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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남편
며칠 전, 아내는
초등 학교 동창 모임에서 부부 동반으로 1박 2일 야유회를
가기로 하였다며
약속이 있느냐고 물어 약속이 없다며 승낙하였더니 안심하
는 표정이다.
오늘은 아내에게는
竹馬故友를 만나는 기분좋은 날, 나에게는 초면인 아내의 친구들과
그의 남편들을 만나야
하는 겸연쩍은 날, 그 만남을 위하여 고속도로를 달리
는데 예상을 뒤엎고
차는 시원스럽게 잘 달리고 있다. 내 모임에 부부 동
반하여 참석은 많이
했지만 아내의 모임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기는 처음이
라 평소에 느껴 보지
못했던 야릇한 기분이 든다. 왜 그런 기분일까. 지금 내
기분처럼 그
동안 내 모임에 참석했던 아내의 기분도 이러했었을까?
창 밖을 바라보니
시야에 비치는 산들은 신록이 절정에 다다른 듯 푸르름
과 함께 생기가 가득하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나와 함께 가고있는 아내
의 기분은 어떠할까?
아내는 제일 친한 竹馬故友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반려
자인 남편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자랑스러운 남편
이란 어떠한 남편일까
학문을 많이 탐구하여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일까. 아
니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된 사람일까. 그 마저도 아니면 身言書判이라
했는데 인물이 출중하게
잘 생긴 남자일까. 야릇한 생각이 든다는 것은 이
모든 조건에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 모든 조건들은 자신
이 원한다고 꼭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하루하루를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어려울 때 서로 위로하며 初志一貫 변함없는 마
음으로 살아가는
남편이 진정 자랑스러운 남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아내 친구들 역시 처녀시절 내가 결혼하면 내
남편은 이런 이러한
조건을 갖춘 남편이어야 한다며 고무풍선처럼 부푼 희
망을 간직한 채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였겠지만.... 처녀 때의 그
웅대한 꿈을 이룬
친구도 있는가 하면 그 꿈은 산산이 부서진 파도처럼 마
음속 깊숙이 간직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는
그 세계에 대하여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고 한다. 생명을 가
진 많은 동물들이
겨우 목숨만 연명하면서도(苟命徒生)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미래에 대하여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깜깜한 밤이 두려운 것도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늘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
을 모르기 때문에
아내의 부족한 남편으로 비쳐지는 것이 두려워서 일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목적지인 횡성군 둔내리 자연 휴양림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여
방을 배정 받고 여자들이 짐 정리와 식사 준비를 하면
서 남편들을 자주
쳐다보는 것을 보니 남편들끼리 어색해 하지 않나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남자들은 도착하는 대로 인사를 나누며 술과 음식을 먹다
보니 오기로 약속한
부부가 모두 참석했다 한다.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는데는 역시 술이 좋은 음식인가 보다 인사를 나누
며 술잔을 주고받다
보니 어색함은 사라져가고 편안한 분위기로 차츰 변해
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참석하기로 한 사람들이 다 모였다며 여자들은 흐뭇
해한다. IMF가 몰아친
어려운 이 때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것을
보면 자신이 빠짐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아내가 친구들 보기에 민망하며 마
음 아파할까 보아
바쁜 일들을 뒤로 미루고 참석하였을 것이다. 이토록 작은
것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는 남편들이라면 이러한 남편들이야말로 자랑스러
운 남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를 비롯하여 ..)
장마 중이라
계곡마다 콸콸콸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청량
감을 주고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별빛들과 우리들의 정다운 목소리
는 여름밤을 한층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百年知己처럼 정답게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이 깊어지는 우정과 함께
밤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부서져 쏟아지는 찬란한 햇살과 향긋한 풀 냄새를 맡
으며 아침 산책을
하다 보니 숲 속 요소 요소에 통나무집과 평상을 만들어
상큼하고 시원한
곳에서 忙中閑을 보낼 수 있도록 꾸민 것이 숲 속 요정 같
다는 생각이 든다.
벗나무회
총무께서는 이번 야유회를 아무 탈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남자 분들께서 협조
해 주시어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당부를 한다. 우리
모임은 순진한 사람들끼리
모였기에 술도 안 먹고 건전하게 노는 것을 보았
으니 앞으로는 부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하게 풀어 주라고 부탁을 한다. 총무
의 말은 나한테 들으라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나
는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이라 해도 좋지만 여자와 그릇은
내돌리면 깨진다는
옛 속담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또한 관심을 갖는
다는 것은 관심을 갖는 만큼 사랑한다는 증거다. 역설적으
로 말하면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다. 물론 관심이 지나쳐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보이는 것은 안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밤늦게
오면 걱정되고 집에
없으면 허전하여 투정도 부린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행복한가. 일찍 오던
말던, 집에 있던 말던, 하던 말던, 전혀 관심을 주지 않
는다면 행복한 부부라
할 수 있을까? 아마 그것은 옆집 아줌마에 자나지 않
을 것이다. 또한
주부의 본분은 가정을 지키는 일이다. 식구들이 집에 들어
와 엄마 또는 아내가
없으면 얼마나 허전한가.. 언제나 엄마, 아내가 있는 가
정이라면 외출했다
일찍 들어가려고 노력하지만 가정에 사랑하는 어머니 또
는 아내가 없다면
가족들은 일찍 들어가지 않고 방황 할 것이다. 이렇게 가
정에는 엄마의 역할,
아내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 총무의 부탁도
있고 아이들도 컸으니
아내가 개인적인 시간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시골에서 유년시절은
자연에 순응하며 학창 시절을 벚나무가 가득한 교정
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모두가 어질고 인자한 아내로 보인다. 삶에 찌든 도심
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삼아 하룻밤도 즐기고 서로 알고 지낼 수 있도록 자
리를 마련해 주신
아내와 아내의 친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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