해 주지 못하니 이용재는 <나는 누구인가. 여긴 또 어디인가>를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다. 가수 김범수가 슬픔 활용법을 알았다면 이광종 감독은 이용재 활용법을 몰랐던 모양이다. 더욱 아쉬웠던 건 안 되면 다른 루트를 모색해야 했는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2. 활용하지 못한 측면, 답답한 공격력에 한 몫.
ⓒ 연합뉴스
말리전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았던 김경중-백성동을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중앙이 안 먹혀들면 측면을 파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선 패스의 투입 자체가 적었던 것이 아쉽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김경중, 백성동 양 날개가 카메라에서 점점 사라졌던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무조건 서두르면서 <돌격 앞으로>를 외칠 게 아니라 나가기 전에 여유를 갖고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루트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시간이 갈수록 단조로운 뻥축구만 계속됐다.
ⓒ sbs sports
측면 선수들이 조금 더 중앙으로 쇄도해 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마냥 패스의 빈도만을 두고 문제 삼기도 힘들다. 패스 전후로 보여준 김경중, 백성동의 움직임도 아쉬웠기 때문이다. 최근 축구의 흐름을 보면 아시다시피 측면 선수가 클래식한 윙어 역할만 부여받아서 무조건 치고 달리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호날두 정도의 세계 최고 레벨이 아니라면 그런 패턴의 효율은 상당히 떨어진다. 상대 수비가 일대일 대인 마크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수적으로 열세에 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 측면 돌파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면 조금 더 중앙으로 들어와 이용재, 정승용과 함께 연계된 플레이를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게 안 되다 보니 모두 따로 노는 느낌이었고 볼을 잡아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던 콜롬비아전이다.
또 하나만 더 꼬집자면 축구에선 달리기 빠른 게 장땡이 아니다. 혼자서 달리기를 하려면 육상을 해야 한다. <참 빠른데, 정말 빠른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에 어울리는 측면 선수가 있어 하는 말이다. 안될수록 조급해 말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플레이가 절실하다.
이번 패배에서 꼬집고 싶은 주 내용은 공격 전개 과정이었다. 이 외 상대의 흐름이 강할 땐 조금 템포를 늦추면서 그 맥을 끊기 위한 움직임도 필요해 보였다. 중동의 침대 축구를 비겁하다고 욕하긴 해도 이는 어떻게 보면 상대의 흐름을 교묘히 끊는 영리한 축구이기도 하다. 페어 플레이에 어긋나는 플레이를 하란 게 아니라 때론 꾀를 써서 그 흐름을 끊을 필요도 있다는 소리다.
다음 상대는 스페인 혹은 포르투갈이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가능성과 투지가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동원, 손흥민, 남태희가 빠진 것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나중에 U-20 선수들이 대표팀을 짊어져야 할 때엔 해외파로 분류된 선수들만 경기에 뛰는 게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얼굴을 드러낸 선수들도 함께 뛰어야 한다. 희망이 담긴 미래의 청사진을 다음 경기에서는 꼭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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