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케 던지기
박경주
“유효기간이 반년이래.”
“…….”
“6개월 안에 결혼 못하면 아예 노처녀로 사는 거래.”
“이그, 그러게 부케를 왜 받아가지고….”
“…….”
커피숍에서 커피를 주문하다 우연히 두 아가씨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나는 주문한 커피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무슨 수가 없을까. 위로할만한 묘안은 없을까. 그래 맞다, <삼년고개>. 하마터면 커피 잔을 놓칠 뻔 했다. 컵에 가득 찬 커피가 플라스틱 뚜껑을 적셨다. 뜨거운 커피 방울이 새어 나왔다. 그래, 삼년고개!
원숭이 나라에서는 결혼식을 올릴 때, 신부는 하얀 장미의 부케를 든다. 신부 원숭이가 결혼식이 끝나자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자, 친구들아 모여라. 내가 던진 부케를 받으면 앞으로 6개월 안에 나처럼 시집을 가게 된다.”
친구 원숭이들은 왁자지껄 모여 들었다.
“자, 이리 던져.”
“이리, 이리로 던져.”
모두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말이지. 6개월 후에도 결혼을 못하면…, 결혼을 영영 못하게 된대.”
그 말을 들은 처녀 원숭이들은 하나, 둘 부케를 받지 않겠다고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예식장 안은 썰렁해졌다.
그런데, 개중에 제일 못생긴 원숭이가 자기가 부케를 받겠다고 계속 서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대체 네가 무슨 수로….”
모든 처녀 원숭이들이 눈이 다 동그래졌다.
“수가 없긴 왜 없어? 다 방법이 있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 몰라?”
“그게 뭔데?”
모두 궁금해 했다. 그러자 그 원숭이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너희들 삼년고개 이야기 알지. 삼년고개에서 넘어지면 3년 밖에 못산다고 했지만, 두 번 세 번 계속 넘어지면 6년 9년, 더 살 수 있다는 이야기…. 부케를 받고도 6개월 후에 시집을 못 갈 것 같으면, 다시 또 받음 되잖아. 그래도 못 가면 다시 또 받음 되고.”
그러자 예식장 안은 다시 술렁거렸다. 한 발 물러났던 처녀 원숭이들이 서로 부케를 받겠다고 다시 몰려 나왔다.
상상이란 참 즐겁다. 오던 길을 뒤돌아보았다. 그 처녀들은 여태 거기 있을까. 들고 있는 커피는 어느 새 식어버렸다.
해학 수필집 <춤추는 수필> 2009년 7월, 운디네 刊
Essay Club
첫댓글 오래 살려고 계속 넘어지면 뼈가 남아 나겠냐구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