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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프린세스] 08
S#1. 빌라 일각 (밤)
7회와 연결해서...
인우 : 지금부터 내가, 뭔가 할 겁니다.
혜리 : (영문 몰라) 뭐 할 건데요?
인우 : 우선 당신 안을 거고, (하며 혜리 확 안는)
혜리 : (졸지에 포옹당하고 어? 하는데)
인우 : 그리고... (포옹 풀며 혜리 얼굴 두 손으로 감싸는, 짧은 찰나 솔직한 그의 열망 담긴 시선으로 혜리 보는)
혜리 : (그 느낌에 어? 하는데)
인우 : (자기감정 눈에서 싹 지우는, 장난기 반짝이며) 이거! (하면서 확 끌어당겨 입맞춤하는)
혜리 : (갑자기 기습 키스 당하고 헉 놀라는)
윤검 : (동시에 둘의 키스 보고 놀라서 멈칫 서는)
혜리 : (인우 밀치려는데)
인우 : (더 꼼짝 못하게 잡아당겨 키스하는, 핑계는 윤검이었지만 진심으로 하는)
윤검 : (둘 모습에 묘한 느낌으로 울컥하는, 돌아서는)
혜리 : (버둥대며 밀치려 애쓰는데)
인우 : (돌아서는 윤검 보는, 혜리 풀어준다)
혜리 : (밀치다 풀려난 기세로 주춤 뒤로 한걸음 물러서는, 야, 하려는데)
인우 : 쉿!
혜리 : (자기도 모르게 멈칫하면)
인우 : 윤세준이 보고 있어.
혜리 : (놀라) 에?
인우 : 이걸 보고도 동요하지 않는다면,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혜리 : (거의 경악) 윤선배가 봤다구요?
인우 : 확실히.
혜리 : 어디? 어디, (돌아보는, 윤검 없다) 어디! (인우 보는)
인우 : (손가락으로 윤검 서있었던 곳 가리키는)
혜리 : (곧바로 인우가 가리키는 향해 후다닥 뛰어가는)
인우 : (어쩔 수 없이 서글퍼지는, 씁쓸하게 혜리 보는)
S#2. 빌라 인근 길 (밤)
묘한 기분으로 걸어가는 윤검, 그 장면을 봤다는 사실 들키고 싶지 않아 성큼성큼 빠르게 간다.
골목 꺾어들어 사라지면 저만치 뒤에서 뛰어나오는 혜리, 멈칫 선다.
윤검 보이지 않자 이쪽 저쪽 둘러보며 애타는 심정으로 선배님.. 선배님... 부르는 혜리.
S#3. 인우 빌라 (밤)
인우, 칙칙 끓어오르는 찻물 주전자 멍하니 보며 딴 생각에 빠져있는데 밖에서 문 쾅쾅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이어서 현관벨 띵똥 띵똥 띵똥 연이어 들린다.
인우 : (퍼뜩 깨나는, 돌아보며) 누군지 안 물어봐도 알겠네. (불 줄이며) 문 열렸습니다-
혜리 :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첫키스를 이런 식으로 한데 대한 당황, 당혹, 충격에 가득차 있는)
인우 : (한 두 걸음 마중하듯 나가며) 왜 벌써, (하는데)
혜리 : (있는 대로 화난) 야- (하고 신도 안 벗고 들어오며 인우 정강이 팍 차는)
인우 : 아!- (정강이 만지려 몸 숙이려는데)
혜리 : (다른 발로 또 차는데)
인우 : (순발력으로 뒤로 훅 물러서는)
혜리 : (헛발길질 반동으로 어- 넘어지려면)
인우 : (얼른 혜리 잡아주며 진정하라는) 마검, 마검.
혜리 : (너무 화나 뵈는 거 없다. 이번엔 뺨 후려치려는데)
인우 : (혜리 팔 탁 잡는) 왜 이러지?
혜리 : 왜 이러지? 너 뭐야? 뭐야! 솔직히 말해, 너 스토커지? (첫키스를) 윤선배 핑계대고 나한테, 아- 나 어뜩해, 어뜩해...
인우 : 윤검님 못 만났어?
혜리 : 이게 끝까지? 윤선배가 어딨어? 오지도 않았구만.
인우 : (정색하는) 그렇게 뛰어갔는데 윤세준을 못 만났어? (씩 웃으며) 그럼 성공 했네, 질투 작전.
혜리 : 뭐요?
인우 : 질투는 사랑의 묘약, 세월을 초월한 진리거든.
혜리 : (황당한) 정말 윤선배 보라고 나한테 그랬단 말야?
인우 :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윤세준이 당신 사람 될 수 있게.
혜리 : (헷갈리는) 아니 그렇다고,
인우 : 내일 윤검님 만나고 와서 고맙다는 말이나 하지 마시지?
혜리 : (인우 말에 휘말려서 윤검이 왔냐 안 왔냐가 되버렸다) 내일 가서 윤선배 안 왔으면, 진짜 가만 안 있어.
인우 : (확신 주는) 윤세준 왔었어, 내가 귀신 본거 아니면.
S#4. 몽타주
-윤검집. 들어오는 윤검, 몇 걸음 들어오다 멈춰 선다. 미처 몰랐던 마음 흔들림에 잠시 우두커니 서있는 윤검.
-혜리 빌라. 윤검 생각과 인우와의 키스에 머리 뒤죽박죽인 혜리, ‘선배님 봤으면 어떡해...’ 하다가
당혹스러운 듯 입술 만지기도 하고...
-인우 빌라. 찻잔 들고 창가에 서있는 인우, 창으로 비치는 자기 모습 자괴감으로 보며 ‘미친 놈...’ 씁쓸하게 뱉는 인우.
S#5. 빌라 외경 (다음날 아침)
S#6. 빌라 엘리베이터
늦은 듯 급하게 나와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는 혜리,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얼른 열림 버튼 누르는데
인우, 선글라스 쓰고 서있다.
화도 났지만 어제의 키스 기억에 인우 대하기 머쓱한 혜리, 홱 돌아서려는데 혜리 팔 확 잡아 끌어당겨 태우는 인우.
S#7. 엘리베이터 안
어- 끌려들어 와서 겨우 중심잡고 서는 혜리, 인우 확 쳐다보면
인우 : (천연덕) 출근이 빠르시네요, 되게 궁금하신가 봅니다.
혜리 : (표정 볼 수 없는 인우 얄미운, 막 닫히려는 문 열림 버튼 누르고 얼른 내린다. 계단 쪽으로 가는)
인우 : (표정 알 수 없이 웃는지 빈정인지 모를 미소 짓는)
S#8. 거리 + 혜리 차 안
운전하는 혜리, 바람 불면서 벚꽃들 날린다.
혜리 : 이쁘다... (속상한, 첫 키스는) 저런 데서 하고 싶었는데... 나쁜 놈...
S#9. 진검 집 앞
빈 태우고 와서 서는 윤검 차. 진검과 미옥 나와 서 있다.
빈, 아빠한테 잘못한 게 있는 후유증으로 시무룩하다.
진검 : (다가가서 문 열어주며) 어서 와, 윤빈.
빈 : (내리며 주눅 든) 아빠 안녕...
미옥 : (반기며) 어서 와, 우리 강아지. 근데 왜 골난 얼굴이야? 아빠가 재밌게 안 해줬어?
윤검 : (일단 내려서 미옥에게 인사하는)
빈 : (찔려서) 아니에요? 아빠 디게 잘해줬어.
진검 : (뭔가 이상한 듯 빈 보고 차에 타며) 있다 보자? 엄마 갔다 올께요.
윤검 :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 (인사하는) 그럼 가보겠습니다. (차에 타고)
미옥 : 고생들 하시게...
윤검 : (출발해 가고)
미옥 : (가는 차 뒤보며 빈 의식 못하고 한숨처럼 혼잣말) 이게 딸 사위 출근 길 배웅이면 얼마나 좋으까...
빈 : (그런 미옥 보는)
S#10. 거리 + 윤검 차 안
운전하는 윤검과 옆 좌석의 진검.
진검 : (조심스레 윤검 보며) 빈이 혼냈어요?
윤검 : 아냐.
진검 : (둘 너무 잘 안다) 빈이는 야단맞은 얼굴이고 선배는 화난 얼굴인데요?
윤검 : (멈칫, 약간 표정 풀며) 원래 좀 무섭게 생겼잖아.
진검 : (말도 안 된다는) 무슨요? 이젠 잘 안 웃어서 그렇지 웃을 땐 얼마나 귀여운데.
윤검 : (귀여워? 황당한 듯 진검 보면)
진검 : (약간 당황하지만) 전에요, 선배 맨날 웃고 다닐 땐 그랬어요.
윤검 : 실없는 소리하니까 진검답지 않다.
진검 : (멈칫하는, 뭔가 불편해 보이는 윤검 기색 느끼는, 덜컥해서 보다가) 혹시... 마혜리한테 무슨 말 들었어요?
윤검 : (돌아보며) 무슨 말?
진검 : (얼른) 아니에요, 아닙니다 선배님.
S#11. 5부 복도
긴장한 얼굴로 오는 혜리, 윤 검사실 앞 쪽에서 멈춰 선다. 윤검 왔나 살짝 들여다보는데...
윤검 : (뒤에서) 무슨 일인가?
혜리 : (놀라 돌아보면)
윤검, 진검 : (출근하는 길이다)
혜리 : (헉! 놀라는, 버벅대는) 아... 저기 진선배님한테 뭐 물어볼 게 있어서요... (둘러대면서도 윤검 기색 살피느라 정신없는)
윤검 : (전혀 티 안 낸다, 더 사무적인) 진검을 왜 내 방에서 찾아?
혜리 : 아 그게요? 두분은 날마다 날마다 같이 출근하시니까, 선배님 오셨으면 진선배도 오셨으려니...
진검 : (역시 의아한) 정말 나 기다린 거야?
혜리 : 네!
윤검 : 그럼 가 봐. (방으로 들어가는)
진검 : 가자. (가는)
혜리 : 네... (진검 따라가며 윤검 쪽 돌아보는, 갸웃하고)
S#12. 진 검사실
의아하다는 얼굴로 혜리 쳐다보는 진검.
진검 : 정말 부검 결과가 궁금해서 온 거야?
혜리 : 그거 아니면 제가 선배님 기다릴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진검 : 이래서 어른들이 오래 살고 볼일이다, 그러나 부다.
(귀찮아서 말해 주는) 좌측늑골의 다발성 골절로 인한, 폐손상이 사인이야.
혜리 : 늑골 골절로 인한 폐손상?... (경악하는) 그럼 약혼자한테 맞아 죽은 거네요? 어머머 어떡해...
진검 : (나무라는) 약혼자한테 맞아서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증거도, 약혼자가 범인이라는 증거도 아직 없어, 왜 속단해!
혜리 : (핑계로 들어왔다가 완전 관심 갖는) 그날 우리 직감이 그랬잖아요?
진검 : 우리 직감? (웃기지 말라는) 난 타살 의혹만 제기했다.
혜리 : (이미 혼자 충격 받고 흥분했다) 제 직감은 그랬어요. 그럼 선배님은 누구를 제1 용의자로 수사하실 거에요?
진검 : (단번에) 약혼자.
혜리 : (어처구니없는 듯) 저랑 똑같잖아요?
진검 : 용의자와 범인 단정은 하늘과 땅 차이야.
혜리 : (충격으로 계속하는) 어떻게 약혼자가, 사랑했으니까 약혼자가 된 거잖아요? 아- 근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갈비뼈를 한대도 아니고 몽창 다 부러지게 아- 어뜩해...
진검 : (기록 들추며, 유난 떨지 말라는) 남편, 애인한테 폭행치사 당하는 여자 사례 연수원에서 안 배웠어?
혜리 : 내 눈으로 볼줄은 몰랐죠... 그 여자는 약혼자한테 맞아 죽을려고 태어난 건 아닐 텐데...
진검 : (혜리 보며) 그러니까 이 일이 힘든 거야.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하고, 또 모두를 믿어도 줘야 하거든.
S#13. 복도
진 검사실에서 나오던 혜리, 막 서류 들고 검사실에서 나오던 윤검과 마주친다.
혜리, 뚝 굳어져 서는데 윤검, 자연스레 시선 왔다가 거두며 부장실로 간다.
혜리 : (돌아보는, E) 못 봤어, 분명히 안 왔어... 그럼 슈퍼맨은? 내 편지는? 그것도 못 본거야?...
(혼란스럽게 보다가 검사실로 가는)
S#14. 혜리 검사실
혜리 교통사고 사망사건 기록 보고 있다.
(송치일 4.15, 접수 4.5, 피의자:우성미, 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경찰 의견 불구속 기소.
피의자신문조서 인적사항에 ‘나이:34세, 직업: 간호사, 주소:서울시 중부구 원일동 157 원일빌라 305호’ 적혀있고,
최인숙(39) 사망진단서에 ‘사인: 교통사고로 인한 저혈당성 쇼크사’, 합의서에 피해자 박유철(42)과 우성미(34) 인적사항,
4.5 새벽 6시경 서울 중부구 한북동 사거리 북쪽방향 2차선 도로 교통사고에 대해 개요,
1억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4.8일자로 작성돼 첨부 돼 있다. 그 외, 사고 현장 도로 사진 (인적 드문 곡선 도로),
소형 중고차 범퍼가 살짝 파인 사진, 도로 바닥에 묻어있는 피와 염주, 핸드백 사진,
최인숙의 사체 외상 사진(허벅지 옆, 엉덩이, 팔, 머리에 타박상과 찰과상, 팔뚝에 주사바늘 자국 사진 첨부.)
혜리, 약간 찡그리며 증거목록에 첨부된 현장 사진과 사체 사진 등 보고 있다.
혜리 : (죽은 여자 사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남자들 다 왜 이래!
차계, 정임 : (깜짝 놀라서 혜리 보는)
혜리 : (기막혀) 누구는 3년을 안 잊어주는데, 누구는 때려죽이고, 누구는 3일 만에 겨우 일억으로 아내 죽음 싹 정리하고.
차계 : 검사님 왜 그러세요?
혜리 : (보는) 교통사고 사망 사건인데요, 글쎄 피해자 남편이 3일 만에 합의를 해준 거 있죠? 그깟 돈 일억에요.
차계 : 일억이면 많이 줬네요, 운전자 과실이 큰가봐요.
혜리 : 피해자가 무단횡단 했어도 사망사고니까 과실 크죠.
피의자도 혐의 인정했고 간호사라 직업도 확실해서 불구속기소 됐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장례 치르자마자 합의를 해주냐구요? 초등학생 두 아이 엄마를 죽게 했는데요.
차계 : 3일이면 좀 빨리 하긴 했네요.
혜리 : 그러니까요, 왜 이렇게 빨리 했죠? 뭔가 있는 게 아닐까요?
차계 : 합의금 일억 받았잖아요.
혜리 : 그럼 그 가해자는 왜 일억이나 합의금으로 줬을까요? 무슨 과실 있었나? 과실 덮으려 그랬나?
차계 : 가해자 조사 받으러 오면 자세히 수사해 보세요.
혜리 : 사람을 억울하지 않게 하면서 거짓말을 밝혀내고 그럴려면 의심 또 의심해 보는 거 밖에 없죠?...
S#15. 인우 사무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인우, 제니, 7회 41씬의 나무 아파트 주민 대표. 대표, 고소장 읽어보고 있다.
(피고소인 ‘형제 시공사 대표’ 고소인 ‘나무 입주자 대표’ ‘건축법 및 주택법 위반으로 고소합니다.’)
그 외 인우 앞에 ‘감정서’ 적힌 서류봉투 놓여있고 대표 옆에도 두툼한 서류봉투 놓여있다.
대표 : (내려놓으며) 우리 아파트 사람들 속 시원하게 조목조목 작성해 주셨네요.
제니 : 콘크리트 배합비율부터 골조 철근에 전기, 방수, 뭐하나 규정 지킨 게 없다는 감정서(봉투 가리키며)도 나왔으니까
바로 고소 접수할 겁니다.
인우 : 주민들 진정서는요?
대표 : (옆에 둔 서류봉투 탁자에 놓으며) 여기 있습니다.
인우 : 그럼 일 진행하겠습니다.
대표 : 감사합니다, 수임료도 적게 받아주시고 하자 다 찾아주시고.
인우 : 승소하면 나머지 받기로 했잖습니까. (미소로 보는)
S#16. 하정란 가게
가게 둘러보는 부동산 중개인과 손님. 하정란, 한쪽에 서있다.
중개인 : 가게는 작아도 동네 단골이 꽤 많아요.
손님 : (맘에 안 드는 기색) 잘 봤습니다. (나가는)
하정란 : 안녕히 가세요...
중개인 : (얼른 하정란에게 오며) 근데 하사장, 집은 왜 나한테 안 내놨어?
하정란 : 집이라뇨?
중개인 : 손님하고 다른 부동산에 나온 아파트 보러 갔드니 하사장 집이든데? 3동 502호.
하정란 : (놀라) 우리 집이 매물로 나왔어요?
S#17. 주차장
사이좋게 얘기하며 인우 차 쪽으로 걸어오는 인우와 제니.
제니 : 나무 쪽은 준비 끝났는데 정작 붙어야 할 두 사람이 아직 조용하지.
인우 : 곧 움직일 거야.
제니 : 어디로 움직일까? 무조건 코너로 몰면서 이 쥐가 어디로 갈까 궁금했거든.
인우 : 가서 만날래, 내 차로 갈래?
제니 : 니 차 타고 갈래, 서울 운전은 3년이 돼도 여전히 끔찍해.
인우 : 그러자, 낼 아침에 픽업가 주께. (핸드폰 울린다. 보면 ‘하정란’ 떠있다. 제니 보면서 받는) 누이, 웬일이에요?...
하(휠) : 서 작가! 나 어떡해요? 그 인간이 내 아파트 팔아먹었어!
인우 : (놀라) 아파트를요?
제니 : (바로 무슨 소린지 안다.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에 하나인 듯 오... 웃고)
인우 : 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께요. (핸드폰 내리는)
제니 : 저녁은 다음 기회구나.
인우 : (차 키로 트렁크 여는) 그래야겠다.
다가가서 트렁크 열면 큰 쇼핑백 안에 작가용 허름한 점퍼와 옷들 들어있고 옆에 작가용 낡은 신발들도 두 어개 있다.
쇼핑백 안을 뒤적여 안경 있나 확인하고 쇼핑백 꺼내는 인우.
S#18. 하정란 가게
전씬 쇼핑백 안의 작가 차림인 인우, 심각한 얼굴로 울면서 하소연하고 있는 하정란 얘기 듣고 있다.
인우 : (기막힌 듯) 그럼 누이 몰래 인감하고 등기권리증을 훔쳐서 아파트를 판 거에요?
하정란 : 그저께 계약해서 계약금까지 받아갔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인우 : 누이 명의라면서, (혹시) 그 사람이 사준 거에요?
하정란 : (멈칫했다가) 그 사람이 사준 거, 아냐.
인우 : (모른 척) 그럼 다행이구. 이제 어떡할 거에요?
하정란 : 그러니까, 나 어떡했음 좋겠어?
인우 : (보다가 약간 냉정한)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하정란 : (멈칫하는)
인우 : (안타까운, 정말 그녀를 위하는 듯) 답은 이미 누이가 알고 있어요.
누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고 있고... 아닌가?
하정란 : 난 새 출발 하고 싶어, 정말이야.
인우 : 그럼 독하게 정리해야죠, 확실하게 끈 끊고 법대로.
그 사람, 누이 평생을 망친 사람, 헤어졌으면 남이고, 남이면 남처럼 처리해야지.
하정란 :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끄덕이는)
S#19. 혜리 빌라 (저녁)
소파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혜리와 유나.
유나 : 그 변호사 진짜 너 좋아하는 거 아니니? 아님 왜 오지도 않은 남자 핑계대고 키스를 해?
혜리 : 내 말이!
유나 : 그래 기분은 어땠어?
혜리 : 뭐가? (하다) 야, 강제키스 당했다니까?
유나 : 강제 키스래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기분은 다르지.
혜리 : (멈칫 생각하는)
유나 : 키스긴 확실히 키스였니?
혜리 : 뭐?
유나 : 혹시 뽀뽀한 거 가지고 이러는 거면,
혜리 : 날 뭘로 보구, 내가 뽀뽀하고 키스 구별도 못하는 줄 알아?
유나 : (피식 웃으며) 그래 키스였다구 치자.
혜리 : 키스였다니까!
유나 : (바로) 싫진 않았구나? 끔찍하고 징그럽게 싫었으면 키스였어도 뽀뽀라고 생각하고 싶지.
혜리 : (깊게 안 받아들이고) 야 그만 해, 지금이 서변하고 한 게 뭐냐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니까?
유나 : 알아, 대체 너의 그 검사씨는 너와 서변의 얼레리꼴레리를 보고 질투에 불타 있는 건지,
아님 그 전에 아예 니 슈퍼맨 이용권을 개무시한건지 도통 모르겠다 그거 아냐?
혜리 : 그래에, 어느 쪽인지 전혀 티를 안낸다니까?
유나 : 진짜 너 부러웠던 게 니 그 성격이었는데, 남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거.
왜 그 검사씨한테는 못하냐? 물어 봐!
혜리 : 그치? 그치? 근데 윤선배는 이상하게 쫌 어려워...
유나 : (답답하다는) 직접 못 물어보겠으면 우체통이라도 확인해 봐? 우체통에 넣었다며?
혜리 : (솔깃해지는) 우체통! 왜 그 생각을 못했지?
S#20. 윤검 집 앞 (저녁)
걸어오는 혜리, 우체통으로 가서 살짝 열어본다. 안에 고지서 한 장 달랑 들어있다. 꺼내서 보면 전기세 고지서다.
혜리 : (낭패스런) 초대장 봤네.. (맥 빠지는, 전기세 고지서 다시 넣고 돌아서는, 근처 계단 정도에 가서 힘없이 쪼그리고 앉는,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딴 것도 아니고 슈퍼맨 이용권인데... 왜 안 나왔다고 말이라도 해줘야 되는 거 아냐?...
(하다 멈칫하는) 정말 본 건가?....
S#21. 검찰청 외경 (다음날, 아침)
S#22. 검찰청 일각
왔다 갔다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혜리. 윤검, 약간 굳은 얼굴로 다가온다.
윤검 : 무슨 일이야?
혜리 : (마음 다지고) 선배님한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윤검 : (멈칫) 뭔데.
혜리 : 혹시 보셨어요? 슈퍼맨 이용권이요, 저 그거 신청했었는데요.
윤검 : (잠시 망설이다) 오늘 아침에 봤어.
혜리 : (황당한) 오늘 아침요?
윤검 : 말을 안 하고 넣어 노니까 못 보지.
혜리 : 저 어제 저녁에 선배님네 우체통 확인했는데요?
윤검 : (말문 막히는, 당황하고)
혜리 : (지레 짐작, 충격에) ...그러셨던 거에요? 제 편지조차 못 본척하고 저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거에요?...
윤검 : (당황) 그건 아냐.
혜리 : 그럼요?... (하다 뭔가 생각난) 그럼 혹시 저희 집 앞에 오셨었어요?
윤검 : (두 번은 거짓말 못하겠다) 그래 갔었어.
혜리 : 그럼... (민망하지만) 보신 거에요?
윤검 : 봤어.
혜리 : (기겁해서) 보셨어요? 아- 그랬구나, 어뜩해... 아니 그게 사실은요, 그 사람 하고 저 아무 사이 아니에요. 그냥 친구에요.
그 날 그거는요, (하는데)
윤검 : 상관없어.
혜리 : 네?
윤검 : 마검사 사생활이잖아. 관심 없어.
혜리 : (혼자 안도) 암튼 그날 저를 일부러 바람맞힌 건 아닌 거라 그거죠?
윤검 : (할 수 없이) 늦게 봤어.
혜리 : (안도하는) 그랬구나... (얼른) 그럼 그거 다시 신청해도 돼요?
윤검 : (멈칫 보면)
혜리 : 슈퍼맨 이용권요, 그건 기한이 없는 거거든요...
윤검 : (잠시 갈등하며 보다가) 그래, 해.
혜리 : 해요? 해도 돼요?
윤검 : 약속했던 거니까, 약속은 지켜야지.
혜리 : (확 밝아지는)
S#23. 혜리 검사실
혜리, 기록 보며 우성미 신문 중이다. 미리 답변 준비한 듯 조근 조근 대답하는 우성미.
혜리 : (기록 보며) 우성미씨, 최인숙씨를 승용차로 치어서 사망케 하셨죠?
우성미 : (죄스러운 듯) 그분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어쩔 수 없었어요...
S#24. 몽타주 (우성미 측 진술-거짓)
-종합병원 (극중 명: 재인병원) 탈의실.
간호사복 차림으로 들어오는 우성미(여, 34세, 간호사), 퇴근하려는 듯 가디건 벗고 올림머리 푼다.
우성미(E) : 나이트 근무라서 새벽에 퇴근하는 길이었어요.
-사건 현장 도로. 인적 드문 커브길 있는 도로, 한쪽에 차들 주차 돼 있다. 새벽 5시 50분.
우성미, 60키로로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주차된 차 앞에서 최인숙 (염주와 핸드백 한손에 든, 39세, 전업주부), 무단 횡단하려고 툭 튀어 나온다.
우성미(E) : 횡단보도도 없는 길이었어요.
기겁해서 급브레이크 밟는 우성미. 도로에 떨어지는 염주와 핸드백.
-커브 길 앞 40미터 정도(커브 길 앞두고 속도 줄여야 하는 지점)에 우성미 승용차 서 있고
차에서 급히 내리는 우성미, 최인숙에게 달려간다.
목덜미에 맥 짚어보고 콧김에 손가락 대본 후 여기 저기 골절 없는지 만져본다.
우성미(E) : 호흡이 약하게 있고, 골절이 없어서 차에 태웠습니다. 119 기다리기보다 빠를 거 같아서요.
-응급실. 옷에 피 묻은 우성미, 뛰어 들어와서 사람 살려요! 소리친다.
-최인숙 얼굴 위로 시트 덮여진다.
우성미(E) : 응급실 도착했을 땐 이미 저혈당 쇼크로 사망한 후였습니다.
-응급실. 자다 나온 옷차림으로 달려온 듯 울면서 우성미 멱살을 잡고 마누라 살려 내라고 난리치는 박유철.
우성미, ‘죄송합니다...’ 하며 사죄 거듭하고.
S#25. 혜리 검사실
우성미 조사하고 있는 혜리. 혹시 있었을지 모를 운전자 과실에 대해 보강 조사 중이다.
혜리 : 합의를 참 빨리 하셨네요? 합의금도 1억이나 주셨구요.
우성미 : 민사소송 걸리면 골치도 아프고, 멀쩡한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든 보상하고 싶어서요.
혜리 : 합의금은 어떻게 구하셨어요?
우성미 : 운전자보험에서 받은 거랑 저금한 돈 합쳐서 냈어요.
혜리 : 혹시 졸음운전하다 전방주시 안 한 거 아닌가요?
우성미 : (준비된 여유) 아니요, 졸지 않았습니다.
혜리 : 빨리 쉬고 싶어서 과속한 건 아니구요?
우성미 : 아닙니다, 그 여자가 갑자기 무단횡단 해서 치게 된 거에요.
[시간 경과]
차분하게 나가는 우성미.
정임 : 보통은 추궁하면 흥분하기 마련인데, 완전 차분한데요.
차계 : 그러니까 교통사고내고 환자 직접 싣고 갔지.
혜리 : (의심) 혹시 현장을 빨리 떠나야 할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정임 : 여자 콜롬보 흉내 안 어울려요.
차계 : (놀리는) 의심은 수사의 어머니.
혜리 : (계속 의심) 혹시 피해자를 직접 후송하다 상태를 악화시킨 건 아닐까요? 정말 졸지 않았을까요?
남편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장례기간에 합의금 협상 따위를 하고 있었을까요?
차계, 정임 : (황당하게 서로 쳐다보는)
S#26. 혜리 빌라 현관 앞 (저녁)
퇴근하고 오는 혜리, 현관문 향해 가는데 인우, 위층 계단에서 내려온다.
인우 : 윤검님한테 아직도 확인 못 했나?
혜리 : (돌아보는)
인우 : 아직도 못했으면 내가 직접 가서 물어봐 줘요?
혜리 : (해결됐지만 타박 조) 윤선배가 왔었어도, 서변은 잘못한 거에요!
인우 : (바로 눈치 채는) 왔었대지!
혜리 : 윤선배 질투 유발 작전이었으면, (뺨 가리키며) 요기에다 하는 척만 해도 될 걸, 왜 진짜 해요?
인우 : 상대를 속이려면, 진짜로 해야 되는 거에요.
혜리 : (멈칫하면)
인우 : 진짜는 진짜지만 사실은 진짜 진짜는 아니지. 몰랐어요?
혜리 : (뭐? 진짜는.... 속으로 말 해독하고 있는데)
인우 : 아- 되게 불쾌했구나? 그랬음 정식으로 사과해요?
혜리 : (풀어지는) 됐어요, 윤선배가 슈퍼맨 이용권 다시 써도 된대서 서변 봐주기로 했어요.
인우 : (윤검이 어떤 표현 했나 궁금한) 어떻게 확인했어요? 직접?
혜리 : (민망한) 질투는 하나도 안 하드라.
인우 : 애쓴 보람 있네, 쓸만한 놈이라서.
혜리 : (황당, 발끈) 지금 뭐라 그랬어요? 우리 윤선배를?
인우 : 내놓고 질투하는 놈? 최악이거든.
혜리 : 아니 그러면서 무슨 질투하라고, (하는데)
인우 : 겉으로 보이는 질투가 다가 아닙니다. 남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네. 이번에도 도시락 싸야 돼요?
혜리 : 됐어요! 어떻게 두 번을 해 달래요?
인우 : 왜 안돼요? 내 입으로 커플 밀어주기 약속했는데,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내야지?
대신 밥 한번 사요, 그럼 도시락 또 싸 주께.
혜리 : (정말 또? 벙해서 보는)
인우 : 모레 목요일 어때요? 내일은 내가 시간 안되는데.
혜리 : 목요일은 안돼요, 어디 가야 돼요.
인우 : 어디 가는 데요?
S#27. 검찰청 외경 (다른 날)
S#28. 주차장 현장
지도와 사건 관계 서류 등 든 서류봉투 든 혜리, 막 차문 여는데
인우 : (소리) 내 차로 갑시다. (인우 워커는 안 됨, 단화류로 신어주세요)
혜리 : (멈칫 돌아보면)
인우 : 거기도 원혼 있을 수 있잖아, 또 따라오면 어떡해요?
혜리 : 한번 속지 두 번 속나?
인우 : 당신 딱 귀신 이상형이야.
혜리 : 내가 왜요?
인우 : 이쁘고 (옷, 액세서리 가리키며) 주렁주렁 화려하고, 정신없이 산만하면서 순진하고, 귀신들이 좋아하는 거 다 가졌어.
(심각하게) 내 차로 가야 우리 집 따라오죠.
혜리 : 진짜에요?
인우 : 진짜는 뭐가 진짜에요? 그 사고난 데 얼마나 외졌는지 알아요? 절도 간다며?
귀신이 무섭나? 사람이 무섭지, 혼자서 겁도 없이.
혜리 : 으유!... (흘기는)
S#29. 도로 + 인우 차 안
인적과 차량 통행 거의 없는 외진 길. CCTV 없고, 시야로 커브길이 보인다.
한쪽에 차 세워놓고 앉아서 사고 사진 속 도로와 현장 비교해 보는 둘.
인우, 사진 속에 시신 위치 표시에 맞춰 사고 지점에 흰색 분필로 동그라미 정도 그리고 있다. 스키드마크 흐릿하게 남아있다.
인우 : (보도 쪽에 분필로 표시하는) 여기가 피해자 튀어나왔다는 지점이고...
혜리 : (사진 속 스키드마크 보고 도로 보며) 여기서 차가 멈췄어요.
인우 : (스키드마크 끝부분에 분필로 표시한다)
혜리 : (이상한 듯)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요?
인우 : 이 길을 60으로 달렸다구?
혜리 : 커브길이 코 앞 인데... (하다) 차로 다시 와 봐요.
[시간경과]
저만치에서 시속 60으로 달려오는 인우 차, 커브길 의식해서 미리 속도 줄이며 와서
스키드마크 표시 지점 보다 10여 미터 더 가서 선다.
돌아보고 서로 쳐다보는 둘, 확실히 심상치 않다.
인우 : (뒤돌아보며) 우성미는 굉장히 급정지 했네. 이런 길에서 이렇게 속도 낸 이유가 뭐지?
혜리 : 졸았거나, 딴생각했거나. 암튼 피해자가 나타났을 때 시야 확보는 안돼 있었던 거에요.
인우 : 길 건너던 피해자를 못 봤을 수도 있다는 얘기네?
혜리 : 피해자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죠.
인우 : 그래서 합의를 서둘렀나?
혜리 : (차문 열며) 내가 저기 사고 지점에 가서 있어볼 테니까 다시 와 봐요.
인우 : (기겁해서 펄쩍) 안돼! 싫어!
혜리 : (벙해서 보면)
인우 : 며칠 내로 피해자랑 키, 몸무게 똑같은 인형으로 충돌실험하게 해줄 테니까 관둬요.
혜리 : 누가 나 치래요? 어떤 느낌인지 볼려구 그래요. (내리는, 사고 지점 향해 가는)
인우 : (차창으로 고개 내밀며) 어이 어이 마검사! 안된다니까!
혜리 : (혼자 들떠서, 킬 힐 신고도 리드미컬하게 걷는) 현장 수사 제대로 한다 이거야...
인우 : (낭패스런) 저 천방지축. (소리치는) 사고분석 나오면 다 알게 될 텐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혜리 : 한 달씩 어떻게 기다려요!
[시간 경과]
사진에 나와 있는 사고 지점 보도에 서서 고개 빼고 도로 내다보고 있는 혜리. 저만치서 인우 차 달려오고 있다.
혜리 : (잘한다는 듯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하는)
인우 : (자기도 모르게 걱정) 한발 뒤로 가라, 마혜리? (거의 다가가는데)
혜리 : (막 길 건널 때 느낌 알아보려고 한걸음 살짝 내딛는)
인우 : (교통사고 악몽 있다. 사색돼서 핸들 옆으로 틀며 완전 급브레이크 밟는, 끽!... 덜컥 서고)
혜리 : (굉음에 놀라 멈칫하는, 차 속도 느낌 확 느꼈다)
인우 : (화나서 차에서 내리는) 야! 마혜리!
혜리 : (쪼르르 달려오며) 서변 차가 우성미 차 보다 훨씬 전에 섰어요!
인우 : (멈칫하면)
혜리 : (흥분해) 우성미는 피해자 최인숙을 치고 나서야 브레이크 밟은 거라구요! 이거 확실히 우성미 과실 있어, 있어!
그쵸? 그쵸? 피해자가 갑자기 무단횡단해서만 생긴 사고 아니죠!
인우 : (기막힌) 네, 네, 그러네요 네! (하다 버럭) 한번만 더 그래 봐라?
혜리 : (자기 기분에 빠졌을 땐 남 감정 모른다. 벙해서) 내가 뭘요?
인우 : (어처구니없는, 피식 웃는) 다음 코스 갑시다.
S#30. 절 마당
스님과 얘기하고 있는 혜리와 인우.
스님 : (안타깝다는)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새벽 불공하러 오셨습니다.
인우 : 그렇게 자주 오신 이유가 있었을 거 같은데요?
스님 : (망설이는)
혜리 : (합장하며) 최인숙 보살을 위하신다면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인우 : (심각하게 폼 잡는 혜리 귀엽고)
스님 : ...부군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혜리 : (놀라는) 남편 때문에요?
스님 : 여자 문제가 있어서 이혼을 요구하는데 아이들 때문에...
혜리 : (반짝하는)
S#31. 절 인근 도로
숲 우거진 길. 둘, 걸어 내려오고 있다.
혜리, 뭔가 새로운 사실 밝혀낸 것처럼 들떠있다.
혜리 : 내가 분명 뭔가 있는 줄 알았어. 와이프 사랑하는 남자가 3일 만에 합의?
인우 : 남편하고 사이 안 좋았다는 거 하고 이번 교통사고하고 무슨 상관인데?
혜리 : (멈칫 서는)
인우 : 교통사고 가해자는 최인숙씨 부부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혜리 : 그르네?... 아! 밥통!
인우 : (피식 웃으며) 밥통까진 아니고.
혜리 : 그래두 남편이 거짓말했다는 건 알아냈잖아요?
(다시 걸으려는데 길 맨홀 틈이나 블록사이에 끼어있던 굽 부러지면서 신발 벗겨진다) 어-
인우 : (팔 탁 잡아주는)
혜리 : (중심 잡고 구두 꺼내서 보면 굽 부러져 덜렁거린다) 어머 이거 어떡해...
인우 : (혜리 앞으로 가서 마주 보는) 으유... (하며 구두 벗는, 집어서 혜리 앞으로 놓아주고) 이거 신어요.
혜리 : (어? 보는) 그럼 서변은 뭐 신고 가요?
인우 : (상관 말고) 이거 신던가, 아님 업히던가.
[시간경과]
절 아래 도로라 한적한 길...
맨발로 양손에 혜리 구두 하나씩(한 쪽은 굽 부러져 없거나 덜렁거리거나) 들고 앞서 걸어가는 인우.
혜리, 인우 신발 신고 가고 있다. 큰 남자 신발이라 벗겨질 듯 끌면서 덜걱덜걱 걷느라 속도도 느리고 걷는 꼴도 재밌다.
혜리 : (속도 못 맞추자) 천천히 좀 가요-
인우 : (돌아보는, 웃겨서 피식 웃으며) 그러게 업히라니까?
혜리 : 됐다니깐요?
인우 : (내심 서운한, 빠르게 성큼성큼 내려가며) 밤새 그러고 내려오던가! (하다 발에 뭐 찔린 듯) 아!...
혜리 : 왜요? 찔렸어요?
인우 : (돌아서 발바닥 보면 날카로운 돌이나 버려진 유리 조각 정도 박혀있다. 얼른 빼며) 별거 아니에요.
(손수건 꺼내 발바닥 감싸서 묶는)
혜리 : (큰 신발 신고 엉거주춤 빠르게 다가오며) 그니까 왜 신발을 줘요?
[시간경과]
손에 혜리 구두 들고 혜리 업고 가고 있는 인우, 자기 신발 신고 있다. 업힌 게 영 어색한 혜리.
혜리 : 아직 멀었어요?
인우 : 다 왔어요.
혜리 : 아까 이렇게 많이 왔나? 왜 길이 늘어난 거 같애요?
인우 : 좀 늘어났을 거에요.
혜리 : 네?
인우 : 내가 좀 늘려놨거든.
혜리 : (황당한) 난 길 얘기 한 거에요?
인우 : 그러니까, 이 길, 내가 늘려 놨다구.
혜리 : 에? (넉살에 졌다는) 아우... (타박) 빨리 가기나 해요!
인우 : (정색하고) 입 다물고 있어요, 그럼 빨리 갈 테니까.
혜리 : (뜨끔해서 입 다무는)
인우 : (아무 말 없이 혜리 업고 타박타박 내려가는)
혜리 : (말없이 주위 한번씩 보는)
인우 : (그 순간을 담으며 애잔한 눈으로 걷는)
S#32. 혜리 빌라 (저녁)
인우에게 업혀서 들어오는 혜리.
혜리 : 됐어요, 됐어요, 빨리 빨리 빨리 내려줘요.
인우 : (탁 내려주면)
혜리 : (소파로 가며 교통사고 사건에 꽂혔다) 우선 뭐부터 수사할지 순서 정하는 게 제일 먼저죠?
인우 : (황당한) 밥 먹는 게 먼저지, 지금 몇 신 줄 알아요?
혜리 : 시켜요. (앉아서 가방에서 다이어리 등 꺼내는)
인우 : 발부터 씻고.
혜리 : (나름 가리는, 위층 가리키며) 집에 가서 씻고 와요.
인우 : (일부러) 내가 왜? 누구 땜에 맨발의 청춘 했는데?
(발바닥 아픈데 참으며 성큼성큼 욕실 쪽으로 가는데 흙투성이와 핏자국 찍힌다)
혜리 : (바닥 자국 보며) 에 어- 발자국 다 찍히잖아요! (하다 멈칫, 핏자국 보는)
인우 : (욕실로 아웃돼 있고)
[시간경과]
냉장고 열어 보는 인우, 투명 용기 몇 개에 모두 야채와 과일류만 들어있다.
인우 : 이 집에 토끼 살아요?
혜리 : 그러니까 시켜 먹자고 했잖아요.
인우 : 장 보러 갑시다!
S#33. 마트 (저녁)
인우, 살림하는 아줌마처럼 익숙하게 카트 밀며 가고 있고 혜리, 뭔가 이상한 듯 두리번거리다 인우에게 뒤처진다.
인우 : (한쪽 발바닥 아파서 아주 약하게 절룩이듯 걷는, 돌아보며) 빨리 좀 오지?
혜리 : 여기 식품관 아니잖아요?
[몽타주 느낌으로]
-병따개, 통조림 따개, 국자, 찌개 장갑, 전선캡과 욕실 앞 발매트 등
혜리 집에 아주 기본적으로 없는 것들 집어 들어 카트에 넣는 인우.
-혜리, ‘이런 거 사러 온 거에요?’ 황당하게 묻고. 그렇다는 듯 씩 웃는 인우, 뚫어뻥 집어서 혜리에게 탁 쥐어 준다.
뭐야? 들어보고 기막혀 인우 보는 혜리.
[시간경과]
카트 안에 요리 안하는 혜리에게 없는 간단한 주방 조리 기구부터 위에서 고른 품목들과 각종 버섯류 들어있고
인우, 샤브 샤브 고기 고르고 있다.
혜리 : 저것들은 다 뭐에요?
인우 : 토끼 말고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것들.
혜리 : (? 했다가) 내꺼 산 거에요?
인우 : 아마 그럴걸요.
혜리 : (생각도 못한 걸 챙기네... 찡한데)
인우 : 해물 샤브가 낫겠다... (해물 코너로 카트 밀고 가는데 오래 걸어서 발바닥 아파 약간 절룩인다)
혜리 : (보다가) 서변! 나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여기 있어요.
인우 : (힐긋 돌아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화장실 저쪽이에요.
혜리 : (그거 아닌데 삐죽하고 가는)
S#34. 혜리 빌라 (저녁)
식탁 위에 저녁 재료들 꺼내놓는 인우. 혜리, 손 뒤로하고 다가온다.
인우 : (힐긋 혜리 보고 습기 제거제 꺼내놓으며) 이건 드레스룸!
혜리 : 이거부터 발라요. (작은 소독약과 연고, 밴드 내민다)
인우 : (? 보는)
혜리 : 발바닥 많이 다쳤잖아요.
인우 : 어디서 났어요?
혜리 : 아까 마트 약국에서 샀어요.
인우 : (뜻밖인, 정말 생각도 못했다, 거의 충격처럼 보는)
혜리 : 왜 그렇게 봐요?
인우 : 마혜리가... 샀다...
혜리 : (너무 큰 반응에 무안) 서서 음식 하려면 밴드라도 붙여야죠.
인우 : (혜리 신기한 듯 보는)
혜리 : 자꾸 왜 그렇게 봐요?
인우 : 신기해서, 말 안 해도 남 아픈데도 알고...
혜리 : (무안한) 쩔룩쩔룩 티냈잖아요? (돌아서는) 기다리고 있으면 되죠? (소파로 가는데)
인우 : (보다가 쭐레쭐레 따라오는)
혜리 : (소파로 가서 앉는데)
인우 : (옆에 와서 탁 앉는) 아- 나 발바닥 아파서 못하겠다.
혜리 : 에?
인우 : (건들건들) 마검이 좀 해주지? 당신 위해 봉사하다가 이렇게 됐는데.
혜리 : (황당) 나 밥 못해요?
인우 : 라면 끓여줘요!
혜리 : (난처한) 라면도 안 끓여봤는데?
인우 : (뻥, 황당해서 보는)
S#35. 혜리 빌라 일각 (저녁)
인우, 식탁에 앉아있고 앞치마 한 혜리, 물 한컵 정도 들어있는 냄비에 두 번째 컵에 담긴 물 넣는다.
인우 : 오케이.
혜리 : (불만인 듯 부어서 불 켜며) 별것도 아닌 걸 오케이씩이나. (냄비 올리는)
[시간경과]
물 끓는 냄비에 라면 두개 넣는 혜리.
인우 : 파도 어슷어슷 썰어 넣고.
혜리 : 어슷 어슷이 뭐에요? 어떻게 써는 거에요?
인우 : (와서 칼 뺏어들고 대파 잡아 딱 두 번 칼질해서 어슷썰기 보여주고 이거라는 듯 혜리 보면)
혜리 : 그냥 마저 썰어요?
인우 : 그럼 당신이 해주는 완전 음식이 아니지. (칼 손에 탁 쥐어주며) 썰어요.
혜리 : (보고 인우가 했던 대로 흉내 내서 써는데 거의 칼질 수준으로 자른다)
인우 : (렌지 보며) 라면 끓네! 아- 뿔겠다! 빨리 파 넣고, 계란 넣어요.
혜리 : (급하게 파 집어서 넣고 옆에 뒀던 계란 집어서 탁 깨려는데)
인우 : 노른자 안 깨지게!
혜리 : (멈칫하면) 네?
인우 : 국물 탁한 거 싫으니까 노른자 안 풀어지게, 탱탱하게 고대로 있게.
혜리 : (어느 새 배나온 진땀 닦아내고 계란 조심스레 깨서 넣는)
인우 : 잘 하네! 역시 시키는 대로 공부만 잘한 학생다워.
혜리 : (듣다가 어? 하고 홱 쏘아보는)
인우 : (킥킥 웃다가, 다급한) 찬물! 찬물 넣어야지!
[시간 경과]
식탁에서 저녁 먹는 둘. 인우는 예쁜 그릇에 담긴 라면이고 혜리는 샐러드다.
인우 : (후루룩 맛있게 먹는)
혜리 : (난생 처음 끓인 라면이다. 궁금해서 보면)
인우 : 죽인다!
혜리 : (꼴깍하는)
인우 : 좀 먹을래요?
혜리 : (고개 절레절레) 아뇨, 나 라면 싫어하진 않지만...
인우 : 한 젓갈만 먹어요.
혜리 : (결심한 듯) 그럼 딱 한 가닥만... (한 젓가락 집어 먹는데 회동한다)
[시간경과]
라면 한그릇 놓고 서로 싸워가며 정신없이 먹는 둘.
S#36. 혜리 빌라 (밤)
거실 탁자에 사건 관련 자료 어지럽게 늘어져있고 둘, 바닥에 앉아 스터디하듯 사건 얘기하고 있다.
혜리 : (의혹) 종합보험에서 유족위로금 2억이 나오는데 왜 또 1억 주고 합의했을까?
인우 : 월급쟁이가 3일 만에 1억 구하기 힘든데.
혜리 : 부인 죽었다고 대성통곡 했다던 남편은 알고 보니 바람 피고 있었고, 장례 끝나자마자 합의하고, 이상해 이상해...
인우 : 이것 저것 이상할 땐 다 털어보는 게 최고지. 주변인물, 금전관계, 당일행적.
혜리 : (다이어리에 적으며) 보험상태, 통화내역, 몽땅 조사할 것.
[시간경과]
혜리는 바닥에 앉아있고 인우, 피곤한 듯 소파에 앉아 기대서 얘기하고 있다.
[시간경과]
혜리 : (혼자서 열중해서 떠들고 있는) 그럼 우성미가 그날 근무 중에 혹시 더 피곤한 일이 있었는지,
나이트 근무는 언제부터 했는지 그런 거 조사하고, (문득 쳐다보면)
인우 : (뒤로 기대 잠들어 있다)
혜리 : (황당한, 인우 흔들어 깨우는) 서변, 서변! 일어나요! 여기서 자면 어떡해? 집에 가서 자요... (하는데)
인우 : (혜리가 미는 대로 스르르 쓰러지는)
혜리 : (어? 했다가) 날 업었으니 힘들기도 했겠다... (10시 55분 가리키는 시계 보는) 한 시간만 봐 주자...
[시간경과]
일에 열중해서 의식 못하고 기록 보고 메모하며 머리 굴리고 있는 혜리. 끙끙 앓는 소리 들린다.
어? 고개 들어서 보면 식은 땀 흘리며 악몽 꾸는 인우, 고통스런 신음소리 내고 있다.
[인터컷 - 인우의 악몽]
아스팔트에 엎드려 쓰러져 있는 인우모의 뒷모습. 머리에서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검붉은 피...
(흑백에 섬광처럼 보여지게 해주세요, 인우모 얼굴 안 보이고)
혜리 : (놀라서 인우 흔들어 깨우는) 서변... 서변!....
인우 : (거의 가위 눌린 상태다. 고통스럽게 신음처럼) 제발.. (엄마 죽지 마)
혜리 : (더 크게 흔들며) 서변! 일어나요! 일어나!
인우 : (깨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일그러뜨리며) 안돼! 안돼! 안돼.. 제발...
혜리 : (어쩔 줄 몰라) 어떡해... (하다 우선 다독다독하는) 괜찮아요, 괜찮아요, 꿈이야...
(자기도 모르게 한손으로는 인우 손 잡고 다른 손으로 머리칼 쓸어주며) 꿈꾸는 거에요, 지금 꿈꾸는 거야...
인우 :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거친 호흡 가라앉는다)
혜리 : (후... 자기도 한숨 내쉬는, 이마에 맺힌 인우 땀 티슈로 닦아주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는)
인우 : (눈꼬리에 살짝 눈물 맺혀있다)
혜리 : 어머... (처음 보는 모습이다) 잘난 척 디게 하더니... (안된) 가여워 보이냐...
(하다 인우 손잡고 있는 자기 손 보는, 빼려면)
인우 : (꼭 잡고 있다. 잠결인지 의식인지 아무도 모른다) ...
S#37. 빌라 외경 (다음날, 아침)
S#38. 혜리 빌라
침대에서 잠자고 있는 혜리, 요란한 인우 목소리 녹음에 깨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시계, 주방 쪽에서 울리고 있다. 알람 끌려고 일어나면서 보면 소파에 인우는 없다.
후다닥 식탁으로 뛰어가서 보면 알람으로 울리고 있는 시계 옆에
혜리 용 샐러드와 고구마에 생 바나나 쉐이크까지 아침 차려져 있다. 놀라서 보는 혜리.
S#39. 혜리 빌라 주차장
혜리, 차 향해 가는데 인우, 뒤에서 나타난다.
인우 : 굿모닝-
혜리 : (돌아보는, 밤 분위기와 완전히 달라진 인우다) 괜찮아요?
인우 : 뭐가요?
혜리 : 어제 밤에 가위,
인우 : (말 막는) 아- 그렇게 인사성이 없나?
혜리 : (멈칫했다가) 그니까 무슨 아침까지... 잘 먹었어요.
인우 : (씩 웃고) 나도 괜찮아요, 내 발바닥요. 미안하죠?
혜리 : (미안하긴 하다) 아니, 뭐 쫌...
인우 : (혜리 손에 차키 뺏어 뽁 누르고) 그럼 나 법원 가는데 기사 해줘요.
혜리 : (벙해 보면)
인우 : (보조석에 이미 타 있다)
S#40. 검찰청 주차장
차에서 내려서 검찰청 향해 가는 윤검과 진검. 저만치 앞에 주차한 혜리 차에서 내리는 혜리와 인우 본다.
둘, 혜리와 인우 보고 멈칫하는데 다른 쪽 주차 구역에서 오고 있던 이검, 혜리와 인우 보고 다시 인우 유심히 본다.
서로 손 한번 들어 보이고 인우는 법원 쪽으로 혜리는 검찰청 쪽으로 간다.
윤검 : (혜리 곁에 있는 인우 모습에 의식 못하고 약간 굳어지는데)
이검 : (얼른 둘 곁으로 오며) 맞네, 그 변호사!
진검 : (보는, 자연스런 목례 인사하고) 아는 변호사에요?
이검 : 기억 안나? 토마토 사건 때 마검 (흉내내는) 확 보쌈해 간 보쌈 도령!
진검 : (뜻밖인) 그 사람이에요?
이검 : (황당한) 어, 근데 마검 애인인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신동하 사건 변호사로 오드라구.
윤검 : (놀라는) 서인우가 그 사건 변호인이었어?
S#41. 윤 검사실
일하다가 뭔가 떠오른 듯 갸웃하는 윤검.
[4회 6씬에서... 아도사끼 도박장 앞에서 싸우고 있던 인우]
아... 인우 확인하고 심각해지는 윤검.
S#42. 혜리 검사실
차계장 책상 앞에 서서 얘기하고 있는 혜리.
혜리 : 우성미 근무 교대 스케줄하고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인관계, 보험상태, 경제사정 등등 다 알아봐 주세요.
피해자 남편 박유철두요.
차계 : 알겠습니다.
황수자 : (들어온다)
정임 : 검사님, 황수자씨 오셨어요.
혜리 : (돌아보는)
황수자 : (불쌍하게 인사하는)
혜리 : (자기 책상 앞 의자 가리키며) 앉으세요. (다시 차계장 쪽 보다가 멈칫, 황수자 돌아보면)
황수자 : (의자에 앉는데 대충 틀어 올린 머리에 꽂은 명품 핀 보인다)
혜리 : (어처구니없다는 듯 혼자 하... 하는)
[시간경과]
혜리 : 똑같은 전세자금 대출 사기로 또 고소장이 접수 됐는데, 또 몰라요?
황수자 : (난감한 듯) 아후... 방언니가 또 제 명의를 썼나 봐요...
혜리 : (안 속는) 그 방언니, 방언니, 성만 알고 이름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는 방 언니가 인감 달래서 줬다는 게 말이 돼요?
황수자 : (난감한 듯) 지난 번에 다 말씀 드렸는데... 아들 등록금 때문에 2백만원 준다길래요...
혜리 : 인감은 동사무소 가서 바꾸면 되는데 왜 안 바꿨어요?
황수자 : (몰랐던 척) 그러는게 있었어요?... 몰랐어요... 워낙 물정을 몰라서...
혜리 : 그 핀 참 이쁘네요? 어디서 사셨어요?
황수자 : 이거... 동대문 시장 갔다가 노점에서 산거에요...
혜리 : 언제요?
황수자 : 작년 7월인가, 8월인가...
혜리 : 저 좀 보여주실래요?
황수자 : (약간 긴장하는) 핀을... 왜요?....
혜리 : 그 핀, 지오 베르니 런칭 기념 한정으로 나온 거잖아요. 딱 7개, 2월 8일 스타 백화점에서 딱 하루만 판매,
오후 2시 전에 판매 종료. 내가 구두 사러 스키장 가느라고 못 산 거거든요?
황수자 : 아우 아니에요? 제 형편에 무슨 지오 베르니를, 어떻게 제가 근 백만원 가는 핀을 사요...
혜리 : 근 백 만원인지는 어떻게 아셨어요?
황수자 : (얼른) 그거야 귓구녕은 뚫렸으니까 들리는 얘기루다...
혜리 : 핀 좀 빼보세요, 안에 일련번호 있나 없나 보게.
황수자 : 아 참, 이거 방언니가 준거에요. 제 인감 가져가면서 미안했는지, 자기가 하던 거 빼주길래 받은 거에요.
그 날, 아까 검사님이 말씀하셨던 날 샀다고 하드라구요.
혜리 : 그래요? 수사관님.
차계 : 예, 검사님.
혜리 : 스타 백화점에 전화해서요, 2월 8일에 지오 베르니 핀 7개 사간 사람 명단 좀 뽑아달라고 하세요.
카드내역서 있으니까 일곱 명 중에 황수자가 있는지 황수자 남편 윤달식이 있는지, 아니면 방씨가 있는지 알 수 있겠죠?
황수자 : (사색 되는)
S#43. 한정식집 (3회의 한정식 집)
점심 먹는 부장과 검사들. 다들 뻘쭘한데 혜리 혼자 들떠있다.
이검 : 왜 하필 여기야?
혜리 : 여기가 어때서요? 그땐 또라이 소리 듣느라 제대로 못 먹어서 이번엔 같이, 맛있게 먹고 싶어서요.
이검 : (찔리는) 마검 쿨한지 알고 좋아했더니 은근 뒤끝 있네.
부장 : 자자, 다들 그건 들었지? 마검이 또 한번 눈부신 활약을 해서,
혜리 : (귀엽게 껴드는) 제가 쏘는 겁니다아. 많이들 드세요.
채검 : (진심 부러운) 한건 할 때마다 쏠 수 있어서 좋겠다 마검은.
진검 : 머리핀으로 혐의인정을 받아냈다는 게 무슨 소리야?
혜리 : (신나서 무용담 늘어놓듯) 전세금 사기 피의잔데 돈없는척 하면서 혐의인정 안하는거에요.
근데 하고 있는 핀이 지오베르니 명품 핀이더라구요. 진품만 단번에, 딱, 알아보는 제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죠.
막 추궁했더니 혐의 바로 인정! 저도 가끔은 제법이라니까요? (어깨 으쓱)
이검 : 된장녀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뭐 이건가.
진검 : (이검 툭 치며) 왜 그러세요.
혜리 : 네! 맞습니다아. 가지가지 재주만땅 마검이 쏘니까 더 맛있죠?
윤검 : (툭) 맛있네.
부장 : 하하, 그러게 마검이 사주니까 된장 맛도 남달라 개성있어. (된장찌개 떠먹는)
혜리 : (좋아라 해맑게 웃는)
S#44. 한정식집 앞
나오는 검사 일행.
부장 : 밥은 마검이 샀으니까 커피는 누가 사지?...
채검 : (귀엽게 웃으며) 부장님이요.
이검 : 당연하지.
진검 : 저도 그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부장 : 형사5부의 정신적 지주 윤검 생각은 어떤가.
윤검 : 전 마검사하고 따로 마시겠습니다.
혜리 : (놀라 눈 커지는)
진검 : (덜컥하는)
윤검 : (혜리 보고) 따라 와. (가는)
부장 : 아- 난해하다, 어렵다. 싱글들의 (진검, 윤검, 혜리 손가락으로 화살표 그리다 엉키는) 난해하네...
채검 : (부장 톡톡 치며 애교 듬뿍 담은 미소로) 전, (부장 수줍게 가리키며) 부장님요.
S#45. 검찰청 일각 혹은 까페
약간 심각한 얼굴로 혜리 보는 윤검. 혜리, 설레는 얼굴로 보고 있다.
윤검 : 마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보자고 했어.
혜리 : (궁금한) 저한테, 뭔데요?
윤검 : 서인우하고 어떤 사이야?
혜리 : 네?
윤검 : 서인우 변호사말야.
혜리 : (속으로) 아싸아!... 드디어 질투 크리 시작! (얼른) 저 정말 서변하고 아무 사이 아니라니까요? 진짜 그냥 친구에요.
윤검 : (의아한) 어떻게 친구야? 서변은 미국에서 왔고, 연수원 동기도 아닌데.
혜리 : (놀라) 서변이 미국에서 왔어요?
윤검 : 몰랐어?
혜리 : (벙한) 아 네... 제가 원래 먼저 말하지 않으면 잘 안 물어보거든요...
윤검 : 친구라면서?
혜리 : 네, 친구긴 분명히 친군데요...
윤검 : (황당한 듯 보다가) 지난번에 도박장 사건 정보, 서인우가 준 건가?
혜리 : (들켰는데 거짓말은 못하겠다) 네...
윤검 : 왜 서인우가 그렇게까지 해줬는데? 본인이 와서 싸움까지 하면서!
혜리 : 서변이 와서 싸움도 했어요?
윤검 : (기막혀) 그것도 몰랐어? 대체 서인우에 대해서 아는 게 뭐야?
혜리 : (멈칫... 말문 막히는)
윤검 : 마검사.
혜리 : 네...
윤검 : 이런 말... 조심스럽지만 해야겠다. 마검이 너무 아무 것도 모르니까.
혜리 : (긴장) 무슨... 무슨 말씀인데요?
윤검 : (보다가) 서인우는, 승소하기 위해서 수단방법 안 가리는 사람이야.
혜리 : (놀라는) 네?
윤검 : 서변이 증인 매수해서 재판에서 무죄났던 경험... 나도 있어.
혜리 : (더 놀라는)
윤검 : (걱정에) 마검하고 아무 사이 아니면서, 단지 친구면서 그렇게 조건 없이 잘해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혜리 : (서늘해져서 윤검 보는)
S#46. 경찰서
한쪽에서 형사와 얘기하고 있는 인우, 서류 봉투 건네준다. 받아드는 형사와 의미심장한 눈빛 교환하는 인우.
S#47. 혜리 검사실
수사 지휘 서류들 혜리 책상에 놓아주는 정임.
정임 : 수사 지휘 기록입니다.
혜리 : 갈수록 일이 많아지는구나... 남들만큼 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구나...
(하나씩 옆으로 놓으면서 보면 ‘고소인 하정란’ 사건과 ‘나무 아파트의 형제 시공사’ 고소 사건들 섞여있다.
가장 얇은 하정란 고소 사건 집어 들춰 읽다가 멈칫하는)
윤검(E) : 미국에서 살다 와서 사법시험 본 사람이야.
윤검(E) : 서인우에 대해 아는 게 뭐야?
혜리(E) : (혼란스런) 미국에서 왔어?... 정말 아는 게 없네...
S#48. 인우 사무실
심각한 얼굴로 퇴근하려고 옷걸이에서 자켓 집어 입는 인우. 제니, 약간 황당하다는 얼굴로 들어온다.
제니 : 이래서 여자는 갈대라는 거지? 한국 여자들은 다 이래?
인우 : 내가 아는 한국 여자 몇 명 안돼.
제니 : (자켓 입는 것 보고) 그걸 왜 입어? 차 키 줘, 내가 갖다주께.
인우 : (약간 난감한) 옷 여기 없어, 차 두고 왔거든.
제니 : (황당한) 차를 두고 왔어? 왜? (이해 안 되는) 왜? 오늘 아침부터 법원에 경찰서에 강실장 미팅까지 정신없었잖아.
인우 : (뭐라 변명할 수 없는, 할수 없이) 그냥... 그러고 싶었어.
제니 : (의아한 듯 보는)
S#49. 빌라 인근 길 혹은 주차장 + 인우 차 안 + 혜리 차 안
작가 차림으로 운전하고 나오는 인우.
혜리, 막 코너 돌아서 오다가 앞에서 오는 인우 차 안의 인우 모습 본다. 안경에 허름한 옷차림... 그동안 봤던 인우가 아니다.
깜짝 놀라서 보는 혜리, 차 확인하면 분명히 인우 차다. 순간 꺾어져서 시야에서 사라지는 인우 차.
S#50. 혜리 빌라
정말 이상하다는 얼굴로 들어오는 혜리, 갸웃한다.
혜리 : 분명히 서변 차에 서변이었는데?... 왜 다른 사람처럼 그랬지?... (의혹으로 생각에 잠기는)
S#51. 하정란 가게 (밤)
갈등하는 얼굴로 인우 쳐다보고 있는 하정란.
하정란 : 이 인간이 나 죽이고 지도 죽는다는데... 무섭기도 하고...
인우 : (난감함 감추고 선뜻) 그래서 고소취하하고 싶어요?
하정란 : 그럴까 어쩔까...
인우 : 그럼 그렇게 해요.
하정란 : (선뜻 그러라니까 멈칫하는)
인우 : 나는 그냥... 누이가 지금이라도 한번 꽃피고 살았으면 좋겠어서.
하정란 : (인정해주는 말에 울컥) 내가 무슨 이 나이에 꽃을 펴...
인우 : 징그럽게 싫다는 술장사 안 하고, 평생 호적정리도 안하면서 누이 붙잡고 늘어지는 그런 놈 말고,
진짜로 누이 아껴주는 남자 만나면 그게 꽃피는 거지.
하정란 : (맞다, 다시 마음 다져지는) 또 봐주면 또 못 벗어나겠지...
인우 : 내 말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요. (핸드폰 울린다. 보면 ‘마혜리’ 떠있다. 일어서며)
통화 좀 하고 올께요. (나가는)
S#52. 하정란 가게 앞 (밤)
나오면서 핸드폰 받는 인우.
인우 : 네, 서인웁니다.
혜리(휠) : 지금 어디에요?
인우 : 마누라 같이 왜 그래요? 우리가 그런 거 묻고 대답할 사인가?
S#53. 혜리 테라스 (밤)
인우 테라스 쪽 쳐다보며 핸드폰하고 있는 혜리. 인우 빌라, 불 꺼져있다.
혜리 : 아직 집 아니면 오는 길에 뭐 좀 부탁할라 그래요.
인우(휠) : 뭔데요?
혜리 : 언제 들어올 건데요?... (잠시) 어... 알았어요, 그럼 그 때 전화해요. (끊는, 빌라 보며) 확실히 집 아니라 이거지?
S#54. 혜리 빌라 단지 앞 길 (밤)
한쪽 구석에 나름 변장한 차림새로 모자 쓰고 숨어서 빌라로 들어가는 차 지켜보고 있는 혜리.
혜리 : 의심하라, 모든 걸 의심하라!...
혜리 등 뒤로 저만치에서 오는 인우 차, 혜리 못 보고 옆골목으로 들어가 사라진다.
[시간경과]
혜리 : 왜 안 와... (인우에게 전화 오자 얼른 받는) 어디에요?
인우(휠) : 나 집에 왔는데.
혜리 : (김 샜다)
인우(휠) : 필요한 게 뭐에요? 지금 사다 줄께요.
혜리 : 됐구요, 잠깐 내려와봐요.
S#55. 빌라 뜰 (밤)
마주 서 있는 혜리와 인우. 인우, 무슨 일이냐는 듯 혜리 보고 있다.
혜리 : (돌리지 않고 바로 묻는) 서변 미국에서 왔어요?
인우 : (늘 준비하고 있었다) 몰랐나?
혜리 : (확인하고 약간 의아) 얘기 안했잖아요?
인우 : (별일 아닌 듯) 마검이 안 물어봤나본데? 누가 묻기 전에는 내 얘기 잘 안 하거든.
혜리 : 언제부터 미국에서 산 거에요?
인우 : (아주 선선히 얘기하는) 미국은... 6학년 때 갔고, 간지 넉 달 만에 어머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랑 살았어요.
혜리 :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구나...
인우 : (끄덕이는)
혜리 : 근데 여기서 법대 나온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우리나라 사법시험을 봤어요?
인우 : 여기서 법대도 대강, 의상학과도 대강 다니던 누구도 사법시험 붙던데?
혜리 : 나는 사시 보기까지 하루 2시간 이상 안 잤거든요?
인우 : 나 보다 머리 별로네? 난 네 시간은 잤는데.
혜리 : 한국엔 왜 돌아온 거에요?
인우 : 와야 하는 곳이니까... 아마 당신이 있는 곳이라서?
혜리 : 네? (막 놀라는데)
인우 : (바로 그건 아니라는) 초등학교 6학년, 머리 굵어지기 시작한 남자아이가 마음 붙일 곳은 아니지, 미국이란 나라가.
혜리 : 근데 왜 혼자 왔어요? 아버진요?
인우 : 갑자기 왜 나한테 관심이 생긴 건데요?
혜리 : 서변은 나에 대해서 되게 많이 아는데, 난 서변에 대해 아는 게 없잖아요.
인우 : 얼굴 알고 성격 알고 성질 알고, 같이 음식을 공유했으면... 다 아는 거 아닌가? 뭘 더 알아야 되는데?
혜리 : 그런 말이 아니라,
인우 : (툭 찌르는) 드디어 질투의 화살을 맞은 윤검님이 변하기 시작했군.
혜리 : (멈칫, 얼른) 윤선배가 말한 거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인우 : (정색하고) 괜찮아요. 윤세준은 나 싫어할만 하고, 난 그한테 미안할 거 없으니까.
내 방식대로 인맥 없는 이 나라에서 살아남은 거라서.
혜리 : (더 말 못하고 보는)
S#56. 혜리 빌라 (밤)
들어오는 혜리, 멈춰 선다.
[프래쉬 컷- 악몽 가위에 시달리던 인우]
혜리 : 그래 미국 살다 돌아오고 싶을 수 있는 거고, 이기려고 하는 거야 변호사 기본이고... 증인 매수는 오해겠지?...
S#57. 인우 빌라 (밤)
소파 옆 바닥에 앉아서 혜리 사진 고르고 있는 인우.
박스 속에 그동안의 조사 자료들 (15년 전 신문 스크랩들 혹은 접어놓은 낡은 신문들, 마상태 회사 관련 서류들과
뒷조사하고 보고하는 파일들, 날씬해진 후의 혜리 사진, 신정남과 고만철, 하정란의 근황과 사진들...
기타 마상태 관련 온갖 조사 자료들 넣어뒀던) 들어있는 설정.
바닥에 고만철, 하정란, 신정남, 신동하, 그 외 관련자들 사진 수백 장 쌓여있고 그 안에서 혜리 사진 골라내고 있다.
사건 관계자에서 그 이상이 되어버린 혜리 사진 복잡한 심정으로 골라내는 인우,
혜리 사진 다 골라내고 나머지 사진들 긁어모아서 박스에 넣는데 그 틈에 러그 밑으로 혜리 사진 한 장 밀려들어간다.
S#58. 검찰청 외경 (다른 날)
S#59. 혜리 검사실
책상에 앉아있는 혜리, 옆에 하정란 사건 기록 놓여있다.
다이어리에 간단 요약해 놓은 사건 내용 확인하고 있는 혜리.
차계 : 검사님, 하정란씨 오셨습니다.
하정란 : (긴장한 얼굴로 들어오는)
혜리 : 여기 앉으세요.
고만철 : (들어오는)
차계 : 고만철씨도 오셨네요.
고만철 돌아보는 하정란. 둘, 원망의 눈빛으로 서로를 쏘아본다.
[시간 경과]
혜리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하정란과 고만철.
혜리 : 고만철씨가 하정란씨 명의의 아파트를 하정란씨 몰래 인감 도장을 훔쳐서 매도 계약을 체결하셔서
하정란씨가 고만철씨를 고소하셨는데, 고만철씨는 계속 무혐의를 주장하셔서 대질 조사를 하기로 한 겁니다.
[시간경과]
고만철 : 명의만 이 사람 이름으로 했을 뿐 그건 분명히 제 겁니다.
하정란 : 그게 왜 당신 집이야?
고만철 : 내 돈으로 사줬으니까 내 집이지!
혜리 : 잠깐만요! 고만철씨, 자꾸 그렇게 주장만 하지 마시고, (기록 들춰보며) 하정란씨가 2005년 3월에 아파트 사실 때
구입 자금을 주신 걸 증명할 수 있나요?
고만철 : 그게요, 사실은 15년 전에 내가 사준 땅 팔아서 그 아파트 산거에요.
혜리 : 15년 전이요?
하정란 : 그때도 당신 돈으로 산거 아니잖아!
고만철 : (버럭) 왜 내 돈이 아냐? 내가 받은 돈인데!
하정란 : (웃긴다는) 난 한 거 없나? 당신 혼자 했어?
혜리 : (뭐야? 영문 몰라 둘 번갈아 보는)
고만철 : 니가 한 게 뭐가 있어?
하정란 : 내가 입 다물어주지 않았으면!
혜리 : 두 분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하, 고 : (뚝 멈추는, 아차... 혜리 보는)
혜리 : 싸우지 마시고, 저한테 다 얘기를 하세요.
S#60. 마상태 집 거실
2층에서 내려오는 마상태. 애자, 무릎에 간식 바구니 올려놓고 먹으면서 디비디 보고 있다.
상태 : 2층이 휑하구나... (보는, 기막힌) 갈수록, 야 박애자! 박애자!
애자 : (놀라 보는)
상태 : 먹는 게 일이로구나, 입이 쉴 새가 없어!
애자 : 혜리가 없어지니까 입이 먹는 거 밖에 쓸데가 없어요.
상태 : 지금 말대꾸하는 주둥이는 입 아니고 코냐?
애자 : 당신 혜리 없어지니까 사람을 왜 더 막대해요?
상태 : 아, 시끄러. 이번 주말에 혜리 좀 오라 그래.
애자 : 못 와요, 주말에도 바쁘대요.
상태 : 주말에 왜 바뻐? (하다) 우리 몰래 연애질하는 거 아냐?
애자 : 제대로 검사질 하느라고 바쁘대요.
상태 : 검사는 주말도 없어?
애자 :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대검찰청에 물어봐요.
상태 : (황당한) 당신은 딸 걱정도 안 되냐?
애자 : 3일에 한번씩 낮에 가서 먹거리 채워놓고 와요, 우렁각시처럼.
상태 : 우렁 각시? 혜리 얼굴도 안 보고?
애자 : 미안해서 못 보겠어요... 에미가 뒷통수 친줄도 모르고...
상태 : (버럭) 결혼이 감빵 가는 거야!
애자 : (찔끔)
S#61. 인우 빌라 (밤)
책상 옆 책꽂이 위쪽이나 아래 쪽 문 열고 서류철들 속에서 자료 찾고 있는 인우.
열려있는 현관문. 혜리, 고개 기웃하고 들여다본다.
혜리 : 아랫집에서 왔습니다-
인우 : (안 돌아보고) 앉아 있어요!
혜리, 소파에 앉으려다 러그 밑에서 삐죽 나와 있는 사진 한 귀퉁이 본다.
뭐야?... 꺼내들다가 헉! 하고 놀라는 혜리, 자기 사진이다.
(작년 봄 연수원 2년 차, 유나 생일 때 노천 카페에 혼자 앉아 유나 기다리는 모습, 옆자리에 명품 가방 놓여있고)
혜리 : (이해 안 되는, E) 어? 이거 내 사진인데? 이게 왜 서변한테...
인우 : (파일 하나 들고 오며) 찾았다!
혜리 : (벌떡 일어서는, 사진 뒤로 감추는데)
제니 : (들어오며, 설마) 나 올 줄 알고 문도 열어놨어? (하다 혜리 보는, 놀라 뚝 멈추는)
인우 : (제니 보고 놀라 뚝 멈추는)
제니 : (혜리 보고 당황해) 아... 안녕하세요...
혜리 : 아 예, 안녕하세요...
인우 : (서류 봉투 내밀며) 여기.
혜리 : (어색하게 한손으로 받으며 다른 손에 있던 사진과 합치는) 고마워요. (후다닥 나가는)
인우 : (놀라 한걸음 따라 나가려다 제니 보는, 멈칫 서고)
S#62. 혜리 빌라 (밤)
한손에 사진 쥔 채 적당한 곳에서 앨범 들고 나오는 혜리, 탁자에 사진 놓고 앨범 펼쳐든다.
몇 장 넘기다 사진 찾은 듯 멈추는 혜리, 앨범에 사진들 중 하나 짚는다.
유나 생일이라 고깔 모자에 축하풍선 든 사진이다. (장소는 까페와 다른) 인우 집에서 가져 온 사진 속 옷과 가방 등 똑같다.
혜리 : 그래 이날이야! 유나 생일... 이 사진을... 왜 서변이 갖고 있어? (혼란으로 굳어지는, 그 위로)
윤검(E) : 대체 서인우에 대해서 아는 게 뭐야?
[플래시 컷]
1회 S#79 윤검과 악수하는 인우 보고 놀라는 혜리.
4회 S#89 출국장에서 혜리 못 가게 잡아 세우는 인우.
7회 S#1 혜리 “왜 거기 있어요?”, 인우 “우리 집이니까.”
8회 S#49 작가차림으로 운전하고 나오는 인우.
의혹과 혼란으로 어쩔 줄 모르다가 서서히 굳어지는 혜리.
S#63. 인우 빌라 (밤)
소파, 혹은 식탁에 앉아있는 제니. 인우, 제니에게 와인 갖다 준다.
제니 : 비가 올 듯 말듯해서 (와인 잔 들어 보이며) 생각나서 들렀는데... 나 이제 니 집 올 때 연락하고 와야 하는 거니?
인우 : (앉으며) 무슨 뜻이야?
제니 : 너... (약간 화나는) 그동안 나한테 참 많이... 말을 안했구나.
인우 : (무슨 뜻인지 아는) 예상 못했던 변수일 뿐이었어, 아래 윗집이 주는.
제니 : 너랑 나랑 15년이야, 눈빛만 봐도 다 알아, 모른 척 해줄 뿐이지.
인우 : 그럼 그냥 계속 모른 척 해, 별거 아니니까.
제니 : (너무 황당한) 아주 별건데?
인우 : (멈칫하는)
제니 : (걱정으로) 서인우, 인우야... 정신 차려, 마혜리야. 마혜리!
인우 : (눈빛 흔들리는, 약간 물기 어리는)
제니 : (확인하고 덜컥해서) 서인우...
인우 : (표정 싸해지며) 걱정 마, 내 길은 갈 거니까.
제니 : (안타까운) 아직 남은 길이 얼마나 먼 줄 알아?
인우 : (씩 웃으며) 걱정 말라잖아! (자신 있다는) 이러기 위해 살아온 놈이야!... (감정 올라온다. 누르느라 눈가 붉어지는)
제니 :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S#64. 빌라 뒤뜰 일각 (밤)
가는 제니에게 손들어 보이는 인우, 돌아서 온다. 몇 걸음 걸어오다 멈칫하는 인우.
혜리, 의혹 가득한 표정으로 인우 보고 서있다.
인우 : (밝게 웃으며) 어라? 마검사님, 거기서 뭐하시나? 달도 없는데.
혜리 : (한걸음 다가오는)
인우 : 아까 제니 때문에 놀랐죠?
혜리 : (더 다가와서 인우 똑바로 보는)
인우 : (뭔가 이상한 느낌에 멈칫 서는)
혜리 : (의혹으로 쏘아보며) 서인우씨, 당신 누구야?
멈칫했다가 심상치 않은 혜리 기색 느끼고 놀라 굳어지는 인우. 마치 인우의 모든 것 다 안다는 듯 쏘아보는 혜리...
둘, 한 화면에 잡히면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