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걷기하며 구구단… "몸도 생각도 쑥쑥"
[어떻게 살까-한국의 대안운동] <9> 전국의 대안 초등학교
생활공동체·공동육아 활동 모태…교사·학부모 뜻모아 설립
경쟁지양 자연 벗삼아 자유롭게…소규모 학습통한 개성창출 우선
푸른숲 학교의 수업은 학교 가는 데서 벌써 시작된다.
경기 하남시 하산곡동. 학교로 들어서는 길에는 오전 7시45분부터
김희동(41) 교장과 김창근(33) 교사가 나와있다. 아이들이 모여들면서 선생님께 인사가 깍듯하다. 교사들도 답례인사를 한다. 처음본
기자에게 쑥쓰럽다며 인사를 꺼리는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일일이
인사하라고 일깨워준다. 8시쯤 얼추 사람들이 모이자 교사들과 손잡고 학교로 걸어간다. 농가를 지나 5분쯤 걸으니 ‘푸른숲 학교’라는 나무팻말이 붙은 2층 교사가 나온다. 앞은 너른 마당. 주위를
산이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다.
학교에 도착하면 다시 걷기가 시작된다. 인근 농장까지 숲사이 길을
1km 정도 갔다 오는 것이다. 10월초까지만 해도 학생마다 맡고 있는 텃밭을 가꾸었으나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힘껏 걷기’로 이름붙인 이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정도 길을 걷는데도 30분이 걸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10분 이내에 다 운동을 마친다”며 김
교장은 그 사이 아이들의 몸이 아주 건강해졌다고 일러준다.
‘통전교육을 하는 민립학교’를 표방하는 대안초등학교 푸른숲학교가 세워진 것은 올 3월. 푸른교육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모인 교사와 직장인들이 돈을 모아 만들었다. 전교생은 39명. 모두 1~4학년이다.
푸른숲 학교의 교육은 몸과 생각이 함께 크는 것을 지향한다. 힘껏
걷기가 끝나면 자기가 정한 구역을 청소하는 ‘평화운동’시간이다. 식당을 걸레로 닦는 일을 맡았다는 구보명(4학년ㆍ서울 강동구
상일동)양은 대구에 살다가 교사이던 아버지가 이곳 교사를 자원하면서 올해 전학을 했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했지만 공부하는 것이 여기가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남동생 도열(2학년)군은 ‘애벌레 잡는 박사’로
학생들 사이에 통한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하남시 상산곡동으로 이사했다는 이나성(1학년)양은 “계곡이 있어서 학교가 좋다”며 “1학기때는 목욕탕을 만들어서 애들이랑 발맛사지를 하고 놀았다”고
들려준다.
푸른숲 학교는 모든 수업이 나직나직 진행된다. 아이들의 소리가 커지면 마음잡기라는, 양손을 가슴에 모으는 자세를 하게 한다. 또하나는 몸으로 하는 교육. 노젓기 운동을 하면서 구구단을 외우고 줄넘기로 꼬마야 꼬마야를 하면서 구구단 심화학습을 한다. 숫자와 리듬을 일치시키는 교육. 발달지체아를 포함, 다소 늦되는 장애인 학생 다섯명에게는 교사 한명씩이 바짝 붙어서 표나지 않게 개인지도를 해준다.
학생들도 장애인 친구들이 제대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몸에
익어 수업에서 소외되는 이가 한 명도 없다. 김 교장은 “대안교육은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 미래사회를 위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므로 교육 안에서 이런 철학이 녹아나야 한다”고 설명한다.
입시제도에 반기를 든 고등학생들을 위한 제도로 각인되어온 대안교육이 초등학교 과정으로 폭넓게 번져가고 있다. 2000년 경기 부천시에 산어린이학교가 생겨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2개 대안초등학교가 생겨났다. 9월에는 대안초등학교협의회도 생겨났다. 내년에도 3군데가 문을 열 계획이다. 그 가운데는 서울에서 최초로 문을 여는 ‘삼각산 재미난 학교’도 있다.
대안초등학교를 여는 사람들은 생활공동체 활동을 하던 이들과 공동육아를 하던 이들로 크게 대별된다. 안양 벼리학교, 광명 볍씨학교, 순천 평화학교가 YMCA 생활협동조합 중심으로 생겼다면 산어린이학교와 고양자유학교, 과천무지개학교 같은 곳은 공동육아를
하던 이들이 세웠다. 정부 지원이 전혀 없는 초등학교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월 20만~35만원의 비싼 학비도 마다하지 않으며 학교터와 건물을 구하기 위해 기백만원씩의 돈도 기꺼이 갹출하고 있다.
학교마다 수업방식은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시험과 경쟁을 지양하고 어린이 스스로 개성과 과제를 찾아가는 프로젝트 수업을 강조한다. 자연속에서 지내는 활동이 많은 것도 공통점 가운데 하나이다.
삼각산 재미난 학교는 서울 우이동 지역에서 공동육아 ‘꿈꾸는 어린이집’을 하던 이들이 뭉쳤다. 지난해 가을에 “초등학교를 세우자”는 의견이 나온 후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우이동 산자락에
2층짜리 단독주택을 구했다. 학교를 처음 제안한 염규홍(39ㆍ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씨는 “너무나 빨리 진행되어 스스로도 놀라고
있을 정도”라고 들려준다.
염씨가 대안초등학교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이들이 자기 빛깔대로 살려면 학교가 작아져야 하는데 나라가 이를 안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4가족으로 출발했으나 14가족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격주
토요일마다 오후 8시반에 ‘꿈꾸는 어린이집’에 모여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이현주(39ㆍ경기 양주시)씨도 있다.
이씨는 “우리나라 교과과정이 열린 교육을 지향한다지만 40명씩
모여있는 환경이나, 왜 시험을 안 치느냐며 경쟁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그런 교육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자유로운 가운데 자기 개성을 발견하게 하고 싶어서 대안초등학교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딸은 일반 초등학교 1학기를 다니다가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하는 게 재미없어서’ 그만두었다. 봉효종(36ㆍ오퍼상)씨 부부는 이곳에 다니기 위해 창동의 아파트를 팔고 우이동 주택을 전세
얻어 이사올 예정이며 노영호(36ㆍ한의사)씨는 의정부에 살다가 2년전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동참하려고 우이동으로 이사했다.
의사, 한의사가 들어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대안초등학교 참가자들은 중산층 내지 그 이하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삼각산 재미난
학교의 설립가족 14집 가운데서도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재미난 학교에 아이를 보낼 조삼순(35ㆍ서울 성북구
정릉동)씨는 “옷 같은데 드는 돈이나 학원 보내는데 드는 돈을 줄이면 된다. 아이의 행복지수를 생각하면 이 정도 투자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대안초등학교의 고민은 학생들을 어느 순간 경쟁사회에 편입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 아직 고학년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단계라 심화학습의 실행방식에 대한 논란도 많은 편이다. 대부분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교를 세우다보니 교사들도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보다는 대안교육에 대한 철학이 서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선발할 때도 학부모를 면접하여 교육철학이 일치하는가를
먼저 살핀다. 또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참여가 적극적이다보니 교육방침을 놓고 교사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여 고양자유학교는 내년부터 2개교로 분리하기로 결정됐을 정도이다.
대안초등학교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김희동 교장은 “분명한 것은
어린이들을 바르게 교육시키려면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안된다는 사실”이라며 “대안초등학교협의회를 중심으로 교사교육을 강화하면서 어린이들마다 자기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대안초등학교의
다양성과 질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국의 대안 초등학교 |
- 삼각산 재미난 학교(서울 강북구 우이동) 011-9796-6353
1~3학년 10~12명씩 모집중. 11월2일 입학설명회가 있다. 학비는 월 30만원선. 출자금 기부금은 다른 대안학교 수준을 따를 예정.
- 참 좋은 학교(서울 구로구 고척2동) 02-2611-0551
천주교 고척동교회 부설 몬테소리 학교. 1~3학년 약간명. 몬테소리 과정을
배운 학생만 입학 자격. 학비 월37만원. 기부금이나 입학금은 없다.
- 마포 대안학교 준비모임(서울 마포구) 019-293-0799
초ㆍ중등 대안학교로 내년 9월에 개교 예정.
- 산어린이학교(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032-612-1192
1학년 10명, 2~4학년 약간씩 모집. 학비 월 35만원. 입학시 생활협동조합가입비 40만원, 출자금 600만원.
- 과천무지개학교(경기 과천시 문원동) 02-507-7778
1학년 7명, 2~5학년 각 5~6명씩 모집. 학비 월 35만원. 입학금 40만원. 기부금 300만원 예탁금 200만원
- 고양 자유학교 파주팀(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031-968-0033
1~5학년 모집중. 1학년 7명, 나머지 학년 3명. 학비 월 30만원 급식비 월3만원 입학금 300만원 예탁금 200만원.
- 고양 자유학교 일산팀(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
1~5학년 10명 이내서 모집. 내년 3월에 공고. 학비 월30만원. 출자금 300만원
- 푸른숲학교(경기도 하남시 하산곡동) 031-794-5683
1~3학년 10명 내외 모집. 신청후 6개월동안 부모가 푸른교육공동체 안에서 활동하는 것을 토대로 입학여부를 결정. 학비 월30만원. 입학금 50만원. 입학시 기탁금 300만원(이 가운데 150만원은 퇴교시 반환)
- 안양 벼리학교 (경기 의왕시 삼동) 031-461-4575
1학년 3~4명, 3학년 3~4명 모집중. 학비 월28만원. 입학시 조합 가입비 30만원. 출자금 300만원(퇴교시 반환)
- 과천 자유학교 (경기 과천시 부림동) 02-503-4035
발도르프 학교. 1학년 30명, 2~4학년 20명 내외서 모집 계획. 25일 입학 설명회. 학비 월30만원 입학금 100만원 기부금 1,000만원
- 볍씨 어린이학교 (경기 광명시 옥길동) 02-2625-7105
1학년 15명, 2 3 4학년 10명 이내서 모집. 학비 월25만원. 입학시 가족당
출자금 500만원. 학부모는 광명시에 살면서 지역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해야 한다.
- 포천 어린이학교(경기 포천군 소흘읍 무림리) 031-544-1615
예장통합의 사랑방 교회가 세운 학교. 1학년만 5~6명 모집. 학비 월 20만원. 기부금 입학금은 없음.
- 꿈틀 자유학교(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031-837-3366
1, 2학년 10명씩 모집중. 학비 월 30만원. 입학금 겸 출자금 300만원(일부를 반환할 것인지 현재 논의중).
- 하늘새싹자람터 (강원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033-261-9397
폐교터에 교사 교수 등 교직자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학교. 1~6학년 각 10명씩 모집. 학비 월30만원. 자발적인 기부금 형식의 입학금을 받고 있으며
금액은 제한없음.
- 대전 대안초등학교(충남 대전 외곽에 물색중) 016-462-8498
한밭레츠 대전의료생협 등 현지서 생활공동체 운동을 하던 이들이 만드는
학교. 내년 봄 개교. 1~4학년 모두 30명 모집중. 11월초에 모집 공고.
- 순천 평화학교(전남 순천시 상사면 오곡리) 061-745-4008
1학년 20명을 11월말부터 모집. 학비 월 30만원. 입학시 100만원을 기부하거나 500만원을 융자해주는 것 가운데 선택. YMCA 회원에 한해 학부모
자격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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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입력시간 : 2003/10/21 16: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