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달구/신경림
어허 달구 어허 달구
바람이 세면 담 뒤에 숨고
물결이 거칠면 길을 옮겼다
꽃이 피던 날은 억울해 울다
재너머 장터에서 종일 취했다
어허 달구 어허 달구
사람이 산다는 일 잡초 같더라
밟히고 잘리고 짓뭉개졌다
한 철이 지나면 세상은 더 어두워
흙먼지 일어 온 하늘을 덮더라
어허 달구 어허 달구
차라리 한세월 장똘뱅이로 살았구나
저녁 햇살 서러운 파장 뒷골목
못 버린 미련이라 좌판을 거두고
이제 이 흙 속 죽음 되어 누웠다
어허 달구 어허 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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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구: 무덤이나 집터를 단단히 다지는 데 쓰는, 두 개나 네 개의 손잡이가 달린 둥근 나무토만. 또는 줄을 맨 쇳덩이나 큰 돌덩이.
○ 파장: 시장, 백일장, 과장 따위가 끝나서 헤어지는 때.
○ 좌판: 상점이나 시장에서 물건을 벌여 놓고 파는 널.
===[한국 대표 명시 3, 빛샘]===
장똘뱅이로 떠돌며 살던 어느 나그네의 죽음.
그들이 사는 방법이 어쩌면 지혜로웠다고 생각됩니다.
바람이 세면 담 뒤에 숨고
물결이 거칠면 길을 옮겼다
꽃이 피던 날은 억울해 울다
재너머 장터에서 종일 취했다
바람과 물결은 언제나 만나는 것.
꽃이 피던 날은 울었다는 장똘뱅이의 삶을 보고 갑니다.
어린시절 들었던 '어허 달구야'라는 서글픈 가락이 귓가에 맴돕니다.
새로운 한 주, 유익하고 즐거운 날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
첫댓글 신경림시인의 시는 세상살이를 읽고 작은 위로라도 주듯이 마음을 다독이는 시 인것 같아 좋습니다^^
'가난한 사랑 노래' 처럼요^^